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3 (개정판) - 세금과 성장의 비밀 천재가 된 홍대리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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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회계학과 세법을 공부하게 된 지 1년이 넘어간다. 처음엔 서점의 경영경제코너에 가서 중급회계나 고급회계의 목차를 넘겨보며 이 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저자의 책들을 골라 팔목이 시큰거리는 것을 참아가며 집으로 운반했다. 하지만 휴일에 온 종일 앉아 회계의 목적이며 가장 기본이 된다는 재무회계의 기본을 요약해 놓은 것을 훑어보아도 좀처럼 알아듣기가 힘이 들었다. 급기야는 초반부터 질리도록 간단간단한 설명 뒤에 바로 나오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을 눈으로 보는 것에 아주 단단히 체하고 말았다.

그 뒤로 회계원리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한다는 선배의 친절한 설명에  지갑을 털어 회계원리, 그것도 아주 쉬운 대학초년생 교재용으로 골라들고 세법도 2권,아버지가 베고 주무시는 목침의 두께만큼 실로 무게가 대단한 최신판과 간략한 설명이 쉬워 보이는 것으로 구입했다.

회계에 입문하자마자 내 책 꽂이 아래 칸이 관련서 4권으로 꽉 차고 말았다.그래서일까 너무 숨이 막혀버려서,질려버려서 회계공부는 도무지 속도가 붙지 않고 더운 여름이 가고 어느 새 찬바람이 부는 늦 가을이 되었을 때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지라는 초심을 찾고자 부단히 애를 쓰고 있던 중 아주 가볍고 손에 잡고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나올만치 반가운 홍대리를 만나게 되었다.   

홍대리시리즈는  참으로 만만하다. 특히 회사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한 과장도 아닌 입사 5년차의 애송이 홍대리가 어떻게 해서 이 괴롭고도 험난한 회계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는 지가 궁금한 사람은 필히 <회계천재가 된 홍대리>부터  읽어봐야 할 것이다. 처음엔 필자도 3권까지 내게 될 줄 몰랐던지 제목이 그냥 <회계천재가 된 홍대리>인데 이것이 이 홍대리시리즈의 출발이면서 동시에 흥미진진한 회계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사실, 처음엔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천하무적 홍대리>란 만화책의 주인공이 엉뚱발랄 지각대장 홍대리여서 그 홍대리가 나오는 회계만화책이 아닌가 해서 더 관심이 생겼던 것이었다. 표지부터 분명 만화책 분위기였는데 비록 그 홍대리는 아니었지만 회계천재 홍대리 역시 인물 좋고 명문대 나와서 직장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엘리트와는 사뭇 거리가 먼, 부서 내에서 저조한 영업실적으로 부장의 성질을 있는대로 다 돋구어 쌕쌕거리는 부장 밑에서 숨 죽이며 살아가며 한 편 애인이 있음에도 매너 좋은 색시공주라는 여사우에게 홀딱 넘어가려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직장 내 음모를 알게되면서 나설까 말까를 두고 한 참을 고민하는 참으로 소심한 인물이다.(이상 1권 요약)

능력은 탁월하지 않으나 참으로 희로애락이 분명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주인공 홍대리가 1,2권에서는 새로운 분야인 회계업무, 그리고 3권에서는 집중적으로 파고 든 세법에 대해서 실무에서 접하는 문제를 가지고 소설형식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회계와 세법용어들, 그리고 갈등과 긴장감을 느끼며 지금 내가 공부를하고 있는 것인지 재미난 소설의 결말에 더 마음을 쓰는 지 분간하기가 참 어려웠다. 

3권도 회사와 함께 빚을 남기고 간 홍부자 아버지의 죽음으로 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1권 역시 회사 대표인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대표이사가 된 최영순사장의 이야기로 부터 시작되는 것과 비교하면 경영을 전혀 모르는 이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운영해야하는 위기를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면서도 흥미롭다.

상속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던가?

상속세란 피상속인의 사망 또는 실종선고에 따른 상속, 유증, 사인증여(10년 또는 5년 이내에 진 증여채무의 이행 중에 증여자가 사망한 경우의 당해 증여를 포함)및 특별연고자에 대한 상속재산의 분여에 의하여 상속인 또는 수유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취득하는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그 재산의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부과하는 조세를 말한다.

