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요새 뱀파이어물에 빠졌다니까 친구가 말했다. "언니 요새 버닝 중이구나 ㅋㅋ"  

 요새도 버닝이란 말을 쓰는지 몰랐기에 친구가 쓰는 말이 참 신선했다. 나 때는 뭔가에 열중하는 것을 두고 불타오른다는 뜻의 영어 burn을 써서 버닝이라고 했는데, 장담하지만 지금 내가 뱀프물에 열광하는 건 예전에 "버닝"했던 것들에 비하면 얌전하게 구는 거다. 난 책밖에 사지 않았단 말이야! 거기다 뉴문도 안봤어! ...볼 것 같긴 하지만 

 솔직히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긴 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영화 트와일라잇도 챙겨 봤고, 뉴문과 이클립스는 책으로 읽고 브레이킹 던까지 손댈 뻔했는데 그만뒀다. 이번에 개봉한 뉴문은 보지 않았지만 대체로 성별에 따라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다. 떡칠화장빨이니, 손발이 오그라드니 하는 악평이 난무하는지라 남편은 손도 안 댄 영화지만 난 나름대로 재밌게 봤다. 확실히 이런 류의 하이틴 로맨스물은 취향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시리즈 중 뉴문이 제일 재밌었고 브레이킹 던이 베드씬 없어서 난 오히려 더 짜증나던데... 뉴문도 이렇게 뒷말이 많은데 브레이킹 던으로 가면 평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할 지경이다. 남들은 어떻게 느낄지 몰라도 시리즈의 완결판인 브레이킹 던에 나오는 남주인공은 좀 많이 찌질했다. 한참 재미나게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이유도 결국 그거였다.

 하여간 2% 모자란 느낌으로 뱀프물을 접했고, 그 다음에 성인삘 팍팍 난대서 고른 것이 미드 트루블러드다. 와우, 벨라와 에드워드의 감질나는 러브씬에 비하면 이쪽은 본격적인 성인남녀간의 연애물이다. 거기다 설정도 훨씬 전통에 가깝다. 솔직히 트와일라잇의 뱀프들은 얘들에 비하면 너무 편하게 산다 싶을 정도로. 결정적으로 걔들은 햇빛에 데미지가 전혀 없잖아 -_- 고드릭이 불쌍할 지경이랄까.  

드라마에서도 느꼈지만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의 설정은 참 흥미롭다. 일단 여타 뱀프물에서의 뱀파이어들이 타인에 노출되지 않게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반면 이곳의 뱀파이어들은 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즉 설정에 따르면 일본에서 개발된 합성혈액 "트루블러드"로 인해 뱀파이어들은 더는 인간의 피를 필요로 할 이유가 없으며, 이들은 음지에서 비밀스럽게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를 거부하고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 소설의 세계에서 인간과 뱀파이어는 함께 공존한다. 그들이 가진 특성은 공포의 대상이 될지언정 더 이상 비밀은 아니다. 뱀파이어의 혈액은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좀더 강력한 성적 흥분을 원하는 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정력제가 되기도 한다. 소설은 뱀파이어라는 전통적인 공포의 대상이 음지에서 양지로 부각되면서 이들을 받아들이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방식을 사실적이고도 절묘하게 담아냈다. 여기에 비하면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들은 여전히 타인의 접촉을 달가워하지 않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초절정미남 에드워드도 좋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늑대인간과 뱀파이어간의 대립구도도 흥미롭게 봤었다. 다만 서로 다른 두 세계관 중 뱀파이어로서 어느 쪽에서 사는 것이 더 편하겠느냐고 물어본다면 내 생각엔 후자가 압도적일 것 같다. 정체 안 들키게 남 눈치 보고 사는 게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그것 빼고는 솔직히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 없잖아? 누구는 새벽 동트는 것만 봐도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반해 햇빛에도 죽지 않고 피부만 빤짝거린다면 트루블러드의 뱀파이어들은 인생에 많은 회의를 느낄 것 같다.  

 드라마를 시즌 2까지 단숨에 달린 다음 내친 김에 책까지 주문해 읽었다. 시즌 3은 아직 제작중이라는데 이미 소설을 다 읽어 버렸으니 어쩔까 싶기도 하다. TV시리즈와 원작을 동시에 접해본 건 참 오랜만의 일이지만, 같은 인물들을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보는 것도 괜찮았다. 시점이 수키 스택하우스의 1인칭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여주인공 캐릭터의 개연성이나 현실감은 드라마가 소설보다 덜하다는 느낌이지만, 남자 주인공의 경우는 드라마 쪽이 좀 더 몰입하기 좋았다. 소설 속 캐릭터가 아무래도 좀 덤덤한 느낌이라면, 드라마 속의 빌은 그야말로 열정적인 캐릭터다. 소설과 드라마의 엔딩처리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내 느낌이 그쪽으로 쏠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소설의 결말을 읽는 것보다는 드라마 마지막회가 더 짜릿했다.  

 버닝은 무슨, 난 그저 트렌드에 낚였을 뿐이야! 하고 친구에게 도도히 답문을 날렸던 나지만, 오늘 드디어 새 뱀프물에 도전했다.(...) 뱀파이어 다이어리라고 이것도 주인공이 뱀픈데 이번엔 여자애 하나 둘러싸고 뱀프형제 둘이 싸우는 삼각관계물이란다.(.......) 오늘 첫회 본것 치고는 남주인공 얼굴이 영 취향 아니던데 이것도 하이틴 로맨스물 티가 팍팍 나던데 9화까지 달릴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공식커플은 스테판&엘레나 같은데 스테판으로 나오는 애가 얼굴이 너무 느끼해서 나한테는 비호감이었다. 9화까지 달릴 수 있을까? 이거 트렌드에 낚인 것치곤 좀 오래 가는 것 같은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夢影 2009-12-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물이라면, 전통인 버피 더 뱀파이어를 봐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도 몇 편 못봐서 평가를 해주긴 그렇지만. 소설로는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 추천.(그러나 3권까지밖에 없..)

달님엄마 2009-12-29 15:34   좋아요 0 | URL
나한테 더이상 뱀프물 던져주지마(...) 나 장바구니에 벌써 3권이나 들어있다구우 ㅜ0ㅜ
...하지만 고마워. 그것도 기억해 놓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