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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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읽으면서 제대로 읽지 않아 착각했다.

에드가 앨런 포가 탐정 역할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말이다.

실제 이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은 화자이자 뉴욕 경찰 출신 거스 랜도다.

포는 랜도에게 강한 인상을 주면서 랜도의 조수로 활약한다.

조수로 활동하면서 랜도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그가 마주한 일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설정은 이 모든 이야기가 랜도가 적은 기록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미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발생한 사건을 수사 의뢰받는 것에서부터 말이다.

이 사건은 자살한 생도의 심장이 사라진 것이다.

누가 이 생도의 심장을 가져갔고, 왜 가져간 것일까?


실제 에드가 앨런 포는 미육군사관학교에 6개월 정도 복무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시기를 자신의 이야기 속에 끌고 와 역사적 인물인 포와 연결한다.

포의 시와 그의 특징을 살인 사건과 이어가면서 호기심을 불러오고, 풍부한 자료를 얻는다.

실제 사건이 아닌 작가의 창작에 의한 것이지만 읽다 보면 실제 사건처럼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상대적으로 낯선 1830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그 시대 적응이 조금 느리다.

웨스트포인트 미육군사관학교의 존재가 환영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낯선 정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심장이 도려진 사건을 대외적으로 말하지 못하게 했다.

물론 최근에 나온 소설 등에서도 미군 내 사건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현재는 군 수사요원 등이 사건을 수사하지만 이때는 경험 많고 노련한 경찰의 도움이 필요했다.


랜도는 시체를 보고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신을 뒷조사한 후 이 사건을 맡길 지 말지 랜드를 만난 후 학교장 세이어는 결정하려고 한다.

랜드의 풍부하고 화려한 경험과 무료로 이 수사를 맡고 싶다는 의견은 바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두 개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는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장을 도려낸 인물에 대한 것이다.

이 둘이 같을 수 있지만 목맨 시체로 발견된 것과 심장이 사라진 것 사이에 시차가 있다.

랜도는 이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과 인터뷰하고, 다른 생도들을 만나 이야기의 허점을 파고 든다.

실제 시체를 본 후 의사를 만나 심장을 도려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듣는다.

동시에 시체의 손바닥에 있던 종이 쪼가리를 찾아낸다.


빠르게 사건이 해결될 것 같지만 단서가 너무 부족하다.

그러다 기다리던 포를 랜도가 간 술집에서 만난다.

포는 랜도에게 살인자는 시인이라고 말한다. 무슨 말일까?

포의 일탈과 관찰력을 보고 랜도는 포의 조수 이용을 학교장에게 승인받는다.

이제 포는 랜도의 이야기 속에 바로 들어와 사건의 주변에 머문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 과정에 심장과 마녀 등을 연결하는 주술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사람의 심장은 언제나 주술적인 도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와 함께 조사하면서 악마의 의식을 흉내낸 흔적을 발견한다.


포가 나오다 보니 포의 기록에 대한 것을 찾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계속 생긴다.

그가 랜도에게 한 자신의 이야기들과 시 창작 수법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중반 이후 포가 사랑에 빠진 여성 리에 대한 부분도 같이.

이런 호기심을 품고 있는데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살해당한 후 심장이 사라졌고, 거세까지 당했다.

수사는 더 오리무중이고 새로운 의혹이 하나씩 드러난다.

작가의 노련한 연출은 나도 모르게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이 간다.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면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오래 전 읽었던 소설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이름으로 검색하니 오래 전 읽었던 <검은 계단>이 나온다.

많은 부분에서 그때의 감상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다른 소설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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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 갑옷을 입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동신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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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이 맞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고려거란전쟁>을 본다.

우연히 중간부터 봤는데 내가 알고 있던 강감찬의 이미지와 달라 놀랐다.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인 귀주대첩의 장군으로 기억해 무관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가 실제는 문관이었고, 적지 않은 나이로 전쟁에 나선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드라마에서는 귀주대첩까지 나아가려면 많은 횟수가 남아 있다.

드라마는 고려와 거란의 전쟁, 황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휴전 논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소설은 귀주대첩 당시 회상으로 의문의 연쇄 살인과 현종 즉위에 대한 권력 쟁투에 초점을 둔다.

