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 in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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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나는 조니 뎁이란 배우를 [가위손]의 괴기스럽고 가련한 청년으로 기억한다. [가위손]은 내가 초등학교 때 본 작품이라고 기억하는데, 극중 에드워드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청승맞아 보였던지 그만 끝까지 다 못 보고 말았다. 아무튼 조니 뎁이라면 일단 기억나는 얼굴은 [가위손]의 그 창백하고 가냘픈 이미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쯤의 그는 잭 스패로우라는 이름의 건들거리는 괴짜 해적 선장이 되어 있었다. 조니 뎁, 조니 뎁을 어디서 들었더라. 선뜻 기억해 내지 못하고 이름만 혀속에서 굴려 봤지만 영 생각나는 게 없었다. 내가 결코 [가위손]을 잊은 건 아니다. 오히려 눈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에드워드의 얼굴은 꽤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는데, 왜 그때만 유독 기억이 안 났는지 모르겠다. 기괴한 분장과 분장만큼이나 기기묘묘한 그의 표정과 몸동작, 아무튼 조니 뎁은 유연한 안면 근육을 가진 짐 캐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앨리스나 하얀 여왕이 아무리 이쁜들, 일단 이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앨리스보다는 조니 뎁의 모자 장수를 기대하고 갔을 게 분명하다.  

Synopsis 더 이상 소녀가 아닌 19살의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 분)가 어쩌다 본의 아니게 또다시 들어간 이상한 나라는 예전에 겪었던 그 이상한 나라가 아니다. 십여년 전 홀연히 앨리스가 사라진 후 이상한 나라는 독재자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 그녀 특유의 공포 정치로 통치하고 있었던 것. 물론 하얀 토끼와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겨울잠 쥐, 애벌레와 음흉하게 웃어대는 체셔 고양이 그리고 미친 모자장수(조니 뎁 분)는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 속에서도 정신없는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마치 어제 헤어진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듯 앨리스의 귀환(?)을 대환영하는 미친 모자장수와 그 친구들. 손가락만큼 작아져버린 앨리스는 모자장수의 정신없는 환대와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를 뚫고 이번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놉시스와 영화정보는 이곳에: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192435184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유감 없이 [뒤로]버튼을 누르세요.

이 영화의 백미라면 단연 순정적인(?) 모자장수를 연기한 조니 뎁이다. 어쩌면 나는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맛보지 못한 그의 로맨스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편의 영화를 거친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그리고 잭 스패로우의 삼각관계는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의 손발 오글오글한 결혼식으로 막을 내렸고 혼자 남은 잭을 보며 나는 엘리자베스를 향한 이유 있는 배신감에 분노해야 했다. 이눔의 가시나 시집가서 좋냐 그래, 10년에 한번 오는 서방보다는 배 한척 떡하니 가진 선장님이 훨씬 낫구만! 2편에서 꼬리쳐서 멀쩡한 사람 하나 폐인 만들어 놓고는 시종일관 사람 헷갈리게 만들다가 지 결혼식 주례 서게 하면 다냔 말이다! 젠장, 내가 잭이었으면 그딴 결혼 깽판 놓고도 남았을 텐데

물론 영화는 구도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고 결말도 뻔했지만, 단순하고 뻔하기에 조니 뎁이 더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살짝 돌기도 했고 하는 짓도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아쉬울 것 없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 여차하면 대신 잡혀가 주기도 하는 남자-이런 캐릭터도 나름대로 여자들의 로망 아닌가 말이다.(틀려!) 같이 본 동생과 남편은 으쑥쿵짝 춤이 너무 짧았다고 투덜거렸지만, 나는 나름대로 즐겁게 봤다. 

