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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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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사회 無業社會>

구도 게이 & 니시다 료스케 지음 | 곽유나, 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한 회사의 여러 자리를 지원한 것을 포함하여 200군데 넘는 곳에 지원했으나 면접은 10군데 정도 봄. 대부분은 연락도 없이 낙방. 겨우 한 군데 취직하여 1년 남짓 일하고 관둔 후 1년 정도 히키코모리 생활 경험 있음.

 

   눈치 챈 분도 계시겠지만 이 보잘것 없는 구직 이력은 바로 나의 것이다. 그렇다. 한 때 나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은둔형 인사였다. 심각한 외톨이는 아니었으나 친구를 보는 것마저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부담으로 다가왔던 적이 있다. 따라서 히키코모리, 니트족,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어떤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는지, 그 느낌이 무엇인지 나는 어느 정도 알고있다. <무업사회>를 읽으며 나는 나의 가까운 과거의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나의 모습들을 또한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예는 어느 정도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으며, 따라서 내 경험이 곧 나만의 것이 아님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명으로,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소다테아게넷(길러내는 네트워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구도 게이와 젊은 사회학자 니시다 료스케이다. 이들은 청년의 취업을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사회학적 접근 방식으로 여러 가지 통계적 자료를 통해 사회에 드러난는 현상들을 이해하고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한 사람은 현장에서 직접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나간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실제적인 자료를 통해 현상에대한 보편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은 서로가 아주 적절한 보완 관계를 이루고 있다. 한 사람은 구체적인 사례, 실제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에 초점을 맞추며, 통계적인 자료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보완하며, 다른 한 사람은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객관화된 시각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들은 2010년대의 일본사회가 무업사회라고 규정한다. 이들이 정의하는 무업사회란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 또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의 무식 상태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이제는 내가 어렸을 때 접했던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에 수긍이 가는 사회가 아닌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교훈은 이제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노력하면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사회는 일본이 패전 후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의 이야기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제는 잃어버린 10, 잃어버린 20이란 말처럼 일본의 장기 침체기로 그 회복을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에대한 강한 회의감과 피해의식이 팽배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경제 가치가 도입되고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이 시점에서는 이러한 무업 상태에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논리로 포장되고 비판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이 무업사회의 현상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끄럼틀 사회, 도미노 현상과 같이 한 번 추락하면 멈출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은 단순히 어느 개인의 게으름에 기인하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큰 전체의 문제, 구조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의 핵가족화, 가족해체, 나아가 개개인으로의 원자화 현상과 함께 더욱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어버리는 구조에 기인한다.

 

   서경식 교수가 흔히 쓰는 표현대로라면 나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노동 시장의 외부로 밀려나 유동하는 이들을 새로운 형태의 디아스포라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현상은 이미 전 지구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주도하는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개인들은 다시 이 노동시장 카르텔에 진입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상당수가 결국 사회에서 탈락하게 된다. 곧 이들은 한 사회 내에서 정당한 시민권을 가지고 한 국가의 정당한 국민임에도 보이지 않는 무한 경쟁의 전장(battle field)에서 밀려나 유동하는 인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유동하는  난민들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기반한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개개인이 직장을 잃고 고립이 되기 쉬운 무업사회는 인간관계마저 파괴한다. 책에 언급된 실제 사례를 보면 상당수가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일단 취직이 어려워지면 경제적인 사정도 안좋아지게되고, 그러면 결국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지게 된다. 사실 이런 경우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이 곁에서 말없이 도와주고 지원해주고 할 수 있는 운이 좋은 경우에만 해당할 것이다. 내가 힘든 상황일 때 곁에서 격려와 실질적인 도움을 줄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당장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일단 집 밖을 나간다는 것은 차비 및 식비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친한 친구라도 만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것마저 부담이 된다면 결국 한 무업 청년이 머물게 될 곳은 대부분 가정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무업사회>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상당 기간을 집에서, 자신의 방에서 고립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집 밖을 나간다면 주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나는 나스스로 고립이 되지 않기 위하여 아침마다 헌책방을 다니며 구경하고 앉아서 책을 읽곤 하였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 마련하는 무료 강연회에 나가기도 하면서 나 스스로를 지켜나가도록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가족들의 지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경우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기본적인 인간 관계마저 어긋나게 마련이다. 나아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자신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기도 하는 등 자존감마저 잃기가 쉽다. 결국 장황하게 이야기 했으나 무업사회라는 현상의 기저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으며 언론과 미디어에서 표명하기도 하듯 게으른 청년들로 치부하고 비난하기 보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청년들을 품어주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저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무업사회>는 일본 사람에의해 일본 사회의 모습들에 기반하여 지어진 책이지만 우리가 이 책을 들여다 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조금 먼저 경험한 것들이 많이 있다. 곧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면, 가까운 미래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일본형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들의 특징들은 곧 우리 사회가 많이 닮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주로 대기업 위주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일본은 신규졸업자의 일괄적인 채용, 종신 고용(평생 직장), 연공서열형 임금(직장 내 호봉) 등의 모습을 최근까지도 유지하였으며, 이는 가까운 과거가 간직하던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본형 시스템은 점점 급변하는 세계화의 추세로 요구되는 변화와 충돌이 일어나고 있으며, 기존의 가치들은 이미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새로운 형태의 구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일본 사회에서 저출산/고령화가 일찍부터 예견되었으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개혁을 미루어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이미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으므로 서둘러서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실정이다.

