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퓨처캐스트 - 우리의 삶과 일을 바꾸어놓을 미래 사회 핵심 코드
로버트 J. 샤피로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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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캐스트 즉 미래예보라는 제목을 단 이책은 말 제목 그대로 2020년을 전후한 시기의 세계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를 예측해보고 있다.

이책이 예측범위로 잡는 10-15년을 좌우하는 변수는 세계화, 고령화, 미국의 세계패권 3가지이다.

뭐라고? 전혀 새로울 것이 없잖아? 지금도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3가지가 아닌가? 뻔한 이야기군. 그러나 저자는 뻔한 것은 뻔하기 때문에 힘이 세다고 말한다.

저자가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생각하는 것은 세계화이다. 프리드먼이 ‘세계는 평평하다’는 책에서 말하는대로 세계화의 핵심은 경쟁이다. 80년대 이후 세계화는 경쟁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는 정책들에 힘입어 메가트렌드가 되었다. 규제철폐, 민영화, 무역과 투자의 개방. 이후 세계는 세계화에 순응하는 승자와 세계화에 저항하는 패자로 나뉘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세계화의 흐름을 탄 미국, 중국, 한국, 아일랜드, 스웨덴을 승자로 세계화에 저항한 일본, 유럽, 러시아, 이슬람 권,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를 패자로 말한다. 앞으로의 10년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저자는 예측한다.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순응은 또 하나의 메가트렌드인 고령화에 대한 각국의 대처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저자는 본다.

고령화는 노동인구의 감소와 노령인구의 증가라는 동일현상의 한면이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심각한 문제이다.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는 문제이기 때문이고 노령인구를 부양할 경제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고령화가 더 크다고 저자는 본다. 고령인구에 지급할 연금과 의료혜택의 문제가 핵심이라 저자는 본다.

고령화의 부담은 세계화에 순응하는가 거부하는가를 떠나 모든 나라에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저자는 유럽과 일본에서 더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세계화를 거부하게 만드는 제도의 경직성이 고령화에 대처하는 수단을 제한하며 문제를 더욱 키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령화에 대한 해결책은 유럽과 일본의 경우엔 세계화의 승자들처럼 미국적 모델에 가깝게 그들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저자는 본다.

미국의 시스템이 유럽과 일본의 시스템보다 더 우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단지 경쟁을 우선하는 세계화라는 메가트렌드에 미국의 시스템이 더 어울릴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역시 고령화의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저자는 기술혁신이 이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의 문제는 결국 재원의 문제이다. 재원은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면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테러리즘의 문제도 앞으로 세계를 규정한다고 저자는 본다. 테러리즘의 문제는 9.11에서 알 수 있듯이 유일한 패권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반대로 나타나며 근본적으로 미국이 대표하는 세계화에 대한 반대로 나타난다.

세계화는 미국의 패권이 보장하는 세계안보와 질서 위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인 테러리즘은 세계화의 승자와 패자간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가 세계화를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가령 핵폭탄이 미국의 대도시에서 터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검역이 강화되고 무역은 정체될 것이며 세계화는 뒷걸음 칠 것이고 세계는 테러리스트를 사냥하는 전면전으로 돌입할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대략적인 얼개이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는 디테일에 있다. 위에서는 간략하게 뼈대만 요약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저자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자세하게 분석하면서 왜 앞으로 세계의 판도가 그렇게 될 것인가를 대량의 데이터를 동원해 설득력 잇게 보여준다.

물론 이책은 한계가 잇다. 가장 큰 문제를 고른다면 이번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에 집필된 시기의 문제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세계화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게 되엇다. 물론 세계화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뉴 노멀이란 말로 요약되듯이 저성장이 보편화되면서 세계화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책이 말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이책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 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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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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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입문서로 유명한 러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의 앞부분은 이런 논의로 시작한다. 지금 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철학자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지금 들고 있는 컵은 실재하는가? 무슨 멍청한 질문인가 생각하며 당신은 당연히 그렇다고 당신은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철학자는 되묻는다. 당신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손으로 만지고 있고 그 컵으로 물을 마시고 있는데 그 이상의 증거가 필요한가? 철학자는 당연히 그렇다면서 장광설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철학자가 무슨 말을 하든 귀를 닫고 계속 물을 마실 것이다.

보통 우리에게 철학이란 이런 정도에 불과하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괘변에 불과하다. 사는데 한푼어치 도움도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묻는 철학자도 강의실을 벗어나면 역시 컵으로 물을 마시면서 데카르트처럼 이 컵은 실재하는가?라고 묻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학은 정말 쓸모없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우리의 윤리적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가고 묻는 이책 역시 쓸모없는 것일까? 언듯 생각하면 쓸모가 없다.

