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 읽는 법 사계절 Art Library 2
조용진 지음 / 사계절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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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쓴 조용진 교수는 동양화 전공자로 "동양화 읽는 법"을 먼저 썼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화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다


이주헌이 쓴 것 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교수답게 독자에게 가르치듯 자상하고 교훈적인 서사가 돋보인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림 도판 상태가 너무 작고 (책의 크기가 주는 한계) 그림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그리고, 몇년도 그림이며, 현재 어디에 소장하고 있는가도 그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감상법은 도상학이다


즉, 그림의 소재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고 보자는 것이다


네덜란드 정물화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책을 읽은 후 도상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말 그대로 그림을 느끼는 게 아니라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 위해 숨은 의미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항상 맨발로 그린다


왜? 벗은 발은 겸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물화에 청어가 그려져 있으면 근면을 의미하고, 팔레트와 석고상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미술을 의인화한 것이다


사과를 들고 있는 나신의 여인은 비너스를 상징하고, 또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의인화 한 것이다


 


인상파 이전의 서양 그림들은 이처럼 다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인상파가 혁명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읽는 그림에서 느끼는 그림으로 바뀌었으니까


art란 기술을 의미하여 르네상스나 로코코 시대의 그림을 보면 감탄할 정도로 놀라운 그림 솜씨를 자랑한다


요즘 현대화처럼 저 정도면 나도 그리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도저히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에 화가가 되려면 천재 수준이어야 했다고 한다


단순히 그림 실력만 있어서도 안 되고, 귀족에게 그림을 팔기 위해서는 그림 안에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이 되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난 동양화가 그림에 숨어 있는 뜻을 이해하는 읽는 그림이고, 서양화는 눈에 보이는대로 느끼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해석법은 인상파 이후의 그림에만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 적합한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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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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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티븐 킹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은 아직 안 나오고 그의 이력서만 열심히 읽었다


내가 그에 관해 처음 안 것은 그 유명한 "쇼생크 탈출"을 본 후


정말 감동받았다


그 후로 "그린 마일"과 "미저리"가 그의 작품임을 알고 존경심을 갖게 됐지


그는 정말 독창적인 사람이다


 


무지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역시 풍자적인 문체로 가감없이 풀어 쓰는 게 마음에 든다


스티븐 킹이라는 사람 자체가 위대한 문학가가 아니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과장된 감정을 늘어 놓는 글쓰기는 딱 질색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 교민들이 미국은 이러이러 하더라, 하고 쓴 글과 미국인이 직접 쓴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천지 차이임을 새삼 느낀다


마치 미국인이 쓴 한국과 한국인이 쓴 한국은 격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학교 선생님인데도 불구하고 충분치 못한 경제 생활 때문에 방학 때는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그가 끝까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놓치 않은 걸 보면, 확실히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은 다른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편집부장으로 일하고, 지역 신문의 기자로도 아르바이트를 했던 걸 보면 역시 끼가 보인다


결혼해서도 아주 가난했으나 (집에 전화가 없었다고 하니까) "캐리"라는 책 한 권으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어 50여편의 소설 중 40여편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일단은 무지하게 부럽다


특히 그처럼 풍자적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가 정말 부럽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은희경인데, 언제나 삐딱한 시선으로, 혹은 자조적인 말투로 그래, 세상은 다 그렇지, 뭐 이렇게 지꺼리는 그 태도가 아주 매력적이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는 뒷편에 소개된다


기대된다


 


스티븐 킹이 말하는 창작론은 최대한 간단하게 쓰라는 것이다


가능하면 헤밍웨이처럼 단문으로 건조하게 쓰는 게 좋다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수식어구 남발하지 말고 가능하면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간단히 써라


 


사실 나는 무지하게 길게 쓰고 미사여구 화려한 글을 좋아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같은 건조한 문체는 별루...


스티븐 킹 같은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위대한 천재들 (이를테면 헤밍웨이나 스타인벡 같은) 에 대한 컴플렉스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위대한 작가들에게 가까이 갈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잘 쓸 수는 있다고 희망을 준다


정말 천재들은 타고나는 것인가...


