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번영 - 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
이찬근 지음 / 부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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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인이 한국경제에 대해 쓴 책치고 제대로 아니 품질이 제대로 된 것을 못봤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입장의 품질 때문인 것같다.

경제현실에 대해 쓰려면 불가피하게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적영역에 유행하는 담론들이라는게 구닥다리다. 서구의 기준으로보자면 70년대 이전에나 유효한 논리를 21세기에 써먹으려니 현실과 맞지 않고 현실과 맞지 않는 프레임에 현실을 우겨넣으려니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 류의 입장 중 하나가 이책의 저자가 버린 한국의 좌파 그중에서도 좀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는 사민주의 입장이랄 수 있다.

저자는 한때 한국이 나아갈 방향으로 사민주의를 주장했었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모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책은 그러한 좌파의 입장에서 세계화론자 정확히는 세계화 불가피론자로 전향하게 된 저자 나름의 합리화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왜 한국의 좌파들이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가를 에필로그에서 지적한다. 한국의 좌파들이 의지하는 담론에 중심 개념인 민주주의, 공동체, 국가, 노동이라는 것들이 세계화의 파괴력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좌파의 담론에 등장하는 그 개념들은 어디까지나 세계화 이전의 70년대 이전의 세계에서나 유효할 수 있는 개념들일 뿐이다. 지금은 현실이 아닌 흘러간 역사일 뿐이다는 것이다.

사민주의는 역사적으로 실재한 시스템이다. 1차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에서 시작되었고 2차대전 이후 서구에서 주도적인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그 모델이 유효할 수 있는 환경은 어디까지나 폐쇄된 경제의 일국 경제에서나 유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화로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유효할 수 없는 모델이다.

그러나 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사민주의 모델, 주류경제학의 용어로는 케인즈주의, 조절학파의 용어로 하자면 포디즘 모델은 파산햇다. 그리고 대체이념으로 나온 것이 신자유주의 또는 워싱턴 컨센서스라 불리는 이념이다. 저자는 지금의 세계화를 시동하게 한 것은 바로 이념이었다고 말한다.

시장의 실패보다 국가의 실패가 더 나쁘다고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은 시장의 효율과 사회의 형평의 균형을 추구하던 케인즈주의 모델을 부수었다. 장기불황의 비참함에서 사람들은 경제의 엔진을 돌려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시장의 효율성을 우선한다는 합의를 이끈 것이다.

이후 탈규제, 민영화로 대표되는 흐름이 레이건과 대처에 의해 시동되었다. 그리고 세계화의 시작은 금융의 자유화부터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은행은 따분한 직장이었다. 영업은 주의 일부지역에만 할 수 있었기에 2만개나 되는 은행이 있었고 예대금리의 제한을 받았으니 경쟁도 치열하지 않았다. 금융자본의 비대화로 인해 생긴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대공황을 촉발했다는 반성에서 금융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한 결과였다.

그러나 금융업의 탈규제가 시작되면서 미국의 회생이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월스트리트의 주도로 산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벤처캐피털과 같이 신성장동력을 키워낼 수 있었으며 세계각지로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었고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경제가 클 수 있게 자본을 댈 수 있었다. 저자는 지금의 세계화는 미국의 금융자본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양극화가 지적되고 잇듯이 세계화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그리고 세계화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부를 만들었지만 그 부는 종속이론에서 언급했던 부등가 교환에 기초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바로 가치 이하로 임금을 받는 중국 등의 저임노동력이 그 근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은 중국의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그 수출의 절대다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하는 것이다. 미국에 중국이 수출하는 물량의 반 이상은 미국기업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임금만 주고 상품을 만들면서 미국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 노동자가 중국 노동자와 경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쟁은 임금상승률을 생산성 증가 이하로 묶었고 양극화로 이어졋다. 저자는 프리드먼의 평평한 세계의 진실은 바로 이것이라 말한다.

양극화는 우리가 보고 있듯이 사회를 분열시켜 공동체를 무력화시킨다. 그러나 국가는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양극화를 시정하기 위해 임금을 올린다든가 기업의 이윤에서 세금을 더 거둬 분배를 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죽으라는 말이기에 다른 유리한 나라로 떠나라는 말이 된다. 결국 민주주의도 국가도 노동도 무력화된다.