임대계약을 맺고 세입자를 들였다. 그런데 보일러가 고장이 나 온수가 안나온다고 세입자가 불평을 한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임대계약서는 온수가 나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해주어야 한다는 조항까지 나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해석의 문제인데 그 해석을 놓고 세입자와 싸울 것인가? 그럴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 생활은 상식의 영역이다. 우리는 상식에 따라 행동하고 상식에 따라 상황을 해석한다. 그 정도로도 별 문제없이 살아간다.

이 책이 묻는 것은 바로 그 상식의 근거가 무엇인가이다. 그러면 왜 그것을 물어야 할까? 사는데 도움이 안되는데 말이다.

그러나 정말 도움이 안될까? 상식이 깨질 때 철학은 도움이 된다. 계약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공유된 상식에 따른다. 그러나 그 공유된 이해가 깨질 때 우리는 상대와 합의를 구해야 하고 나아가 새로운 공통의 상식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바로 그렇게 합의를 만들고 상식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의 원칙이 되는 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른다. 하버드대 정치철학 과목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이책은 그 정치철학에 대한 입문으로 쓰여진 책이다.

입문서인만큼 이책은 기존의 유력한 학설들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책에서 소개되는 정치철학 이론은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말로 기억하는 공리주의와 보편입법을 말한 칸트의 자유주의도 나오고 존 롤스의 정의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그리고 저자가 속한 공동체론 등이 이책이 다루는 이론들이다.

그러나 이책은 단순한 소개로 끝나지 않는다. 나름 학계에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저자인만큼 기존의 학설들을 소개하면서 그 학설들을 나름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비판하면서 그 비판에 근거해 자신의 이론을 강의의 결론으로 제시한다.

우선 저자는 공리주의를 소개하고 그 공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입장에서 칸트의 실천이성론을 소개한다. 공리주의는 우리가 익히 알듯이 결과론적 입장이다.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에 따라 그 행동이 정당한가를 판단한다. 그러나 칸트는 모든 행동이 결과로서만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기에 따라 행위는 정당화되어야 하며 그럴 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칸트는 영국의 소유적 개인주의의 자유개념을 뒤집어 윤리화했다. 자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정의되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행위의 원칙을 선택하는 적극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자유는 공리주의의 결과론과는 대립된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는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을 규정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정치이념을 지배하는 공리주의(복지)와 자유주의(자유)만으로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다고 본다.

‘나는 단수가 아닙니다.’ 어느 소설에서 읽은 구절이다. 나는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의 친구이고 누군가의 윗사람이며 누군가의 아랫사람이며 등등 나라는 사람은 여러 얼굴을 가진다. 그 얼굴 모두가 나이다. 나라는 인간은 누군가의 무엇이기에 그에 따른 의무를 지며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의 누군가가 모여 만든 집단이 정치의 대상이다.

저자는 그 집단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공리나 자유만으로 되지 않는다고 본다. 집단이 공유하는 공동선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상이 이책의 논의를 거칠게 정리해본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책과는 다르게 건조하고 이책의 생생함이 살아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책의 논의는 위에서 정리한 것과는 달리 생생하며 위트가 넘치고 재미있다. 저자는 단순히 과거의 학설을 정리하고 그 정리한 것에 근거해 자신의 학설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우선 정치철학이란 것이 어떻게 실제 생활과 정치에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예들을 들면서 쉽게 논의를 풀어나가면서 실제 그런 논의가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되며 왜 그런 논의가 필요한 것인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정치철학, 또는 정의가 무엇인가, 자유, 평등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실 그런거 몰라도 잘 산다) 잠깐의 지적 유희를 즐기는데도 이책은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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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의 시간 관리 습관
퀸튼 신들러 지음, 김영선 옮김 / 문장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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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간이 충분한가?' 시간관리에 관한 가장 뛰어난 책으로 꼽히는 '자이베르트 시간관리'에 처음 나오는 말이다. 아무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없는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시간을 절약한다는 것이고 시간을 절약한다는 것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쓴다는 말이다.

자이베르트 시간관리의 경우 방법론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계획이 분명해야 한다. 그책은 시간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론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그런 책이 부족한 것은 구체적인 전술이다. 전략이 아무리 잘 짜여저도 그 전략을 실행할 전술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요 책상 위의 종이일 뿐이다. 이책은 그런 구체적인 전술에 관한 책이다.

예를 들어보자. 책에 대한 이야기니 책을 읽는 요령에 관한 내용만 몇가지 모아보면 이렇다.

