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우주로 흐른다 - 문명을 이끈 수학과 과학에 관한 21가지 이야기
송용진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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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수학의 대가가 말하는 인류 문명의 정수, 수학의 역할

-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2021)

 


송용진 지음 | [브라이트] | (2021)



 

말들에 누구나 수학이 중요한 분야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은 학창시절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우선 수학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필요하다. 진학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니까. 상급 학교로 진학한 이후에 전공과목이 아닌 이상 수학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좀 더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학의 혜택을 단 한 순간도 받지 않는 순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 손에서 놓지 않는 휴대폰만 해도 수학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사용되는 물리적인 디스플레이나 소자뿐만 아니라, 운영체제와 알고리즘이 수학의 도움 없이 그 기본적인 지식체계가 정리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편리하게 사용하는 GPS같은 기능을 구현하는 데에도 수학은 핵심적인 연장통이 된다.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의 저자 송용진은 위상수학의 대가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영재를 책임져온 교육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는 수학과 과학이 우리 문명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폭넓게 고찰한다. 수학의 역사적 측면만이 아니라 수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성찰이 책의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중심 화두가 되어버린 인공지능분야는 특히 수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저자가 주목하는 수리 자본주의 시대의 핵심이기도 하다.


 

수많은 수학 영재들을 가르쳤던 교육자로서 저자가 제자들에게 수학의 필요성과 수학자의 역할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 인상적이다. 제자들은 어떤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적용할 것인지, 혹은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수학자의 역할이 점점 더 크게 기대된다는 언급도 덧붙인다. 단순히 모델을 기계적으로 실행시키는 작업에서 벗어나 문제점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것은 결국 사람, 특히 수학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결론이었다.


 

이 책은 그 동안 많이 보아온 외국 수학자의 저술이 아니라, 국내 수학자의 저술이기에 우리의 당면 과제와 이슈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의 기초과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견주어볼만한 일본의 근대는 이미 이 시기에 상당한 수학 및 과학의 기반을 갖춘 상태였다는 사실을 지적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일본은 외국의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일본은 이미 세계적인 수학자 과학자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세계 기초과학을 리드하던 유럽 학계에 발을 담고 근대를 준비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안타까운 시간들을 크게 놓친 셈이다. 다행히 수많은 인재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수학이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수학자인 저자로부터 직접 듣게 되니 비로소 실감이 날 정도다. 나아가 최근 나로호와 누리호의 발사 경험까지 갖추게 된 우리가 아닌가.


 

문명이란 단어는 중립적인 인상을 준다. 인간만이 이룰 수 있었던 성취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인류의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되기도 한다. 인류의 운명과 관련지어 저자는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며, 인류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낼 것이다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개인적으로 이 견해에 대해서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저자의 긍정론을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우리의 문명 세계는 현재 수학과 과학에서 필수적인 이성과 합리성을 갖춘 이들이 제시해 놓은 방향을,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인류의 생존을 위해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 계층을 위한 자본 논리가 인류 문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쓸모없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여기에 저자가 주장하는 수학 및 과학의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믿음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학자, 과학자들의 냉철하고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문명의 지속성이 수학자, 과학자들이 마련해 놓은 도구들에 대한 정치적인 활용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구체적인 수학을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학적 사고나 판단력과 분별력은 문명인의 기본적인 소양이 되어야 할 것 이다.


 

결국 저자는 수학의 쓸모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의 수학적 소양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우리 문명의 생존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훈련된 수학적 사고로 합리적이고 올바른 분별과 판단을 내리게 되면, 우리의 운명을 숙고하고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여 생존가능성이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교육자로서 저자의 가르침을 받은 우리나라 수학 영재들이 수학 연구자체뿐 아니라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에도 관심을 가지는 인간적인영재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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