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마리아 투마킨 지음
서제인 옮김 [을유문화사] (2023)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는데, 표지와 디자인부터 남다르다. 다섯 개로 구분된 장(chapter)의 제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이런 문구, 혹은 문장을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은가 짐작해본다.
첫 번째 이야기는 청소년 자살을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자살한 이들보다는 당사자를 상실한, 사건 후 남은 자들에게 몰아닥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애도의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는 ‘죽음’이 기피되어버린 사회다. 죽음의 ‘뒤처리’까지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아니라 외주화되어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자살’이라면, 단순한 기피가 아니라 ‘금기어’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자들은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억압받는다. 애도의 장소와 시간, 그리고 애도의 언어는 이들에게 관대하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환경이 황폐해져가고, 나의 삶이 망가져감을 알 때,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을 안고 두 번째 장을 펼친다.
[책 속의 문장들]
“인간의 삶을 이렇게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전성기에는 샐러드의 나날들이 있고, 삶의 끝에는 캐서롤의 나날들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떠나면서 뒤에 남겨 둔 이들에게는 캐서롤 이후의 영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22)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은 것은, 자살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런 태도가, 이런 두려움의 부재가, 너무도 새로워서 금방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날 지경이라는 것이다."(62)
"조앤 디디온은 말한다. ‘애도는 사실 하나의 장소다. 우리 중 누구도 거게 도착할 때까지는 알지 못하는 장소.’"(73)
“멜라니는 자신의 책 서문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썼다. ’우울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하나의 언어다.‘”(80)
#도서협찬 #고통을말하지않는법 #마리아투마킨 #서제인번역가 #을유문화사 #암실문고 #인문 #사회문화 #도서추천
[1] "인간의 삶을 이렇게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전성기에는 샐러드의 나날들이 있고, 삶의 끝에는 캐서롤의 나날들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떠나면서 뒤에 남겨 둔 이들에게는 캐서롤 이후의 영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22)
[2]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은 것은, 자살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런 태도가, 이런 두려움의 부재가, 너무도 새로워서 금방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날 지경이라는 것이다."(62)
[3] "조앤 디디온은 말한다. ‘애도는 사실 하나의 장소다. 우리 중 누구도 거게 도착할 때까지는 알지 못하는 장소.’"(73)
[4] "멜라니는 자신의 책 서문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썼다. ’우울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하나의 언어다.‘"(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