책을 효율적으로 읽으려면 먼저 우리 자신의 몸상태가 좋아야 한다. 특히 눈이 피곤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조명이 좋아야 하고 안경이 눈에 맞아야 한다. 그리고 자세가 편안하고 좋아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속도를 올린다. 대개 정독을 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습관을 들이면 빠르게 2-3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몸상태가 좋고 빠르게 읽어도 마구잡이로 아무책이나 골라서는 시간낭비가 된다. 서평을 확인하는 등 사전정보를 수집하면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다.

이책의 내용은 이런 식이다. 나름 상당히 유용하다. 목차를 보면 이런 저런 요령들이 2-3페이지 정도로 간결하게 모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술은 실전에선 꼼수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이 이책의 약점이다. 그런 꼼수나 요령은 사실 체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때 그때 어쩌다 알게된 요령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한두가지는 가지고 있지만 정리해내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그런 요령에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책은 일종의 나열식 사전이라보면 된다. 그리고 이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이미 알고 잇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던 몇가지라도 알게 된다면 그 몇가지로 절약되는 시간은 이책에 들인 시간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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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관리 방법
    from The nGelmaum Notes 2010-07-02 07:37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관리 방법 120가지 2010년이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데, 오늘이 2010년 중 1/2이 지난 시점입니다. 시간이란 녀석은 굉장히 바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가는지, 기회가 된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시간은? 세상에서 제일 공평하게 배분되어 있습니다. 권력자나 돈이 많아도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을 추가로 할당받을 순 없으니까요. 때문에 세상에서..
 
 
 
파리가 영화를 말하다 - 빛의 도시에서 만나는 시네마 라이프
김량 지음 / 시공아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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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영화를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제목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파리가 영화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이책의 내용은 영화 파리를 말하다가 더 맞을지 모른다.

 

90년대 영화를 배우겠다고 파리로 떠나 지금까지 거기서 살고 있는 저자가 이책에서 말하는 것은 파리와 영화이다.

 

저자는 1부에서 영화에 비춰진 파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대표적인 영화 몇편에 대한 줄거리와 뒷 이야기를 말하면서 그 영화들이 어떻게 파리를 그렸는지를 보여준다.

 

2부에서 저자는 파리에서 접한 한국영화들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영화가 파리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자신이 본 한국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3부에서 저자는 파리의 영화관이나 영화애호가들의 이야기, 영화관련 시설들(서점, 카페, 도서관 등), 영화교육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보면 이책의 주제는 영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본 파리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내용이 잡다하고 어떤 일관성을 가진 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책의 주제목보다는 부제인 '빛의 도시에서 만나는 시네마 라이프'가 이책의 내용을 더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사는 게 줄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이책은 내용이 없는 어정쩡한 책은 아니다. 이책에는 파리에서 10여년이 넘게 살아온 저자의 내공이 녹아있다.

 

예를 들어 저자가 1부에서 파리에 관한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말하듯이 영화가 말하는 파리는 사랑을 찾아 예술을 찾아 떠나는 관광지일 뿐이며 핑크빛으로 빛나는 즐거움의 도시일 뿐이다.

 

파리를 다룬 영화에 수없이 등장한 다락방을 저자는 예로 든다. 다락방에서 바라본 에펠탑과 파리 전경은 아름답다. 그런 방에서 산다면 당장 짐싸들고 가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다락방은 임대료가 천문학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다락방은 양철지붕 아래 좁디 좁은, 원래 하녀들을 위한 공간이었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열악한 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런 다락방이 영화에 나오면 사진발을 받는다.

 

몽마르트 언덕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파리에 처음 갔을 때 몽마르트 언덕부터 갔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본 것은 언덕 아래 사창가와 유흥가였고 3류화가들의 싸구려 그림들이었으며 옆을 지나는 사람은 구걸하는 집시와 소매치기들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관광으로 둘러보는 파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는 원래 영화관의 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반 이상이 떠났다.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명품 부티크들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올라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는 이제 파리사람들은 거의 들르지 않는 관광객의 거리가 되었다.

 

저자는 즐겁기만 한 도시도 없고 슬프기만 한 도시도 없으며 파리 역시 마찬가지라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파리의 실제 삶을 담은 영화들을 말하면서 실제 파리의 모습과 파리 사람들의 삶을 담은 영화들을 말한다.

저자는 그 외에도 이책에서 여러가지를 보여준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2부에서 한국영화에 대해 말하는 것은 파리가 영화의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도시계획이 잘 되어 있어 사진발이 잘 받는 파리는 영화의 소재로 사랑받기도 하지만 파리 역시 영화를 사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파리만큼 여러나라의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영화도 자주 소개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잇는지를 2부에서 다루고 잇다.

