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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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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원제: The Faraway Nearby)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지음 | 김현우 옮김 | 반비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위대한 인물도, 유명한 인물도 아닌 바로 평범한 독자의 이야기를 물으며 자신의 이야기부터 풀어나간다. 우리의 삶은 숱한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탄생은 부모님의 선택에 의해 비롯되었으며, 우리가 성장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 리베카 솔닛의 책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저자의 다른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많이 들었지만, 왠지 뜨끔 마음에 아직까지 읽어보지는 못하였다. <멀고도 가까운> 무척이나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특히나 저자 자신을 있게한 어머니와의 관계와 기억이 책의 중심구조를 이룬다. 저자 리베카 솔닛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지만, 무엇보다도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을 있다. 저자 소개에 의하면 리베카 솔닛은 역사가이기도 하고, 예술평론 문화 비평을 비롯하여 환경, 반핵, 인권운동에 직접 나서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저서들로 전미도서비평가상을 받기도 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게 된다. 이처럼 다재다능하고 완전해보이는 저자가 책에서는 자신을 흔들던 인생의 가운데에서 솔직하게 보여주는 삶의 모습에 읽는 내내 공감하게 되었다.    

       우선 목차를 보면 매우 특이한 점을 (누구라도) 알아낼 있다. 불길한 느낌을 주는 13개의 () 일곱 장인 매듭 중심으로 정확히 뒤로 거울대칭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거울의 구조적인 면이 하나의 상징으로서 작용하고 있는 듯한 책은 다른 편으로는 자신과 어머니와의 관계, 추억 등을 회상하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나 어머니의 아들들, 어머니에게는 한없이 자랑스럽고 긍지의 대상이 되었던 아들들과는 다른 반응을 자신에게 보이던 어머니와의 애증어린 관계가 끊임없이 묻어나고 있다. 저자는 어머니의 로서 시기와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저자의 키와 금발머리를 결핍했던 어머니의 시기와 분노는 평생 저자를 괴롭혀왔다고 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갖는 일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달리 아버지가 아들에게 갖는 일종의 경쟁심과도 같은 것일까. 리베카 솔닛과 그녀의 어머니의 관계는 내가 흔히 주변에서 보는 평생 친구 같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와 너무나 다르고 생소한 관계여서 놀라웠다. 특히 저자가 뜯어지는 같다라고 표현한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의 증후의 변화와 삶의 모습은 비슷한 환자들에 대한 수많은 병례사를 썼던 올리버 색스의 환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뇌의 부위의 손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인간은 매일, 매주 저자의 말대로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기억이 점점 사라져가는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되어가는 과정. 그렇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유럽의 철학자들이 바라본 대로 일종의 기계 뿐일까.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런 질문들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살구나무에서 따온 살구 100파운드는 어머니의 분신이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고,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남겨준 물질적인 유산과 다른 소박하고 무심한 유산이었다. 살구가 집안에 들어 부터 물러지고 썪어들어가기 시작하는 상황은 자신의 삶을 매일같이 보듬고 보살펴야 함을 내게 상징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매주 다른 사람, 다른 인격으로 변해가는 어머니가 마치 아이가 되어가며 보살펴야할 대상이 되어가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의 삶을 매일 그렇게 살구를 솎아내듯 가꾸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그러고보니 책의 제목 멀고도 가까운’, 원제로 <The Faraway Nearby> 어떤 맥락에서 씌여진 것인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책의 중반에 이르러서야 단서를 찾을 있었는데, 조지아 오키프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에 넣곤 했던 인사말 표현이라고 한다. ‘멀고도 가까운 에서 보내는 편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지만, 편지를 통해, 글쓰기를 통해 누군가와,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잇닿아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표현이었다. 저자는 책의 군데군데 그녀가 읽은 책에 대해, 그리고 글쓰기에 관해 언급한다. 저자는 읽기와 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읽기와 쓰기의 고독이 지닌 깊이가 나를 반대편에서,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게 했다.”(101)  읽기와 쓰기는 고독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해도, 읽는 책의 저자와 , 그리고 나와 미래의 독자와의 연대의 행위라는 것이다. 읽기와 쓰기를 통해 어떤 과정이든 타인에게 공감하게 된다면 이는 자아의 확대를 경험하는 이라고 리베카 솔닛은 말하고 있다. 아주 공감이 되는 말이다. 문학이든 사회문제를 다룬 책이든, 사람과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선행되면, 우리는 대상에 공감할 있고, 그것이 우리가 지니고 있던 보이지 않는 어떤 경계가 확장되는 경험이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것이다. 한편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은 글쓰기를 통해 가능하고, 글쓰기를 거울삼아 자신을 되돌아 보게된다. 거울 대칭적인 책의 구조와 글쓰기를 통해 리베카 솔닛은 어머니와의 애증어린 관계를 되돌아보고, 추억하고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와 자신을 삶을 보듬고 보살피게 된다.  책의 제목인 멀고도 가까운(Faraway Nearby)’ 어머니와의 오랜 애증섞인 심리적 거리를 상징하는 표현일 수도 있다.

