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는 중국의 재앙이었다. 중국혁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더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마오라는 사람이 중국을 망쳐놓았다는데는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책의 저자는 그 재앙은 역사로서 지나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의 문제는 마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후르시쵸프는 권좌에 오르자 마자 스탈린 격하운동을 시작했다. 후르시쵸프는 스탈린의 죄악을 털어내고 스탈린의 망령에서 벗어나면 공산주의는 전체주의라는 죄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오가 생각했듯이 공산주의는 전체주의로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을 현실에 실현하려면 폭력으로서만 가능하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인간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한 이념은 그렇게 밖에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후르시쵸프 이후 소련은 다시 전체주의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고 그의 스탈린 격하는 공산주의의 신뢰를 떨어트린 것 이외에는 아무런 한 일이 없었다. 자유와 공산주의는 공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잔인성과 권력욕에서 스탈린 못지 않았던 마오가 죽은 후 그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후르시쵸프 이상으로 전임자를 증오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러나 덩은 마오를 격하시키지 않았다. 마오를 욕하는 것은 공산당을 욕하는 것일 뿐으로 마오를 욕한다고 그의 죄가 공산당에게 대물림되지 않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오는 공산당의 원죄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중국의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책은 천안문 세대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989년 천안문 광장 앞에 모였던 젊은이들은 공산주의가 말하는 이상과 현실이 조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린 것은 폭력 뿐이었다. 자국의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군대. 정상적인 국가의 군대는 아니다. 그리고 그 어그러짐은 마오로부터 시작된다. 마오가 중국을 망치기 시작한 것은 대약진 운동부터 였다. 전문가를 무시하고 어설픈 아마추어 감각으로 경제를 망치면서 수천만의 아사자를 낳았고 경제는 엉망이 되었다. 마오의 무능이 드러난 것이다. 마오는 대실패 이후 마음껏 당을 비판하라고 부추켰다. 소위 백화쟁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백화쟁명은 자신의 무능을 덮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책략에 지나지 않았다. 반대파를 드러나게 하고 반대파를 처벌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이책은 백화쟁명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산당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한 환멸을 그린다. 이념운동인 공산주의에서 언행불일치는 파산선고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백화쟁명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이후 마오가 계획한 문화혁명은 10여년간 중국을 뒤흔들면서 중국을 파산시켰다. 이책은 문화혁명 당시 중칭에서 홍위병으로 활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문화혁명이 어떻게 사람들의 도덕과 현실감을 무너트렸는지를 보여준다. 마오의 죽음과 함께 문화혁명의 광기는 끝났고 문화혁명은 부정되었다. 그러나 부정된 것은 마오의 죄만이 아니었다. 중국인들은 이념에 대해 냉소적이 되었고 그들이 쫓는 것은 돈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게 되었다. 이책은 개혁개방 이후 영혼이 사라진 공산당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부패할 수 있었는지를 노동자, 철거민, 농민과 같은 약자들이 권력의 부패에 당하는 모습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책의 내용은 위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마오의 죄악이나 중국의 어두운 현재에 대한 책은 많다. 그 많은 책더미에 추가된 이책은 그러나 중국의 전체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단지 현장에서 역사를 겪었고 그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포커스를 맞춰 그들이 직접 겪은 일과 그들이 느낀 감정을 기술할 뿐이다. 그리고 그 구체성이 이책의 뛰어난 점이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