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의 미래
데이비드 스믹 지음, 이영준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비즈니스맵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책의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안감’이다. 지난 한세대 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의 부를 만들고 빈곤의 규모를 줄여왔던 세계화가 좌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로 세계가 퇴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책을 주제라 할 수 있다.

저자가 ‘흉악한 70년대(Ugly ‘70s)’라 부르는 그 시절을 지배했던 것은 절망과 무기력이었다. 불황인데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대공황 이후 한 시대는 끝났다. 세계가 방향을 잃고 헤맬 때 다시 대공황 이전의 세계화로, 자유주의가 지배하던 번영의 시절로 세계는 방향을 틀었고 이후 레이건과 클린턴을 거치면서 세계화는 한세기전 세계가 그러햇듯이 거대한 부를 낳았고 빈곤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은 지나간 호시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불안해한다.

세계화가 가능했던 것은 대공황 이전처럼 무역과 금융의 힘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계는 하나로 묶였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로 묶인 세계를 지탱하는 축은 금융의 미국과 생산의 (80년대에는 일본) 중국과 아시아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던 그린스펀 전 의장이 미국의 경제를 수수께끼라고 말한 것을 예로 든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천문학적인데도 이자율은 낮고 실업률은 경제이론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데 인플레는 낮다. 경제이론으로는 수수께끼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그런 수수께끼가 가능한 것은 세계화 때문이었고 그 세계화를 떠받치는 미국의 금융산업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이 거대한 적자를 쌓는데도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적자를 다시 미국에 투자하는 아시아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아시아국가들이 미국에서 번 돈을 다시 미국에 빌려주는 이유는 미국이 불쌍해서도 아니고 그돈으로 다시 그들의 상품을 살 돈을 빌려주려는 의도에서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의 금융산업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엇다는 것이다.

거대한 흑자를 만들면서 아시아국가들은 과잉저축을 쌓아올렸다. 그러나 국내에선 그 저축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갈 곳없는 돈에게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최상의 목적지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러한 자본순환이 좌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우선 저자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한다. 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기껏해야 2천에서 4천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 수백배에 달하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다. 그러나 그것이 시스템을 타고 증권화되고 구조화되면서 키워진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를 건드렸고 그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를 다시 세우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규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하지만 자칫 규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역동성이 홰손되기가 쉽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이유로 포퓰리즘적으로 변해가는 정치가들을 저자는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중년층들은 70년대의 암울함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은 세계화로 세계경제가 번영하는 시절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 세계화가 왜 시작되었는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시작은 70년대의 그 암울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시작되었고 그 시절의 비참함을 기억하는 (그리고 대공황까지 겪어본) 레이건과 클린턴과 같은 리더들과 함께였다.

세계화는 그후 25년동안 전례없는 번영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양극화가 일어났고 갈수록 심화되어간다. 그리고 삶은 프리드먼이 말하는 평평한 세계에서 치뤄야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때문에 갈수록 불안정해진다.

그러한 정서를 등에 업고 반세계화를 떠드는 정치인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그들은 왜 세계화가 시작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그들이 부수려는 세계화가 사라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책임질 생각도 없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라고 저자는 걱정한다. 미국의 쌓여가는 쌍둥이적자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럴 때도 과연 미국에 아시아의 과잉저축이 쏟아져 들어올까?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이란 매력도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화를 떠받치는 금융의 미국이 휘청거릴 가능성만큼 생산의 중국이 휘청일 가능성 역시 높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밖에서 볼 때 중국의 위업은 대단하다. 그러나 중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중국이 더 전진할 수 있을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요약해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이책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세계각국의 중앙은행 관계자, 경제관료, 월스트리트의 금융인, 정치인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해온 저자의 경력은 이책을 다른 책들과는 다른 수준의 것으로 만들고 잇다. 이책에는 화려한 통계가 등장하지 않는다. 수리모델도 없다. 단지 저자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내부에서 자신이 몸으로 겪었던 일들을 말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경력 때문에 이책의 논리는 생생하다. 그리고 힘이 있다.

저자가 우려하는 대로 세계화가 끝나버릴지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저자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은 물론 아니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불안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세계화,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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