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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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서양 문화에 대한 동경은 애틋한 느낌이 든다.

역시 탈아시아를 추구하는 민족이기 때문인가?

그런데 아마도 개항 전에는 중국에 대해서도 이렇게 열심히 탐방하고 모방하려 애를 썼을 것 같다.

로마 산책이라는 제목이 기행문으로서는 참으로 적절하고 도시에 대한 정감이 잘 묻어나 있다.

표지도 디자인도 예쁘고 무엇보다 흑백 사진 몇 장에 불과한데도 로마라는 도시를 마치 눈에 그리듯 실감나게 묘사하는 점이 좋았다.

이 시리즈에서 읽었던 교토 편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정말 도시를 산책하듯 눈에 잡히듯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묘사하고 무엇보다 이 도시를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이 과하지 않게 담백하게 드러나는 점이 제일 좋았다.

우리로 치면 경주 산책 정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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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압력 - 불멸의 인물 탐구
샤리쥔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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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페이지가 넘는 책이고 중국 번역서라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리뷰평이 좋아서 읽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 미사여구가 많고 감정의 과잉이 느껴져 읽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대충 넘기다 어느 순간에 확 빠져 들었다.

너무 너무 성실한 저작이고, 한시가 담고 있는 깊은 정감을 역사 속에서 풀어낸다고 할까.

우리나라 저자들이 해석한 한시와는 어쩐지 다른 차원의 깊이감이 느껴진다.

역시 자국 역사가들의 해석은 따라가기 힘든 듯하다.

사실 위대한 문학가들의 시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도연명이나 이백처럼 널리 알려진 이들의 시는 배경지식이 있어서인지 실제적으로 와 닿은 반면, 맨 첫 장의 굴원 부분은 집중하기가 좀 힘들었다.

너무 먼 옛날 사람이라 그런 것인가 싶다.

위대한 시인들도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며 역사에 길이 남을 예술 작품을 남겼다.

천재들도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에 겨웠던 것이다.

도연명은 전원으로 떠나고 이백은 그토록 열심히 자신을 홍보했지만 결국은 황제에게 버림받았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은 말할 것도 없고 학자가 곧 관료인 중국에서도 권력과 예술혼을 한 손에 다 쥐기는 어려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조조 한 사람은 예외인 듯하다.

건안골풍으로 유명한 조조의 시 세계를 분석한 글이 인상적이다.

위대한 영웅이 위대한 예술혼까지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아버지 조조 뿐 아니라 아들들까지 시문학에 이름을 올렸으니 과연 대단한 집안이다.

조조가 죽기 전 남긴 유언이 인상적이다.

금은보화는 부장할 필요 없고 평소 입던 옷에 염하고 내가 거느리던 부인과 가인들은 동작대에서 제사 지내면서 먹고 살 수 있게 잘 보살펴 달라는 말.

너무나 인간적이다.

후대 사람들은 조조가 기껏해야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이 비첩들 안부나 챙겼다고 비난하던데 모시던 이들을 순장하던 명나라 황제들에 비하면 얼마나 인간적이고 정감있는 영웅인가.

저자의 평대로 조조의 위나라가 계속 이어졌다면 조조는 창업군주로써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다.

지금처럼 소설 속의 악역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황제라는 절대 권력자 앞에서 모든 신하는 그에게 쓰임받기를 원하는 비첩의 심리를 지녔다는 분석이 날카롭다.

유교 사회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오직 그의 사랑을 추구하며 종속된 삶을 살 수밖에 없고 남자 역시 밖에 나가서는 한 사람의 주체적인 인격이 되지 못하고 벼슬을 얻기 위해 황제를 향해 애정을 갈구한다.

정철이 사미인곡에서 열심히 왕을 연모한 것이 혹시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벼슬 외에는 포부를 펼칠 길이 없던 전통적 유교 사회에서 모든 선비들의 일관된 꿈이 바로 왕의 총애를 얻어 관직을 얻는 것 뿐이었음을 새삼 알게 됐다.

저자는 이백의 일생을 통해 황제의 총애에 목말라 하는 비첩의 심리를 너무나도 잔인하게 파헤친다.

