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개정판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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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기술인가를 묻는 뇌공학자의 공학이야기


-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임창환 지음 | [MID] | (2023, 개정판)



 

최근 뇌과학, 인공지능, GPT 등에 관한 소식이 큰 화두다. 생명활동을 하는 존재가 스스로 살아가는 데에는 다양한 수준의 지능이 관여한다. 우리가 의식이라는 명칭을 붙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체내의 신체적·정신적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20%가량을 소모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단 몇 분이라도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곧바로 뇌사에 이르기도 한다. 보다 복잡하게 발달한 생명체들에게는 뇌가 있음으로 해서 움직임을 조절하고 존재가 관여한 사건을 기억함으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간다. 뇌는 생명체에 필수불가결한 기관인 것이다. 이제 연구자들이 뇌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를 이용하고 있는 시대다. 여기에 뇌공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마비를 겪는다고 상상해보자. 나는 상상만 해도 숨이 차고 갑갑한 기분이 든다. 잠수종과 나비의 저자 장 도미니크 보비가 겪은 일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그가 남긴 기록은 바로 당사자의 입장에서 힘겹게 써낸 글이기에 전 세계의 많은 독자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보비는 세계적인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었다. 멋지게 옷을 차려 입을 줄 알고, 문학과 스포츠카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에게 닥친 불운은 그가 뇌일혈로 쓰러진 후 3주가 지나 의식을 회복했을 때, 전신이 마비가 되었던 것이다. 그의 몸은 예기치 않게 감옥이 되었다. 그의 정신은 말을 듣지 않는 육체 속에 영원히 유폐되어 버렸다. 그가 자신의 투병 기간인 15개월 동안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책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한쪽 눈을 깜빡거려 문자를 하나하나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비의 입장을 상상만 해도 아득하고 절망스러운 느낌이 밀려온다. 내가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를 읽으면서 뇌공학이라는 분야를 다시 보게 되었던 것은, 보비와 같은 입장에서 환자가 가족 혹은 다른 사람들과 보다 자유롭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뇌의 활동 혹은 뇌파를 이용하여 뇌와 기계, 혹은 뇌와 컴퓨터 사이의 접속 시스템을 개발하면,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의도를 지닌 생각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방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뇌가 활동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뇌파를 감지하여 활용하여 정신적 타자기와 같은 접속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현실적인 제약은 아직 너무나 많다. 여기서 제약이라 하면 인간을 대상으로 검증을 해야 하는 상황과 이에 따른 윤리적 문제들, 접속 시스템을 거치면서 의사 전달의 속도와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 나아가 실수요를 고려한 경제적 타당성의 문제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자 시도하는 생생한 연구현장의 이야기들을 이야기해준다.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도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장애는 불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저자가 직접 만나본 루게릭 환자들의 꿈이 환자 스스로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글을 남겨보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공감하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저자의 연구실에서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모든 과학기술에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이런 특수한 지식체계가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해서이다. 예컨대 뇌파를 이용한 뇌 접속 인터페이스는 점차 발달하면서 점점 더 많은 개인의 내밀한 생각들과 상호작용을 매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는 개개인의 고유한 상황을 담은, 혹은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이때 한 개인을 규정할 수 있는 이런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 같은 문제는 기계와 인간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지 싶다.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사례는 저자가 소개하는 거짓말탐지 기술이다. 저자는 책에서 거짓말탐기기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 도구로 쓰일 가능성’(153)도 지적하고 있다. 나의 가족이나 애인이 매번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진실이 언제나 좋을 것이라고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경우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언제나 진실을 모두 알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질까? 이런 상상을 해보면 나는 아직 이런 기술에 대해 저항감을 먼저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또 만약 거짓말탐지 기술이 99%의 정확도를 가지고 개개인의 거짓말을 정확히 탐지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이 기술이 하나의 권위로 작용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예를 들어 범죄에 연루된 누군가의 운명이 이 거짓말탐기기의 판독 결과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99%의 진실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해도, 그 또한 1%의 오류로 인해 무고한 누군가의 삶이 파괴될 수 있는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이 주목하고 고민해야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안심인 것은 연구 현장에서 저자와 같은 뇌공학자들은 기술과 더불어 윤리적인 검토와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철학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인식하며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저자의 연구 사례를 보면, 저자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컴퓨터 접속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그룹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기억나는 점은 저자가 고민하는 기술이 경제성이 적어보이는 기술임에도 이 기술이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질문은 뇌공학자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다루는 모든 이의 가슴 속에 우선 필요한 요건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소개하는 신기하고 놀라운 첨단 기술과 더불어 그가 고민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 애정이 함께 갖추어진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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