그러나 세계화가 이런 파괴적인 결과만 낳은 것은 아니다. 세계화를 미국보다 더 지지하는 나라는 부등가 교환 시스템에서 을의 위치인 중국과 인도이다. 그들은 세계화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누릴 수 없는 성장을 이루었고 거기서 막대한 혜택을 보고 잇다. 사실 세계화로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빈곤은 감소했다.

세계화가 유지되고 가속화된 것은 이런 상호의존성 때문이다. 세계화에 참여하는 것이 참여하지 않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유리한 것이다. 세계화에서 소외된 북한과 버마를 보라.

그렇다면 양극화와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은 많지 않다. 저자는 프리드먼이 말한 것처럼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교육만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이 세계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세계화에서 가장 혜택을 크게 누리는 문제해결형의 지식노동자가 20%나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세계화에서 블루컬러의 몫은 적다. 선진국이든 중국이나 방글라데시등 공장노동자의 수준은 평준화되어 간다. 서비스업도 대우가 좋지는 않다. 세계화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혁신을 만들어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성을 가진 지식노동자이다.

이런 세계에서 대안은 그런 지식노동자를 최대한 많이 키워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의 나아갈 방향이며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사실 이책의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세계화에 대한 주류입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돋보인다.

우선 이책은 저자가 자신의 전향 이후 나름의 입장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책의 논의는 주로 세계화에 대한 기존 논의들을 요약하면서 저자 나름으로 해석해나가는 식으로 되어 잇다. 저자의 지적 방황을 모아 책으로 정리하는 것이라 보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다른 한국의 저자들이 쓴 책들과는 다른 지적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그 지적 긴장감의 밑에는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진로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모색이 있다.

물론 이책은 세계화에 대한 교과서라 할 수 있는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처럼 발로 뛰면서 쓴 책이 아니다. 이책의 모색은 현장보다는 종이 위에서의 책상에서의 모색이다. 그러나 이책은 현실감각이 있다. 그 현실감각은 바로 저자의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고민은 한국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기에 이책은 단순한 문헌의 요약이 가질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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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의 미래
데이비드 스믹 지음, 이영준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비즈니스맵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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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의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안감’이다. 지난 한세대 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의 부를 만들고 빈곤의 규모를 줄여왔던 세계화가 좌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로 세계가 퇴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책을 주제라 할 수 있다.

저자가 ‘흉악한 70년대(Ugly ‘70s)’라 부르는 그 시절을 지배했던 것은 절망과 무기력이었다. 불황인데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대공황 이후 한 시대는 끝났다. 세계가 방향을 잃고 헤맬 때 다시 대공황 이전의 세계화로, 자유주의가 지배하던 번영의 시절로 세계는 방향을 틀었고 이후 레이건과 클린턴을 거치면서 세계화는 한세기전 세계가 그러햇듯이 거대한 부를 낳았고 빈곤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은 지나간 호시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불안해한다.

세계화가 가능했던 것은 대공황 이전처럼 무역과 금융의 힘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계는 하나로 묶였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로 묶인 세계를 지탱하는 축은 금융의 미국과 생산의 (80년대에는 일본) 중국과 아시아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던 그린스펀 전 의장이 미국의 경제를 수수께끼라고 말한 것을 예로 든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천문학적인데도 이자율은 낮고 실업률은 경제이론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데 인플레는 낮다. 경제이론으로는 수수께끼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그런 수수께끼가 가능한 것은 세계화 때문이었고 그 세계화를 떠받치는 미국의 금융산업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이 거대한 적자를 쌓는데도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적자를 다시 미국에 투자하는 아시아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아시아국가들이 미국에서 번 돈을 다시 미국에 빌려주는 이유는 미국이 불쌍해서도 아니고 그돈으로 다시 그들의 상품을 살 돈을 빌려주려는 의도에서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의 금융산업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엇다는 것이다.