 


독서를 많이 하라는 충고는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다


하루에 6-8시간 이상 책을 읽어야 잘 쓸 수 있는 기본 소양이 생긴다고 한다


거의 직업적으로 읽으라는 소리군


그는 심지어 차에 타면 오디오북을 듣고 헬스 클럽에서 운동하면서도 TV 대신 책을 읽는다고 한다


오, 놀라워라


이거야 말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던가


 


우리 나라에도 오디오북이 많이 생겼음 좋겠다


퀸의 노래도 매일 들으면 질리지 않느냐는 그의 말처럼, 출퇴근 시간에 유행가 듣는 것도 지겹다


오디오북은 성경책에나 해당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는 꽤 보편화 됐나 보다


그도 오디오북을 통해 일년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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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4-11-2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많이 올라오네요. 오디오북은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구 운전도 오래해서 많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국내에도 시도를 하고 있는데 상황이 조금 다른가봐요. 제가 아는 곳은 "내림과 올림"이라고 고전에 대해 몇권? 구입해서 들은 적이 있어요. 괜찮은 방법이기도 한 것 같구요.

marine 2004-11-2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선별해서 괜찮은 리뷰만 올렸는데 그냥 읽은 책들은 다 흔적을 남겨야겠다 싶어 시간 날 때마다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이드 2004-12-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사놨는데, 아직 안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두껍고 글씨 많은 책은 아니지만, 기대하고 있어요. 근데, 나나님 별을 보니, 제 별이 너무 후한것 같습니다. ^^ 전 괜찮으면 별 4개. 진짜 개인적인 취향으로 맘에 드는 경우에는 별 다섯개, 보통인데, 맘에 안 드는 점 있으면 별 3개. 진짜 싫으면 2개 이렇거든요. 아, 글은 맘대로 써요. 싫어하는거 막 욕하면서. 최민식 사진집과 웬디 수녀 책이 대표적인 케이스.

marine 2004-12-0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지하게 감동해서 할말을 주체할 수 없으면 별 5개(미셸 푸코나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같은 거), 크게 공감하면 별 4개 ("이미지와 환상" 같은 거) 대부분은 별 3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2개, 진짜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니냐면 별 1개 줍니다 사실은 제가 너무 짜게 준 거 아닌가 싶어 별점을 다시 매겼는데도 짜게 보이나 봐요^^
 
WHY NOT? -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 읽기
유시민 지음 / 개마고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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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시민을 좋아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 칼럼들에 기고한 글들을 읽으면서 논객으로서의 유시민을 좋아하게 됐다


서울대 출신에다가 독일 유학파인 그는 객관적인 학벌에 걸맞게 글도 참 잘 쓴다


논리적이고 똑똑하며 비판의 칼날도 엄정하여 독자의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홍세화나 진중권 보다 좀 더 중립적이라서 더 부담없다


 


이 책은 옛날에 읽은 건데 요즘 유시민이 화제의 검색어에 오른 후 덩달아 이 책까지 순위에 올라 다시 한 번 읽게 됐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에 쓴 책이라 정치적인 글들은 흘러간 얘기들이지만, IMF 직후 쓴 우리 경제 분석을 지금도 귀기울려 경청할 만 하다


뭐든 본인이 직접 하는 건 힘들다


비판은 쉽다


그렇다고 해서 비판자한테 니가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시비를 걸 수는 없다


원래 비판하는 사람은 삐딱한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으로 나선 유시민이 상당히 걱정된다


과연 본인의 신념을 현실과 잘 타협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까?