홍대리에는 이런 지루한 용어설명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실제 상속세가 얼마나 부과가 되는 지 그 비율과 상속세를 현금이 부족할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처분하여 내기 때문에 경영권이 위태로와지는 사례를 실감있게 다루어 구체적 사건과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갈등을 통해서 세금이라는 것, 그냥 고지서 받아서 은행가서 내면 끝이 아니라 는 것, 가만히 앉아서 세금폭격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우고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1년이 넘게 회계와 세법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나의 경우도 처음 회계원리부터 시작했을 때는 그저 수학실력에 의존해서 어차피 회계라는 것이 수식에 의해 도출되는 것이니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실무 경험이 적은 탓인지 각 챕터가 따로 놀았다. 재무회계편을 공부하고 나면 뒷 부분을 벌써 다 잊고 하는 식으로....

세법 역시 회계와 뗄 수 없고 오히려 회계의 일부인데 그 방대한 세법에 대해서도 도무지 관심이 생기질 않아 큰 곤혹을 치루었다. 국세와 지방세의 항목이 어찌나 많고 또 그 세율적용에 대한 예외규정이 너무나 많아서 마치 촘촘한 그물로 얽어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나 고작 체감할 수 있는 근로소득세,재산세와 종부세에 대해서 '내 피 같은 돈을 이렇게 억울하게 빼앗기다니....' 하며 우리집에서 내고 있는 세금에 얼마 간의 돈을 보태면서 7월과 9월에 납부해야하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12월에 납부해야하는 국세인 종부세 등에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그 후로 환급에 대해 부단히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종부세환급은 역시 강남의 수단 좋은 알부자들의 몫이었을 뿐 애초부터 불문곡직(不問曲直) 걸려든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어서 허탈감은 훨씬 컸다.

이런 일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세금때문에 자영업을 못하겠다는 주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보았다.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근거없이 세무서에서 턱 없이 높은 세금고지서를 발급하는 사태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맞보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이렇게 말한다.

 " 세금은 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분명히 공부해서 알아야 해결이 되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세법 공부를 하는 것이 대단히 인내심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많은 이들은 아예 전담 세무사를 두고 사업을 하지만 1인 사장이자 직원인 체제에서는 혼자서 감당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금에 대해 속이고 피하고 이중장부를 쓰는 수법으로 늘 패배를 당하는 이들에게 이 홍대리 3은 '세금도 만만하구나' 라는 것과 함께 더 공부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데 참 좋은 동기유발제인 것 같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부분에서 단순히 이야기를 흘리듯 지나가버리는 부분이 눈에 띄어아쉽긴 하지만 세금에 대해 두려움을 벗고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한 다는 면에서는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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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싸게 팔아요 콩깍지 문고 3
임정자 지음,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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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어서 동화를 쓰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가 자못 궁금하다. 특히 작가 임정자씨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아이와 씨름하며 골머리를 앓는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를 동화로 풀어내야겠다는 사명감을 띄고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아 꿈과 낭만을 주는 동화 본연의 색채보다는 수필이나 수기의 색채를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엄마작가이다.

이 전에 발표했던 <당글공주>에서는 홍역의 문제를 실제 아이가 홍역을 앓게 되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며 어떻게 정확하게 대비하며 약을 써야하는 지를 용감한 당글공주와 괴물을 등장시켜 매우 자세하면서도 스릴있게 그려냈고 또,<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에서는 좁은 아파트 계단과 복도에서 쿵쾅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음문제를 심각한 불화와 전쟁으로 그리지 않고 대신 아이들의 놀이터로 그려서 오히려 어른들에게 자신도 어린 시절 무수히 어른들의 꾸지람과 눈을 피해 다니며 밤늦도록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았던 시절을 상기시키며 권리찾기문제로 다투지 말고 조금 더 삶에 여유를 가지라는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그런데 이 책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제목부터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분명 사랑과 평화대신 부글부글 끓는 갈등이 있으리란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책을 펼쳐보니 집 안에서 다투는 모습대신 누나가 어린 남동생을 자전거에 태우고 집을 떠나 시장으로 향하는 것이 시작이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읽기에도 무척 속도감 있는 빠른 진행이었다.

