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잉글랜드의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
(Christina Rossetti, 1830.12.05–1894.12.29)의 129주기 되는 날이군요.
날짜가 지나기 전에 노트를 남겨봅니다.
화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큰 오빠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가 그린
빨간 머리의 여인들 그림이 유명하지요.
책의 표지로도 많이 사용되는 그림들입니다.
예를 들면 <사랑의 쓸모>라는 책에서 표지로 사용된 그림이
바로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큰오빠인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의 작품입니다.
번역가 김군(@monsieurq7)님이 번역하신
<나는 크리스티나 로세티입니다>에 따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이
이 로세티 남매의 가족사진을 찍었다는 언급이 나와요.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루이스 캐럴이 로세티 집안과 교류만
한 것이 아니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면
이 로세티의 영향으로 보이는 구절이 나온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로세티의 시 [고블린 시장] 의 한 구절에서
“Eat me, drink me, love me."라는 구절이 나와요.
그런데 이 표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Eat me"라는 표현과 “Drink me"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을까요?
일단 로세티의 시 [고블린 시장]이 1862년에 출간되었고
곧바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책은 로세티의 시가 나온지 3년 후인 1865년에 출간 되었습니다.
당시에 로세티의 시가 상당한 인기를 거두었고 루이스 캐럴이 로세티 남매와 개인적으로 교류를 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캐럴이 (아마도?) 로세티의 시 [고블린 시장]을 흥미롭게 읽고 이 문장 혹은 표현들이 마음에 들어 기억해두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후에 루이스 캐럴은 자신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기이한 상황에서 이 표현을 떠올리고 사용했을
것이란 추측을 해봅니다.
요즈음 상식으로는 표절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당시의 통념상 루이스 캐럴이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기억해두었다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짓는 과정에서 짖꿋게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또 이 "love me"란 표현을 정말 웃긴 언어 유희로 변용한 사례는,
우디 앨런의 1979년 영화 <맨해튼>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안개 낀 브루클린 브리지가 배경인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상대 배우인 다이앤 키튼 역에게 이 표현 “love me"을 사용합니다.
사랑을 구걸하면서 "love me"라는 표현이 나오고 곧이어
아마도 ”rub me"와 같은 단어로요.
(그러니까 발음을 살짝 바꾸어 날 사랑해줘, 날 문질러줘? 이런 엉뚱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우디 앨런이 영화에서 “love me, rub me"이런 식의 언어 유희를 사용한 것도, 따지고 보면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유산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어 유희에 능한 우디 앨런은 틀림없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촌철살인같은 낯선 표현들에 매료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로세티의 문화적 유산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오늘은 크리스티나 로세티 타계 129주기였군요.
일기삼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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