영화의 캐릭터들은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것도 나름대로 유쾌하다. "나 진짜 돌았나봐. 어떡하지?" "응, 너 돌았어. 근데 그거 알아? 멋진 사람들은 전부 다 돌았다는 거." 영화는 내내 극중의 캐릭터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돌아버릴 것"을 강조한다. 앨리스는 타고난 풍부한 상상력 탓에 "정상이 아닌 사람" 취급을 받아 왔고, 이상한 나라wonderland에 사는 동물과 사람들도 하나같이 괴벽스런 성격에 실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데 여념이 없다. 하다 못해 앨리스의 구원자로 나오는 "하얀 여왕"의 쭈그리 주스 조제 레시피는 무슨 마녀의 탕약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이딴 세상에 무슨 구원이 있고 희망이 있냐고? 팀 버튼은 그 특유의 비뚤어진 세계관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스를 마시면 작아지고 케익을 먹으면 커지는 요절복통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해피엔딩을 택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팀 버튼은 매우 복잡하고 기괴한 세계관을 가진 감독 중 하나다. 그런데 그가 창조하는 세계가 과연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인 세계일까? 관객은 그의 현란한 인형극 안에서 차가운 현실의 투영을 본다. 잔인하고 괴팍스런 붉은 여왕은 정말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일까? 툭하면 잡혀가고, 약점을 잡혀 하기 싫은 일이라도 억지로 해야 하는 사람들은 정말 한 개인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들일까? 차가운 호수를 건너기 위해 호수 속의 얼굴들을 가차 없이 밟고 지나가야 하는 가냘픈 소녀의 영상은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너무 어렵다. 현대에 태어났다면 도드라진 개성으로 주목을 받았을 상상력 풍부한 소녀 앨리스는 시대적 선입견과 도덕관념에 익숙해져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돌아버린 아이"로 낙인찍힌다. 아무 가진 것이 없는 무력한 소녀가 이상한 세계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시무시한 괴물 jabberwork를 물리치는 것 뿐이다. 

내가 앨리스라면 때려쳐!를 외쳤을 것이다. 세상은 꿈도 희망도 없어,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읊조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오합지졸들을 가지고 뭘 어쩐단 말인가? 그러나 영화는 앨리스를 다독이긴커녕 끝없이 몰아붙이기만 한다. 그래 너 돌았어. 돌아도 괜찮아. 돌아버려. 돌아버려야 해. 돌은 게 뭐 어때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말고 한번 꼬아서 보라는 것이 영화가 앨리스에게 주는 과제이다. 허어, 그래도 되나? 그런데 웃기는 건 이 허무맹랑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일이 또 제대로 굴러 간다는 점이다. 통념을 벗어난 인간들이 찾아나가는 구원과 행복은 관객을 유쾌하게 한다. 돌았으면 뭐 어떤가. 어차피 jabberwork는 앨리스에게 죽었고 붉은 여왕은 하얀 여왕에게 패배했고 모자장수는 으쓱쿵짝 춤을 추었는데. 

구원을 위해 불가능한 과제를 수행할 것, 설정은 언뜻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연상케 한다. 단 [판의 미로]가 모두 다 죽자는 배드엔딩을 선택한 대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저연령 대상 영화답게 발랄하기 그지없는 해피엔딩을 선사했다. 물론 제작사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화 전문이라는 점도 한몫 했겠지만, 감독이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행복한 결말을 택한 것은 이를테면 "희망"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관객으로서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인생 자체가 요절복통인데, 영화에서까지 현실에 찌든 캐릭터를 봐야 한다면 우리들로서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말이다. 제대로 되먹잖은 인간들이 벌여나가는 제대로 된 엔딩, 진짜 누구누구들에게 한번 보여 주고 싶을 정도로 통쾌하지 않은가?

관람 포인트 1. "엽기적인 헐리우드의 그녀" 앤 헤서웨이

하얀 여왕 역을 맡은 앤 헤서웨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안면을 튼 배우다. 그때도 또렷한 이목구비가 참 인상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칫 밋밋하기 쉬운 화이트 일색에 진한 다크계열 아이섀도우를 쓰고 브라운으로 입술톤을 정리하고 나니 그만 눈과 입만 딱 도드라져 보이는데 그게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모른다. 

그녀가 돋보이는 이유는 화장 뿐만이 아니다. 붉은 여왕에 대비되는 착하고 아름다운 하얀 여왕은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 비중이 없다. 오히려 붉은 여왕을 맡은 헬레나 본험 카터 쪽이 출연 빈도수도 높고 캐릭터 특징도 확실한 데다, 악의 세력과 맞서는 쪽은 정작 주연인 앨리스이니 남은 그녀는 그저 허울 좋은 마네킹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각본의 실력인지 그녀 자신의 역량인진 몰라도 하얀 여왕은 관객의 뇌리에 확실하게 자리잡을 만한 포스를 가지고 있다. 얌전할 것 같은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엽기적인 행동을 해대고, 붉은 여왕과 맞대결하는 장면에서도 우아하게 상대방의 부아를 돋구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 살랑살랑한 손동작이라니! 같은 여자지만 정말 손발이 오글오글했다. 

