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비밀 - 찌푸린 지구의 얼굴, 자연의 아이들 지구 환경 이야기 3
허창회 지음, 박재현 그림 / 풀빛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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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다이달로스 이야기를 신화적 입장이 아닌 과학자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것이 재미있다. 단순히 ‘그래, 그러기에 아버지 말씀대로 태양 가까이 가지 말았어야지!’ 라고 교훈적으로 아이들에게 겁도 줄 겸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실은 말이야 하늘에서 높이 올라갈수록 대기의 온도는 낮아지니 밀납이 녹아 죽은 것이 아니라 날개가 얼어서 움직이지 못해 떨어져죽었다는 것이 맞아!’ 라고 가르쳐줄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초등학생아이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분명이 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론들도 종종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현상에 관해 알려주는 어느 학습만화보다도 훨씬 알찬 내용이 담겨있고 비록 조금은 어렵지만 지국에 대해, 환경에 대해, 우주에 대해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다면 충분히 교재로 삼을 수 있는 책이란 확신이 들었다. 물론 부모가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교재이다.




해마다 신문과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엘니뇨와 라니냐는 기후변화가 맞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이유는 기후변화란 반복되는 기상현상이 아니라 일단 변한 기후가 다시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또,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혹은 ‘남자 아이’ 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반해 엘니뇨는 ‘여자 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신문지상에 떠드는 먼 나라 태풍이 우리나라에 어떤 해를 끼칠까라는 근시안적인 사고만 하다보니 이렇게 대기현상을 그 밑바닥부터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과학자의 설명이 그렇게 고맙고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과 그 파괴력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이 어떤 특성과 구조를 갖고 있으며 왜 갑자기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곧바로 추운 겨울이 오는지를 쉽고도 정확하며 과학적으로 설명한 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1970년대의 겨울과 1990년대의 겨울, 그리고 2008년의 겨울이 어떻게 다른 지를 한 눈에 보고 알 수 있는 그림도 훌륭했고 또박또박 연필로 직접 쓴 노트필기를 보는 재미도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재미있었다.




만약 이산화탄소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어렵다면 실재하는 자동차 배기가스 속의 CO2를 보여주는 것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왜 한 여름에 차의 시동을 켜 놓고 공회전을 하면 공기가 나빠지고 더 온도가 올라가는 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해 준다면 나중에 직접 운전을 할 만큼 자랐을 때 제 식구만 시원하자고 창문을 열고 지내는 이웃의 집에 자동차매연을 마구 뿜어대는 짓은 감히 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어른이 된 상태에서의 교육은 어린아이 시절에 한 교육의 효과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어린시절부터 지구는 돈 주면 하나 더 살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물건이 아니라 망가지면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유일무일한 소중한 삶의 터전임을 분명히 알려준다면 극지방에서 빙하가 무너져 바다에 빠져죽는 백곰과 펭귄들도 더 이상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어린이들에게서 경쟁에서 친구를 물리치기 위해 과학상식 하나라도 더 알아야 되는 수준이 아니라 집에서 기르는 작은 강아지부터 전 인류, 나무에 찾아오는 노래하는 새들까지 거대한 생명을 품고 기르는 이 소중한 지구라는 별에 대한 예의와 그 원리, 함께 감사하게 살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미 이 책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 마음 밑에는 ‘사랑’이 깔려 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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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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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호여사의 <동행>을 읽으며 잠시 책 내용에서 벗어나 역대 대통령부인 가운데 이희호여사 외에 누가 책을 썼는가, 아니 책을 읽기라도 했는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을 남편으로 둔 그이들은 소비의 만용, 더 나아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기에 혈안이 되어 퇴임 후에도 현직에 있을 때 못지않은 상당한 인기와 힘을 누리며 보장된 안락함을 자랑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지 않았던가!

