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조간신문에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해마다 여러 문학상 수상자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상문학상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기보다는 가히 '천재'적 문학성을 갖춘 사람에게 돌아가는 상이라 생각하기에 정말 궁금했다. 그의 문학적 재능이 궁금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녀가 이제 33세 살의 아주 젊은 나이라는 점이었는데 예전에 최연소 수상자가 45세 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자에게 돌아가는 3500여 만원의 상금의 액수가 오히려 적은 편이라 생각될 정도로 '이상'이란 이름이 갖는 명예와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그 이유가 바로 이상의 작품 속에 나오는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에 무척이나 난해한 개념들, 그리고 어느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시어와 같은 창조적 언어들 때문이다. 표현력이 뛰어난 작가들은 여럿 보았지만 이상은 27세에 생을 마감하며서 그 짧은 생애 속에 남긴 작품들이 하나같이 독창적이면서도 해괴망칙스럽기도 하고 자유로우면서 상상 속의 일들을 글로 그려내듯 하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며 따라가는 것조차도 버거울 정도인 것이다.

 

중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이상의 '날개'를 배운 이후 최근 우리집에 무리해서 70권에 이르는 한국문학전집을 들여 놓았다. 가족들의 빗발치는 반대와 한숨섞인 불만에도 나는 근현대사를 살아 온 나와 같은 땅에서 태어나 자라며 생활해 온 그 선배들의 이야기를 밤마다 펼쳐보는 즐거움을 끊을 수가 없다. 하지만 70여 권이나 되는 문학집에도 작가마다 단 1편의 대표작을 실어 주니 이상의 작품은 한 권으로 편집된 것을 원했고 그래서 찾게 된 것이 단편들과 장편을 모아 한 권에 수록한 민음사의 <이상 소설 전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주회시'를 펼쳐 보았을 때이다.

잡지광고도 아닌 것이  온통 검은 한글로 도배가 되다시피한 그 페이지들을 대했을 때의 나는 숨이 콱 막혀 질식할 것 같기도 하고 토할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그런 막막한 현실을 이렇게 띄어쓰기 없는,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젊은이로서 지금 2012년을 넘어 2013년 새해에 들어와서도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이 땅의 수 백만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에 있어서도 매우 앞 서 있다.

 

이상이 살던 그 시대 (1910년-1937년)이 2010년 대의 현재 이 땅에서 숨이 콱 막히는 절망을 토로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것과 같다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사회인식에 대한 통찰에 대해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웃음이 아니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실화'편이다.

이상을 과격한 , 엉뚱한 천재 작가라는 울타리에 가두어 넣고 보니 20대 젊은 남자였다는 점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실화를 읽으면서 그도 역시 이성을 그리워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지극히 '정상적인 젊은 남자' 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이다.

 

사랑하는 여인 연과 연의 남자, 그리고 이상 이렇게 셋의 삼각관계의 구도를 설정한 것을 보면서 그리고 다소 여성에 대해 가볍고 싫증이 나는 것으로 표현은 했지만 그가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성과의 관계에 대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탐색을 했던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정상적인 20대 청년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작품들 속에 나타난 너무나 어둡고 칙칙하면서 암울한 모습 간간히 그의 생애 가운데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탐색했던 것들에 대해서까지 알게 되니 문학이란 작가와 작가가 살던 시대를 제대로 알아야지만 그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 제대로 된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민음사의 책들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는데 요즘처럼 광택표지에 띠지까지 색깔별도 맞추어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세상에서도 책의 구성이나 편집, 눈에 피로감을 덜 주는 활자의 선택 등 읽는 이의 본질적인 편의를 가장 크게 여기며 신경을 써 서 펴내기 때문에 잠시 다른 출판사의 책들에 눈길을 주다가도 카운터에 들고 가는 마지막 책은 민음사의 것이다.아울러 책값이란 것이 책이 나이를 먹으면 더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스테이디셀러가 되면 3년 전에 비해 몇 천원 이상은 거뜬히 올라가 있으니 정말 속이 상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민음사의 책은 그래도 가격변동이 덜 한 것 같아 맘에 든다.

 

책을 외식하듯 특별한 때만, 필요에 따라 읽는 사람에게는 몰라도 책을 밥처럼, 가정식백반처럼 매일의 에너지원으로 읽는 이에겐 책표지의 세련됨보다는 책 구성의 단단함에 훨씬 끌린다. 앞으로는 책을 외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보다는 책을 밥처럼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펴내주는 그런 출판계가 되어 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그래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편안한 마음에서 책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로시 2013-01-3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상의 글이 시대배경과 함께 제대로 읽혀졌던 유일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