관람 포인트 2. 난 이 결말 반댈세-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

영화의 결말은 "착한" 하얀 여왕이 온전히 왕위에 복권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만약 달님공주와 같이 보러 갔었다면 "그러니까 이 영화의 교훈은 못되게 굴면 착한 사람한테 당하게 되어 있다는 법이야, 알겠지?" 하고 자못 엄마다운 훈계를 늘어놓았을 테지만, 정작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 이 결말 반댈세!"하고 고개를 가로젓고 싶은 게 솔직한 감상이다. 여왕이 싸이코라서 딴 놈으로 갈아치우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싸이코가 싫다고 또다른 싸이코를 데려오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내가 본 바로는 "마음도 얼굴도 아름답다는" 하얀 여왕은 붉은 여왕보다 하는 짓이 심하지 않아서 그렇지 싸가지 없기로는 언니를 능가한다. 뒤에서는 얼굴이 크네 난폭하네 갖은 험담은 다 하면서, 정작 싸울 때가 되니 "언니, 우리가 꼭 싸워야 해?" 하고 두 손을 모으는 하얀 여왕은 나 같아도 확 패주고 싶을 만큼 재수 없었다. 그래, 너 같은 가식덩어리하고는 꼭 한번 싸워 봐야겠다. 아예 확 밟아주마! 싶었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까? 

영화 끝나고 나서 남편은 기대했던 만큼 무섭지 않았다면서 울분 아닌 울분을 늘어놓았지만, 정작 나는 두 눈을 하트로 하고 나왔다. 조니 뎁 너무 멋있어♡ 어차피 나를 잊어버릴 텐데, 하면서 젖어들어가는 그 눈망울이라니, 말 그대로 "내 하트를 확 찔러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으어, 난 그 희여멀건한 가위손이 왜 멋있다는 건지 이제야 알았어. 이렇게 사람 꾸며 놓으니 귀엽잖아? 조니 뎁의 다음 행보가 정말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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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1주

작년 2월에 졸업한 후로 모교에 거의 갈 일이 없었는데, 오늘 모종의 일로 학교 사무실에 들르게 되었다.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학교가 많이 변했다. 등교가 아니라 등산이라고 불평하던 우리 때와는 달리 입구에서부터 떡하니 에스컬레이터님의 자태가 빛나고 있고 학교 곳곳이 카페다. 아아, 이 눈부신 에스컬레이터님의 위용이라니! 하긴 우리 때도 설치를 하니 마니 떡밥은 많이 뿌렸었다. 어느 핸가는 계획서가 떴길래 이제는 우리도 좀 우아하게 학교를 다녀 보려나 했더니 에스컬레이터는 온데 간데 없고 생뚱맞게 버거X이 입점해 있는 걸 보고 열불을 터뜨린 기억이 난다. 크으, 그 곡절 많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자니 기분이 영 묘하다. 

일을 마치고 보니 시간도 넉넉히 남았길래 오랜만에 학교 앞 극장에 들르기로 했다. 낮이라 그런지 극장 안은 휑하니 비었지만 해가 지고 나면 사람 물결로 바글바글할 터다. 신입생 때부터 해오던 버릇 그대로 코너에 비치된 팜플렛을 종류별로 뽑아들었다. 포스 카인드는 취향이 아니고, 솔로몬 케인은 왠지 돈만 쳐바른 것 같고, 무법자...감우성은 좋아하지만 시놉시스가 어째 별론데? 팜플렛은 최신 영화들이지만 나는 어느새 꽃피는 3월의 앳된 대학 초년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오늘밤은 개학을 맞아 이 휑뎅그레한 극장도 오랜만에 학생 손님으로 붐빌 거다. 그런데 난 뭘 볼까?  

이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봐야해-[사랑은 언제나 진행중] 

이런 컨셉 격하게 취향이야! 뉴욕 수퍼 싱글맘과 훈남 내니의 짜릿한 스캔들이란다. 캐서린 제타 존스라면 원래부터 좋아하는 배우지만 연하남 꼬시는 얘기라니 예의로라도 봐줘야 한다. (...무슨 예의?;) 가사일에 애보기, 데이트까지 풀옵션을 갖춘 남주인공이라니! 우리 집 남편하곤 천지차이 물론 현실에서 이런 남자를 찾긴 어렵겠지만, 가끔은 이런 귀여운 판타지에 모른 척 속아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직장일과 애보기로 현실이 아무리 퍽퍽하더라도 꿈꾸는 건 언제나 공짜니까. 시놉시스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자 두 아이의 엄마 샌디"가 "지나가는 누나들을 뒤돌아 보게 하는 스물다섯 커피보이 애덤"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란다. 이번 주말은 이거나 볼까나... 남편이 맘에 들어할지 아닐지는 이따 밤에 물어 봐야 알겠지만, 그이가 안 본다면 나 혼자서라도 예매표 끊을 영화다.  