 

 그런 면에서 <동행>이란 책 제목은 제대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그 거목에 빌붙어 고난 끝에 마침내 영화를 누린 기생하는 삶이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다수의 의견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독재의 암흑 속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남편과 함께 한 몸이 되어 현재의 80 노구가 되기까지 끝까지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동행>을 통해 우리나라의 5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는 현대사를 어느 정도 균형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동행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전혀 동방의 작은 나라-한국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함께 가야할 필연적 운명의 아무런 역사적 부담도 없는 한 이방인이 이토록 곧은 소리를 절박하게 질러대고 있는 것을 보니 또 하나의 <동행>을 발견하게 되어 그 놀라움과 반가움이 남다르다. 이미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할만큼 성장한 덕분이라할까, 그의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자세에 더 신뢰와 관심이 가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한참 옛날에 살다가 갔을 법한 촌스런 박노자라는 이름의 저자가 쓴 짤막하면서도 명확하며 구체적인 비판적 글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보수와 진보의 갈림길을 처음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우선은 속이 쓰려왔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분노의 실체인 그 뿌리가 어디쯤에 있는 지 손에 잡힐 것 같은 묘한 예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이건희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하는 것을 반대했다가 출교당한 고대생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특히나 아팠다. ‘그들과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그들에게 유학을 떠나 당분간 돌아오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도피가 최상의 방법일 수 없지만 차선의 선택일 순 있다. 이 사회가 신분고하를 넘어 모든 개인에게 자존심을 허용할 때까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 국적을 갖었다고는 하지만 러시아 출신의 외국인 대학교수가 한국사회의 실체에 대해 이런 뼈아픈 진단을 내렸다니,더더구나 같은 한국인교수조차 나서서 이런 충고를 하는 이가 없건만 타문명권에서 온 박노자는 교수로서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은 있는 모양인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신이 몸담았던 한국의 대학이 한국연구가 주 목적인 ‘상아탑’이 아니라 힘과 돈으로 뒤죽박죽이 된 탁한 ‘구정물통’이라는 것도 전혀 거리낌 없이 폭로한 것을 보면서 왜 대다수의 교수들이 수치심도 없이 일말의 정의감과 자신의 소신도 훌러덩 벗어버린 채 출교당한 자신의 제자를 비호하기는커녕 그저 이사장과 대기업 후원자들에게 굽실거리며 비위를 맞추는 호스티스로 전락했는가를 새삼 한심스러우면서도 피가 얼어 붇듯 온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권위주의 사회엔 권위가 없다’ 역시 저자의 모교인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대학원생들이 재학 중엔 교수에 대한 강요된 복종과 줄 서기에 마음에도 없는 충성심을 보내지만 졸업식 당일, 비로소 그 군림하는 자들에게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함에 일순간 안면을 바꾸는 행태를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이와 같은 모습을 자주 접하는가! 일례로 강남의 중대형교회의 교구목사가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즈음 성도들은 그들과 마주쳐도 인사조차 건네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떠나는 목사와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유는 앞의 대학원생들과 거의 흡사하다.

 

목사들이 교회에 재직하고 있을 때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성도를 섬기고 존중했다면 대부분이 그래도 순한 양으로 구성된 성도들이 그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신학대학원에서 갓 나온 젊은 목사들은 자신들이 큰 교회에 뽑혀 온 엘리트라는 자부심과 함께 ‘나는 너희를 섬기러 온 것이 아니라 섬김을 받으러 왔노라!’라는 그들의 스승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기에 성도들 위에 군림하며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뻘 되는 성도들에게조차 아랫사람 대하 듯하며 인사를 받기 위해 교회 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접받기 원했다면 애초부터 목사의 길에 들어서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유교와 달리 낮아짐을, 겸손을 가장 먼저 가르치는 기독교에서조차 이놈의 병든 ‘권위주의’는 망신살이 굵게 굵게 뻗혀있다.

 

주로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쓴 이 글들은 겁이 날 정도로 거침이 없다! 두려움이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시각으로 본 것에 대해 혹시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내가 외국인이라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일체의 주저함이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입 밖으로 낼 수 있다는 이 놀라운 자신감이 무모함으로 비춰질 정도이다. 그렇게 박노자의 붓은 양날 가진 칼 같이 날카롭고 정확하게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부패한 의식과 조직, 권력층의 횡포를 과감하게 베어내고 있다.