 


흔히들 수출은 선이고 수입은 악이라고 한다


재벌들의 전매 특허는 정부 규제 때문에 경제 활동하기 힘들고, 수출 산업에 지장 생긴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국민의 과소비를 규탄한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 적당한 소비는 필수이고, 국민들 야단치기 전에 재벌들 비판해야 할 꺼리들이 널려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시장 경제를 신봉하고, 사회주의가 무너진 이 판국에 시장 경제의 가치를 의심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모든 것이 시장 경제, 자유 경쟁 등의 구호만으로 해결되는가다


 


자유주의에 대한 정의가 마음에 든다


자유주의란 나와 반대되는 사람의 자유를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많이 다원화 됐지만 확실히 우리 사회는 전체주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특히 제일 잘 하는 말, 국론통일, 일사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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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2-0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시민 의원 좋습니다. '경제학 까페'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쉽고 재밌고, 삐딱하게 ^^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토론에서의 카리스마도 대단하지요. 정치판에 뛰어든 모습이 안스럽긴 하고, 가끔 욕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나중을 기약하고 뛰어들었으니, 저도 그 나중을 기대해 봅니다 . 본인에게도 지역주민에게도 오랜동안 팬이었던 저 같은 사람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남기를 바래요.

marine 2004-12-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경제학 까페 재밌게 읽었어요 그런데 실은 이 글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저랑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이웃분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었답니다 알라딘은 정치적 성향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 글쓰기 편한 점도 있어요
 
조선의 왕 - 가람역사 30 조선사회사 총서 1
신명호 지음 / 가람기획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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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역시 출판될 당시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다시 한 번 빌려 읽었다


그 때 용의 눈물이 인기 있을 때라 한참 조선 왕 시리즈가 나왔었다


일반인이 쓴 에세이 형식의 흥미 중심이 아니라 전공자가 꼼꼼하게 기술했고 (뒷편에는 본인의 논문도 실었다) 실록을 바탕으로 한 거라 신뢰감이 생긴다


 


절대 권력자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과로와 스트레스로 단명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왕들의 수명이 무척 짧았다


영조나 숙종 같은 경우만 환갑을 지냈을 뿐, 다들 40대에 일찍 죽었다


최고의 의료진이 돌보는 국왕의 수명이 이 정도인데, 일반인들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52년간 재위한 영조는 82세로 천수를 다 누렸는데, 식사 시간을 반드시 지켰다고 한다


신하들을 장악하고 있던 영조는 절대 쉽게 결제를 안 해 주고 토론을 벌일 때가 많아 종종 저녁 시간을 넘겼는데, 웃긴 건 자신은 시간만 되면 칼같이 식사를 하고 온다는 거다


당연히 신하들은 대전에서 대기


저녁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온 왕과 다시 격론이 벌어지면 배고프고 지친 신하들이 지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이 같은 건강 습관이 영조를 장수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한다


 


조선 왕들 중 가장 금슬이 좋았던 커플은 세종 대왕


아버지 태종에 의해 처가가 몰살을 당하고 왕비의 어머니는 제주도 관노로 유배 갈 정도로 몰락해 한이 많았을 소헌 왕후를 무척 사랑해 둘 사이에는 8남 2녀라는 굉장한 자식을 낳는다


그렇다고 세종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성군답게 (?) 궁의 많은 여자들에게도 골고루 사랑을 나눠 주어 세종은 조선 국왕 중 가장 많은 자식을 둔다


소헌 왕후가 말년에 낳은 막내 아들 영응대군의 육아를 후궁인 신빈 김씨에게 맡긴 걸 보면, 왕비와 후궁 사이의 관계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된다


친정이 몰살되면서 한이 많았을 소헌 왕후가 자식도 많이 낳고, 첩들과도 잘 지낸 걸 보면 세종이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 탓도 있겠지만, 그녀 자신이 무척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이었을 것 같다


 


후궁을 한 명도 안 둔 왕은 숙종의 아버지 현종이다


현종 시대에는 예송 논쟁 외에는 별 사건이 없어 사극에 등장을 안 해서인지 좀 낯선 인물이다


그는 명성 왕후에게 1남 3녀를 낳았을 뿐 다른 후궁을 얻지 않았다


바람끼가 없고 점잖은 타입이었을 게 분명하다


아무리 아내를 사랑한다고 해도, 왕이라는 신분상 한 여자만 바라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분명히 본인 성격 탓일 거다


후궁 때문에 속끓일 일 없는 명성 왕후는 아들도 턱 하니 낳았으니 아마 제일 행복한 왕비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대비들에 비하면 빨리 죽는다 그것도 아들 병 낫게 해달라고 한겨울에 찬물로 목욕하다가...)


