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IR -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IR큐더스 지음 / 이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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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에 인용된 몇년전 해외 IR 행사장에서의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이하 외): 웅진코웨이가 무슨 회사입니까?
웅진코웨이 IR 담당자: 가정용 정수기, 공기 청정기와 비데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임대하고 있습니다.
외: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가정에서 쓴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가능합니까? 부피도 크고 가격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웅: ....
외: 비데라니, 그건 또 뭡니까? 고급 호텔 화장실에 가보면 변기 옆에 따로 있는 그거 말씀인가요? 한국에 그렇게 잘 사는 사람이 많습니까?
웅:... 저희 제품은 변기 위에 설치하는 제품이니다. 그리고 렌탈 개념을 도입해서...
외: 가전제품이라고 보기도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 치고 렌탈이라는 개념도 또 처음입니다.
웅: 그래도 그것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 한다. 다행스럽게도 웅진코웨이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말 50%에 가까워졌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만 이래서는 투자자가 자기돈을 던질 용기가 날 수 없다. IR은 바로 그런 용기가 나도록 신뢰를 쌓는 활동이다.

고도성장기때만 하더라도 기업의 자금조달은 은행의 대출과 같은 간접금융이었고 투자자에게 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의 비중은 미미했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직접금융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에 대한 홍보 즉 IR의 필요성이 늘어났다.

그러나 IR이 독립적인 업무로 자리잡은 것은 아직 10여년이 채 못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가 일천하니 IR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IR이 무엇인지 IR의 원칙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이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IR의 정의는 투자자들과 신뢰를 쌓아나가는 활동이다. 기본적으로 IR은 회사를 알리는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이고 과서 실적은 이러했으며 앞으로 전망은 어떻다와 같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작업이다.

그러나 정보를 알리기만 한다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알리는 정보가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신뢰를 얻으려면 정보가 정확해야 한다. 거짓말을 한두번 하면 먹힐 수는 있을지 몰라도 다음부터 믿지 않게 되어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신뢰는 자주 알리고 널리 알리는 데서도 나온다. 정보가 신뢰할만하고 분기마다 IR 설명회를 가지며 정보를 접근하기 쉽도록 홈페이지에 자세히 게시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주가지수 평균보다 더 높았다.

저자는 신뢰성, 적극성, 공정성이라고 3가지 원칙으로 IR을 요약한다. 어떤 경영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IR팀을 욕하는데 IR은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쌓는 보약과 같은 것으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활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IR의 기본개념을 설명하고 책의 후반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LG 화학, 현대해상, 웅진코웨이 등과 같은 기업들의 IR 활동을 살펴보면서 책의 앞부분에서 설명한 개념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보여준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은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입문으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을 통해 IR이 어떤 활동이라는 감을 잡는데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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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길라잡이 - 닥터몰리의 면역으로 치료하는 난치병
송창수 지음 / 부광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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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건강하지 못한 생활방식이 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책은 현대에 들어 만연된 면역계 질환의 원인을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과 환경 때문이라 말한다.

이책의 제목은 아토피에 관한 것이지만 이책에서 아토피가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이책은 면역계 질환으로 분류되는 아토피, 비염, 천식, 건선,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모두 같은 성격의 질환으로 분류하여 거의 동일한 처방으로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책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관점차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한국에 기독교가 득세한 것은 서양의 종교라는 후광 때문이었다. 서양의학 역시 서양의 것이기에 동양의학을 누르고 우월한 지위를 차지햇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동양의학보다 강세를 띄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서양의학은 사촌인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관찰할 수 잇는 단위를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서양의학은 현미경의 발명 이후 분석적 툴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강세를 띄게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분석적 도구가 그리 발달되지 않았던 1-200백년 전까지만 해도 동양의학이 효과면에서 더 우월햇다고 말한다.