거대한 흑자를 만들면서 아시아국가들은 과잉저축을 쌓아올렸다. 그러나 국내에선 그 저축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갈 곳없는 돈에게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최상의 목적지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러한 자본순환이 좌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우선 저자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한다. 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기껏해야 2천에서 4천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 수백배에 달하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다. 그러나 그것이 시스템을 타고 증권화되고 구조화되면서 키워진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를 건드렸고 그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를 다시 세우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규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하지만 자칫 규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역동성이 홰손되기가 쉽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이유로 포퓰리즘적으로 변해가는 정치가들을 저자는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중년층들은 70년대의 암울함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은 세계화로 세계경제가 번영하는 시절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 세계화가 왜 시작되었는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시작은 70년대의 그 암울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시작되었고 그 시절의 비참함을 기억하는 (그리고 대공황까지 겪어본) 레이건과 클린턴과 같은 리더들과 함께였다.

세계화는 그후 25년동안 전례없는 번영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양극화가 일어났고 갈수록 심화되어간다. 그리고 삶은 프리드먼이 말하는 평평한 세계에서 치뤄야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때문에 갈수록 불안정해진다.

그러한 정서를 등에 업고 반세계화를 떠드는 정치인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그들은 왜 세계화가 시작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그들이 부수려는 세계화가 사라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책임질 생각도 없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라고 저자는 걱정한다. 미국의 쌓여가는 쌍둥이적자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럴 때도 과연 미국에 아시아의 과잉저축이 쏟아져 들어올까?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이란 매력도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화를 떠받치는 금융의 미국이 휘청거릴 가능성만큼 생산의 중국이 휘청일 가능성 역시 높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밖에서 볼 때 중국의 위업은 대단하다. 그러나 중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중국이 더 전진할 수 있을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요약해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이책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세계각국의 중앙은행 관계자, 경제관료, 월스트리트의 금융인, 정치인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해온 저자의 경력은 이책을 다른 책들과는 다른 수준의 것으로 만들고 잇다. 이책에는 화려한 통계가 등장하지 않는다. 수리모델도 없다. 단지 저자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내부에서 자신이 몸으로 겪었던 일들을 말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경력 때문에 이책의 논리는 생생하다. 그리고 힘이 있다.

저자가 우려하는 대로 세계화가 끝나버릴지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저자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은 물론 아니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불안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세계화,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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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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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그리 큰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다. 목차를 보니 왜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같은 간접적 매체가 유행하는가로 시작해 폭탄주를 왜 마시게 되나 왜 광신도가 이렇게 많으냐? 스타벅스 커피가 왜 유행하는가 그러면서 커피믹스는 여전히 왜 잘 팔리나 왜 조폭을 싫어하면서 느와르에는 열광하는가 같은 누구나 궁금해하면서 한번쯤 썰을 풀어봤을 주제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이책의 저자는 그런 심심풀이 잡담의 소재들에 현직 정신과의사로서 나름 설득력있는 설명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왜 와인이 유행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면서 예전처럼 먹고 죽자는 식의 폭음문화가 유지되기에는 삶이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언제 떨려나갈지 모를 직장에서 단합을 위해 몸을 버려가며 희생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면서 술을 같이 마신다는 의미는 가질 수 있는 술을 찾다보니 와인이 뜨게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것이 정착되면서 남자들의 장난감이 되어 와인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취미의 영역이 된 것이다.

상식적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설명이다. 대단한 이론이 전제된 것도 아니다. 나도 할법한 설명이다. 이런 생각들이 들 것이다. 물론 그렇다. 이책은 그런 소소한 현상들에 대해 상식적인 설명들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그런 쉬운 설명에는 저자의 정신과의사로서의 경력이 녹아있기에 쉽고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간간히 쉽게 상식적인 설명만으로 부족할 때 심리학 이론들이 쉽게 요약되어 제시되기도 한다. 물론 이책은 그리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잡담에 활용해볼 수 있을 만한 소소한 주제들로 그리고 주변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면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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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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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교묘하게 쓰여진 선동이다. 이책의 논지는 간단하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은 약하디 약하다. 그리고 세계라는 무대에서 약하다는 것은 죄이다. 19세기 아편전쟁이란 터무니 없는 폭력을 당해야 했던 것처럼 중국이 약한 것은 죄가 된다. 21세기에 19세기의 죄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중국은 미국이 정한 세계경제의 규칙인 달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 자신의 화폐인 위안화로 무역을 할 수 있어야 경제주권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중국의 실력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 정도가 아니다. 그러면 두눈 뜨고 미국에게 얻어맞아야 하나? 방법이 있다. 금본위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갑자기 금본위제라니?! 금본위제는 대공황을 최악의 경제위기로 만든 원인이 아닌가? 지금에 와서 케인즈가 야만의 유물이라 혹평한 금을 꺼내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책은 그런 의문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다. 이책은 금본위제가 왜 지금 필요한가를 밝히기 위해 영국에서 시작된 중앙은행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제사를 보았다면 누구나 알듯이 지금의 은행가들의 선조는 영국의 금세공사들이었다. 물론 메디치가문과 같은 은행가들이 그 이전에 있었지만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란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금세공사들때문이었다.