봄과 함께 찾아온 남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셔터 아일랜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내 학창시절을 같이 하던 세기의 미남 디카프리오와 지금의 디카프리오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깎은 듯한 얼굴 대신 지금의 그는 다소 통통한 체구에 수염이 덕지덕지 자란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이다. 한때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찍힌 디카프리오의 비만 시절 모습은 예전의 그를 알던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빠져 나온 그의 얼굴은 예전의 미소년과는 달리 일종의 관록이 풍긴다. 어디선가 본 인터뷰에 따르면 그 자신도 예전의 모습보다는 지금의 얼굴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한 것 같은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던 그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를 가지고 극장가를 노크한다. 그의 변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는 나에게는 이 영화 역시 놓칠 수 없는 기대작이다. ...그러고 보니 [타이타닉]도 이맘때쯤 개봉했던 것 같은데... 으음, 착각이려나? 

나문희 여사 한분만 믿고 갑니다-[육혈포 강도단]  

팜플렛을 봐도 뭔 내용인지 모르겠고, 김수미 여사 욕 잘 하시는 거야 다들 알고 있는 거고, 빠방한 스타군단이 포진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문희 여사 네임벨류 하나만 믿고 리스트에 올린 영화다.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부터 꾸준히 스토킹 해왔던 나문희 여사, 언제나 엄마 같은 수더분하고 맑은 인상도 좋지만 내가 언제나 감탄하는 것은 나문희 씨가 맡는 역에 따라 색깔을 확 바꾼다는 거다. 재벌가 부인에서 길바닥 인생 전전하는 노친네에까지 배역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다. 김수미 씨의 경우는 [전원일기]에서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무슨 역을 해도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내가 보는 두 분의 차이라면 카멜레온같이 연기의 색을 바꾸는 사람과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온 사람의 그것이다. 아무튼 한국에서 내노라 하는 관록의 여배우들이 포진해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으니 기대해도 될 듯, 여기다 고인이 되신 여운계 씨가 계셨다면 완벽했을 텐데(눈물). 

봐줄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유승준 출연으로 화제가 된 [대병소장] 

사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유승준에게 별 감정은 없다. 물론 병역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그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톱싱어 중 한 사람이었다. 한창 사춘기 나이였으니 내 주위에도 당연히 그의 팬들은 많았지만, 내가 그에게 가진 인상을 말하라면 "물렁해 뵈는 사람"이었다. 그저 끝도 없이 사람 좋을 것 같고 왠지 귀도 좀 얇을 것 같은 근육질 가수라는 게 내 인상이었는데, 내 취향이 특이해서 그런진 몰라도 그가 입국조치를 당했니 어쩌니 해도 내 주위 친구들만큼 애통해하지는 않았었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지... 정도로 기억하는 수준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그가 한국 땅을 밟...는 게 아니라, 정확히는 스크린을 통해 한국에 선보인다. 흠, 유승준을 용서하니 마니 수준을 떠나서 (애초에 나한테는 용서할 껀덕지가 없다니까?)성룡표 사극이라는 게 좀 걸린다. 내가 아는 성룡은 절대 무거운 주제를 선택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가 선택하는 방식은 무겁고 어두운 것이 아닌 밝고 가벼운 소재들이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러시 아워] 시리즈나 [80일간의 세계일주]의 경우는 정말 즐겁게 봤으니까. 그런데 사극이라? 다양한 소재에 도전하는 것도 좋고 유승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으음... 성룡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제발 웃긴답시고 재미 없는 영화는 만들지 말기를!)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의 샌디는 아니더라도 요새 내 일상이 좀 퍽퍽한 건 사실이다. 애는 늦게 잤고 영어공부는 하기 싫고 하루종일 바쁘게 뛰어다니긴 했는데 뭘 하고 다녔는진 모르겠다. 그나마 얘기 상대가 되어 주어야 할 남편이란 작자는 하필 가장 기분 드러운 날 술에 떡이 되어 들어왔다! 성질 같아선 그냥 뽈때기 쥐어잡고 짤짤짤 해줬으면 좋겠지만, .....................훌쩍.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니니 뭐랄 수도 없다. 쳇. 쳇쳇쳇. 