 
누나가 시장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만난 장난감 가게 언니에게 동생을 팔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 동생은요, 얼마나 얄미운데요.

나한테 대들고 나쁜 말도 하면서

엄마 아빠 앞에선 이쁜 척해요."

 
즉, 동생과 자신이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동생을 아랫사람이라 여기고

동시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나눠가져야 하기에 동생이 밉다는 것이다.

또, 꽃가게 할아버지에겐 이렇게 설명했다.

 "내 동생은요, 고자질쟁이예요.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징징 짜기나 하고

엄마한테 일러서 나만 야단맞게 하잖아요."



동생을 때린 자신의 잘못은 인식도 못한 채 오히려 맞아서 우는 동생이 크게 운다며 밉다는 것이다.


그리고 빵가게 아주머니를 만났을 땐 이렇게 주장했다.

"내 동생은요, 욕심꾸러기 먹보예요.
자기 거 다 먹고
내 거 엄마 거 다 달라 그래요."

동생이 달라고 했을 때 엄마는 자신의 몫을 더 나눠주었겠지만 자신은 매몰차게

거절했을 텐데 그럼에도 엄마가 자신보다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더 책겨주는 것이

몹시 질투가 나는 것이다.

 

이야기를 여기까지 듣다보면 자꾸 그럴듯한 억지를 부리는 누나가 우습다. 대신 동생은 한 마디 말도 못한다. 아예 말을 못하는 아기로 나왔는지 아니면 힘이 없어서 감히 누나의 이야기에 반론을 제기하지도 못하는 지 동생도 무어라고 한 마디 정도는 하겠지라는 나의 기다림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는 전환을 맞는다.

 

누나가 자신의 친구-순이를 만났을 때 동생을 거저주어도 안 받겠다는 것에 약이 잔뜩 올라 이제는 반대로 동생의 자랑을 하기 시작했을 때가 흥미롭다.

 

"그래도 잘 땐 이뻐"

이 한마디…….

 

눈을 뜨고 자신과 티격태격하며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 맛있는 간식을 나눠가져야 하는 경쟁자로서의 동생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인 아기로서는 한 없이 순하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누나도 모를 리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대결구도가 누나대 순이로 굳어지면서 계속해서 동생의 자랑을 공격적으로 하던 누나는 자신의 말에 자신이 설득당하기 시작했다.

'순이에게는 이런 예쁜 동생이 없는데 나에겐 있다.'

'엄마놀이를 할 때도 동생과 함께하면 훨씬 재미가 있고 심부름도 잘 한다.'

' 밤에 혼자 있을 때도 동생이랑 같이 있으면 훨씬 덜 무섭다.'

 

갑자기 만약에 동생이 없어진다면 이란 상상을 하니 이 번엔 반대로 동생을 사겠다는 사람들로부터결사적으로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투철하며 비장한 누나로 변했다.

 

책 속에 나온 누나는 혼자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동생을 미워했다가 반대로 사랑했다가 하는 '변덕스러움'을 보여준다. 반대로 동생은 힘이 없는 자로서 단 한 마디도 자신을 변호하는 말이나 누나의 말에 반박하는 말이 없다. 단지 그냥 누나가 하는 대로 나둘 뿐이다. 
 

