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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어떤 아저씨의 옷장에 잘 개켜진 티셔츠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문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똑같은 것을 보고, 읽고, 먹더라도 작가들이 쓴 글은 다르다. 약간의 위트와 담백함, 울림, 그리고 관조하는 인생을 노작가의 문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그런 건 이 책에 전혀 없다.
‘무라카미 T'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하루키가 어떤 계기로 티셔츠를 갖게 되었는가만 나열되어 있다. 서문에서 작가의 말대로 값싸고 재미있는 티셔츠가 눈에 띄면 이내 사게 된다고 했는데, 단지 그렇게 모인 티셔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티셔츠의 사진들이 있다. 사진이야 예술가인 사진작가가 찍으면 다 그럴싸하다. 이 책에 있는 티셔츠의 사진들도 하나하나 놓고 보면 멋지다. 하지만 이솝 우화에서 나와 있듯 아무리 재주를 잘 부리고 잘난척하는 원숭이도 그저 원숭이가 아닌가? 티셔츠도 그냥 티셔츠에 불과하다. 마치 화보집이나 사진집 같은 책의 재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서관의 희망 도서로 신청한 이 책을 읽는데 사실 5분 정도 걸렸다. 그 정도로 내용은 빈약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으로서 그의 모든 것을 수집하는 독자에게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