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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대해 우아하게 말하는 방법
장석주 지음 / 프리미엄북스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절망에
대해 우아하게 말하는 방법>은 불혹에 이른 작가가 젊은날의 고뇌를 기록한 산문집이다. 올해 예순에 이른 시인이 20여년 전 써내려간 ‘생에대한 의지’가 담겨있다.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비관적 분위기는 시인의 젊은 날 고독과 고뇌의 흔적이자 강한 삶에의 의지로 느껴졌다. 지금 작가의 사진에 나타나는 편안한 이미지 속의 단단함은 젊은 날의 ‘절망’이란 수분의 과정없이 맺기 힘들었을 열매이다.
장석주 시인의 산문들은 ‘네 삶을 전복시킬 열정을 가져라’,
‘자유로운 정신을 가져라’,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생을 긍정하고 나아가라’라고
소심한 나를 향해 일갈하는 듯하다. 시인은 말한다.
“5월에는 희망이
없다면 절망이라도 해야 한다. 나는 몇날 몇밤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기진맥진할 때까지 매달리고 싶다.
절망이라도 좋다. 그 극한에까지 다가가고 싶다. 그리고 죽은 듯 열흘쯤 깊은 잠에 빠져보고 싶다.”
젊은 날 무언가에 ‘목숨을 걸고’ 도전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실패하고 좌절하여 절망의 나락에
끊없이 떨어져본 경험이 있는가? 치기어린 극한의 경험으로 나 자신을 몰아가본 적이 있었던가?
그런 경험이 없다면 오히려 불행한 젊음일지 모르겠다. 나의 학창시절,
나의 젊은 날을 다시 회상해본다. ‘나는 소심한 인간이다’라고 뒷걸음치듯 내 모습
뒤로 숨어버리던 젊은 날의 내 모습.‘절망’하는 일마져 두려워했던 소심한 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시인의 글은 내면에서 밀어내듯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삶에의 강한 의지을 열망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세계를 관찰하고 사유한다. 마치 젊은 날이 우울하도록 예정되어있던 것마냥 한 치
앞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서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고뇌를, 절망을 시인은 결코 그대로 방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모하게 ‘희망을 가져라’라고 표면적인 충고를 하지 않는다. 니체가 ‘스스로를 극복하기위해 권력에의 의지’를 가지라고 외치는 것처럼
그 ‘절망’을 단단히 붙들고 다시금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예컨대 장석주 시인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말로 그 씨앗을 심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가는 걸 중단해야할 이유는 없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나는 언젠가 이 산문집을 다시 손에 들게 될 것이다. 사회에서 내가 환대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 의기 소침해질 때,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홀든 콜필드가 뉴욕 맨하탄의 거리를 방황하며 끝없는 외로움을 느낄 때처럼 나역시 이 세상에서 나 혼자임을 느낄 때,
나는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올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절망에 대해 우아하게 말하는 방법>은 내가 비관적이 되거나 목적없이 방황하며 고독할 때
‘생에의 의지’를 다시 일깨워주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