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오브제 - 답삿길에서 옛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읽는다 知의 회랑 13
전호태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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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간 선택은 실패했다.

중국 박물관의 유물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를 짚어주는 컨셉이 신선하고 사진과 설명이 잘 어우러져 편집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알맹이가 부족한 느낌이다.

저자가 고구려 벽화 전공하신 분 같은데, 전에 이 분이 쓴 다른 책들도 나와는 안 맞는 느낌이라 별 감흥이 없었던 생각이 난다.

"중국인의 오브제"라는 제목답게 중국사 자체보다는 유물이 주는 역사적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듯 하고 그래서 매 꼭지마다 감상을 담은 시도 첨부했지만 하여튼 전체적으로 내용이 부족한 느낌이다.

전달하는 지식의 밀도가 너무 얕은 것 것 같다.

일종의 에세이 느낌이라 역사학자의 식견을 기대한 독자로서는 다소 실망스럽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에세이를 잘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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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 - Moving Reflection, Korean Art Since 1945
김영나 지음 / 미진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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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글을 참 쉽게 잘 쓰신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다소 어렵고 지루해 보이는 제목들과는 달리 도판의 질도 우수하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그러면서도 깊이있는 정보를 잘 전달해 준다.

400 페이지 정도로 아주 두꺼운 책은 아닌데 도판 인쇄 때문에 그런지 종이가 두꺼워 꽤 두툼해서 지루할까 봐 마지막까지 미뤄뒀던 책이다.

오늘 반납일이라 어제 밤에 급하게 읽었는데 시간당 100 페이지 속도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본문에 나온 작품들이 거의 다 실려 있고, 그것도 편집을 아주 잘해 같은 페이지에서 볼 수 있을 정도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미술 전문 출판사답게 도판의 색감이나 인쇄 상태가 마음에 퍽 들어 저자의 글솜씨와 더불어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1950년대의 추상 미술까지는 작품이 주는 시각적 미적 즐거움이 크고 감동도 있었는데 60년대 전위미술부터는 솔직히 공감이 잘 안 된다.

추상미술이나 단색화만 해도 아 그렇구나, 이해가 되고 작품을 볼 때 직관적인 감동이 생긴다.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작품 자체만으로 미적 쾌감이 저절로 생긴다.

그렇지만 아방가르드, 이를테면 해프닝이나 설치미술, 옵 아트, 개념미술, 팝 아트 등으로 넘어오면 비평가가 열심히 설명을 해 줘도 이해가 될까 말까이고 특별한 감흥이 안 생긴다.

내 미술 감상력의 한계인가 싶다.

90년대 이후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우리 작가들, 이를테면 양혜규, 김수자, 서도호, 이불 등은 리움 미술관이나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본 적이 있고 저자도 공들여 설명하지만 정말 별 감동이 생기지 않아 아쉽기 그지 없다.

현대 미술은 여전히 너무 어렵다.

다만 이우환의 모노하 이론, 작품과 자연의 관계, 혹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이 간다.

더 많은 현대 미술을 접해서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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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년의 폭발 - 문명은 어떻게 인류 진화를 가속화시켰는가
그레고리 코크란.헨리 하펜딩 지음, 김명주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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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밌다.

보통 구석기인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후로는 진화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지만 저자들은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아제 등의 분포 등을 근거로 지금도 인류는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동양인은 우유 소화율이 떨어지는데 서양인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 종류의 인간이라면 이런 차이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화, 즉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수준의 진화가 아니라 다양한 형질의 발현, 즉 다양한 특징을 가진 여러 개의 품종을 떠올리면 될 듯 하다.

자칫하면 인종주의에 빠질 수 있는 주장이라 신중하게 읽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과학이란 어떤 사실에 대해 근거를 갖춘 합리적인 설명이므로 "정치적 올바름"이 끼어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자들은 후기 구석기 시대에 동굴 벽화를 그린다던지 사냥 도구의 효율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바늘로 옷을 만들어 입는 등의 파격적인 문화적 변화가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를 통한 대립유전자 이입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가 남아 있다는 학설은 어디선가 본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단지 드물게 이종교배가 있었다고만 생각했지 그 유전자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폭발적인 문화적 성과를 이룩해냈다는 주장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유전학적 지식이 부족해 얼마나 가능성 있는 주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롭긴 하다.

보통 이종교배를 통해 이입된 대립유전자들은 중립적이라 세대를 거듭할수록 사라지게 되지만, 유리한 유전자라면 후대로 갈수록 살아 남아 자손에게 전달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단순히 돌연변이를 통한 유전자 변화와 달리 직접적인 교배를 통한 유전자 이입은 그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한다.


맨 마지막 장에서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의 지능이 높은 것을 설명한다.

사실 나는 유대인이 머리가 좋다는 의견이 그저 속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종족적 단일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정 직업을 계속 선택하다 보면 수학적으로 좀더 특화된 후손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머리가 좋은 대신 시냅스의 문제로 특별한 근육병에 잘 걸리기도 한다.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가진 겸상적혈구가 있는 아프리카인들의 후손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과학 잡지에서 왜 유난히 동아프리카인들이 단거리 달리기에 뛰어난가, 혹은 흑인들이 농구를 잘하는 까닭 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인종적 차이를 언급했던 걸 본 적이 있다.

