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 이제껏 밝혀지지 않았던 설득의 논리
마크 고울스톤 지음, 황혜숙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책은 많고도 많다. 이 분야의 책을 몇 수레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읽은 것만 해도 권수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양은 넘는다. 책의 권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책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이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뭐 또 다 같은 내용이지’이거나 더 나쁘게 가면 ‘하~~ 읽기는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현장에선 기억도 나지 않을 책 속의 문자에 지나지 않겠지’

개인적으로 읽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관련 서적들 중에서 두가지 평을 듣지 않을만한 책들은 ‘협상의 법칙’을 쓴 허브 코헨의 책들과 레일 라운즈의 책들이다. 두 저자의 공통점은 그들의 책은 매우 개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두 저자의 책들이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킬 책들과 내용이 다르지는 않다. 적어도 책의 요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The devil lies in the details’란 영어 속담처럼 문제는 디테일이다.

그들의 책이 뛰어난 이유는 요점을 구체화하여 보여주는 디테일이 그들의 실제 겪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감이 살아있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책의 요점은 이렇다. 나는 당신을 ‘흥미있는 사람’,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합니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로 하는 말이다. 특히 레일 라운즈의 책들은 항상 이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디테일이다.

이책의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며 컨설턴트이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보통 사람은 만나기힘든 다양한 인간을 만나는 것이 직업이다. 그 점은 위에서 언급한 레일 라운즈와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 역시 레일 라운즈의 책과 마찬가지로 현장감이 살아있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책은 레일 라운즈의 책들 이상이다.

레일 라운즈의 책은 읽기에 재미있다. 경험의 폭과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현장감과 현실감 때문이다. 그러나 레일 라운즈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면 다 느끼는 것이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몇가지는 기억이 나겠지만 모든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중에 다시 봐야지 하고 책장에 꼽아두지만 글쎄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레일 라운즈의 책이 그런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하나의 틀로 묶어줄 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허브 코헨의 책이 더 뛰어나다. 그의 책 역시 잡다한 경험들이 나열되지만 그 잡다한 디테일들을 통합해 정리해줄 틀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는 이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자가 그리는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은 거래관계이다. 은행이나 백화점에 가서 직원에게 무엇을 사거나 서비스를 요구할 때 취하는 태도이다. 이럴 때 우리는 상대를 기계처럼 대한다. 입으로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을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느끼지는 않는다. 돈을 토해내는 ATM 기계에 감사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은 물건을 사는 또는 서비스를 받는 당신도 마찬가지이고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사람이 아닌, 도시의 어쩔 수 없는 정상상태이다.

그런 상황은 낯선 이들로, 기계와 마찬가지인 익명의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의 일상이다. 그러나 그런 거래관계는 낯선 이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매일 마주치는 사무실 안의 동료들, 집 안의 가족들도 어떤 일을 주고받을 뿐인 거래관계의 커뮤니케이션이 지배한다. 심지어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거래관계를 뛰어넘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사람이 아닌 대상에서 사람으로 다가갈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건에서 사람으로 넘어가는 것을 저자는 buy-in이라 말한다. 내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어떻게 상대에게 나를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를 다루며 구체적인 저자 나름의 테크닉을 나열하는 것이 이책의 내용이다. 테크닉의 나열이라는 점에서는 레일 라운즈의 책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책의 모든 테크닉을 관통하는 한가지 원리는 경청이며 공감이다. 나는 당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특별한 생각과 느낌을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느끼게 할 때 커뮤니케이션은 진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진심이 그렇더라도 마음을 꺼내보여줄 수는 없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당신이 경청하고 있고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잇다는 것을 상대가 느끼도록 하는 테크닉들이다.

물론 이런 내용은 전혀 독특한 것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다루는 책이라면 모두 같은 내용을 다룬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이책의 가치는 그 내용이 ‘진짜’라는데 있다. 허브 코헨과 레일 라운즈의 책을 읽었다면 이책이 ‘진짜’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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