덕분에 정말 몰랐던 고려 초 왕실의 혼란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태조 왕건은 지방 호족을 억누르기 위해 많은 아내들을 두었다.

왕권이 약한 상황에서 이런 전략적 결혼은 왕실 내부에 혼란을 불러오기 쉽다.

친인척 간의 간음과 정사로 소위 족보가 꼬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조선 같은 유교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면 큰 문제가 되었겠지만 아직 그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기에 권력을 등에 업고 왕권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 왕위 계승자의 존재다.

신혈사란 절에 나중에 현종이 되는 대량원군이 머물고 있다.

그리고 그 절이 있는 지역에 한때 양주목사였던 강감찬이 살고 있었다.

강감찬을 발해 유민 출신 지방 호족 김현이 찾아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김현은 거란과의 안융진 전투에서 공을 세운 김응의 동생이다.

둘은 이때 세운 공으로 지방의 호족이 되었다.

김현은 양주 호족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면서 강감찬을 찾아온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환각을 보면서 발작을 일으키고 자해를 하고 죽는다.

이 사건 때문에 양주 호족들이 장례식에 모이고 이 사건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 새로 부임한 양주 목사가 비슷한 증상을 보인 후 죽는다.

강감찬은 그가 먹은 술잔에 담긴 검은 알갱이를 발견한다.

그의 아들 무원도 봤지만 강감찬처럼 노회한 행동은 아니다.


두 사건 중 양주 목사가 죽은 것은 권력 실세 김치양을 양주로 오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등장은 대량원군의 생사와 맞닿아 있다.

강감찬은 신혈사에 도착해 대량원군을 둘러싼 암살 문제를 하나 해결한다.

하지만 이런 암살보다 더 무서운 김치양의 독심과 권력욕은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모른다.

살인은 이어지고,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물건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서로의 이권과 이익이 맞물리고, 엇갈리면서 상황은 알 수 없게 흘러간다.

작가는 여기서 우리에게 명 장군으로 알려졌던 강감찬을 명탐정으로 변신시킨다.

그의 직관과 관찰력과 상황을 읽는 눈으로 많은 위기를 돌파한다.

마지막 반전은 앞에서 혹시 했던 것이지만 어느새 잊고 있던 것이다.


자료가 풍부하지 않은 고려 초기를 배경으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현종과 강감찬이란 고려 초기 위인들을 엮고, 그 시대 정치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과 상상력의 차이는 아는만큼 보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다루었다.

앞에서 말한 드라마의 영향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내가 보기 시작한 부분이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과 이어져 있어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리고 강감찬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최수종의 모습이 떠오른다.

왕권 강화와 호족의 대립, 왕실 내부의 부도덕한 관계 등을 단순히 나열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탐욕과 복수, 국제 정세 등을 같이 다루었다.

왠지 긴박하거나 강한 미스터리의 느낌은 뒤로 가면서 약해지는 듯해 아쉽다.

뛰어난 가독성과 고려 초기의 파란만장한 상황은 이 아쉬움을 살짝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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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이름은 산초가 좋겠다 안전가옥 쇼-트 23
가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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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23권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 세 편을 판타지로 새롭게 해석했다.

고전 판타지 방식이 아니라 현재 유행하는 시스템 등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약 웹 판타지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당히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나의 경우 웹툰에서 시작해 웹 판타지를 읽으면서 너무 익숙한 설정이다.

웹 소설의 분량을 생각하면 이 단편들은 너무나도 분량이 적다.

설정에 대한 설명도 없다 보니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것 같다.

고전을 읽거나 간단한 내용을 알고 있다면 기존과 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살라오의 근성>은 리디북스의 ‘우주라이크’ 프로젝트 중 한 편이다.

<노인과 바다>를 웹 판타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야기의 기본 흐름은 비슷하게 했고, 설정과 구체적인 장면에 변화를 주었다.

노인은 이제는 거의 헌터들이 찾지 않는 던전을 지키고 있다.

이 던전 안에 들어가 이곳을 찾는 헌터들에게 필요한 기초적인 물건을 전해준다.

평범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 끝에 던전 보스가 등장한다.

