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영화를 말하다 - 빛의 도시에서 만나는 시네마 라이프
김량 지음 / 시공아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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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영화를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제목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파리가 영화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이책의 내용은 영화 파리를 말하다가 더 맞을지 모른다.

 

90년대 영화를 배우겠다고 파리로 떠나 지금까지 거기서 살고 있는 저자가 이책에서 말하는 것은 파리와 영화이다.

 

저자는 1부에서 영화에 비춰진 파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대표적인 영화 몇편에 대한 줄거리와 뒷 이야기를 말하면서 그 영화들이 어떻게 파리를 그렸는지를 보여준다.

 

2부에서 저자는 파리에서 접한 한국영화들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영화가 파리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자신이 본 한국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3부에서 저자는 파리의 영화관이나 영화애호가들의 이야기, 영화관련 시설들(서점, 카페, 도서관 등), 영화교육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보면 이책의 주제는 영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본 파리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내용이 잡다하고 어떤 일관성을 가진 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책의 주제목보다는 부제인 '빛의 도시에서 만나는 시네마 라이프'가 이책의 내용을 더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사는 게 줄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이책은 내용이 없는 어정쩡한 책은 아니다. 이책에는 파리에서 10여년이 넘게 살아온 저자의 내공이 녹아있다.

 

예를 들어 저자가 1부에서 파리에 관한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말하듯이 영화가 말하는 파리는 사랑을 찾아 예술을 찾아 떠나는 관광지일 뿐이며 핑크빛으로 빛나는 즐거움의 도시일 뿐이다.

 

파리를 다룬 영화에 수없이 등장한 다락방을 저자는 예로 든다. 다락방에서 바라본 에펠탑과 파리 전경은 아름답다. 그런 방에서 산다면 당장 짐싸들고 가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다락방은 임대료가 천문학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다락방은 양철지붕 아래 좁디 좁은, 원래 하녀들을 위한 공간이었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열악한 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런 다락방이 영화에 나오면 사진발을 받는다.

 

몽마르트 언덕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파리에 처음 갔을 때 몽마르트 언덕부터 갔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본 것은 언덕 아래 사창가와 유흥가였고 3류화가들의 싸구려 그림들이었으며 옆을 지나는 사람은 구걸하는 집시와 소매치기들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관광으로 둘러보는 파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는 원래 영화관의 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반 이상이 떠났다.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명품 부티크들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올라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는 이제 파리사람들은 거의 들르지 않는 관광객의 거리가 되었다.

 

저자는 즐겁기만 한 도시도 없고 슬프기만 한 도시도 없으며 파리 역시 마찬가지라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파리의 실제 삶을 담은 영화들을 말하면서 실제 파리의 모습과 파리 사람들의 삶을 담은 영화들을 말한다.

저자는 그 외에도 이책에서 여러가지를 보여준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2부에서 한국영화에 대해 말하는 것은 파리가 영화의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도시계획이 잘 되어 있어 사진발이 잘 받는 파리는 영화의 소재로 사랑받기도 하지만 파리 역시 영화를 사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파리만큼 여러나라의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영화도 자주 소개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잇는지를 2부에서 다루고 잇다.

 

이상이 이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책은 파리와 영화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영화일을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영화의 수용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닌 만큼 이책이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책에는 저자의 오랜 파리 생활에서 나오는 체험이 담겨있지만 본격적인 문화론을 기대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파리와 영화가 어떤 공유집합을 만들 수 있는지 알기에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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