금이란 사실 거래수단으로 사용하기는 거북하고 불편하다. 분실할 위험도 있고 무겁고 번거롭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실물금을 들고 다닐 필요없이 내가 금을 갖고 있다는 증명만 가능하다면 된다. 그래서 금을 취급하는 신용있는 업자인 금세공사들에게 금을 맡기고 영수증을 받아 그 영수증을 금대신 쓰는 것이다.

그런데 금세공사들은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된다. 금을 맡아두었더니 찾아가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금덩이를 놀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자기가 맡은 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은행의 신용창출 기능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금본위제는 바로 이런 제도가 발전한 것이다. 금보관증이 화폐로 진화한 것이다. 우리가 화폐를 받는 것은 금을 받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그런데 지금은 법정 불환화폐의 시대이다. 우리가 쓰는 돈은 금으로 바꿀 수 없다. 그럼 우리가 쓰는 화폐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이것이 바로 중앙은행의 비밀이며 국제 금융재벌의 음모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앙은행의 시초는 영국은행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영국은행이 2차대전 전까지 민영이었다는 것이다. 영국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의 가치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전까지 유럽의 국가들은 세금만으로 재정을 충당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쓸데는 많다. 관료들 월급을 주어야 하고 군대에 봉급을 주고 먹여주고 무장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전쟁을 해대는데 전쟁은 돈먹는 하마다. 해결책은? 빚을 내면 된다.

여기서 국채가 등장했고 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것이 가장 수지 맞는 금융사업이었다. 그리고 그 사업을 대규모로 하는 은행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영국은행이었다. 미래에 국가가 거둘 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서인 국채를 담보로 화폐를 발행한다.

이것이 중앙은행이라는 것이다. 땅집고 헤엄치기이며 도랑치고 가재잡기이다. 안정적인 이자수입에 때일 염려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민영 중앙은행을 두고 미국에서 100년동안 금융재벌과 정부의 전쟁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미국이 독립전쟁을 시작한 것은 식민지정부가 자체적으로 화폐를 발행하여 식민지 경제를 활성화한 것에 영국은행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그런 발권행위를 금지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식민지에서 분노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독립 후에도 영국의 금융재벌들은 정치가들을 조종해 미국에 민영 중앙은행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링컨의 암살은 그런 갈등이 원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20세기 초 마침내 연방준비은행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영은행이 아니라 민영은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금융재벌들이 성공한 것이다. 미국이란 거대한 경제를 은행가들이 장악한 것이다. 그들은 미국 정부 국채의 이자수입을 받을 수 있게 되엇다. 그리고 중앙은행을 장악하면서 경제에 돈을 풀고 거두는 권한을 갖게 되었고 금융재벌들은 의도적으로 돈을 마구 풀어 호황을 만들고 갑자기 돈을 거둬들여 경제위기를 만들면서 우량자산이 헐값이 되도록 한다음 헐값으로 그 자산들을 사들이는 음모를 꾸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9세기의 대표적인 경제위기들과 대공황도 그런 음모에서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단한 치부채이다.

