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카페여행 바이블 - 반짝 반짝 보석처럼 숨어 있는 도쿄 카페로 떠나는 시크릿 여행
조성림.박용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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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퍼의 그림은 도회지의 고독과 불안을 그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게 평하는 사람은 고독은 나쁜 것이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고독은 쾌적할 수 잇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고. 호퍼 자신 함부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켰다. 호퍼의 그림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 그것이 가끔 공허하다는 말을 듣지만 공허한 실은 모든 것을 채우는 예감으로 가득하다.”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불리는 에드워드 하퍼에 대한 평이다. ‘Nighthwaks’는 하퍼를 말할 때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텅 빈 뉴욕의 거리를 배경으로 홀로 빛나는 바를 그린다. 등장인물은 4명. 바텐더와 연인 그리고 중절모를 눌러 쓰고 등을 보이는 남자. 그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없다. 그들 사이의 공간을 메우는 것은 가게의 조명뿐. 그 빛은 가게를 메우는데도 벅차다. 그 빛은 네 사람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데도 힘에 겨워 어두운 거리를 비추기엔 역부족이다. 빛이 갇힌 그 공간은 텅 비었고 건조하다.

자신만의 공간에 갇힌 사람들. 빛이 모자란 하퍼의 세계. 바는 하퍼의 세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도시에서 사람의 영혼은 돈도 물건도 아닌 마지막엔 같은 사람에 의해서 밖엔 위로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하퍼의 도시에선 기댈 사람이 없다. 하퍼의 도시는 혼자가 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바는 특별한 공간이다. “미국의 바에는 오래 전부터 이런 얘기가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남자가 마지막에 이야기 상대로 고르는 인간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목사 또 하나는 바텐더” 바텐더는 손님의 이야기를 받아주며 무거운 마음을 받아낸다. “바의 카운터 판은 아주 두껍고 무겁다. 손님의 고독 미움 슬픔 괴로움 절망하는 영혼 그런 너무나 무거운 마음을 단단히 지탱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바텐더는 아무리 괴로워도 그 얼굴을 손님에게 보여선 안된다 바란 손님이 비를 피하는 장소 우산을 내밀어야 할 바텐더가 우는 소릴 하면 어쩌냐. 바는 녹슬고 지친 손님의 마음을 빛나게 하기 위해 있다. 세상 모두가 손님의 적이라 해도 바텐더만은 마지막 한편이 되어야 한다.” (조 아라키)

빛이 모자란 도시에서 바는 사람을 빌릴 수 있는 섬이다. 사람을 빌리는 바에서 주인공은 손님을 상대할 줄 아는 바텐더이며 바텐더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주변으로 물러나야 하며 어둡게 남아야 한다. 바에 비를 피해 온 손님을 받아주는 것은 바라는 공간이 아니라 바텐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페의 주인공은 공간이다. 카페에서 우리가 사는 것은 차도 음식도 아닌 공간 자체이다. 바가 사람을 빌려주는 접대업이라면 카페는 공간을 빌려주는 임대업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공간을 빌려주는 카페는 그 공간이 어떤 곳인가에 따라 좋은 카페와 그저그런 카페가 나뉜다. 그러면 우리가 카페에서 빌리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지유가오카의 한적한 분위기를 이끄는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해도 그린 스트리트다. 지유가오카 역 남쪽 출구를 빠져나와 2분 남짓 걷다 보면 푸르른 녹음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가로수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그린 스트리트다. 아름다운 가로수들이 만드는 그늘 밑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벤치 아래로 커피 한 잔을 들고 오면 이곳이 바로 노천카페, 또 유명 스위츠 숍에서 달콤한 디저트 하나 테이크아웃하면 바로 노천디저트카페가 되니 지유가오카는 동네 자체가 커다란 카페.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지유가오카 카페 문화 발전을 저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지도 모르겠으나 여성들이 열광하는 지역이라고 하기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다. 사실 봄이면 길가에 꽃이 피고 여름이면 가로수의 녹음이 짙어지며 가을이면 거리마다 단품이 넘실거리는 무료 노천카페가 있는데 굳이 답답한 실내에 앉아 잇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마도 지유가오카에 주로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디저트 샵들이 많이 모인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거리 자체가 카페이기에 카페가 희귀한 곳. 저자가 생각하는 카페라는 공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모든 거리가 지유가오카 같을 수는 없다. 인사동에서도 쉬려면 카페를 찾고 찻집을 찾아 돈을 주고 쉬어야 하는 게 도시이고 공간이 사유화된 도시의 논리이다. 그런 도시에서 이상적인 카페는 어떤 곳인가, 저자는 이런 곳이라 말한다.

“내 또래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사진을 찍어대던 첫 방문 때와는 달리 두 번째 고소앙과의 만남은 정취처럼 차분했다. 고즈넉한 다이쇼 시대 저택 그대로의 와관과 아담한 정원을 지나 들어서자 느껴지던 평온한 실내는 아직까지도 눈에 선하다. 평일, 그것도 월요일인 탓인지 관광객보다는 대부분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엇다. 모두들 누가 들을세라 조근조근 담소를 나눈다.

창가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우리 이마 위로 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가 무색하리만치 시원한 바람이. 평소 같았으면 사정없이 내리쬐는 도쿄의 오후 햇살에 눈을 찡긋거리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신선한 바람 탓인지 고소앙의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마냥 기분 좋게만 느껴졌다.”

