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관 갑옷을 입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동신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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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이 맞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고려거란전쟁>을 본다.

우연히 중간부터 봤는데 내가 알고 있던 강감찬의 이미지와 달라 놀랐다.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인 귀주대첩의 장군으로 기억해 무관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가 실제는 문관이었고, 적지 않은 나이로 전쟁에 나선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드라마에서는 귀주대첩까지 나아가려면 많은 횟수가 남아 있다.

드라마는 고려와 거란의 전쟁, 황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휴전 논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소설은 귀주대첩 당시 회상으로 의문의 연쇄 살인과 현종 즉위에 대한 권력 쟁투에 초점을 둔다.

덕분에 정말 몰랐던 고려 초 왕실의 혼란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태조 왕건은 지방 호족을 억누르기 위해 많은 아내들을 두었다.

왕권이 약한 상황에서 이런 전략적 결혼은 왕실 내부에 혼란을 불러오기 쉽다.

친인척 간의 간음과 정사로 소위 족보가 꼬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조선 같은 유교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면 큰 문제가 되었겠지만 아직 그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기에 권력을 등에 업고 왕권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 왕위 계승자의 존재다.

신혈사란 절에 나중에 현종이 되는 대량원군이 머물고 있다.

그리고 그 절이 있는 지역에 한때 양주목사였던 강감찬이 살고 있었다.

강감찬을 발해 유민 출신 지방 호족 김현이 찾아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김현은 거란과의 안융진 전투에서 공을 세운 김응의 동생이다.

둘은 이때 세운 공으로 지방의 호족이 되었다.

김현은 양주 호족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면서 강감찬을 찾아온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환각을 보면서 발작을 일으키고 자해를 하고 죽는다.

이 사건 때문에 양주 호족들이 장례식에 모이고 이 사건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 새로 부임한 양주 목사가 비슷한 증상을 보인 후 죽는다.

강감찬은 그가 먹은 술잔에 담긴 검은 알갱이를 발견한다.

그의 아들 무원도 봤지만 강감찬처럼 노회한 행동은 아니다.


두 사건 중 양주 목사가 죽은 것은 권력 실세 김치양을 양주로 오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등장은 대량원군의 생사와 맞닿아 있다.

강감찬은 신혈사에 도착해 대량원군을 둘러싼 암살 문제를 하나 해결한다.

하지만 이런 암살보다 더 무서운 김치양의 독심과 권력욕은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모른다.

살인은 이어지고,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물건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서로의 이권과 이익이 맞물리고, 엇갈리면서 상황은 알 수 없게 흘러간다.

작가는 여기서 우리에게 명 장군으로 알려졌던 강감찬을 명탐정으로 변신시킨다.

그의 직관과 관찰력과 상황을 읽는 눈으로 많은 위기를 돌파한다.

마지막 반전은 앞에서 혹시 했던 것이지만 어느새 잊고 있던 것이다.


자료가 풍부하지 않은 고려 초기를 배경으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현종과 강감찬이란 고려 초기 위인들을 엮고, 그 시대 정치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과 상상력의 차이는 아는만큼 보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다루었다.

앞에서 말한 드라마의 영향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내가 보기 시작한 부분이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과 이어져 있어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리고 강감찬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최수종의 모습이 떠오른다.

왕권 강화와 호족의 대립, 왕실 내부의 부도덕한 관계 등을 단순히 나열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탐욕과 복수, 국제 정세 등을 같이 다루었다.

왠지 긴박하거나 강한 미스터리의 느낌은 뒤로 가면서 약해지는 듯해 아쉽다.

뛰어난 가독성과 고려 초기의 파란만장한 상황은 이 아쉬움을 살짝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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