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26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 모두 언젠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삶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리라.
30분 후에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삶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하루의 일과와 같다.
생각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를 가장 자유롭게 하는 것은 죽음이다.
죽어가는 사람의 행동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러니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108-109면) ‘살면서 죽음을 기억하라’
타오르는 촛불이 초를 녹이듯
우리 영혼의 삶은 육체를
스러지게 한다.
육체가 영혼의 불꽃에
완전히 타버리면 죽음이
찾아온다.
삶이 선하다면 죽음 역시
선하다.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와 세상, 우리와 시간
사이의 연결을 끊어놓는다.
죽음 앞에서
미래에 대한 질문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조만간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찾아오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잠잘 준비, 겨울 날
준비는 하면서
죽을 준비를 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올바로 살지 못하여
삶의 법을 깨뜨린 사람만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살면서 죽음을 기억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삶은 진지하고
즐거우리라.
- 생의 말년에
죽음에 임박했던 톨스토이가 남긴 진실한 지혜들의 모음인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글 두 꼭지를 모았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을
처음 본 날 학교 복도에 있던 선배들의 학창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하던 말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곧,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이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주문은 젊은 날의 방종을 눈감아주는 명분이 되지 않지만 우리가 현재를
살 수 있도록 깨어있게해준다. 장석주 시인은 ‘죽음은 삶의 순간들을 빛나게 만들며, 죽음을 기억하는 일은 삶을 썩지 않게 만드는 천연 방부제다’라고 말했다(<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59면).
죽음은 우리의 삶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는 일은 모든 예술의
출발점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예술 활동이란 결국 예술가가 ‘진실로 자신이 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과정인
까닭이다. 곧 모든 가식과 거짓이 배제된 순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오늘 내가 더 진지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 존재’임을 기억하고 자각을 하면 된다고 톨스토이는 충고하고 있다. 죽음이 우리를
가장 자유롭게 해준다는 말을 곱씹어본다.
전호근 선생의 <한국철학사>(746면)에 보면 다석(多夕) 유영모 선생을 소개하는 장이 나온다. 일본 무교회주의 신학자 우치무라 간조 아래서 함석헌 선생과
함께 공부한 적이 있는 유영모 선생은 20대 초반에 톨스토이의 저작을 읽고 큰 영향을 받은 정황이 보인다.
톨스토이가 만년에 스스로의 삶을 마무리짓기위해 가출하여 10일 만에 어느 기차 역에서
삶을 마감한 것처럼, 유영모 선생도 1977년 87세가 되던 해 6월에 가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사흘 만에 순경에게 업혀서 집으로 돌아오긴 했으나,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듯이, 스콧 니어링의 경우 100세가 되던 해에 스스로 곡기를 끊고 굶어 죽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의 ‘죽음’은 자신의 의지대로, 존엄을 지닌 채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가버렸다.
현대 사회는 사람의 ‘죽음’을 기피하게
되었다.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숭고한 권리를 빼앗아가버렸다. 현대인은 고가의 장비에 둘러싸여 생명을 연장하며 집이
아닌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게되었다. 삶의 유한성, 곧 일회성은 영원히
반복되는 비애감의 원천이 될 것이나 우리의 고결한 삶을 마무리하고 우리의 인생을 완성시키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죽을 것임을 기억함으로써 ‘지금 여기’ 나의 삶은 더욱 충만해진다. 오늘은 나를 더 겸손해지게끔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