 


27명의 조선 국왕들 중 제일 불쌍한 사람은 광해군이다


최근 들어 그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라기 보다는, 폐위된 후 무려 18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라는 척박한 유배지에서도 18년을 버틴 걸 보면, 폐위되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오래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병약한 연산군은 폐위되자 마자 적응 못하고 몇 개월 만에 바로 죽어 버렸으니까


빨리 죽는 게 속 편할 뻔 했다


왕으로 있다가 서인으로 떨어지는, 조선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은 광해군의 심정은 어땠을까?


실록에 보면 유배지에 배속된 관리인들마저 (신분이 최하층민인데도) 그를 비웃고 함부로 대했다고 하는데, 그 모든 수모를 감내해 내고 긴 수명을 유지한 걸 보면, 그는 마인드 컨트롤의 대가였을 것 같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을 순간은 인목 대비에게 폐위 교서를 받을 때였을 것이다


철천지 원수였던 그녀에게 자신의 죄목을 조목조목 들어야 했을 때, 그 기분이 어땠을까?


사실 광해군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책임이 상당 부분 그녀에게 있다


10여세나 어린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것만도 부담스러운데, 시집 오자마자 떡하니 적자 아들을 낳아 주니, 서자 출신 컴플렉스를 갖고 있을 광해군으로서는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황 판단 못하고 아들을 질투하던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 활약상이 뛰어나 신망을 얻는 터라) 광해군의 지위를 흔들다 세자를 바꾸지도 못하고 죽어 버리는 바람에 늦게 본 귀한 적자 영창대군만 권력싸움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말았다


 


왕비가 적자를 생산하지 못해 후계자 문제로 복잡해질 때가 많았는데, 폐위된 불행한 두 왕비들은 (연산군과 광해군비) 아들도 셋씩이나 잘 낳았다


자식이 없었으면 그나마 자기선에서 끝났을텐데, 자식들마저 죽음으로 몰고 갔으니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두 왕비 모두 인심을 잃은 남편들에 비하면 좋은 평가를 받던 후덕한 여인들이라 더욱 그녀들의 삶이 비극적인 것 같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왕을 들자면 역시 숙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장래가 걱정되고 밉다 하더라도 아들, 그것도 세자를 낳아 준 여자에게 사약을 내릴 수 있을까?


더구나 그녀는 기존의 왕비를 폐비시키고 국모의 자리로 올려 줄 만큼 열렬하게 사랑했던 여자가 아닌가?


아들을 못 낳는다는 이유로 인현왕후를 폐위시킨 것이나, 그녀를 다시 복위시키고 장희빈을 사사한 걸 보면 숙종은 대단히 변덕스럽고 잔인했던 것 같다


그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에 영조 역시 자식을 뒤주 속에 가둬 죽였을 것이다


하긴 성종 역시 아들, 그것도 세자를 낳아 준 윤씨를 폐위시키고 사약까지 내렸으니 역시 보통 잔인한 성격이 아니다


연산군의 피 속에는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 성종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 잔인한 왕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


그렇게 따지면 경빈 박씨와 복성군을 죽인 중종도 마찬가지긴 하다


더구나 복성군은 비록 서자이지만 큰 아들인데...


 


조선 국왕들의 일상 생활과 이면을 살펴 본다는 건 무척 매력적인 일이다


현재와 가까이 있고, 문화적으로도 훌륭한 국가를 운영했기 때문에 사료도 풍부해 그들의 일상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생동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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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역사 2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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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꽤나 힘들게 1권을 읽었다


1권이 376페이지인데 원본은 1,2 권 통합본이었다고 하니, 정말 길고 긴 회고록인 셈이다


힐러리는 글을 무척 잘 쓴다 (대필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그녀 자신이 상원 의원으로 변신할만큼, 빌을 단지 내조했다기 보다는 대통령의 책임과 권력을 함께 나눈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세한 정치 보고서를 쓸 수 있겠는가