서양의학의 강점은 분석적 방법론이다. 그러나 그 강점이 곧 단점이 되엇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작은 단위로 쪼개들어가기만 하면서 전체적인 시스템적 관점을 무시하게 되엇다는 것이다. 그리고 면역계 질환이 바로 서양의학의 방법론이 한계를 드러내는 영역이라 저자는 지적한다.

서양의학이 면역계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병의 시스템적 논리를 보고 그 메커니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공격하는 방법, 즉 대증요법에 불과하고 그렇기 때문에 면역계 질환을 난치병으로 분류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책이 다루는 아토피와 같은 면역계 질환은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의학에선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왜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켰는가는 보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양의학에선 면역계 질환을 다르게 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면역계에 이상이 일어난 것은 신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고 균형이 깨진 증상이 면역계의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을 치료하려면 균형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균형이 무너진 원인은 생활방식의 변화이다. 대표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스트레스이다. 그 이외에도 조명장치가 발명되면서 쉬어야 할 시간에 활동을 하게 된 것, 냉방장치의 발명으로 실내와 실외 온도의 차이가 크게 나게 되고 그 온도차에 몸이 적응하기 힘들게 된 것 등 짧은 시간에 인간의 신체가 적응하기에는 너무 큰 변화가 온 것이 원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원인들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장부의 균형이 교란되게 되었고 특히 신체 외부와 내부를 나누고 방어하는 위기(피부와 폐, 그리고 면역계)에 이상이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책에서 제시하는 처방들은 이러한 장부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약제(저자는 조원탕이라 부른다)가 주가 되고 생활습관의 교정이 추천되며 체질(사상의학에서 확장된 8체질)에 따른 식생의 조절을 말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은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는 책이다. 의사들이 쓴 책이 재미잇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글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증상과 처방을 줄줄이 늘어놓고 전문용어를 늘어놓는데 재미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책은 위에서 요약한 것과 같이 면역계 질환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관점차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괜찮은 책이다. 읽기가 그리 재미있는 책은 분명 아니지만 읽기 난해한 책도 아니니 면역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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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전략 -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혁명이 온다
최용석 지음 / 아라크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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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에는 17억대의 컴퓨터가 있다.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그러나 휴대폰은 45억대가 있다. 이 숫자의 차이를 치고 들어간 것이 애플의 전략이었다.

90년대 이후 애플은 잊혀진 과거의 추억일 뿐이었다. PC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시장에 확립했고 마우스를 만들었고 GUI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표준으로 만드는 등 오늘날 PC라면 떠올리는 수많은 개념들을 만들어낸 회사이다.

그러나 윈텔 표준이 확립된 후 애플은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애플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다. 처음에는 아이팟이란 음악감상용 장난감을 내놓아 음악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더니 그 다음에는 아이폰을 들고 나와 모바일을 인터넷의 차기 플랫폼으로 확정지웠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 컴퓨터 자체를 들고 다니는 수첩으로 만들려 한다.

이책의 제목은 바로 그런 애플의 전략을 말하는 것이다. 이책은 어떻게 애플이 그렇게 할 수 있었는가를 타이밍의 예술이라 평한다.

모든 시장이 마찬가지이지만 시장에 처음 뛰어드는 혁신자는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다. 애플 자신이 PC에서 그랬듯이 두번째 또는 세번째 시장에 뛰어드는 경쟁자가 시장의 지배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그럴까? 혁신자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싸워야 한다. 그 불확실성에 지면 사라지는 것이고 이기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후발주자가 무임승차로 따라올 길을 내줄 수 밖에 없고 시장이 있다는 것을 광고해주었기 때문에 자신보다 막강한 경쟁자를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항상 선발주자였던 애플은 이번엔 후발주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음악시장의 유통논리를 주의깊게 들여다보다 냅스터를 관찰했고 냅스터의 뒤를 이어 mp3 유통에 뛰어든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 역시 애플이 읽은 것은 구글이었다.