 

이상이 이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책은 파리와 영화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영화일을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영화의 수용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닌 만큼 이책이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책에는 저자의 오랜 파리 생활에서 나오는 체험이 담겨있지만 본격적인 문화론을 기대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파리와 영화가 어떤 공유집합을 만들 수 있는지 알기에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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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권력의 이동
론 처노 지음, 노혜숙 옮김 / 플래닛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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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력의 이동이란 제목이 붙은 이책의 원제는 은행가의 죽음이다. J.P. 모건과 록펠러의 전기(둘 다 번역이 되어 있다)를 쓴 저자는 이책에서 자신이 다루었던 모건과 록펠러의 시절과 지금의 월스트리트가 왜 이렇게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다룬 모건은 자신의 은행에 간판을 달지 않았다. High finance란 말이 쓰이던 그 시절의 은행업은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소도시의 작은 은행들은 지금 우리가 아는 은행들처럼 지점을 내고 크게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했다.

그러나 모건과 같은 거물들에게 그런 것은 잔챙이들의 코묻은 돈을 만지는 하찮은 일이며 자신과 같은 ‘고귀한(high)’ 은행가가 할 일이 아니었다.

‘고귀한’ 은행가가 할 일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귀한 거물들의 돈을 굴려주는 것이었다. 저자는 그런 금융귀족들의 영업방식을 관계형 거래라 부른다.

지금과 달리 19세기에는 돈이 귀한 시절이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로스차일드나 베어링과 같은 금융가문들은 지금처럼 예금을 받은 돈을 모아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금융가문들은 금융이 아니라 실물경제에서 번 돈으로 금융을 우연히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예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GE 캐피털이라든가 삼성카드라든가 모두 실물경제에서 번 돈으로 금융에 진출한 예이다.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았고 돈도 귀하던 시절 금융업은 그렇게 재력가들의 금융가문이나 그 금융가문과 마찬가지로 실물경제에서 번 돈을 가진 ‘고귀한’ 사람들이 맡긴 돈을 굴리는 일이었다.

그런 돈을 굴리는 일은 처음에는 국가를 상대로 국채를 인수하는 일이었다. 로스차일드의 주업무가 그랬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산업의 자금수요가 거대한 시절이 아니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이 되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금수요도 거대해졌다. 그러나 시중에 그 수요를 받쳐줄 돈이 없었고 그런 돈을 모아줄 은행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가족기업들은 자금수요를 맞추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게 된다.

19세기 후반 산업의 팽창과 함께 은행업도 성격이 바뀐다. 철도나 석유, 철강, 전화와 같은 거대한 기간산업이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산업체들은 모건의 은행과 비교하면 난쟁이였다. 금융이 산업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듯이 19세기 후반은 금융이 산업을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시절이 된다.

이러한 금융의 지배는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모건이 산업체에 파견한 이사들은 그 업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에 관여했다. 당시 모건이 관여했던 업체들인 US 스틸이나 AT&T 등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거대기업들이 지금까지 남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대공황을 전후해 금융의 지배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 이유를 저자는 탈중개화로 말한다. 은행업은 자금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것이다. 은행의 힘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힘이 커지면 작아진다. 대공황 이전 강세장은 공급자들, 즉 개미들의 자금이 풍부해지고 잇다는 전조였다. 그리고 그 이후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힘이 막강해졌고 2차대전 이후 대중의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자금도 풍부해졌다.

이후의 금융의 역사는 금융사에 흔히 언급되는 탈중개화의 역사이므로 굳이 여기서 다시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상이 이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책의 내용은 사실 금융사에 다들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책의 가치는 무었인가? 소책자에 불과한 이책에서 200년 가까운 금융사가 모두 정리될 수는 없다. 사실 이책의 서술은 자세하지 않다. 그냥 주마간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책은 위에서 말했듯이 모건과 록펠러가 살아 잇을 때와 지금의 월스트리트를 비교해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책이 그리는 풍경의 대비는 생생하다. 특히 에필로그에서 모건이 살아와 지금의 월스트리트를 걷는다면 뭐라고 할까라는 데서 그런 특징이 잘 살아있다. 모건이 살아있을 때보다 분명 지금의 월스트리트는 더 화려하고 커졌다. 그러나 모건과 같은 거인이 살았을 때 월 스트리트는 그렇게 화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힘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모건이 살아 온다면 눈살을 찌푸릴 것이라며 이책을 끝낸다. 모건과 같은 거물은 그의 시대와 함께 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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