그럼에도 아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이백은 천재적인 예술혼을 지녀음에도 결국은 정치판에 기용되지 못한다.

도연명 역시 허리를 계속 굽히지 못하고 결국은 전원으로 퇴거하고 만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위안하고 전원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니 위대한 시인들은 어떤 역경에도 예술혼을 꽃피우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천재들임이 분명하다.

이런 천재들도 견디고 살았으니 나도 불평은 그만하고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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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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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어려운 주제는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주제는 명확하지가 않고 늘 모호한 느낌이었는데 비슷한 책을 읽다 보니 아주 약간은 체계가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대형유인원 중 제일 먼저 갈라진 오랑우탄은 1500만년 전에 분기했고,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 침팬지는 700만 년전에 갈라져 나갔다.

이 침팬지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 바로 보노보이다.

인류라고 부를 수 있는 종은 대략 25가지 정도로 보는데, 전부 멸종했고 오직 호모 사피엔스인 현생인류, 바로 우리만이 살아남았다.

그래서 제목도 "절멸의 인류사"인 모양이다.

침팬지와 인간이 제일 가까운 사촌이라고 하면 큰 거부감을 보이지만, 그 사이 조금씩 바뀌어 온 다른 모든 친척들은 멸종하고 말았으니 차이가 큰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지적에 공감이 된다.

인류라고 불릴 수 있는 다른 종들이 살아남았다면, 이를테면 아르피테쿠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등이 지금도 존재한다면 보다 직관적으로 침팬지와 인류가 공동의 조상에서 분기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왜 그들은 멸종하고 말았을까?

그들만 멸종한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거의 모든 생물들은 다 사라지고 만다.

저자가 전작에서 표현한 바대로 지구는 한정된 의자이기 때문에 앉을 수 있는 정원이 정해져 있어 환경 변화에 적응한 생명체들은 번성하고 못하면 사라지는 것이다.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같은 종이 계속 번성할 것이고 소행성 충돌처럼 느닷없는 큰 변화가 생긴다면 기존의 것들은 멸종하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 즉 우리 같은 포유류가 번성하게 된다.

인간임을 규정하는 가장 큰 특성이 큰 뇌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뇌는 나중에 커졌다.

직립 2족 보행이 먼저였다.

700백만 년 전에 허리를 세우고 두 발로 걷기 시작한 반면, 큰 뇌는 250만 년 전 쯤에 진화했고 그 때부터 석기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프리카 환경이 건조화 되면서 삼림이 점차 초원으로 바뀌어 가자 나무에 매달리는 걸 더 잘 했던 침팬지 등의 유인원들이 살아 남았고 인류는 초원으로 쫓겨나게 됐다는 가설이 흥미롭다.

서서 걷게 되면 맹수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지만 대신 이들은 집단을 이루어 함께 살고 더 오랫동안 달릴 수 있어 먹이를 찾는 반경이 넓어진다.

언어도 집단 생활을 이루면서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 된다.

두 발로 걸으면서 두 손을 이용해 음식을 운반해 줄 있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 엄마를 부양할 수 있게 됐다는 추론도 흥미롭다.

음식 운반 가설이 직립 보행의 진화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집단 내에서 1부 1처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내 자식이라 확신하고 음식을 가져다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뇌가 먼저 커진 것이 아니라 직립 보행으로 손을 쓸 수 있게 되면서 뇌가 커졌다고 한다.

그 외 아프리카를 탈출한 호모 하이델베르크인이 네안데르탈인으로 30만년 전 쯤 진화하고 4만 년 전에 멸종하는 과정 등도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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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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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 주제도 마음에 들고 표지 디자인도 신선해서 골랐다.

저자는 네이버 팟캐스트에서 즐겨 듣던 정신과 관련 프로그램의 진행자라서 낯이 익다.

진행할 때의 톡톡 튀는 가벼운 말투가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책 자체는 에세이로서는 너무 평범해서 아쉽다.

좋은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공감할 만한 주제들도 많고 여행에 대한 내 생각도 정리해 본 좋은 시간이었다.

