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wland (Mass Market Paperback)
Alfred A. Knopf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The Lowland>

Jhumpa Lahiri 지음 | Vintage Books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소설이다. 굳이 익숙하지도 않은 영문 소설을 손에 넣은 것은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공계 출신으로 줄곧 기술서 같은 책만 읽어오던 나에게 영문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언젠가는 읽어보겠지하는 생각만 하던 차에 읽게 나의 번째 시도였다. 어휘도 문제였지만,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읽을 있을까하는 마음과 호기심이 발동했더랬다. 읽고 나서 줌파 라히리의 문장들에 대한 인상을 떠올려보자면, 우선 그녀의 문장은 상당히 (정성이 깃들어) 계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문장이 매우 간결하고 리듬감이 느껴진다는 의미에서다. 모든 문장이 그러하진 않겠지만, 소설읽기의 초보자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녀의 글쓰기 실력이 상당하기 때문아닐까. 문장이 길어져 여러 이미지(심상) 혼재되어 나타나는 장면에서 더욱 라히리의 문장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는 같다. 간결한 문장의 나열로 독자가 순간적인 이미지들을 문장을 따라가며 떠올릴 있다는 . 인상적이었다. 모르겠다. 이런 글쓰기 방식이 이미 너무도 흔한 테크닉인지는영문학 문장을 직접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에 아마도 나의 인상은 아직 성숙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줌파 라히리는 인도계 미국인 작가로서 1967 생이므로 현재50세가 되었다. 그녀는 인도 북동부 벵갈지역의 후손이며 런던에서 태어난 2 미국으로 가족이 이민온 것으로 되어 있다. 아마 69 즈음이 것이다. 2015 7월부터 미국 프린스턴 대학 Creative Writing학부 교수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같은 학부에 있는 노벨 문학상 수장자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교수와도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을 것이며, 프린스턴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던 코넬 웨스트 교수(Cornel Ronald West: 철학자, 활동가, 교수) 영향도 받지 않았을까 라히리의 문장을 읽으면서 이들을 떠올렸다. 특히 외국 열강(특히 영국) 벵갈지역의 수탈역사를 언급하며 가난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장면은 코넬 웨스트 교수가 역설하던 세계의 가난에 대한 대담의 모습을 닮아있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지나친 비약은 아닐 같다. 

   소설에 대해 줄거리를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인도 벵갈지역의 가족이 70여년 겪게되는 인생사를 담은 장편소설로서 소설 배경은 제국주의가 마무리되던 시기부터 현대까지를 아우른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와 지역이, 그리고 가족 개인이 겪는 인생의 모순이 그려져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영국의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던 20세기 초반의 영국 특히 벵갈지역의 상황이었다. 벵갈은 인도 동북부의 지역으로서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 끝자락 기슭에 있다고 있을텐데, 국경을 통해 네팔, 중국과 접해있다. 라히리의 묘사를 통해 나는 40 인도 대학생들에게도 종류의 공산주의 지지운동을 알게되었다. 하나는 마르크스-레닌을 지지하는 공산주의자 학생 동맹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 공산당의 노선을 지지하는 마오이스트(모택동 지지자)들의 동맹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충돌, 그리고 외국세력의 권력과 질서유지를 위해 복무하던 공무원(경찰 )들에 대한 폭력적인 테러 행위 등의 배경이 소설에 나오는 가족들이 휘말리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 되는 것이다.

 

   하나 확인하게 인도의 역사는 1940 국가의 벵갈지역 쌀수탈로 인하여 수많은 벵갈지역 주민들이 흉년이 아님에도 굶어죽은 일이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은 인도계 미국인 교수  마두스리 무커지(Madhusree Mukerjee) 교수가 저술한 <Churchill's Secret War: The British Empire and the Ravaging of India During World War II>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고 알고 있다. 물론 나는 읽어보지 않았으나 영국의 수상 처칠이 일본군의 벵갈지역 침입을 우려하여 벵갈지역의 쌀수탈을 지시한 상황, 그리고 불과 1-2 만에300 (추정치) 가까운 벵갈 지역 주민들이 굶어죽게한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는 소개를 기억이 난다. 소설에서는 물론 우리가 위인전에서 많이 보았던 처칠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정치인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평가는 보다 신중하게 다양한 점을 고려해야할 것임은 분명하다.  