나는 부디 이 책을 세상의 동생들은 모른 채 누나와 형들만 읽기를 간절히 바란다. 먼저 태어났다는 그 천부적으로 주어진 기득권 때문에 얼마나 동생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만들었는지는  괴팍하다느니, 자기 말만 맞고 다른 사람의 말은 모두 틀리다고 생각하는 독재자라느 둥  내 뒤에서 자기들끼리 한탄하는 소리를 두 동생으로부터  많이 들어온 만큼 비례하기 때문이다.  똑부러지고 제 입장만 생각할 줄 아는 말 많은 누나를 주인공으로 삼은 줄 알았는데 그런 자신의 입장에서 동생을 바라  것을 전환하여 동생 그 자체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뜨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고 또 그 과정에서 스믈스믈 배어나오는 동생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훌륭하게 묘사되어 누나와 동생이 얼마나 서로에게 특별한 가를 일찍부터 알게 해 주는데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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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역사 - 대항해 시대에서 석유 전쟁까지
권홍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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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난스런 꼬리한 냄새를 피운다며 구석자리로 밀려날망정 질겅질겅 씹다가 중간에 멈추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오징어 씹기처럼 8개의 다리와 2개의 촉완을 몽땅 그 자리에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심정을 이 책 '부의 역사'를 읽으면서 오래간만에 느껴보았다. 거의 중독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만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흥미위주의 역사비틀기도 아닌 폼은 좀 날 것 같지만 드라이할 것 같은 예감이 팍팍 솟구쳐 오르는 이 책을 손에 잡고서 퇴근 후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이 책 읽기로 밤을 보낼 만큼 중간에 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줄이야! 법정 스님이 새벽 2시 까지 읽었다는 모출판사의 책처럼 이 책 부의 역사가 사람 안 놓아 주는 책으로 유명해질 것만 같다. 한 번 붙들면 끝을 봐야만 포만감이 생기는 그런 책을 만다나니 정말 뜻밖의 횡재였다.


만화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허영만의 <부자사전1.2>에는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실제 부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사례 별로 나와있어서 호기심 충만하게 쉽게 쓱쓱 읽어 내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권으로 넘어갈수록 내가 기대했던 정당한 수단으로 부를 얻는 것은 아직 학생 티를 벗지 못한 순진함의 발상이며 실상은 졸부들의 천하를 부의 세계라고 일컫는 다는 것을 한 참이 지난 후에야 씁쓸하게 깨달았다.  그 방법이란 것이 참으로 정권의 실세와 결탁하거나 탈세할 구멍도 찾아가며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자!'라는 한국적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한국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인간됨'을 벗어 던져야 가능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받고 물러나고 말았기에 역시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탓이었다. 10월부터 계속 소비를 줄여나갔다. 지금은 소비가 스트레스해소는 커녕 치열한 머리싸움 그 자체로 변해버렸다. 꼭 필요한 생활용품 위주로 쇼핑품목이 짜이게 되니 자연히 자기계발이나 뮤지컬을 통해 나 자신이 충전되고 발전하는 그 즐거움을 이젠 '똑똑한 이기심' 으로 여기며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도 책만큼은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골라도 예전처럼 자서전이나 인문학서 대신 실용서적, 그러니까 먹고 사는데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 부의 역사처럼!


역사의 갈림길,1492년 첫 소제목을 대할 때만해도 1492라는 숫자의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시작되는 이 책을 이토록 재미나게 읽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사벨과 페르난도 2세의 공동 왕국이 시작되며 동시에 에스파냐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이 몽땅 축출이 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몇 년 전 두 번씩이나 몰두하다시피 보았던 '킹덤 오브 헤븐'이 떠올랐다. 무대는 각각 에스파탸와 예루살렘으로 달랐지만 이슬람세력과 기독교세력이 함께 공존하던 것하며 왕국을 포기하는 대신 그 곳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순순히 수대에 걸쳐 통치하던 왕국을 등지고 떠나는 이야기 등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계속된 억압된 소비에서 벗어나고 파서 먹고사는데 도움이 될 요량으로 읽기 시작한 나는 왕국과 공주, 결혼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서서히 풍요와 낭만, 그리고 스릴이 있는 15세기 유럽으로 아주 천천히, 느리지만 평화로운 뱃길 여행을 떠나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부와 관련시켜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은 세계역사도 한 나라가 영원한 주도권을 쥐고 찬란한 역사를 이어갈 수 없듯이 세계의 부 역시 그 주도권은 계속해서 바뀌었다는 사실, 즉 부의 분명한 흐름이란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유태인이란 선택받은 민족의 이동과 함께!