 


그녀의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성의 다양한 삶을 하나의 범주 속으로 집어 넣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힐러리는 언론의 보도처럼,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이고 정치욕이 강한 여자였다


그러나 회고록에 생생하게 드러나는 힐러리라는 여자는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법률을 전공한 변사이며,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이고,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이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정책 기획에 관여하는 퍼스트 레이디이기도 한, 매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낸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말이다


언론은 늘 한 인물을 글쓰기 좋은 (혹은 비판하기 좋은) 특정 이미지로 고착시킨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 적합한 사건들만 크게 보도하므로써 단순화 시킨다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쫓는 수많은 파파라치들과 그것을 보도하는 타블로이드판 황색 저널들의 존재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특정 인물 그 자체가 아니라, 어쩌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스포츠 신문류의 기사거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남편 빌을 무척 사랑하는 듯 하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놀라운 직책을 차치해 두고서라도 빌 클린턴은 무척 매력적이 남자임이 분명하다


주한 미군 부대를 방문해서 섹스폰을 멋지게 불던 클린턴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잘생기고 낙천적인, 거기다 정치력까지 갖춘 이 멋진 남자를 마음 속으로부터 사모하고 있는 것 같다


폴라 존스나 르윈스키 사건이 터지고, 그것 때문에 대통령 자리까지 위험하게 됐을 때 그녀가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섹스에 대한 욕구는 대통령직을 포기할 수도 있는 위험과 거래할 만큼 대단한 것일까?


(물론 빌은 설마 그렇게까지 확대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세상 모든 부녀 관계는 결국 다 비슷비슷 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수성가한 그녀의 아버지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로, 동성애와 유태인, 흑인, 카톨릭 교도, 민주당원을 대단히 싫어하는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딸이 커 가면서 그녀를 무척 사랑했으나, 세대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정치적 갈등을 피하지 못해 언제나 서먹한 거리를 유지했다


결국 민주당원인 딸의 남자 친구를 사위로 인정하고, 흑인과 동성애자 등 자신이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하나씩 깨뜨려 가면서 늙어갔다


젊은 시절의 완고한 성격과 고집스러움이 늙음과 함께 사라져 감을 안타까워 하는 딸의 마음이 애잔하게 전해져 와 눈물이 났다


 


빈스 포스터라는 친구을 잃는 부분에서도 눈물이 났다


아칸소 시절 빌의 친구였던 빈스는 대통령 당선과 함께 워싱턴으로 날아와 클린턴을 도와 공직에 근무하나, 화이트워터 사건 등 대통령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언론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아칸소에 있었더라면 변호사 협의회장도 하고 누구에게도 공격받지 않았을 착한 친구가 워싱턴 정가에서 악의적인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한 것에 대해 힐러리는 무척이나 마음 아파 한다


유서에는 자신을 악마로 비유한 언론의 보도에 분노하는 글들이 휘갈겨져 있었다고 한다


정치가가 된다는 건 어쩌면 모든 종류의 공격으로부터 단단해지는(동시에 뻔뻔해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자살한 몇몇 정치인들이 떠오른다


그들도 세상이 자신을 공격하는 만큼,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죽음을 택한 것이었을까?


빈스는 죽기 며칠 전 오히려 활기차고 명랑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죽음에 이를 만큼 심각하고 끔찍한 문제로부터 곧 해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화이트 워터 사건에 대한 힐러리의 긴긴 변명들은 무척이나 지루했다


본인 생각에는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재산 축적에 대해 언론이나 공화당이 특검까지 도입해 임기 내내 괴롭힌 것이 무척이나 억울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미국 대통령 비리 수사 과정을 자세히 알게 됐다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떠오른다


하나는 권력자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이득을 주느냐는 것이다


그녀는 공화당이 화이트 워터 사건에 온 역량을 집중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쟁점인 의료 개혁 문제는 뒷전이었다고 안타까워 한다