   다시 소설로 돌아간다. 책을 힘겹게 읽으면서 줄곧 소설의 제목 The Lowland(저지대) 대해 의미를 되돌아보았다. 줌파 라히리가 묘사하는 저지대는 역사적인 성소가 아니라 소설 주인공 가족이 사는 벵갈 지역 주변의 습지대를 가리킨다. 말그대로 저지대는 우기(몬순) 비가 오면 물이 있던 웅덩이가 전체의 거대한 웅덩이가 되고 습지를 이루어 풍성한 생명을 품는 땅이다. 비가 습지를 뒤덮는 풍성하고 두텁게 덮히는 히야신스 이불은 버려진 땅처럼 보이는 저지대의 축복이다. 또한 저지대는 소설 주인공 수바쉬(Subhash) 우다얀(Udayan) 형제의 놀이터이다. 서로 다른 기질의 형제가 끈끈한 가족의 연결고리로 하나가 되기도 하는 저지대는 소설에 묘사되듯, 개의 웅덩이가 비가오면 하나로 연결되는 곳이기도 하다. 반면 곳은 우다얀의 죽음을 목격하는 장소이자, 형제의 가족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소설의 후반부에 저지대는 개발의 논리에 밀려 새로운 상업타운이 들어서고, 비가오면 웅덩이가 슾지가 되어 생명이 풍성한 땅을 없는 잊혀진 땅이 되어간다. 과거에 곳에서 있었던 형제 가족이 저지대에서 만들었던 추억,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저지대의 변화와 함께 묻혀지고 잊혀지는 운명을 맞는 장소이다. 부분은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볼 너무나 닮은 점이 많고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바로 굴절된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희생되었던 사람들, 묻혀진 역사와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주제넘은 짐작인지 모르겠지만, 소설의 특징으로 눈에 보이는 하나는 소설 인물들의 내면과 생각들을 드러내는 부분이 눈에 띈다. 장마다 주인공 화자가 다르며, 각자의 내면을 저자는 이들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듯 드러낸다. 각자가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과 내면을 해당 주인공에 밀착하여 바라보고 있기도하면서 어느 순간 저자는 이들과 거리를 두기도 한다. 화자의 전환과 거리 설정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우 정성들여 계산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으며, 또한 줌파 라히리의 글쓰기 방식이자 실력이 아닐까. 라히리의 문장은 우리 말로 번역되어 있어도 수월하게 읽혀질 것이다. 다만 작가의 섬세한 문장을 직접 영어로 읽게 부분은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다.

   소설에서 주요 인물로 나오는 형제 수바쉬와 우다얀 모두와 결혼하게 되는 여인 가우리(Gauri) 매우 중요한 존재인 같다. 어떤 면에서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같은 캐릭터 같기도 하면서 내면을 기술하는 점은 서로가 닮아 있는 점도 느껴진다. 우리가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약속 그리고 관습을 벗어나게 되는 인물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잣대를 들이댈 있겠는가. 가우리가 역사의 희생자로서 또는 어떤 점에서는 무언가의 가해자로서 선악이나 무엇이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노년의 가우리가 런던 출장 중에 갑자기 고향 벵갈 지역에 가서 자살충동을 느끼며 난간에 기대었을 드러나는 내면의 독백이 안나 카레니나가 열차에 뛰어 들기 위해 역으로 가는 도중 마음 속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생각의 혼재 양상이 너무도 닮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부분은 소설의 말미에 우다얀이 총살당하기 직전 소설 화자가 우다얀이 되어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부분에도 해당된다.  

   소설은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임에도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저자의 가족이 경험했을 법한 인도 현대사의 굴곡과 잔해는 나의 가족이 경험했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더욱 강한 인상과 느낌을 남기고 있다. 인도 벵갈지역의 저지대는 이제 개발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휩쓸려 사라지고 없다. 잊혀진 . 망각된 기억과 사람들이다. 비가 오면 생명을 풍성하게 품고 히아신스가 두텁게 덮이는 웅덩이는 이제 사라져버렸다. 줌파 라히리는 역사책을 써서 우리에게 잊지말것을, 그리고 우리를 계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도 근현대사의 줄기 속에서 인도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역사와 이러한 희생의 역사가 있었음을 우리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다. <The Lowland> 강렬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소설 이야기도 작가의 문장도 모두 그러하다. 그리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대상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은 직후의 느낌은 인간으로서의 인생이 덧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하고 심심한 인상이 우리 인생에서 보면, 너무나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강렬한 진실이 아니겠는가.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이 소중한 것임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빨간펜으로 필사해놓은 문장이 있다.

Of the three women in Subhash’s life – his mother, Gauri, Bela – there remained only one. His mother’s mind was now a wilderness. There was no shape to it any longer, no clearing. It had been overtaken, overgrown. She’d been converted permanently by Udayan’s death.”(258)

**우다얀이 저지대에서 총에 맞아 죽는 순간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는다.

For a fraction of a second he heard the explosion tearing through his lungs. A sound like gushing water o r torrent of wind. A sound that belonged to the fixed forces torrent of the world, that then took him out of the world. The silence was pure now. Nothing interfered.”(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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