처음에는 저자의 이 주장에 대해 선뜻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파냐에서 알람브라의 칙령으로 비통하게 그 땅을 떠난 유태인들이 네덜란드에 정착하면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확인하면서 비로소 이삭 아브라바넬이 남긴 비수같이 날카로운 말-

 

 

'"우리가 당신들에게 해를 끼쳤는가? 당신들을 돕고 거들었을 뿐이다……. 그렇다 왕과 여왕은 실수하는 것이다. 우리는 비록 떠나도 영혼만큼은 결코 짓밟히지 않을 것이다. 부당한 박해를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떠난다. 그러나 이 날을 잊지 않을 것이다. 결코 ."

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부의 이동경로는 영국으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세계의 부와 유대인은 함께 움직였지만 저자가 주장하듯 유대인의 이동이 풍요를 가져온 것이냐에 대해서 큰 확신은 들지 않았다. 반대의견 즉, 유대인들이 풍요로운 지역을 따라 이동했다는 반론도 나름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동하는 동안 유대인들은 그 옛날 칙령 하나로 삶의 터전에서 빈털터리 상태로 무능하게 쫓겨나올 때와는 그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는 그 막강한 부의 위력을 약자인 타민족에게 유감없이 과시하며 압제도 서슴지 않는 실질적인 세상의 강자로서, 지배자로서 서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어느새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신대륙발견을 통한 금 사냥의 결과에 온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이유는 보물선이나 바다 밑에 수장 된 해적들의 유품의 양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유럽인들에겐 야만스럽게 보였다는 그 원주민들, 인디오들을 짓밟고 그 피와 눈물과 땀으로 개발된 금광에서 캐 낸 그 금으로 그들이 얼마만큼 대단한 왕국을 건설했는지 , 얼마나 찬란한 역사를 만들었는지가 속 시원하게 밝혀지길 고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에 대해서 저자는 간단명료하게 이렇게 밝혀 놓았다.



"금이 더 많이 들어올수록 왕국이 보유한 금은 더 적어진다. 우리 왕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다."

그리고 에스파냐의 국력과 관련해서 국왕에 대한 평가를 보고서도 쉽게 그 말로를 알 수 있었다.

"카를 5세는 전사였으며 왕이었다. 펠리페 2세는 왕이기는 했다. 펠리페3세와 펠리페4세는 왕도 아니었고 카를로스 2세는 인간도 아니었다."




역시 역사는 탁월하게 재미있다. 현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효율성면에서가 아니라 수많은 사건들과 일련의 사실들, 사람들을 한 큐에 꿸 수 있는 그 놀라운 통찰력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고한다는 것, 예측한다는 것, 그리고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것 이 모두가 역사를 알면 알수록 좀 더 정확하게 그리고 힘 있고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이와 함께 내가 궁금했던 또 한 인물의 말로가 있었다. 바로 미국의 유명한 투기꾼이었던 대니얼 드루는 초상화에서 보듯 지독한 스쿠르지의 인색함과 동시에 한 번 물면 절대 먹잇감의 숨통을 놓지 않는 맹수의 날카롭고 잔인한 피냄새를 풍기는 사내였다. 그런데 15살 때 국가를 상대로 입영 장려금을 사기 쳐서 그 100달러를 종자돈 삼아 시작한 사업이 바로 가축사업이었다. 서부에서 소떼를 사들여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뉴욕에 도착하기 하루 전 강제로 소들에게 소금을 먹인 후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있다가 정육업자에게 넘기기 직전 허드슨 강가에 풀어놓았다. 긴 이동과 갈증으로 지칠대로 지친 소들이 물을 먹어서 불린 중량만큼 드루는 큰 돈을 벌었다.


바로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그렇게 원하는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드루의 비법을 따라할 수가 없다. 생명이 있는 소들, 곧 도살장으로 보내어져 최후를 맞이할 소들에게 그렇게 무지막지한 고통을 주며 마지막까지 위에 가득 찬 물의 무게 때문에 숨도 편히 쉬지 못할 소들을 생각하면 그 떼돈을 어떻게 받을 수 있었을까!


