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양
우메다 슌사쿠.우메다 요시코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전작인 '모르는 척'을 너무 좋게 읽었다.

그리고 팟방을 듣다가 김중미 작가가 이 책을 소개하는 걸 듣고 궁금해졌다,

마침 학교 도서관에 책이 들어왔다,

기억해두고 싶은 또 한명의 일본작가 부부의 책이다,

 

왕따를 당해 마음의 상처가 깊은 소년 다이요는 이사리비라는 작은 어촌으로 어촌체험을 간다. 그곳에서는 모든 주민이 모든 주민에게 관심을 가지고 어른은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당연히 되는 곳이다. 깊은 상처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은 다이요는 다정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가야형을 따라다니며 마을에 적응하고 형을 좋아하게 된다. 마을 주민 모두가 공동으로 하는 일에 귀찮아 하면서도 함께 하는 동안 몸을 써서 느끼는 달콤한 피곤함을 경험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밥 관심 누구든 함께 일하고 참여하는 마을의 정서에 점차 빠져든다.

 

- 우리 마을에서는 뭐든 우리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여기고 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한다는 거지

-그리고 여기서는 마을 사람끼리 굵은 밧줄로 이어져 있다고 해

-밧줄?

-배와 배를 단단히 묶어두는 밧줄 말이야. 태풍이 불거나 날씨가 험할 때 배가 바다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주는 밧줄 거친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이사리비 사람들은 우리라는 밧줄로 서로 묶여 있다는 거야 나도 우리 마을 배우기 시간에 들었어

P 65-66

-뭐 어때 괜찮아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다 같이 모래를 묻은 톳을 줍고 있었다,

괜찮다고? 뭐지? 이건/

톳을 줍는데 손이 막 떨렸다,

 

복도로 한 걸음 내딛는데 학교 냄새가 훅 끼쳤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문서 절단기에 찢긴 공책을 발견하던 날이 떠올랐다.

P93

예정했던 3박4일이 지나도 다이요는 좀 더 머물기로 한다. 톳작업이 끝날 때 까지라고 했지만 마음은 그냥 계속 머물고 싶었고 아직 뭔가 미진하다고 느껴을 것이다.

어느날 가야형이 고백한다. 나는 사실 아이들을 괴롭히고 상처주는 못된 아이였어

가야형의 고백을 듣고도 다이요는 마음을 열기가 두렵다. 다 알고 여기서도 따돌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아직 남아 있다,.

 

- 한심한 꼴을 보여 미안하다. 마을 어른이 운리가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구나

-네? 저는 여기 마을 아이도 아닌데요?

-여기 머문 이상 너는 우리 마을이 돌봐야 할 우리 아이다.

P 116

-해파리 알지? 바다에 숨어서 속을 썩이는 녀석 말이다.

그런데 육지로 끄집어 내면 흐물흐물 사라져 버려.........

아저씨는 세상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일은 일단 햇볕 아래 내놔야 한다고 했다 P 120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돕고 분교에도 가지만 아직 마음을 다열지는 못한 다이요

그러다 아키토 형의 상처도 알게 된다. 형도 다이요처럼 괴롭힘을 당하고 분교로 전학왔는데 여기 어른들이 함께 자기 편을 들며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주었다고 한다.(타인의 고통 체험) 그때 스스로 강해지겠다고 결심하고 나를 지켜주고 내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마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다이요는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그때 내 옆에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이요는 아키토 형과 함께 산을 뛰며 쌓인 분노를 다스리기 시작한다.

톳작업이 끝나고 판매까지 다 마친 후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고래바위에서 다이빙을 망설이던 다이요 천공해활..을 외치고 뛰어든다.

그동안 속으로 쌓은 분노와 수치심 원망을 풀어가는 행동이다.

마지막 날 아키토와 가야앞에서 다이요는 자기의 아픔을 털어놓는다.

 

-정말 힘들게 싸워 왔구나 다이요도....

아키토 형이 먼 눈을 하고 중얼거렸고 가야형도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요 그렇게 혼자 꾹꾹 참고만 있더니 .....고마워 우리를 믿어줘서..........

한때 폭력으로 힘들어 했던 아키토, 마음속의 응어리를 누군가에게 해함으로 풀려고 했던 가야 그리고 학교 폭력으로 상처 입은 다이요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이상하지 않다.

 

 

캐묻지 않고 불편한 관심을 드러내 보이지 않지만 늘 옆에서 함께 하는 것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상처 받은 아이는 용기를 낼 수 있다.

광고중 어른이 날이라는 게 있다.

아이를 처음 도와주는 날이 어른이 날이라고 했다,.

어른이란 아이를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이고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존재이고 언제든 와서 뭔가를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여야한다.

그리고 어른에게 어른도 그런 존재여야 한다.

그런 어른과 아이들이 만든 공동체에서는 상처 입을 이유도 없고 혼자 아파할 이유도 없다.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가장 먼 길이라고 하는데 나는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가 더 멀다,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그건 머릿속에서 지어진 모래성일 뿐이다.

너를 알고 사랑하면 그 사랑을 표현해야하는 것 그것이 어른이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흔히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무척 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가슴에서 발까지가 더 멀다.

생각하는 일을 가슴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고 알고 공감하는 일을 행동하는 것은 늘 주저된다,

나 혼자 뭐라고... 남들도 안하는데... 내가 혼자 튀는 건 아닐까..

늘 생각하고 말하면서 행동은 쉽지않은 나다,

이 섬마을 어른같은 어른이 보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너무나 좁게 두르고 살면서 모두를 타자화 시켜버리고  낯설어하고 모른 척한다. 우리라는 말이 쓰임에 따라 굉장히 배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우리는 무지하게 넓다,

그런 넓이를 가진 어른이 필요한데 나는 늘 두렵고 주저된다,

 

그저 바라봐주고 기다려주고 마음의 상처가 저혼자 곪다가 쓰라리다가 탁 터져버리는 순간에 등을 쓸어주는 어른노릇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상처를 마주보라고 말해주는 어른 괜찮다고 등을 쓸어주는 어른 ' 그냥 지켜보면서 잘못된 길을 가도 기다렸다 돌아오면 소박한 밥상을 차려주는 어른 그리고 용기있는 어른

아이들이 읽으면 다른 무언가를 찾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어른노릇을 본다.

공동체가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은 참 쉽고 단순한데 그 단순함이 어렵다는 걸 비겁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한 발을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

책이 자꾸 나의 등을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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