 

   <무업사회>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는 무업사회의 개념과 현상에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청년 무업자들에 대한 언론과 미디어의 오해를 언급하며 청년 무업자를 지원하는 일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리고나서 청년 무업자 문제의 구조적 조건과 역사적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 구도 게이가 설립한 소다테아게넷과 같은 NPO의 역할에 대해 정리하면서 1부를 마무리하고 있다. 청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첫 째,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 어서 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며, 둘 째, 오로지 현장에서 축적이 가능한 작은 데이터들을 지속적으로 축적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러한 데이터들은 여러 종류의 가치로 변모될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코 시스템을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 곧 해결하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생태계(에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알리는 일의 중요성도 잊지 않는다. 이는 사회의 청년 무업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도록 하는데 중요한 일일 것이다. <무업사회> 1부가 대략 이런 이론적이고 원리적인 내용을 여러 통계적인 자료와 함께 담겨 있다면, 2부에서는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실제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경험해 본 6명의 사연을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1부에서 저자는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2부에서는 실제로 짧게는 6개월 정도에서 길게는 15년 정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청년들의 사례가 나온다. 6명의 청년들의 경험으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점은 모두 일하기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작할 수 있는 계기와 적절한 기회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인지는 몰라도 인간 관계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상당한 부담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직장 내에서 경험한 부정적인 대인관계의 기억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동료, 상사, 후배 등에 대한 작은 배려가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아울러 청년 무업자들에게는 다시 일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잡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손님 뿐 아니라 동료에 대한 배려를 현장에서 배워나가는 과정에 주목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좋은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진 취업 서비스 프로그램이 명목상의 무미 건조한 지원 사항을 열거하는 일보다도 인간으로서 심리적인 고민과 일할 수 있도록 의미를 찾아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청년 무업자들은 자신들이 존중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잘 말해주고 있다. 신뢰를 받는 다는 것의 기쁨, 감사와 기쁨을 느끼는 경험들이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잡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일을 경험하며 작은 성취를 쌓아가고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나자신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본적이 없다. 다만 상당수는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성취를 해내는 양상이 사람마다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에대한 지식이나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요소는 사람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심리적 요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서 어떤 대상에 대한 태도나 자세는 분명히 이러한 내적 요인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례에 등장하는 6명의 청년들은 자신감을 쌓아나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자존감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함을 말해준다. 자신에 대한 긍정이 곧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 과정인 것이다. 더욱 주목해보게 되는 것은 상당수의 히키코모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일하고 싶다라는 열망보다도 현재의 상태로부터 변하고 싶다라는 심정이 더 본질적이고 강하다는 점이었다. 어느 청년이 내가 사는 이유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일한다는 것의 근본적인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살아가는 이유. 좀더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아우슈비츠 집단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가 경험했던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를 견디게 해준 것은 살아야할 의미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은 분명 기계가 아니므로 혹은 기계처럼 느껴질 때가 있음에도 사람은 그 이상의 창발적인 생명현상을 가지는 존재이다. 이 부분은 청년 취업 서비스 혹은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고려해야할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커리어 상담과 교육을 주로 관여하고 있는 마츠오 사아키 교수와 함께 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게 되는 두 가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과 부모의 경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각자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6명의 청년들을 통해 보아도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돌이켜보아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일과 관련하여 나 자신의 진실한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겠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에대해 안다는 것은 아마도 인류가 이성적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쭉 지속되고있는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마츠오 교수는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대화하면서 부모의 청년 시절의 경험과 커리어 결정을 어떻게 했는지 자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부분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모로부터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방법이 아니다. 6명의 청년들로부터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게 되면 사실상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도 어울리는 일에 부담을 느끼게되고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나아가 자신의 방에서 보내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친구로부터도 고립되는 경우가 흔하게 된다. 이럴때 부모는 가장 가까운 조력자이자 멘토가 될 수 있는데, 이런 여건마저 없는 청년들에게는 (특히 핵가족화, 가족의 해체를 많이 겪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회마저 얻기 힘들므로 이는 청년 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고려해봐야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청년들이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곧 하나의 납세자로서 의무를 다하며 사회를 지탱하고, 소비자로서 경제를 움직이며 지역사회를 짊어진 청년이 우리 사회에 한 사람 더 늘었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되짚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납세자로서 사회 구성원이 한 사람 더 늘었다는 것 이상의 가치가 청년 취업 프로그램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人間)이라는 개념적인 단어가 의미하듯, 사람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이 단어에는 사회학적 의미에서의 인간이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한 청년이 사회의 한 몫을 담당한다는 것은 곧 이들이 맺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작게는 가족들에게) 보다 중요하고 큰 사회적 파급효과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에 주목하게된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나는 스스로 고립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노력을 한 셈인데, 우선 나는 나자신을 비하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자세를 견지했기에 고립된 기간 동안 나 자신에대해 존중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무업사회>를 읽으면서 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볼 수 있었으며, 내가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아가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끝으로 내가 고립된 생활을 할 때 큰 힘이되었던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 하겠다.