 


그 점이 사무치도록 부럽고 또 한편은 불편하게 다가왔다. 왜? 그의 글을 비록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병폐들에 대해 여기저기 쑤셔보고 찢어보고 껍질을 벗겨서 그 시뻘건 속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았지만 막상 나를 구속하며 불편하게 하던 우리 사회의 그 흉하게 병든 실체를 눈 앞에 대하니 예상과는 달리 전혀 속이 후련하다거나 맞아도 싸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괜히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의식수준에 머물러 있는 오천만 한국인과 수 많은 피를 흘리며 독재권력과 싸워 이루어 놓은 민주화의 성과가 고작 이 뿐이라는 생각에 불쌍타여겨지니 내가 내 속을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아도 나는 민주화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고작 내 맡은 일을 내 팽개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소시민이다.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 기가 막히게 운이 좋으면서 한 편으론 염치없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은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작된 거짓의 역사 세우기에는 도저히 분을 삭일 수 없음은 웬일일까! 외국인조차도 한 발 물러나 나 몰라라하며 현재의 기득권층에 기대어 개인적 영달(榮達)을 좇는 대신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해 한국역사에 대해 그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고 이 나라의 역사적 실책에 대해 여과없이 정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때, 어쩌자고 부끄러운 과거의 과오를 권력을 동원해서 그럴듯한 속임수로 화려한 공적비를 세워 덮으려는가 이 말이다!

 

아픈 곳, 흉한 곳, 부러진 곳, 벌레먹은 잎사귀 한 장 없이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가득한 나무가 늘 그 자리에 서 있다면 그것이 진짜 살아서 성장하는 나무가 맞을까? 아니다! 그 나무는 생명이 없는 인간이 만든 조화일 뿐이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그렇게 완벽하게 보일지는 모르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에 속았다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남 보기 창피한 부러진 가지와 벌레 먹은 잎사귀가 있더라도 살아있는 진짜 역사를 원한다. 생명력이 있어 앞으로 더 키가 크고 뿌리가 깊어지고 가지가 뻗어가며 꽃이 피고 잎이 무성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진짜 역사 말이다!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우겨서 미화시켜 놓으면 지금 당장은 보기 좋아도 그 자리는 곧 썩고 말 것이다. 새 한 마리 깃들지 않을 가짜 나무 만들기를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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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Fat Cat의 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영어책 - New Edition
무코야마 아츠코.무코야마 다카히코 지음, 다카시마 데츠오 그림, 김은하 옮김 / 윌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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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영문학교수로 있다는 무코야마 아츠코 할머니에게 1: 1 영어과외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처음 접하는 누구에게나 영어를 읽을 수 있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고집스런 의지가 느껴졌다. 마치 피아노를 처음 쳐 보는 아이에게 악보를 보여주면서 '반짝 반짝 작은 별'의 멜로디를 피아노건반에 직접 치게 만드는 것처럼. 복잡한 높은음 자리표, 낮은 음 자리표, 장조, 단조 등을 가르쳐주지 않고 단순하게 악보를 보고 그대로 피아노건반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바로 그 기분이다!

일본여자가 미국유학을 거쳐 다시 일본에 와서 대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그 교습법에 대해 대단히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그래서 문법과 리스닝 등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영어를 읽는 방법'에 대해 독특한 자신만의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만 통하는 문법용어가 이렇다.

 

배우= 명사

화살표= (술어) 동사

부록= 부사

화장품= 형용사

특별한 화장품= 관사

접착제= 전치사

기본형= 제3 문형 SVO

 

영어와 본격적으로 씨름하게 된 고등학교 때 나는 서울대 영문과에 다니는 아주 뛰어난 외모를 갖고 있는 남자선생님에게 친구와 함께 과외를 받았다. 자신이 공부를 잘 한 사람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결함- 자신의 수준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때문에 무척 딱딱하고 어렵게 가르친다-처럼 그 선생님은 나에게 영어의 어려움을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송성문의 <성문기본영어>와 <성문종합영어>로 초반부터 영어의 즐거움,재미보다는 '영어는 괴로워 괴로워!를 입에 달고 다니며 중고등학교시절을 보낸 나에게 영어가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언어라고 주장하는 이 책은 일종의 억지주장 내지 역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광고에서도 오히려 반어법을 이용해서 대단한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영어교육에 대해서까지 이런 전략을 의도적으로 쓸까싶어 납득이 될 때까지 뭔가 있겠지하며 계속해서 읽어내려갔다.

영어가 제일 쉽다니.....

속임수가 아니란 말인가!