그러나 이책의 진짜 이름은 애플의 전략이 아니라 모바일 2.0의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애플에 대한 이야기가 그런대로 충분히 나오고 잇지만 이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이폰이 열어놓은 그리고 아이패드가 열어갈 모바일 2.0 환경에서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창출한 모바일 2.0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시장이 확정되기까지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2.0에 대한 책은 여러권이 나와있다. 작년말부터 나온 것중에 읽어본 것만 해도 2권이다. 그렇다면 이책은 그 책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책들을 읽은 사람도 읽을 가치가 있는가?

사실 이책의 내용은 몇달전에 나온 책들과 상당부분이 겹친다. 그러나 이책 나름의 가치는 있다. 이책의 저자가 경영 컨설턴트인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책에는 실제적인 분야별, 시장별, 업종별 전략에 대한 언급 들이 비교적 다양하게 나온다. 이전의 책들은 모바일 2.0 전반에 대해 다루는 것이 목적이라면 나중에 나온 이책은 그런 총론도 제시하지만 그보다는 각론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잇다. 어떤 각론인가는 책의 목차를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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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 유가.묵가.도가.법가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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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의 3별가 중 한 구절이다. 이책이 다루는 제자백가들은 바로 두보가 대변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중국인을 '현실적'이라고 한다. 중국인의 현실성은 공자시대의 중국과 동시대의 다른 문명권을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공자가 활동하던 시대를 '축의 시대'라 한다. 그리스에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헬레니즘 문명의 기초를 놓았고 인도에선 힌두교가 성립하고 부처가 등장했으며 팔레스타인에선 유대교의 개혁이 한창이었다.

축의 시대 다른 문명권의 현자들은 종교나 철학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지상이 아닌 천상의 양식을 따졌다면 중국의 공자는 정치를 물으면서 지상의 양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공자의 현실주의는 이후 제자백가들의 문제의식을 규정하는 것이었다.

축의 시대에 등장한 현자들이 보았던 현실은 혼란의 시대였고 전란의 시대였다. 씨족 사회 또는 부족 사회의 세계관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았다. 변해버린 세상은 새로운 해석을 요구했고 새로운 해법을 요구했다. 중국 이외의 다른 문명에선 그 해석과 해법을 종교와 철학에서 찾았다.

붓다를 배출한 인도는 종교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다. 현실이 이해할 수 없고 고통스럽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잇는 것으로 만들면 된다.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는 나를 바꾸면 된다. 즉 그들에겐 현실에 대한 해답은 종교에 있었다.

그러나 공자와 그의 후배들은 혼란과 전란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전란을 끝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꿀 방법인 정치학이었다.

이책은 저자가 백가강단이란 TV 교양강좌에서 강의한 원고를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책 이전에도 삼국지강의나 초한지강의를 강의했던 저자는 역사에 밝다. 저자는 역사전공이 아니라 문학전공이지만 역사학자라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역사가라 할 수 있는 저자는 제자백가를 철학사가 아니라 역사로서 해석한다.

저자는 공자와 후배들의 문제의식을 예악질서의 붕괴에서 찾는다. 공자가 꿈에서 만나던 '주공'이 세운 예악질서가 무너지면서 혼란과 전란이 시작되엇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공자는 예악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해답이라 생각했다. 공자는 예악질서의 근본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에 혼란이 왔다고 생각했고 그 처방으로 예악질서의 근본인 仁을 회복하는 것을 제시했다.

예악질서란 주나라 봉건제도에서 지배층의 관계를 규정하는 규칙이다. 봉건제란 천자가 제후국을 봉하고 제후는 대부를 봉하고 대부는 가신(사 계급)을 봉하는 계층질서를 말한다. 이들의 관계는 주종관계이면서 동시에 친족관계(종법제)이다. 그리고 이들 간의 인간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 '예'이다.

공자는 예의 근본정신을 인이라 말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 또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 그러나 그 근본정신이 흔들렸기에 혼란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근본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다.