남보다 지독스런 잔인함과 생명을 상하게 하는 추잡함이 탁월한 자신을 오히려 남보다 지능이 뛰어난 잘난 사람으로 착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그의 말로가 평탄했다면 아마 나는 그 자리에서 책을 덮었을 것이다. 잘못 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바로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아무리 부자가 되고 싶어도 순하디 순한, 큰 눈에서 흐르는 소들의 눈물을 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그런 일을 자행했던 그 망가진 인간성에 심한 분노와 함께 슬픔을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계속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인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드루는 자신의 손으로 키운 후배세력에게 자신의 주특기인 바로 그 '물타기'수법으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재산을 잃은 뒤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제1차,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이 세계강국으로 떠오르기 전 미국의 한 가난한 변호사가 석유추출을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이야기의 결과가 3번째로 궁금한 이야기였다. 조지비셀이란 이 변호사가 어떻게 법조문은 안 외우고 원유분석을 위해 예일대 벤저민 실리먼2세를 찾아갔는지도 무척 신기했지만 실제로 사상 최초의 수직 굴착식 석유시추에 성공한 에드윈 드레이크가 어떻게 근처 수백 개의 유정 가운데 자신의 유정에서만 단 30미터 파 들어간 상태에서 석유가 솟아났는지, 그 지점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그 대단한 성공에 대해 읽으면서 전직 철도원에서 인생 역전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흥분이 되었다.

그렇다! 많은 돈은 분명히 긴장을 느끼게 하고 강력한 호기심과 함께 그 유정을 내가 팠으면 하고 엉뚱한 탐심마저 일으킨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한계였을까!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찰스 폰지와 같은 사기꾼들과 석유라는 빼앗길 수 없는 검은 황금을 놓고 서로 웃으며 악수하다가는 등 뒤로는 총을 겨누고 2번씩이나 세계전쟁을 일으키는 인간탐욕의 역사이다.

어째서 최근까지 금융과 석유가 미국의 독점아래서 움직이게 되었으며 이란을 공격한 것도 역시 종교적인 커튼 뒤에 가려 진 검은 황금-석유를 손에 넣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졌다.

저자가 지적한 작금의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 법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다. 미국에게 기대어 되도록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현 정권과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쇠고기개방요구에 반대의견을 표한 국민들에게 불순한 배후가 있다며 그 배후를 토설하라고 강압적인 공권력을 들이대는 정치인과 검.경찰을 생각하면 한 숨부터 나온다. 누구나 풍요롭게 살고 싶다. 그렇다고 힘이 약한 자들에게 그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이 궁핍이 바로 미국을 반대한 너희들의 책임이라고 전가한다며 말 못하는 소떼들에게 강제로 소금을 먹인 뒤 도살장으로 팔아넘기는 것으로 부자가 되었던 대니얼 드루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니 어떻게 사고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구의 탓인가를 따지기보다 객관적으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부의 흐름 가운데 어느 지점인지를 정확히 파악한 후 그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시작인 것 같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임기응변의 부정한 방법을 깨끗이 버리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미래가 보이지 않을까! 저자는 당장 돈에 목말라하는 이 조급한 국민들에게 쉽게 가는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고 하필 케케묵은 15세기 알람브라칙령부터 끌어내어 유대인들이 대거 이동한 네덜란드에 잉여자본이 생기자 우습게도 튤립 알뿌리 투기가 번성하고 끝내는 국민경제에 치명타를 입혀 그 주도권이 이웃 영국으로 이동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무엇을 깨닫게 해 주려는 것일까! 아무리 위대한 왕국의 역사도 순식간에 완성될 수 없듯,몇 백 년을 두고 세워지듯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탄탄한 부의 왕국 역시 우리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거기에 덧 붙여 나는 봉착한 이 금융위기에 누굴 잡아 올가미를 씌울까, 혹은 거기에 동조해서 나만은 무사히 이 난국을 피해갈까 하는 비겁함과 무지함을 벗고 프랑스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의 마른 전투에서 보여 준 그 자발적인 단결과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고 참여하는 그 공생의 수준 높은 의식을 배우길 진심으로 바란다. 조셉 갈리아니 장군의 한 밤 중의 '택시징발'이라는 명령에 적극 협조했던 르노 택시는 이 먼 나라 한국에도 르노 자동차로 진출해 있을 만큼 참으로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서로 믿고 힘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리더의 도덕성이 참으로 간절한 때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얼마나 오래 계속 될지 모르는 이 경제위기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서 이다음에 내가 몸소 겪은 이 혼란과 물질적인 궁핍보다 더 심각한 지도력결핍, 신뢰결핍의 한국사회를 되돌아보는 책을 꼭 내고 싶다. 역사를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 그것은 바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 아니 나의 생명이 후세대를 통해 영원히 계속된다는 기대와 희망이다. 그렇기에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느냐 식의 아전인수격인 역사를 지양하고 따가운 회초리처럼 아프지만 곧고 바른 역사를 남기고 배워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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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처 2008-12-2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말씀하신 역사책 꼭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멋질 것 같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