그런데 나오는 단어가 고작 cat, the pie,scratched  등 정말 몇 단어가 안 나왔다. 문법에 대해서도 별 설명이 없고 그저 A 와 B 상자 안에 눈으로 따라가며 게임을 즐기듯 알맞은 단어를 쏙쏙 던져 넣으면 되는 것이어서 나도 모르게 이 단순하기 그지없는 게임의 정답을 맞추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요즘 노인들에게 까지도 히트를 치고 있는 <ENGLISH RESTART>1,2 권과 비교하면 중학교 수준의 잊었던 단어나 숙어를 되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영어에 대해 두려움으로 더 이상 가까이 하기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영어는 재미있다~, 영어는 쉬워~ 하며  영어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낸 책이다.

 왜냐하면 다른 건 다 무시하고 일단 읽는 방법만 가르쳐준다.

문장구조도 1형식부터 5형식으로 생선 토막치듯 가르쳐주는 대신 훨씬 간단하게 문장구조를 나누어 가르쳐주었다. 이 문장구조만 이해하고 단어의 뜻을 알면 장난감 조립하듯 연결해서 왠만한 문장을 읽어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신기하고 쉬웠다. 영어는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제품 텔레비전을 매뉴얼을 보면서 그 작동법을 익히 듯 실용적 도구라는 취지의 저자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그런데 예문 가운데 'RED BOOK'은 스토리가 다소 부적합한 것 같아서 이왕이면 아름답고 감동이 있는 예문으로 바꿔주면 좋을 것 같다. 다소 무서운 것이 아니라 공포스럽다! 

영어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초등학생 수준의 단어 몇 개만 알고 있어도 바로 문장을 읽게 될 수 있게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중학생 이하와 왕초보 성인들에게 적당한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있는 이들에겐 재미로 읽어야하겠다.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하던 중학교 1학년때를 되돌아보면 영어는 세상에서 가장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는 세련된 언어라고 배웠다. 물론 서양사람의 의식구조와 동양인이 나의 의식구조가 달라서 어순이 우리말과 다르고 그래서 무조건 어렵고 힘든 낯 선 언어라고만 배웠다.

게다가 그 발음이라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반장이라고 영어선생님의 호출로 자주  큰 소리로 교과서를 읽으라는 명령을 받을 때면 얼마나 가슴이 뛰고 발음이 신경이 쓰여 연습에 연습을 거쳐도 아이들 앞에서 폼나게 읽는 다는 것은 꿈이었다.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영어를 보니 아니, 읽고 알아들으면 되지,...뭐가 어려워!!! 

영어교과를 맡고 있는 선생님들이 먼저 읽고 영어를 쉽고 재미있다고 확신하며 가르쳐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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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샀어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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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들의 제목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알맹이를 꼭꼭 싼 호두알처럼 선뜻 어떤 내용의 이야기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제목에서 받은 밝고 청소년소설 같은 인상들과 달리 속 내용은 다 읽고 난 뒤에도 재떨이에서 남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꽁초처럼 난해한 작가의 심리를 속속들이 느끼고 공감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작가가 고민하고 추구하며 몸부림치면서 갈등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 그래, 확신있게 이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다만 내가 느끼고 내 안에 차오르는 그 무엇이 있었다.

바로 '삶'이었다.

그것도 책에 실린 8편 중 대표작인 '풍선을 샀어'에서 가장 강하고 절박하게, 그러면서도 묘한 부웅 뜨는 비상(飛翔)의 심리를 느꼈다!

인생의 완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의 모든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니체

모든 정신의 위대함이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견뎌야만 하는 삶, 가꾸어야 하는 삶, 돌봐야하는 삶, 조화를 이루는 삶에 대해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니체가 남긴 철학 중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J. 그것은 변화를 뜻하는 것일지도 몰라.'-화자

공황장애가 있는 27살의 전직 국가대표 핸드볼선수가 서른일곱의 싱글 올드 레이디이로 부모님과 결혼한 오빠가족과 동거하며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 외에 생계를 위해 백화점문화센터에서 철학강의를 하는, 십 년 동안 살던 하이델베르크에서 이제 막 한국으로 돌아온 화자와의 수업에 어머니대신 대타로 들어오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중년의 수다스런 인근 아파트의 주민인 아줌마들 속에 새파랗게 젊디 젊은 20대 남자가 끼여서 철학수업을 듣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나 역시 100여 명의 남학생들 속에서 유일한 홍일점으로 교수의 유머에 목젖이 울리도록 걸걸거리는 웃음을 웃는 그들과 다른, 깔깔톤의 높은 소리로 그것도 길게 웃다가 그만 강의실에 남은 웃음의 파장이 퍼지는 통에 그 101명(교수포함)의 남자들을 얼마나 웃겼는 지 모른다.그렇듯이 공통점도 없는 여자들 속에 남자 혼자서 그 강의실을 찾아왔다는 것은 너무나 일상과는 동떨어진 출발이었다.