밤늦은 열한시 반, 바가지 긁는 대신 남편에게 이번 주말 통닭이나 한마리 뜯을까? 넌지시 물어 봤더니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이런 세월은 한번씩 쉬어 가며 견디는 게 최고지. 통닭과 맥주도 좋지만 이번 주말이야말로 남편하고 사이 좋게 볼 영화나 한편 골라 봐야겠다. 뭐가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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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잭슨과 번개도둑 - Percy Jackson and the Lightning 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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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 잭슨이 훈남입니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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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잭슨과 번개도둑 - Percy Jackson and the Lightning 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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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결혼식을 안 했다. 주된 이유는 학생이라 금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나는 지금도 결혼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식에 쓸 돈 있으면 차라리 날 주지?" 하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랄까. 다행히 남편도 그런 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고, 나는 돈 들이고 사람 동원해야 하는 이벤트라면 학을 떼는 터라 다행히 지금까지 식 안 올리고 잘 버텨 왔다. 다행히 나한테도 동지(?)는 있었다. 대학 같은 과 친구가 그 주인공인데, 이 친구도 대학 때부터 사귀어 온 남자친구랑 호적만 올린 채 신접살림 중이다.  

그러던 친구가 끝내 배신(?)을 때리고 말았다. 이번 토요일에 결혼한다는 문자가 온 거다. 전우를 보내는 심정으로 청첩장을 받았다. 과연 걱정했던 대로 결혼을 일주일 앞둔 신부와는 느긋하게 수다 한번 떨기 힘들었다. 부케가 어쩌고, 한복이 어쩌고...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진저리를 내는 친구를 보면서, 나도 한 마디 안 할 수 없었다. 

나: 친구야.  

친구: 응? 

나: ....................나 결혼하기 싫어진다. 

친구: 나도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좋겠다-_- 

그리고 발칙한 두 아줌마들의 한탄이 이어졌다는 이야기. 

이왕 같이 보기로 했으니 결혼을 앞둔 사람에겐 무슨 영화가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하모니]와 [위핏]을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되씹어 보니, 인제 막 결혼하는 애한테 딸네미와의 찐한 교감을 강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더구나 얼굴 좋게 보자고 만나는 자리에서 [하모니]같이 눈물 쏟는 영화도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고른 게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이왕 만나는 거 재미나게 보자고 선택한 나만의 안전빵이다.   

아빠 빽은 좋고 봐야 한다-능력도 되고 얼굴도 되는 이기적인 데미갓들  

첫장면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보고는 그만 깜짝 놀랬다. 무슨 남자애가 이렇게 이쁘게 생겼어? 주인공도 그렇지만 반신반인으로 등장하는 아이들은 얼굴만 봐도 그림이 된다. 특히 퍼시 잭슨 역의 로건 레먼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나비 효과에 나온 그 아이가 이렇게 훈훈하게 자라줬을 줄은 몰랐다. 하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신반인들 중에 못생긴 애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긴 하다. 물론 캐스팅에 신경을 쓴 결과겠지만, 영화 보고 나온 나는 "그래 부모가 신이면 애들도 능력 있구나" 하는 그릇된 감상을 갖고 나왔다. "포세이돈 아들 맞는 것 같은데?" 주인공 딴에는 악당 물 먹으라고 날린 멘트겠지만, 어째 내 눈에는 "울 아빠 이렇게 잘났어!" 하고 자랑질하는 것 같다.

CSI뉴욕의 스텔라 형사를 아테나 여신으로 만나다  

영화 흥행에 지원 사격 해주러 나오는 까메오들을 보는 것도 관객에게는 색다른 재미다. 영화 [다크 나이트]의 첫장면을 장식해 주신 프리즌 브레이크의 머혼 요원이 그랬고, 퍼시 잭슨의 친구 애나베스의 어머니인 아테나 역으로는 무려 뉴욕 과학 수사팀의 스텔라 형사께서 수고해 주시겠다. 제우스 역의 숀 빈은 너무나 유명하고, 퍼시 잭슨의 아버지인 포세이돈 역에는 무려 [롬]의 주인공인 캐빈 맥키드가 열연했다. 아아, 이 화려한 아저씨 군단이라니! 게다가 캐빈 맥키드는 [롬]이후로 정말 만나 보지 못한 희귀종 드문 배우기에 더욱 반갑다.

