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되찾은: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금호동 서재지기의 창업과 1년 간의 일기]

 

손에 감기는 아담한 한권을 손에 넣었다. 책의 저자는 서점 주인으로서 소규모 독립출판물 중고도서를 판매하는 서점 루스트의 서재주인장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목에서 영감을 얻은 책의 제목과 서점의 상호는 저자를 닮은 서점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기억으로 거의 20 금호동에 고구마라는 중고서점이 있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차례 교과서나 인문과학서적을 구하곤 했던 서점이었는데, 내가 가본 중고서점 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중고서점이었다. ‘고구마 보유하던 책이 당시에 20 권이 넘었으니까. 요즘 인기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보유하는 수가 평균 3-4 권이라고 ,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 5-6 점에 해당할 만큼 많은 책이 있었다. 당시 고구마 마침 중고서적의 온라인 검색 시스템을 시도했던 곳이었다. 온라인 검색 시스템으로 책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해도, 실제로 책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날씬한 사람만이 지나갈 있었던 책장 사이의 더미들, 복도에 수직으로 쌓인 책을 뒤적뒤적하며 먼지를 털어내고, 마른 기침을 하며 책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이런 헌책방이 많이 사라져서 서점의 오래된 책냄새를 맡을 있는 곳이 많이 남아있지않다. 물론 깨끗한 중고서점이 편하고, 검색도 편하지만 원하는 책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이와 비교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런 고전적인 헌책방에서 책을 구하면 종종 누군가 어느 가을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넣어둔 팔았는지, 마른 나뭇잎이 들어있었다. 누군가 책의 여백 곳에 메모해둔 흔적,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면서 말로하기 멋쩍은 마음을 글로 표현해둔 메모를 년이 지난 타인이 발견하고 미소를 짓게 되는 일은 오랜 헌책방이 아니면 이제는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 것이다.

 

 

 

갑자기 이렇게 오랜 기억을 더듬어본 이유는 90 , 저자도 역시 헌책방 고구마에서 점원으로 책을 정리하며 일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젠가 그와 나는 각자 찾는 책을 찾느라 분주히 서로를 지나쳤을 것이다. 같은 시기에 분명 고구마라는 헌책방에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고구마 이전을 하면서 서점을 관두고 대형 서점에서도 여전히 책과 관련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간의 준비를 마치고, 오래 살던 금호동에 '프루스트의 서재'라는 책방을 열었다는 것이다. 나는 주인장을 처음 보고 고구마 듣는 순간 오래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친구의 안부를 전해 들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2015 1월에 서점 문을 처음 열고 1 간의 일기를 이번 <되찾은:시간> 모아 책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기쓰기를 자신의 안부를 묻는 이라 말한다. 월세를 내고 14,500원의 순이익이 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다음에 많이 팔아야겠네하며 격려해주던 젊은 날의 서점주인을 떠올리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온다. 주인장의 글쓰기는 화려하거나 산만하지 않다. 간결한 표현 속에 정제된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 드러내는 것만 같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그의 글과 마음 씀씀이에 호감이 간다. 저자는 아직 개발이 늦은 동네에 조그마한 책방의 문을 , 오히려 책방의 운영을 걱정해주고, 비가 오면 내놓은 책을 비닐로 덮어주거나, 꽃을 놓아두고 가는 이들을 발견한다. 이런 사람들이 지키는 마을은 마음의 여유야 인간미가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경비원한테 막말을 하고, 심지어 자살로 까지 몰아간 강남의 어느 동네를 떠올려보면 아직 이러한 마음씀씀이가 있는 동네가 남아있다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동네에 조그마한 책방을 열고 생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저자의 고민들이 진솔하게 책에 담겨있다. 저자는 2015 서점을 열기 , 그리고 열고 1 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자신이 뛰어든 서점의 가치,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왔을 것이다. 자신이 준비한 '프루스트의 서재' 존재이유를 주인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

 

 

나는 헌책과 새책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잊혀지거나 잊혀질 생각과 기록의 가치를 다루는 것이다. 점이 중고책과 독립 출판물이 공존하는 프루스트의서재 존재 이유다.”(63)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견지해나가려는 저자의 노력과 다짐을 느낄 있었다.

 

 

 

<되찾은:시간>에는 서재 주인이 지난 2015 1 침묵 속에서 남겨둔 기록을 보여주고있다. 단편들이긴 하지만, 일관된 저자만의 생각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을 매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들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 공간이 되어가는 같아 다행한 마음이 든다. 나라의 인구 절반 가까이가 대도시에 모여살며 파편화되어가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우리는 원래 서로 잇닿아 있는존재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일을 이런 공간과 사람들이 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서로의 연대 재확인하는 일이 앞으로 필요한 일이며 과제가 같다. 서울의 서쪽 신촌, 홍대 주변에서 이러한 작은 서점이나 공방이 모여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면, 금호동과 같은 서울의 동편에 프루스트의서재 같은 작은 서점들과 공방 등이 새로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덮으며)

저자는 오늘도 자신의 안부를 묻는 일기를 썻을 것이다. 말주변은 없을지 몰라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좋아한다는 그의 나직하고 정제된 문장을 떠올려보며, 저자의 서재가 운영되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덮으니 표지에 그의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닮은 정제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책은 사람을 이어준다.

 

 

결국 책이란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사물이므로 사람을 이어주는 책이야 말로 기능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되찾은:시간> 서점 곳을 알게해준 책뿐만이 아니라, 서재지기와 다른 사람들을 이어줄 것이다. 조만간 주인장의 안부를 물으러(사실 그가 내려주는 커피 얻어마시러) ‘프루스트의 서재 다시 들러볼 예정이다.

 

 

 

 

 

 

 

"나는 헌책과 새책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잊혀지거나 잊혀질 생각과 기록의 가치를 다루는 것이다. 이 점이 중고책과 독립 출판물이 공존하는 ‘프루스트의서재’의 존재 이유다."(63면)

"책은 사람을 이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