결혼하고 좋은 점은 남편하고 매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

패키지 여행만 다니다가 단 둘이 해외 나가서 렌트카를 타고 다니니 그게 생각보다 너무 좋다.

이 책에도 렌트카를 적극 추천한다.

요즘은 구글 지도가 워낙 잘 되어 있어 해외에서 운전도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각에 이동할 수 있어서 편하고 새로운 코스로 드라이브 하는 즐거움도 있다.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책의 주제인 여행 준비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여행지에 가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목록을 정하고 가방에 넣으면 여행 준비가 끝난 느낌이다.

대신 함께 가는 남편은 몇 달 전부터 비행기와 호텔 예약부터 시작해 모든 일정을 꼼꼼하게 챙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남편이 읽어야 할 것 같다.

음식점도 그렇다.

남편은 좋은 음식점을 찾아서 먹고 싶어 하지만 정작 돈 아까워서 나만 싹싹 비우지 식성이 까다로운 남편은 거의 못 먹는다.

난 먹는 것에 대해서는 음식의 "역사" 이런 거에나 관심이 있을까 음식 자체는 뭘 먹어도 아무 상관이 없어 책에 나온 미식 이야기는 공감이 어려웠다.

제일 신기한 게 먹방.

남 먹는 거 보는 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 그 자체 보다도, 여행을 다녀온 후 책을 읽을 때 관심사가 넓어지고 가 봤던 곳은 좀 더 친근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뉴욕에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여행 후에 미국 이민 역사나 뉴욕의 건축물 역사에 관심이 생기는 식으로 말이다.

또 미술관에 가서 직접 명화를 접했을 때 그 감동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오르세 미술관에 갔을 때 책에서만 보던 그 유명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의 감동!

꼭 유명한 그림 뿐 아니라 박물관의 다양한 유물들을 볼 때도 비록 그 유물의 역사적 의의를 다 알지 못한다 해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감격스럽다.

확실히 나는 자연보다는 문화적 욕구가 강한 것 같다.

코로나가 언제 끝나려나.

너무 아쉽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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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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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흥미로운데 이렇게도 지루할 수가!

단순한 사실들만 나열한 느낌이라 너무 지루했다.

조선 포도청 조직에 대한 분석 등을 기대했는데 마치 조직도를 그대로 옮겨 쓴 느낌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에피소드들을 보면, 확실히 19세기로 갈수록 민란이 많아지고 공권력에 대한 도전도 자주 일어났는데 진압하는 과정도 매우 잔혹한 느낌이다.

꼭 민란의 의미가 아니어도 포졸들을 폭행하는 식으로 불만 표출을 하다 보니 사망하는 사고도 자주 일어났고 그래서인지 진압은 효수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민중과 관아 모두 현대인의 눈으로 보자면 폭력이 일상화된 느낌이다.

우리가 흔히 사극에서 보는 의금부의 문초 장면은 고위 관료나 양반들의 정치적 문제였던 반면, 이 책은 포도청 즉 도적질과 살인 방화 같은 진짜 범죄들을 다루는 관청 이야기라 좀더 살벌한 느낌이 든다.

전문적인 법관들이 없어 수령이 재판까지 담당해야 하므로 형법을 잘 몰라 아전들의 농간에 휘둘린다고 정약용이 <흠흠신서>를 쓴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정약용은 현실적인 학자였던 듯 싶다.

범죄의 처벌은 거의 대부분이 태형과 같은 신체형이었는데 속전을 강요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죄인들이 바치는 속전으로 관아를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일단 잡혀 들어가면 엄청난 돈이 들었다.

공노비는 생산성을 담당하여 관청의 운영 비용을 줄였다.

지방까지 관료 조직을 세우려면 많은 비용이 들었을텐데, 조선 정부는 유향소 같은 향촌 자치제와, 노비제 등을 통해 나름대로 잘 운영했던 셈이다.

폐쇄적인 국가였기 때문에 500년이나 무너지지 않고 잘 지탱해 갔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오늘날의 북한 사회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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