미국식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 

영화는 그리스 신화의 설정이나 아이템을 요모조모 잘 심어 놓는 데는 성공했다. 무대가 현대 미국이라는 설정도 신선한 소재고, 헐리우드 영화답게 어려울 것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영화 곳곳에 살짝 숨어 있는 미국중심주의가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작가가 미국 사람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 수준이다. [셜록 홈즈]에서도 그랬지만, 확실히 요새 트랜드는 원작에 충실한 재구성보다는 원작을 베이스로 한 창작이 대세다. 그런 면에서 퍼시 잭슨은 영리한 영화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는 사람도 그럭저럭 즐길 수 있을 뿐더러, 신화의 내용을 현대극에 적절하게 패러디하는 재치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이 가족간의 불화와 대화 부족이라니! 아무리 전작이 [나홀로 집에]라지만 너무하는 거 아니우, 감독?

끈적하다고 불평했던 피어스 브로스넌, 아예 사람이 아니더라  

주연이 피어스 브로스넌이라길래 기대 아닌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아예 사람으로 나오지 않으니 그저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차라리 보기가 낫더라, 하면 본인한테 너무 실롄가? 제임스 본드 자리도 이제는 신예에게 물려준 그, 레밍턴 스틸의 스마트한 매력은 사라졌지만 주인공을 조력해주는 교육자로서의 이미지도 꽤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울리는데 계속 이런 역 맡아주면 어떨까... 싶은 마음도 들지만, 여전히 그는 그림에서 빠져나온 듯한 로맨스 그레이다.

친구야, 결혼 축하한다  

배신 때리느니 어쩌느니 했지만 내가 이만큼 잘되기를 바라는 친구도 없다. 같은 학교에 같은 과 나왔고, 내 남편 별명이 그집 남편 이름이고, 우리 남편 고시공부 할 때 그집 남편도 똑같은 공부했고, 똑같이 떨어져서 각자 다른 직장 찾았고, 그 동안 뼈빠지게 고생한 것도 우리들이었다. 결혼을 한다니 내가 못 뛰어갈 이유가 없다. 기다려라 친구야. 없는 스케줄 빼서라도 가마. 너 바라는 대로 애기 딱 둘 낳아서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기를.

오늘도 빼놓으면 섭섭한 반전/ "연말쯤엔 해야지?" -친정아빠 

"명동성당에서 하자, 얘"-시어머니 

"얘 취업 되는 대로 당장 해버려" -친정엄마 

"옙" -남편(이 자식아!) 

...............뭔가 내 뜻과는 달리 일이 착착 진행되는 기분. 나더러 결혼식 하자고 꾸며 놓고 가면 참 볼 만할 거다. 소 도살장 끌려가듯 질질 끌려 가는 신부, 내가 생각해도 너무 무섭다. 그러니까 그냥 하지 말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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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런 충격적인 기사를 봤다.  

왜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끝이 다 이러냐? 남편한테 말했더니 갈갈 넘어간다.  

나: 당신! 얘들한테 밤마다 저주했지? 윌리엄 대머리 까져라, 석호필 뚱땡이뚱땡이 그러면서 저주했지? 물어내! 물어내란 말이야!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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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저주했다 그래! 

윌리엄 네 아버지가 누구냐, 네 아버지를 기억해라, 호필아, 피자 안 땡기니, 삼겹살 먹고프지 않니 

저주한 게 바로 나란 말이다아아아아  

 

 

 

윌리엄, 나의 왕자님이었는데... 석호필, 작년 한해를 흐뭇하게 만들어준 꿈의 주인공이었는데에... 

하여간 이눔의 남편 땜에 되는 일이 없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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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윌리엄, 장가 가냐?
    from 공부하는 달님엄마 2010-04-13 09:56 
    오늘자 매경에 이런 기사가 떴다.  물론 난 얘보다 훨씬 먼저 결혼했지만(...) 그래도 섭섭은 하다. 젠장, 내 청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니 왠지 슬퍼 ㅠㅠ 그래도 상대가 패리스 힐튼이 아니라 정말 다행 <-   슬프지만, 추카추카 윌리엄, 잘가라 ㅠㅠ  난 이제 우리 롭군이나 예뻐해 줘야지 흑흑 (근데 얘도 임자 있는 애였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