공자는 자신의 정치학을 平天下의 원리로 생각했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을 자신의 천명으로 생각했다. 그가 知天命이라 말한 것은 정치에 뜻을 두었다는 것이다.

공자의 후배들 역시 공자의 문제제기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평천하할 것인가에 대해선 생각이 달랐다.

공자의 첫번째 후배인 묵자는 공자의 문제의식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다. 공자의 문제의식은 지배계급의 문제였다. 천하의 혼란은 지배계급의 관계가 어지러워졌기 때문이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아들이 아들다우면 질서가 회복되고 천하는 다스려진다. 공자의 정명론이다.

그러나 묵자는 그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정의롭지도 않다고 생각햇다. 묵자는 겸애를 들고 나온다. 천하가 어지러운 것은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공자에게 사람은 정치적 권리를 가진 지배계급에만 한정된 것이다. 人은 정치적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만 쓰는 말이고 예는 그들간의 관계이며 인 역시 그들간의 관계를 말한다. 정치적 권리가 없는 民에게는 예가 아니라 법이 적용된다.

묵자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사람이면 인과 민의 구분이 없어야 하며 모두가 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천하의 혼란은 천하의 정의 즉 義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겸애 즉 무차별한 사람의 핵심이다.

노자와 장자는 둘 다 반대한다.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천하의 혼란은 이미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이니 쓸데 없는 짓은 안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천하에 대해선 無爲해야 할 뿐이다. 도가의 이상향은 공자와 같이 서주 시대가 아니라 그 이전으로 훨씬 올라가 문명이 시작되기 이전 원시 씨족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 시절이 가장 자연스런 시절이었고 하늘의 도에 가까웠던 시절이라는 것이다. 천하의 혼란은 도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가의 정치학은 정치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자에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도가 사라지니(씨족사회) 덕이 나오고(예악정치, 주나라) 덕이 사라지니 인이 나오고(공자) 인이 사라지니 의(맹자와 묵자)가 나오고 인의가 사라지니 법(법가)이 나왔다.

전국시대 말기에 나온 법가는 자신의 선배 모두에게 반대한다. 모두 비현실적인 헛소리라는 것이다. 정치학은 현실의 학문이다. 그러므로 정치학은 뒤를 돌아볼 것이 아니라 현재와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 그리고 꿈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가능한 것을 실현하려고 해야 한다.

저자는 법가가 3가의 종합이라 말한다. 법가는 권력의 학문이다. 법은 권력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면 권력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천하의 정의(義)를 위한 것이다. 이는 묵가에서 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묵가의 겸애는 모순이다. 모두가 평등하다면 질서는 어디서 오는가? 해답은 리바이어던이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모두가 이기적으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를 가질 때 질서에 대한 해답으로 국가가 요청된다고 말햇다. 묵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평등하다면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낸다면 궁극적인 결정은 국가가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가는 국가주의가 되었다. 천하의 혼란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개인들이 자신의 자유를 국가에 모아줄 때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가는 국가의 중심인 군주의 권력이 확고해야 한다. 헤겔이 국가가 보편이성의, 절대정신의 실현이라 햇던 것처럼.

그러므로 법 술 세라는 법가의 3대 핵심어는 모두 군주의 권력을 위한 것이다. 법은 권력이 유지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시스템이며 술은 권력이 침해되지 않기 위한 방어적 권모술수를 말하며 세는 권력의 행사에서 오는 세력이다.