queen 2008-12-2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글을 읽고 댓글까지 남겨주시다니 마음이 풍요로와지는 것 같아요.
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로처님도 꼭 힘을 발휘해 주실 분 같아
좋은 친구를 얻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happy new year~!
 
멧돼지를 잡아라 - 세상을 배우는 작은 책 16 세상을 배우는 작은 책 16
한정기 지음, 황보순희 그림 / 다섯수레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猪 突(저돌)

①(멧돼지처럼)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불쑥 돌진(突進)함

②앞일을 생각지 않고 맹목적으로 일을 처리(處理)함

이란 뜻을 갖고 있다.

 

3 전 교통사고로 왼 쪽 다리를 잃은 동식이는 교실에서도 말이 없고 자신이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려는 친구의 호의를 버럭 화를 내는 것으로 안간힘을 쓰며 자존심을 지키려한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때면 그런 분노가 더욱 심해져서 화가 난 얼굴로

혼자서 교문을 나서기가 일쑤이다. 이런 외톨이 동식이의 친구가 되는 아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반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하는 민수다.  언뜻 보아 어울리지 않는 이 두 아이가 서로에게 특별해

지는 계기가 된 사건은 바로 민수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그만 팔을 타쳐서 양팔에 깁스를

 하게 되어 체육시간에 동식이와 단 둘이서만 교실에 남게되면서부터였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는 금세 알겠는데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동정과 우정을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조숙한고 예민한

동식이의 마음을 여는 방법이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서툰 점이었다.

 단지 캠프를 가서 밤 중에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민수가 다치는 것에 충격을 받은 동식이가

"나, 나는 니가 죽는 줄 알았다. 민수야, 정말 미안하다. 내, 내가 잘못했다. 엉엉......" 하며

사과를 하는데 이것은 흔히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의외의 사건이 터져서 얼떨결에

그 간의 모든 갈등이 일순간에  봄눈 녹듯이 해결이 되는 비약적이며 공감을 하기 어려운

설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어려도 한 육체에 그 인격과 정신이 담겨져 있는 귀하고 신비스런 존재인 까닭에

누구나 존중을 받고 싶어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하며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진심이 아닌

잠깐의 눈속임과도 같은, 적선과도  같은 가벼운 친절 뒤에 슬쩍 흘려버리는

'나는 너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너를 돕는다'는 자기만족감은 비수처럼 도움을 받는 상대의

그 마음에 와서 꽂히게 된다.

작가는 바로 그 점을 간과한 것 같다.

동식이는 민수를 사고 후 자신의 유일한 친구라고 여기고 마음을 열어 아버지와 함께 가는 밤낚시에도 초대한다. 그러나 민수가 자신과 친하게 지내면서 한 편으론 반 아이들에게 따놀림을 당하고 급기야  축구경기에서 소외되자 민수가 자신과의 관계를 힘겨워하며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눈치채곤 얼른 마음의 문을 다시 닫아 걸어버렸다.

동식이는 민수가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신의 맘과 같아질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서는 민수의평범안 제안에도 순순히 응한다면 자신이 열등하니까, 장애를 가졌으니까 복종할 수 밖에 없다고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동식으로서는 비굴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그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차갑고 공격적으로 민수를 대하는데 이에 대한 민수의 반응은  자신의 호의와 더 나아가서는 그 좋아하는 축구도 못하면서 까지 동식이의 친구노릇을 하는 희생을 감수하는 자신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동식이에 대해 분노하고 미워하게 된다. 