이후 펼쳐지는 액션 등은 전형적인 웹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따라간다.

동시에 아주 오래 전 읽었던 소설의 기억을 따라 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 연결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노인이 청새치와 벌인 사투와 돌아오는 길에 생긴 일들 말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 원작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떠오른다.


<자네 이름은 산초가 좋겠다>는 마법이 사라지고 각성자가 등장한 시대로 설정했다.

산초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유명해 원작이 <돈키호테>란 사실을 바로 알게 된다.

도입부에 보여주는 장면만 놓고 보면 늙은 기사 돈키호테의 기묘한 모험 같다.

하지만 작가는 각성자들이 이어받는 스킬의 이름을 주요한 바탕으로 삼았다.

화자로 등장하는 우체부 소년은 B능력자이고 스킬의 이름은 ‘목표에 도달하는 자’이다.

소년이 스킬을 발동하면 죽어도 입력된 목적지에 도달 수 있다고 한다.

성밖은 위험한 마물들이 돌아다니는데 이 스킬은 죽어도 우편물 전달이 가능하다.

그리고 성 안에 이제는 사라진 기사를 자처하는 인물에 대한 소문이 떠돈다.

이 기사를 만나 마물들의 위험에서 벗어나는데 진짜 이야기는 그 뒤에 나온다.

돈키호테가 소년에게 스킬명에 대해 풀어준 설명은 나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새롭게 웹소설로 각색한 것이 〈어느 신사의 끝나지 않는 모험〉이다.

이번에 다루고 있는 소재는 웹소설에 등장하는 탑 등정과 연결되어 있다.

100층 아닌 20층의 소소한 규모인데 이것을 약정한 시간 안에 돌파해야 한다.

필리어스 포그 경과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가 각 층의 보스를 죽이면서 한 층씩 올라간다.

이 과정은 다른 웹소설의 탑 등정과 상당히 닮아 있고, 빠르게 처리된다.

이 단편에서 가장 놀라운 인물은 당연히 포그 경이다.

그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과 거침없이 사용하는 금화는 시간을 빠르게 단축한다.

장편으로 나왔다면 그의 숨겨진 과거가 상당히 궁금했을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인벤토리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다른 무엇을 들어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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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크
라문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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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 운동과 미스터리를 엮었다.

이 연결은 끈끈하게 이어져 있지 않고 구성은 조금 허술하다.

학생운동과 미스터리를 연결한 부분이나 가독성도 상당히 좋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제보하겠다는 사람이 죽고, 그 살인에 의문을 품은 김 기자.

학생운동 시절 회고의 중심이자 반전의 대상인 성찬.

H대학 NL 운동권 출신이고 현 여권의 실세 중 한 명인 국회의원 경석.

이 세 명을 유기적으로 엮고,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단절시켰다.

물론 이 부분을 반전으로 이용한 것은 이해하지만 돌발적이다.


80년 학생운동의 두 축인 NL과 PD.

함께 NL에서 시작했다가 갈라진 두 남자 성찬과 경석.

이들이 어떻게 학생운동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고등학교 동기였던 둘이 어떻게 진영이 나누어졌는지 알려주는 부분도 재밌다.

중간에 대학의 낭만으로 학생운동을 생각한 학생의 등장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게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H대학과 경석은 조금만 검색하면 어딘지,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사건을 통해 연결되는 다른 사건의 의혹을 파헤치는데 이 비중이 조금 적다.

학생운동 부분이 너무 많고, 삼각관계 등에 집중하다 보니 균형이 깨어진 느낌이다.

80년대 학생운동 내부에 대한 자료는 많은 부분 월간 조선에서 가져온 듯하다.

사실과 거짓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는 나의 지식으로는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다.


작가는 북한노동당 당원이 된 학생운동의 기수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제 NL의 일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판결이나 기사가 있다.

그 기수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경석이다.

경석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지 않고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의 비서관, 다음은 학생운동 당시의 모습, 나중엔 그의 이야기로.

차기 대권 주자인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가 사건의 핵심이다.

이것은 제일 첫 장에서 다루는 입당식과 연결되어 있다.

불안에 떠는 그는 옛 친구와 암에 걸린 친구 아내를 병문안 한다.