결국 제자백가의 꿈인 천하의 안정은 법가에 의해 이루어졌다. 법가의 사상에 따라 제국이 건설되면서 천하는 안정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약으로는 이책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이책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방송강의이다. 그리고 이중톈의 모든 방송강의가 그렇듯이 강의의 맛은 구어로 풀어내는 디테일에 있다. 요약에선 그 디테일은 살지 않는다. 제자백가에 대한 이중톈의 견해는 위에 요약된 것으로 파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맛을 보려면 그의 책을 직접 읽어볼 것을 권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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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 이제껏 밝혀지지 않았던 설득의 논리
마크 고울스톤 지음, 황혜숙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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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책은 많고도 많다. 이 분야의 책을 몇 수레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읽은 것만 해도 권수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양은 넘는다. 책의 권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책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이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뭐 또 다 같은 내용이지’이거나 더 나쁘게 가면 ‘하~~ 읽기는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현장에선 기억도 나지 않을 책 속의 문자에 지나지 않겠지’

개인적으로 읽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관련 서적들 중에서 두가지 평을 듣지 않을만한 책들은 ‘협상의 법칙’을 쓴 허브 코헨의 책들과 레일 라운즈의 책들이다. 두 저자의 공통점은 그들의 책은 매우 개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두 저자의 책들이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킬 책들과 내용이 다르지는 않다. 적어도 책의 요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The devil lies in the details’란 영어 속담처럼 문제는 디테일이다.

그들의 책이 뛰어난 이유는 요점을 구체화하여 보여주는 디테일이 그들의 실제 겪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감이 살아있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책의 요점은 이렇다. 나는 당신을 ‘흥미있는 사람’,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합니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로 하는 말이다. 특히 레일 라운즈의 책들은 항상 이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디테일이다.

이책의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며 컨설턴트이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보통 사람은 만나기힘든 다양한 인간을 만나는 것이 직업이다. 그 점은 위에서 언급한 레일 라운즈와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 역시 레일 라운즈의 책과 마찬가지로 현장감이 살아있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책은 레일 라운즈의 책들 이상이다.

레일 라운즈의 책은 읽기에 재미있다. 경험의 폭과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현장감과 현실감 때문이다. 그러나 레일 라운즈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면 다 느끼는 것이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몇가지는 기억이 나겠지만 모든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중에 다시 봐야지 하고 책장에 꼽아두지만 글쎄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레일 라운즈의 책이 그런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하나의 틀로 묶어줄 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허브 코헨의 책이 더 뛰어나다. 그의 책 역시 잡다한 경험들이 나열되지만 그 잡다한 디테일들을 통합해 정리해줄 틀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는 이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자가 그리는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은 거래관계이다. 은행이나 백화점에 가서 직원에게 무엇을 사거나 서비스를 요구할 때 취하는 태도이다. 이럴 때 우리는 상대를 기계처럼 대한다. 입으로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을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느끼지는 않는다. 돈을 토해내는 ATM 기계에 감사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은 물건을 사는 또는 서비스를 받는 당신도 마찬가지이고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사람이 아닌, 도시의 어쩔 수 없는 정상상태이다.

그런 상황은 낯선 이들로, 기계와 마찬가지인 익명의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의 일상이다. 그러나 그런 거래관계는 낯선 이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매일 마주치는 사무실 안의 동료들, 집 안의 가족들도 어떤 일을 주고받을 뿐인 거래관계의 커뮤니케이션이 지배한다. 심지어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거래관계를 뛰어넘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사람이 아닌 대상에서 사람으로 다가갈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건에서 사람으로 넘어가는 것을 저자는 buy-in이라 말한다. 내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어떻게 상대에게 나를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를 다루며 구체적인 저자 나름의 테크닉을 나열하는 것이 이책의 내용이다. 테크닉의 나열이라는 점에서는 레일 라운즈의 책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책의 모든 테크닉을 관통하는 한가지 원리는 경청이며 공감이다. 나는 당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특별한 생각과 느낌을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느끼게 할 때 커뮤니케이션은 진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진심이 그렇더라도 마음을 꺼내보여줄 수는 없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당신이 경청하고 있고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잇다는 것을 상대가 느끼도록 하는 테크닉들이다.

물론 이런 내용은 전혀 독특한 것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다루는 책이라면 모두 같은 내용을 다룬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이책의 가치는 그 내용이 ‘진짜’라는데 있다. 허브 코헨과 레일 라운즈의 책을 읽었다면 이책이 ‘진짜’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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