나의 경험에 의한다면 영구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분명했다. 물리적으로 가방을 들어주고 말을 걸어주고 점심시간에 같이 밥 먹는 상대가 되어준다해서 마음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감이 흐를 정도의 거리감은 시간이 가도 좁혀지지 않았었다. 내 쪽에서 '너를 위해 지금 내가 무엇인가를 해 주고 있단 말이야!' 라는 생색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언제나 평행선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곤경에 처했을 때 제일 먼저 그 친구에게 찾아가서 나의 어려움을  털어 놓고 울었을 때, 나의 이야기를 듣던 그 친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그리곤 이렇게 의미있는 한 마디를 했다." 도움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남을 도울 수 없어, 네가 지금 남의 도움을 거절한다면 나중에 도와주어야 할 사람을 만나도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껄!" 

그 후로 냉정하고 너무나 이성적으로만보였던 그 친구의 표정이 나와 함께 있을 때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내 앞에서 절뚝이는 자세를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느릿느릿 걸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이제 진짜 친구가 되었구나라는 것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성난 멧돼지처럼 몸이 성한 친구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장애아 동식이를 이해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동식이를 다른 친구와 마찬가지로 좋아하고 존중할 만한 점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아이만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다.

같은 반에 있는 장애를 갖은 친구를 이해하고 사랑하자고 따스한 목소리로 가르침을 주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가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반 친구를 단지 내가 물리쳐야할 경쟁자로 밖에 여기지 않는 요즘 세태로 볼 때는 무척 의미있는 시도로 보여진다. 똑똑하고 재능있는 아이는 여기저기 눈에 띄지만 온전하고 아름답게 자라나는,정말 기대되는 인간이 되겠구나싶은 아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멧돼지를 잡아라를 통해 우리의 어린이들이 세상에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내면에 들어있는 인간의 연약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깊은 안목을 가질 수 있기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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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벌군 2
제성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주체적인 역사를 갖고 있는 자랑스런 나라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소설, 그것도 역사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참으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아들이 독서를 열심히 한다고 자랑하는 젊은 엄마들을 보며," 아이가 어떤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나요?" 라고 물으면 정말 뜻밖에도  10억 모으기, 어린이 부자왕 되기 등의 경제서를 읽는다나!

 

이런 시대에 돈벌이를 위한 책이 아닌 역사소설을 집어든 다는 것은 어찌보면

위험천만하고 한가롭기 짝이 없는 한량들이나 할 법한 일로 취급당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 속 빈곤을 느낀다면, 소유가 적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가난이 자신을 슬프게 한다면 2권 짜리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유는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치욕의 근대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고려시대로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해보면 전혀 다른 시각에서,

어쩌면 이것이 바른 역사라는 생각까지 드는 정말 가슴 설레는 정복전쟁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상국으로서 대접받던 그 수 많은 시간들을

다시 찾아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의미가 있고 더 나아가 생생한 전투장면들,

픽션이라 하지만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치밀한 인물묘사까지 곁들여 있는 빠른 스토리전개를 읽다보면 눈이 아프도록 재미가 있다.

  

제성욱이란 작가에 대해 처음 만나게 된 이 소설을 통해 다수가 인정하는 것만을 옳다고 좇아가는 대신 비틀린 역사적 진실을 찾아 나서는 주체적이고 용기있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말로만 독도는 우리땅이라 외치지 말고 국회도서관이든 어느 도서관을 뒤져서라도 우리와 일본간의 바른 역사적 사실을 하나 더 찾아내는 것이 애국의 길이란 생각이 든다 .

 
어느 나라이건 역사의 굴곡은 분명히 있다. 흥망성쇄란 파동의 주기같아서 늘 반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주기의 변동이란 있을 수 없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얼마나 큰 오류인가를 일깨워 준 책이다. 

 

비록 70년대 박정희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월남파병은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따라가는 형편의 군대를 파견한 것이지만 고려와 몽고는 동등한 위치에서 합동전쟁을 치렀다는 것은 너무나 반가운 역사적 해석이다. 좀 더 뒷받침할 만한 역사적 사실들을 찾아내어 이렇게 바른 역사를 나의 자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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