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크
라문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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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 운동과 미스터리를 엮었다.

이 연결은 끈끈하게 이어져 있지 않고 구성은 조금 허술하다.

학생운동과 미스터리를 연결한 부분이나 가독성도 상당히 좋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제보하겠다는 사람이 죽고, 그 살인에 의문을 품은 김 기자.

학생운동 시절 회고의 중심이자 반전의 대상인 성찬.

H대학 NL 운동권 출신이고 현 여권의 실세 중 한 명인 국회의원 경석.

이 세 명을 유기적으로 엮고,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단절시켰다.

물론 이 부분을 반전으로 이용한 것은 이해하지만 돌발적이다.


80년 학생운동의 두 축인 NL과 PD.

함께 NL에서 시작했다가 갈라진 두 남자 성찬과 경석.

이들이 어떻게 학생운동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고등학교 동기였던 둘이 어떻게 진영이 나누어졌는지 알려주는 부분도 재밌다.

중간에 대학의 낭만으로 학생운동을 생각한 학생의 등장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게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H대학과 경석은 조금만 검색하면 어딘지,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사건을 통해 연결되는 다른 사건의 의혹을 파헤치는데 이 비중이 조금 적다.

학생운동 부분이 너무 많고, 삼각관계 등에 집중하다 보니 균형이 깨어진 느낌이다.

80년대 학생운동 내부에 대한 자료는 많은 부분 월간 조선에서 가져온 듯하다.

사실과 거짓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는 나의 지식으로는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다.


작가는 북한노동당 당원이 된 학생운동의 기수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제 NL의 일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판결이나 기사가 있다.

그 기수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경석이다.

경석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지 않고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의 비서관, 다음은 학생운동 당시의 모습, 나중엔 그의 이야기로.

차기 대권 주자인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가 사건의 핵심이다.

이것은 제일 첫 장에서 다루는 입당식과 연결되어 있다.

불안에 떠는 그는 옛 친구와 암에 걸린 친구 아내를 병문안 한다.

한때 이들은 삼각관계였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좀더 간결하게 처리해도 될 부분인데 반전 때문에 길게 쓴 것 같다.


초반에 수상한 성찬의 돈벌이와 김 기자의 탐사는 학생운동 이야기에 뒤로 밀렸다.

성찬의 이야기는 뒤에 간결하게 나온 것으로 충분히 반전의 요소가 된다.

하지만 김 기자의 조사와 그 긴박감은 너무 쉽고 너무 건조하다.

개인적으로 김 기자의 조사와 연쇄살인 가능성을 연결해 더 스릴 넘치길 바랐다.

그런데 이 부분을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마무리해 아쉽다.

작가는 마지막 문장으로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권의 실세이자 운동권의 기수였던 인물이 자신의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의외다.

조폭을 이용해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생각할 때는 더욱.

곳곳에 깔아둔 복선을 이용해 사건을 일으키거나 문제를 해결한 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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