"문화"라는 선택압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이 흥미로웠고 생물학적 불평등을 어떻게 수용하고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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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 2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얼음 공주와 미라 전사들 경희 고고학 고대사 연구총서 1
N.V. 폴로스막 지음, 강인욱 옮김 / 주류성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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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공주로 널리 알려진 파지릭 고분의 발굴에 관한 이야기다.

발굴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어 다 이해하기는 어려워 이 부분은 많이 건너 뛰었다.

기원전 4세기를 전후한 시베리아 초원 한복판의 고분들을 발굴한 내용이다.

흉노보다 더 오래 전 사람들이라 나라를 세운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초원을 옮겨 다니며 유목 생활을 하던 부족인데, 여사제 급의 무덤이 발굴되고 영구동결대에 얼어 있는 시신으로 미라가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유방암을 앓다가 낙마 사고로 20대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는 것도 분석해 냈다.

초원의 자연은 혹독하여 불임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주민처럼 인구가 번성하지 못하고 큰 나라를 이루지도 못했던 듯 하다.

고분에서 발견된 황금 장신구 때문에 황금의 나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황금이 많다기 보다는 황금을 중시 여기고 얇게 두들겨 장식품을 만드는 금박 기술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들의 주식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고기가 아니라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이고 곡물도 많이 섭취했다고 한다.

변경 지대에서는 농사를 짓기도 하고 양모를 정주민의 곡식과 교환하기도 했다.

이들에게도 가축은 매우 중요한 재산이라 생각만큼 고기를 주식으로 삼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고분에서 비단도 발굴이 됐는데 중국산 실크가 아니라 인도 등지에서 수입된 야생 누에로 본다고 한다.

파지릭 문화는 중국보다는 서역 즉 페르시아 문화와 교역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본다.

이들의 얼굴도 눈이 깊고 코가 높은 이란인 특성을 보였으나 점차 몽골로이드 형태로 바뀌어 갔다고 한다.

중국과의 교역은 그로부터 한참 후 흉노가 등장한 이후에나 활발했던 모양이다.

재밌으면서도 제대로 다 이해하지는 못해서 관련 서적들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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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6 - 초기 자본주의와 르네상스의 확산 : 시장이 인간과 미술을 움직이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6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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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생각만 하던 책인데 어느새 6권까지 나왔다.

신간은 늘 대출중이었는데 마침 빌릴 수 있어서 6권부터 읽게 됐다.

570 페이지의 두꺼운 분량이지만 정말 미술 초보자들을 위한 수준이라 시간당 100 페이지 이상도 문제없이 잘 읽힌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쉬운 내용이라 끝까지 읽을까 말까 고민했었다.

뒤로 갈수록 유럽 사회의 변화와 미술사를 엮어서 꼼꼼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집필 스타일에 빠져 들어 흥미롭게 읽었다.

역시 읽어서 나쁜 책은 없다.

다만 도판이 어두운 점이 아쉽다.

그림 외의 사진이나 지도, 도표 등은 비교적 선명하고 좋은데 유독 작품들의 색감이 너무 어두워 아쉽다.

워낙 유명한 그림들이라 다 알고 있기는 하지만 명작의 색채감을 제대로 느끼기는 어려운 듯하다.

도판의 색감을 잘 표현하기란 꽤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지도를 보여줄 때 강의 흐름을 표시해 줘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항구 도시가 발달하는 것은 배를 통해 물품이 전해지는 상업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상업의 발달이 곧 자본주의를 만들었고 오늘날의 풍요가 가능해졌음을 새삼 확인했다.

전통 사회에서 중국이나 조선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체제 유지를 안정적으로 잘하긴 하였으나 변화가 핵심인 근대 사회로의 도약은 상업 천시로 인해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미술도 발달하지 못했나 싶다.

다른 책에서도 읽은 바지만, 르네상스 미술의 발달은 무역을 통한 활발한 재료 유입에 있었다고 한다.

특히 베네치아에서 티치아노나 벨리니 등의 화려한 색채화가 만개한 것은 온갖 종류의 안료들이 들어오고 상인들이 그것들을 까다롭게 고를 수 있는 안목 덕택이었다.

상업의 발달, 혹은 부유함이 예술의 발달을 이끄는 것은 분명하다.

제일 좋아하는 화가인 티치아노에 대한 이야기가 적어 아쉽다.

주제가 르네상스 초기이니 다른 책에 자세히 나오려나.

순회 전시에서 가끔 본 적이 있는 목조 조각상들이 등장해 흥미로웠다.

화가들이 르네상스 이후 장인에서 예술가로 성장한 반면 틸만 리멘슈나이더나 클라우스 슬뤼터르 등 목조 조각가들의 명성은 장인에 그대로 머문 것 같아 아쉽다.

기독교가 자본주의 발달을 견인했다는 말이 과장이라 생각했었는데 확실히 유럽의 근대인들은 신앙과 상업, 그리고 예술을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시민 계층이 탄생해 근대 사회를 탄생시킨 듯하다.

유교와 상업의 조화는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사회의 변화에 이데올로기와 정신적 가치 추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뒤러의 수채화는 처음 접했는데 수채화 물감 특유의 산뜻함이 살아 있어 역시 대가는 다르구나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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