경제위기만 그들이 만든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국채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것은 전쟁때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그들의 장사에 최고라는 것이다. 1,2차대전은 그렇게 일어났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거기서 만족하지 않은 것이 금본위제가 사라진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처음에 금융재벌들은 금본위제를 지키려 했다. 자신의 자산가치가 안정적이 되길 원한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를 조장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인플레는 다들 알듯이 돈의 가치를 떨어트려 부의 재분배를 일으킨다. 금본위제에 묶이지 않은 화폐는 필연적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재분배된 부를 거두어들이는 것이 휠씬 대단한 이익이라는 것을 금융재벌들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닉슨이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한 이후 달러의 가치는 98%가 하락한 것을 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는 위안화가 세계에 통용되려면 금의 가치로 지지되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아주 재미있는 음모론이다. 그러나 얼마나 이런 주장이 사실일까? 이책의 내용은 기실 역사적 사실들을 근거로 한다. 문제는 저자가 그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다. 저자가 금융재벌들의 음모를 파헤친다고 하지만 음모론은 사실 자체가 아니라 사실에서 추정한 간접적인 논리일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음모론으로 머물겠는가? 문제는 그 추정에 이르기 까지의 논리가 매우 선정적이고(그래서 재미있는 것이지만) 비약이 심하며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본위제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지금의 세계경제를 금이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세기 영국의 경제는 디플레에 빠져 침체하는 일이 많았다. 금의 생산량이 경제의 성장속도를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대공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경제사를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의 논리는 재미있다. 그러나 그 논리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의도적인 왜곡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책은 잘 언급되지 않는 역사를 드러내고 이렇게 역사를 읽을 수도 잇구나란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있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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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책 2010-03-1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회되시면 <제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Lulu 2010-03-19 17:01   좋아요 0 | URL
책 추천 고맙습니다. 한번 어떤 책인지 알아봐야 겠네요 ^^
 
미래에 집중하라 - 어떻게 트렌드를 활용하여 비즈니스 혁신을 이룰 것인가
마티아스 호르크스 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책은 미래학자로 유명한 호르크스가 썼다. 그러나 이책은 미래학 서적이라기 보다는 마케팅 기획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트렌드를 읽고 그 트렌드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이책의 내용은 저자가 운영하는 미래연구소라는 컨설팅업체가 클라이언트들의 의뢰에 따라 하는 작업들이 어떤 프로세스에 따라 이루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일종의 매뉴얼이다.

그 프로세스는 물론 트렌드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30에서 50년 정도 지속되는  메가 트렌드이다. 세계화, 고령화, 개인화, 교육의 일상화, 건강, 이동성, 신노동(지식노동이나 직업의 프리랜서화), 사회의 여성화 등을 저자는 든다. 로하스와 같은 가치관의 변화는 개인화와 이동화라는 메가트렌드의 복합적 작용에 의한 가치관의 변화 즉 사회문화적 트렌드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보다 하위의 기술 트렌드나 소비자 트렌드 역시 메가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변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메가 트렌드의 영향력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읽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그 트렌드를 어떻게 읽어내는가에 관한 내용부터 시작한다. 거리에 나가 트렌드를 관찰하는 법, 기사나 논문, 보고서 등을 스캐닝하면서 개괄하는 법, 전문가에게 묻는 델파이법등을 설명한다.

트렌드를 파악했으면 그에 따라 제품, 서비스, 유통, 공급사슬 등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강점/약점은 무엇인가 등을 평가하면서 어떤 기회가 있는가, 즉 어떤 혁신이 가능한가를 생각하는 것이 본론이 된다. 이책의 주 내용은 바로 트렌드를 읽어서 어떤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어떤 아이디어를 냈으면 그 아이디어가 트렌드와 연관성이 있는가? 우리 회사와는 관련이 있는가? 지금은 틈새시장이라도 성장할 시장 잠재력은 있는가? 수익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 실현가능성은 있는가? 성공가능성은 있는가?와 같은 6가지 기준으로 1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겨 4가지 이상에서 7이상이 나와야 좋은 아이디어가 된다.

그외에도 이책은 여러가지 기법을 제시한다.그러나  이책이 제시하는 툴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기획을 프리젠테이션할 때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객관화하기 좋은 수단으로서 더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책에는 물론 트렌드를 읽고 그 트렌드를 마케팅 기획에 적용하는 기법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기법을 설명하면서 실제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되었는가하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책의 의도는 기획업무의 매뉴얼을 제시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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