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를 리뷰해주세요.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사람을 왜 먹으면 안되는가? 그냥 안되는 거지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하겠어 싶지만,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도발적인 질문들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것은 우리의 사고가 과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가 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이 책에 제시된 33가지의 철학 퍼즐을 따라가다 보면 틀림없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엔가 모순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고 알려진 이야기... 어떤 사람이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을 했을 때..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니까, 그의 말이 계속 진실일 수가 없고, 또 그의 말이 거짓이라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거짓이니까, 결국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게 되어 버리는 모순에 직면한다.   

또 모두에게 잘 알려진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들어, 과연 베짱이처럼 사는 게 어리석은 일인지를 묻는다. 좀 속되게 표현하자면 짧고 굵게 즐기며 살 것인가, 가늘고 길게 안정되게 살것인가의 선택 문제에 있어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월등히 우월하다고 평가할 만한 논리적 근거가 미약함을 말한다.  고난은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항상 현재의 순간 밖에 없는데, 현재의 모든 소망과 행복을 희생하면서 오직 의식주를 걱정하면서 일만 하는 개미가 과연 현명한 걸까? 또 반대로 현재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흥청망청 놀다가 추운 겨울에 얼어 죽을 것 같은 고통에 빠지는 베짱이가  나중에도 자신의 지난 날을 후회하지 않을까??  또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동일하다고 단정지을 증거는 무엇인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려고 결정하기도 전에 무의식 상태에서 벌써 어떤 행동을 위한 신경 회로가 작동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인간의 자유의지란 진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의지라 존재한다고 믿는 것인가.  

진정 옳은 선택과 행동은 가능할까?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을 체포했을 때, 그를 고문해서라도 미리 테러 계획에 대한 정보를 토설하게 만들어 대량 인명 살상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무죄 추정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 줄 것인가, 혹, 그가 무고한 시민인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등등의 극단적인 경우에서부터 선택의 딜레마, 어떤 선택도 다 나름의 이유와 가치가 있기에 100% 옳은 선택이란 지극히 어렵다.   

등등.. 한 가지 한가지 읽어나가다 보면, 처음에는 쉽게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도 나중에 가서는 글쎄.. 쉽게 답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고, 보는 관점에 따라, 경우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결론이 가능할지에 대해, 머리를 써 가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33가지 철학 퍼즐은 그런 면에서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될 수 있는 어떤 논리의 오류와 맹점을 드러내준다.  

책을 읽고 나니 계속 오류라는 말이 머리 속을 맴돈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 자신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선택과 판단의 순간에 나와 다른 선택, 다른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곱씹어 생각해 보아도 왜 저 사람이 저런 행동, 저런 결론을 내리는 지 납득할 수 없기에 그가 틀렸다고 쉽게 단정 지어버린다.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쉽게 단정짓기 전에, 얼마나 우리가 논리적이라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허술하고 오류 투성이인지 먼저 기억하고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을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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