정치인들의 폭로성 고발들은 우리 신문에도 흔히 등장하는 뉴스거리인데, 그것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정말 중요한 정치적 사안들은 도외시 되기 십상이다


오히려 반대당에게 공격할 명분을 줘서 정국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기 일쑤다


또 하나의 생각은 그나마 언론에서 감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라도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부정부패에 조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뭐가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명분에 집착한 지나친 소모성 논쟁은 국민들에게는 별 도움을 못 준다는 건 확실하다


 


미국 의료 보험도 우리 나라 만큼이나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의료 개혁 위원장이 된 힐러리는 전국민 의료 보장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제약 회사와 의료 보험 재단들, 보수주의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실패하고 만다


의료 개혁은 비단 클린턴 정부만 시도한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20여년 전의 닉슨 시절부터 쟁점이 된 사항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많은 집단들의 이익이 걸려 있는 문제라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으로 기존 질서를 유지하게 됐다


우리 나라 의료 보험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확실히 미국 의료 수가는 대단하다


아스피린 한 알에 2달러를 청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돈이 의사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의료 보험 재단의 관리비로 대부분 쓰인다고 한다


모든 국민들이 필요할 때에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밥 굶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는 명제처럼, 구현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미국인들이 의료 개혁에 나선 퍼스트 레이디를 어떻게 평가했을지는 모를 일이나, 회고록에 나타난 힐러리의 모습은 적극적이고 국정 최고 운영자의 파트너로써 적합해 보인다


 


회고록에 드러난 힐러리의 모습은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선거철을 앞두고 급조된 정치가들의 홍보 책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8년에 걸쳐 20세기와 21세기 미국의 최중심에 서있던 그녀의 이야기는, 세계를 이끌어 가는 미국의 위치를 생각할 때 한 번쯤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한 인간이 살아 온 과거에 대한 솔직하고 생생한 이야기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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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2-0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지만, 그러면서도 한번 큰소리 치며 우겨봅니다. 대필은 절대절대 아닐겁니다.

어딘가 답글에 썼던것 같은데, 힐러리의 ' living history' 이제야 제목이 생각이 나는군요.를 처음 나왔을 적에 서점에서 6 cd를 덜컥 샀답니다. read by author 마크를 보고요. 축약판도 아니고, 힐러리의 또박또박한 발음을 듣고 있으면, 정말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이었지요. 아직 그녀의 인생이 반이라도 지났다고 말할 자신도 없습니다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클린턴의 책도 아마존에서 pre order까지 하는 열성을 보여가며 샀는데, 800페이지 넘는 분량에 뿌듯하긴 하지만, 맨날 쓰다듬어주기만 하네요. ^^;; ( 농담인거 아시죠? 진짜라면 변태게요?;;) 아무튼 두 책을 읽고,( 클린턴 책은 읽으려면 멀었지만서두;;) 두 정치인이 본인의 입장을 얘기한 책이긴 하지만, 스타검사는 정말 싸이코다 라는 결론을 아니내릴수 없더군요. EBS에서 언젠가 방영한 클린턴 인터뷰( 한시간 정도 분량의) 를 60minutes의 진행자가 인터뷰 한거였는데, 진행자 이름이 가물가물;; ( 이눔의 치매기!) 대단히 똑똑하고 논리가 뚜렷한 사람이더군요. 그 인터뷰도 책 나오고 한 인터뷰 였지만, 두 책 모두 홍보나 변명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됩니다. 클린턴이 바람을 피웠다고 하더라도, 힐러리의 말마따나 대학교때 만나서 같이한 20년의 세월을 당사자들 외의 누가 알고 뭐라고 할 수 있단말입니까?

marine 2004-12-0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필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 오디오북 정말 사고 싶었는데 분량이 하도 많아 포기했어요 클린턴의 "My Life" 는 그 두 배 분량이라 저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책 쓰다듬는 심정으로 볼 때 많아요^^ 스타 검사가 싸이코라기 보다는 대중의 속성이 원래 비합리적이고 집요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참, 그런데 하이드님의 영어 실력은 어떻게 얻은 건가요? 전 원서 읽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