처음부터 주인공은 결정되어 있었는 지도 모르지만 난 이 J라는 청년이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이유는 소설을 이끌어가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 아닌 실존하는 인물, 이미 내가 만나보았던 그 녀석과 무척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화자와 J의 두 번째 데이트이자 영화관데이트에서 많은 익명의 사람들 속에서 유독 안절부절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매는 J를 보고서 비로서 그에게 '공황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경우는 내가 J의 나이였을 때 다섯 살 아래의 키가 크고 희고 깨끗한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던 그는 1년간 휴학을 하고 나서 복학한 탓에 그나마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 모두 군입대를 하고 난 뒤라 속 마음을 털어 놓고 지낼 사람이 필요했었고  나 역시 여드름 투성이의 툭 하면 알아듣기 거북한 '뭐라카노' 식의 남도사투리가 쏟아져나오는 후배들 속에 그 아이처럼 세련된 마스크에 목소리까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후배와 친해지는 것은 하늘의 선물일 따름이었으니까!

그런데 두 서넛이서 같이 걷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여느 아이들과 같던 그가 스무 명이 조금 넘는 동아리모임에서는 얼굴이 급격히 피곤해지면서 거의 울상이 되다시피했고 그나마 얼굴을 바로 하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겨우 들곤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양 손을 꽉 쥐고 몸을 비틀면서 땀을 흘리던 그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있고나서 그는 그 모임에 다시는 나오지 않았고 언제나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빠졌다.

처음에 그가 내게 했던,자신이 수줍음이 많다는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좀 지나치다 싶었다. 그 후로도 그는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딴 사람이 되곤 했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불면의 밤을 보내곤 했다.나로서는 책의 화자처럼 그를 위로하는데 능하지도 못했고 단지 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진지하고 가슴아프게 들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의 고통은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그 어린 나이게 그런 큰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 언제 이 싸움이 끝날 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공황장애는 실제로 위험상황이 아니고 아무런 해가 없는 상황에서 극심한 불안을 겪어 주관적인 발작을 되풀이하는 신경질환이다.

작가는 어째서 이 공황장애를 앓는 J를 등장시켜서 '삶=두려움' 이란 등식을 완성해버렸을까? 사실 공황장애를 앓는 것은 화자도 마찬가지였다. 화학자도 조율사도 되지 못한, 빈털터리에다 직장도 없고 드라마를 볼 때면 웃을 때도 아닌 데서 웃는다고 가족에게 등짝이나 얻어맞기 일쑤인 고독한 서른일곱의 싱글인 화자 역시 자신의 불안정성을 인식하고 극복하고 싶어 수천 개의 풍선을 불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몇 개의 풍선을 불었을까? 그리고 언제 처음으로 불어보았을까? 미래에 대한 꿈과 독선으로 가득찬 10대 후반까지는 별다른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지만 좌절감을 맛 본 20대에 들어서 날마다 풍선을 불었던 것 같다. 무지개빛 미래대신 짙게 썬팅을 한 유리창으로 세상을 보는 마냥 앞이 급격하게 흐려졌을 때가 바로 그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 그 아이를 만났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숨이 헉헉 차오르도록 풍선을 불고 또 불고 해야지만  겨우 목숨을 연명할 수 있던 절정이었던 것 같다.

"후~우." 