한때 이들은 삼각관계였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좀더 간결하게 처리해도 될 부분인데 반전 때문에 길게 쓴 것 같다.


초반에 수상한 성찬의 돈벌이와 김 기자의 탐사는 학생운동 이야기에 뒤로 밀렸다.

성찬의 이야기는 뒤에 간결하게 나온 것으로 충분히 반전의 요소가 된다.

하지만 김 기자의 조사와 그 긴박감은 너무 쉽고 너무 건조하다.

개인적으로 김 기자의 조사와 연쇄살인 가능성을 연결해 더 스릴 넘치길 바랐다.

그런데 이 부분을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마무리해 아쉽다.

작가는 마지막 문장으로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권의 실세이자 운동권의 기수였던 인물이 자신의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의외다.

조폭을 이용해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생각할 때는 더욱.

곳곳에 깔아둔 복선을 이용해 사건을 일으키거나 문제를 해결한 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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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속 인형들 2 안전가옥 오리지널 30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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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30권이다.

예상하지 못한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후속작이다.

1년 6개월만에 후속작이 나왔는데 3부작도 있다고 하니 더 기대된다.

나의 저질 기억력이 이전 이야기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재미는 그대로임을 안다.

샌드박스 시리즈이고, 연작 소설 형태인데 작가의 실험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이전 작품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고, 3부에서 어느 정도 결말이 날 것 같다.

이미 작가와 편집자가 3부를 예고하고 있으니 그냥 기다리면 된다.

완결로 나아가는 중간에 있지만 각각의 단편들이 주는 재미는 변함없다.


읽다 보면 이전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생략된 내용들은 전편을 떠올리면서 조금씩 채워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존재를 쫓고 다가간다.

이 과정에 작가의 만들어낸 세계관이 하나씩 드러나고 메타버스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게임이나 이런 쪽에 문외한인 나는 기존 영화 등의 이미지를 불러와 이해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메타버스와 해킹 등을 이용해 사건을 불러온다.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을 파고들어 틈을 벌리고 문제를 일으킨다.

<집행인의 귀한 칼날>은 게임 아이템을 이용한 범죄 이야기이자 부의 불평등 문제를 보여준다.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들>은 난해하다.

AI들이 풀어내는 수많은 대화와 기호, 아주 짧은 시간은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나열 속에 황당한 인물을 등장시켜 살짝 고개를 기웃거린다.

유치하고 황당한 설정과 장면들은 알고리즘들의 대화와 엮여 생각하지 못한 재미로 마무리된다.

<셋이 모이면>은 한국인의 부동산 욕망을 그대로 담은 이야기다.

재개발을 둘러싼 각각의 이해가 충돌하고, 이 사이를 악당이 파고든다.

제목대로 다른 문양 셋이 모이면 스마트팜이 폭발한다.

사람들이 손목이 날아가는 위험이 생기지만 부의 욕망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복원 요법>은 평택에서 조금 더 확장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산에서 올라온 두 아이들의 이야기는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두 아이의 영원한 사랑, 아이들의 장기를 매매하는 악당.

이 아이들이 가지고 온 구형 스마트폰 등이 기괴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세컨드 유니버스>는 앞의 나온 사건의 배후와 연결된다.

이 사건의 배후에 존재하는 인물과 정체가 불명확한 존재의 등장.

모든 사건과 이어주는 이름 하나 여울.

발단한 과학과 메타버스 등이 어떻게 상류층의 오락으로 변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의 삶에서 마약보다 더 강력한 자극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때 놀랄 수밖에 없다.

이 단편에서 점점 더 어두운 배후의 실체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느낌이다.


에필로그를 읽기 전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에필로그가 다른 이야기의 예고편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 바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대 기술로는 분명히 불가능한 구조물의 모습은 쉽게 머릿속에 구현되지 않는다.

이런 장면과 상황에 대한 설명은 이 소설의 큰 재미 중 하나다.

그리고 이전에 본 많은 SF, 판타지 소설의 장면들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오갔다.

시간이 되면 3부가 나오기 전 다른 장편 한두 권 정도는 더 읽고 싶다.

매력적인 이 작가의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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