       우리가 축복을 받든 저주를 받든 아니면 다를 받든, 모든 일은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선택을 끝까지 쫓다 보면 지금 바로 순간 우리의 삶이란 매우 희귀한 것임을 알게 된다.”(107) 나는 대목을 읽으며 내가 언젠가 어떤 장소에서 순간 강렬하게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릴 있었다. 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장의 가운데에 섰던 순간, 나는 리베카 솔닛이 언급한 말이 전달하는 감정을 느낄 있었다. 수많은 선택 속에서 어느 특정한 장소에,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은 삶의 희박한 기적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란 단순히 기계일 뿐일까라는 다소 암울한 의문을 지니고 있던 나로서는 우리 자체에 대한 존엄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전반을 통해 저자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죽음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다시 말하면 책의 전반을 통해 죽음 이미지가 숨어있다고 말할 있다. 극심한 추위에 갇혀, 남편과 자신의 아이 셋의 사체를 먹어야 했던 어느 이누이트 원주민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면서도, 많은 의문과 생각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저자는 우리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는 어떤 방식으로 식인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날마다 타인으로부터 정신을 갉아먹고 있는 상징적인 식인자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책의 시작도 결국 알츠하이머를 앓던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삶의 무상함, 유한성을 재인식한다.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들은 아주 희미하고, 예측할 없다. 때문에 우리는 가까스로 탄생한다.”(106)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희귀한 것이며, 절대적으로 일어나는 죽음 대척점에 있다는 인식. 아울러 죽은 인간의 사체 부위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이야기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삶과 죽음의 문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탄생시킨 메리 셸리 개인의 인생사 또한 남편과 아이의 죽음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이처럼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매우 가까이 있다는 인식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있음을 나는 책을 통해 깨달았다.

       <멀고도 가까운> 저자 자신의 솔직한 삶과 독서, 글쓰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에세이이다. 가지 기억나는 일화는 젊은 시절 그랜드 캐년의 계곡에서 보트를 타는 타지못한 일화와 20년이 지나고나서야 다시 보트를 타게 일화이다. "그동안 애가 했던 일들이 결국은 모두 고무보트에 몸을 싣는 사람이 되기 위해 했던 일처럼 느껴진다."(366)라고 말하고 있듯이, 책을 통해 저자는 삶을 배우고 변화되어온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과정은 저자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내면에서 젊은 시절 스스로 내면화한 부모님의 모습을 찾아내고, 어머니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인간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젊은 시절 저자의 모습은 바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알면서도 지나치고, 후회하는 우리의 삶의 모습 그대로이다. 우리의 어께에 내려앉은 사회적 의무 나의 욕망과의 경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수도 있다.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원칙은 심오한 것이 아니다.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라는 . 우리는 무한에 가까운 고민들을 하며 선택을 하게되는데 리베카 솔닛의 충고를 떠올려봄직하다.

     마지막으로 감사의 에서 리베카 솔닛은 <멀고도 가까운> 대해 쉽지 않았던 시절에 오히려 삶이 풍성해졌던 과정에 대한 기록이라고 쓰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에서 비롯되어 어머니와의 애증과 상처가 점철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글쓰기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으며 어머니와의 화해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후회는 이야기를 하려는 욕망이다."(35면)

- 여기서 ‘후회’는 일종의 ‘회한’이 섞인 감정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스페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40년 이상 품고 있던 전쟁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어하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신체적 특징만큼이나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했다."(46면)

책읽기/쓰기에 관하여

"가끔 재능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작가는 작가이기 전에 독자이며, 책 속에서, 책을 가로지르며 살아간다."(96면)

(100-101면)글쓰기에 관해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혹은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나는 침묵에서 시작했다. 읽을 때만큼 조용하게 글을 썼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조금씩 읽었다. ... 아는 침묵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엔 긴 여정을 거쳐 아주 멀리서도 들리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아무도 아닌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고 청중 앞에서 낭독할 때라도 여전히 부재하며 사라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 (115면)

#공감,감정이입, 연대에 관하여

"내 안에서 나와 세상을 향해 뻗어 있는 신경처럼 감정이입, 연대, 지지 같은 것이 자아를 신체의 경계 너머로 확장해 준다."(218면)

"감정이입이란 자신의 테두리 밖으로 살짝 나와서 여행하는 일,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286면)

"그동안 애가 했던 일들이 결국은 모두 그 고무보트에 몸을 싣는 사람이 되기 위해 했던 일처럼 느껴진다." (366면)

"우리는 슬픔을 먹고 살고, 이야기를 먹고 산다. 그 이야기가 열어주는 널찍한 공간에서 우리는 한계를 넘어 상상력을 여행한다. 이야기가 우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우리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자아의 가능성을 넓혀 보라고 재촉한다. 남동생이 종이 박스 세 개에 담아온 살구 더미, 그것도 눈물이었을까. 이 책도 눈물일까. 누가 당신의 눈물을 마시는 걸까. 누가 당신의 날개를 가지고, 누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걸까."(3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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