 이제는 풍선을 불기 위해 숨을 강하고 길게 내쉬기 보다는 한 해가 다르게 부쩍 연로해지시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그 어깨의 짐을 떨어버리지 못한 채 허리가 굽어가는 그 모습에서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내면의 불기둥이 열기구의 기낭(氣囊>을 한 껏 무섭도록 크게 부풀어 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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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의 소통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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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얼마나 궁극적이고도 영원한 불가사의한 난제에 대한 진실한 답변이란 말인가! 작가 역시 모른다고 했지 언제 안다고 했냐 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날개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작가를 언어유희의 대가로 소개한 것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이외수작가의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독자라면 그가 단순히 타고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서 별다른 읽을꺼리없이 그날이 그날 같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가여운 한국인을 즐겁게 해 주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사회현상에 대한 깊고도 날카로운 통찰을 예전에 누구도 감히 그렇게 입 밖으로 표현해 낼 재주도 용기도 없었던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던져 뱉으면 그 곳에 떨어진 말의 씨앗이 썩어 누구도 무시 못할 놀라운 싹을 틔우고 그 작은 싹은 어느새 자라서 길가는 어느 누구도 밟아 부러뜨리지 못할 거목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느낀 이외수 작가에 대한 생명력이다.



사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책 제목을 대했을 때 약간 야한 것을 기대하는 이상스런 심리를 내 안에서 발견한 나는 나 스스로가 여성임에도 여자라는 생물에 대해서 제일 먼저 기대하는 것이 이것이라는 것을 처음 뚜렷하게 인식하곤 무척 놀라웠고 한편 부끄러웠다.

그런데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주제는 예상했던 야함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1-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진짜 이유는, 지구에 현주소를 가지고 있는 존재들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매 주일 듣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진리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도저히 행위로써 완성시킬 수 없는 불능의 명령이라 여긴 바로 그 주제를 이 대목에서는 당신이 정령 인간이라면 이란 가정을 토대로 당신과 똑같이 생긴 인간은 물론 천지만물까지도 품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라는 명제로 완성시키는 기막힘을 느꼈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이해한 것은 네가 몰골만 그럴듯한 인간이 아닌 창조주의 손길로 빚어낸 진짜 사람이라면 말이다, 네 안에는 이미 모든 것을 용납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랑이 분명히 들어 있단다. 이것이 바로 인간을 만물의 으뜸이라고 말하는 이유란다. 군사정권의 무력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그 통치자로서의 으뜸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으뜸의 의미란다.

 

그렇다!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미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어로는 표현 못하던 그 유아기 시절에 이미 나는 오래 전부터 어머니께 들어오던 그 말씀,

사랑한다, 우리아가! 너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하지만 한 살 두살 먹어갈수록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는커녕 점점 미워지고 싫어지는 것의 가짓수만 늘어갈 뿐이어서 내 가슴속에는 언제나 묵직한 죄책감이 내 중심을 향해 거대한 원추처럼 매달려 길 가던 원수를 보고 심장이 뛰기 시작함과 동시에 흔들거리기를 몇 십 년째이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죄책감의 추 옆에 자기기만내지 자기합리화의 거미줄이 쳐졌는지 근래에 들어서는 설교자의 뭐뭐해라, 이를테면 교회 안에서 만이라도 사랑해라 라는 내용의 훈시를 들으면 급하게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너도 끼어들기 하는 차를 만나면 그 때도 이렇게 의젓하게 설교할 수 있을까! 예수께서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건만 요즘 목사들은 모조리 섬김을 받기 위해 납신 것 같단 말이야! 동갑쟁이 목사의 설교를 간신히 인내하며 듣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아지면서 도대체 감동은커녕 은혜가 없는 시간을 보내던 중 이 대목을 읽으며 교회에서도 못 받은 찔림과 아픔을 경험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만약 개뿔이라는 설탕을 위에 발라주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누가 나를 비난하거나 힐책하지 않았음에도 나를 너무나 잘 진단하고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기준이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진리였기에 그런 것 같다.

 

크리스천인 내가 성경 외에 인간의 말을 진리라고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이 21번 말씀은 진리가 맞다. 내가 사람인 이유, 하지만 내가 아직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그런 온전한 사람이 되어가며 그 몫으로서 해야 하는 일 등을 한꺼번에 꿰 뚫는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113번- 그대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기 위해 그토록 힘겨운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에서 이 사람이 누구관대,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런 것을 아는가 라는 질문이 터져 나왔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세상에 이렇게 낮은 모습으로 온갖 굴욕과 부당한 대접을 받으며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내야 하는 가로 북받치는 설움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눈물이 안구에 갇혀 잠시 책을 덮고 위를 바라보았다.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작은 나라에 비록 만날 수는 없으나 진정한 주의 말씀을 아는 도인 같은 정직한 지혜자를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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