 

   어떤 사물의 속성이 고귀할수록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여기 있는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모두 실패한 자들이 아닌가?

   용기를 내라. 그게 어쨌단 말인가! 아직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한가! 사람들이 웃지 않을 수 없도록 그대 자신을 비웃는 법을 배워라!

   그대들이 실패했고 아직 반밖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그게 뭐가 이상한가. 그대들 반쯤 부서진 자들이여! 그대들 속에서 서로 밀치며 부딪치지 않는가 인간의 미래가!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펭귄 클래식, 442)

 

 

 

(첨언)

<무업사회>에는 꽤 많은 자료들이 그래프의 형태로 나오고 있는데 불편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예를 들면 연령대별로 데이터를 표시한 자료에서 연령대의 구별이 흑백의 명암으로만 나와있어서 여러 대상들을 한 눈에 쉽게 알아보기 힘들었다. 명암 뿐 아니라 무늬 같은 것을 추가하여 눈으로 보다 쉽게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이 책은 주로 청년 무업자(주로 15-39)를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아마도 저자가 청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에 저자가 경험한 사항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주제가 한정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업사회를 언급하면서 청년 무업자의 증가, 장기화로인한 이들 세대의 고령화는 곧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연령을 한정하는 일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저자들은 인정하고 언급하면서도 이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업 사회의 본질적은 특징 중의 하나가 누구나 무업상태가 될 수 있다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장년층, 노년층의 무업 상황도 다루었으면 더 온전한 보고서가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책의 제목이 청년 무업 사회라 되어야하지 않았을까. 물론 연령대를 폭넓게 고려했다면 아마도 세대별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책의 분량이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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