그 공간은 혼자 또는 나와 같이 온 누군가만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은 배경이어야만 한다. 그곳은 도시에서 물러나 쉬는 곳이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해도 좋은 장소이다.

“나는 모카 포트로 끊여 낸 커피와 바나나 2개가 총총 박힌 바나나케이크를 먹으며 천천히 시간을 즐겼다. 계속 흘러나오던 생소한 탱고 선율도 어느 새 익숙해져 모든 것이 편안했다. 누구 하나 나에게 신경 쓰는 이 없고 누구 하나 나에게 눈치 주는 이도 없었다. 모두 각자 자기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특별하다. 카페마다 자신만의 색이 있기 때문이다. “10평 남짓 되는 작은 공간은 정말 이름 그대로 방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 카페는 운영하는 사람의 또 다른 방이라 생각한다는 이곳의 주인 사이토상의 말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공간이다. 마치 옆집 언니네 놀러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아늑하고 작은 방이다.”

그러나 카페가 모두 같은 카페는 아니다. 저자가 찾는 카페는 그리 흔하지 않다. “가만 생각해보면 혼자 잇을 때, 애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찾아가는 카페는 모두 다른 장소일 확률이 높다. 나는 주말을 제외하곤 거의 카페에 혼자 가곤 하는데 우리나라 카페에 가장 큰 불만은 바로 혼자 갈 만한 카페가 별로 없다는 것. 홍대 쪽의 몇몇 카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러 명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 여자 혼자 가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도시를 누비며 카페를 찾아 헤멘다. 이책은 저자가 꿈꾸는 그런 공간을 찾아 도쿄를 누빈 기록이다. 저자가 꿈꾸는 카페는 이런 곳이다. “전쟁터 같은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면 가끔은 여자로서 ‘나’를 느끼는 순간이 절실해질 때가 있다. 내 취향대로 꾸며진 공간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순간, 밑바닥을 쳤던 감성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흠뻑 차올라 행복해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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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현실부정
리차드 S. 테들로우 지음, 신상돈 옮김 / 아이비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1985년 중반이었어요. 그 때는 목표도 없이 1년을 속절없이 보낸 후였지요. 고든 무어와 나는 내 사무실에서 우리 회사의 곤경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침울했고…

나는 창밖으로 저 멀리 놀이공원에서 빙글빙글 도는 회전관람차를 바라봤어요. 그러고는 고든을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새로운 CEO를 영입한다면 그는 뭘 할까요?” 고든은 주저없이 대답했어요. “메모리에서 손을 때라고 하겠지.”

나는 아득해지면서 그를 빤히 쳐다봤어요. 그러곤 말했죠. “그렇다면 당신과 내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직접 그렇게 하면 안 될까요?””

우리가 아는 인텔이 태어난 순간이다. 1985년이면 IBM PC 덕분에 인텔은 CPU 시장의 강자가 되어 있었고 그 지위는 지금까지 이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존폐의 위기에 있었다.

고품질 저가격을 내세운 일본업체들의 공세에 인텔의 메모리 부문은 벼랑 끝까지 몰려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밖에서 보기에는 인텔의 사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떠오르는 CPU 시장의 지배자가 될 것이면서 왜 회사가 존폐 위기에 있는가? 그냥 메모리를 포기하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안에서 본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인텔은 메모리로 시작햇고 메모리는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CPU는 어쩌다 팔리는 부수적인 제품일 뿐이었다. 회사의 핵심역량은 메모리 기술에서 나오기 때문에 메모리를 포기하면 회사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무어와 글로브의 대화는 불교의 선문답과 같다. 화두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도대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두를 주고 받는 사람 사이에선 말이 된다. 한 방울만 떨어지면 넘치는 물동이 같은 상태에 있는 제자에게 물 한 방울을 더해 물이 넘치도록 하는 스승의 한 마디가 화두이다. 제자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말이다.

무어와 글로브가 대화를 하던 순간이 그렇게 물이 넘치기 직전의 순간이엇다. 그들은 인텔이 메모리 회사라고 믿어왔지만 몇 년동안 일본회사와의 경쟁에 밀리면서 과연 그럴까? 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시장을 떠나 떠오르는 시장에 전념하면 안되나? 그러나 10여년을 버텨온 고정관념이 그런 질문에 반박하는 수십가지 이유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브가 무어에게 무심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고정관념의 합리화가 무너지려는 순간이 왔고 새로운 관점을 회사를 보는 순간이 불교식으로 말하면 깨달음의 순간이 온 것이다.

이상은 이 책의 인텔 챕터의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무어와 글로브의 대화는 수많은 경영서적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책처럼 그 대화의 문맥과 그 대화가 나오게 된 심리적 역학을 자세하게 파고 드는 책은 없다. 바로 이런 디테일이 이책의 장점이다.

이책은 현실을 부정하는 자기기만, 특히 경영자들의 자기기만을 다룬다. 자기기만에 관한 책은 이책만이 아니다. 그리고 더 뛰어난 책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번역된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는 이책보다 더 뛰어나다.

이책의 저자는 경영사 학자이다. 그러나 경영사에서 대가로 불리는 챈들러와는 글쓰기의 스타일이 다르다. 챈들러는 경영교과서에 빠지지 않는 M형 조직 같은 개념들을 쏟아낸 학자이다. 그러나 그 개념들은 경영사의 풍부한 팩트와 함께 제시된다. 그의 책은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그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개념을 이해하는 지적 즐거움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드문 수작이다.

짐 콜린스의 책도 그러하다. 그는 자기기만으로 어떻게 위대한 기업이 무너지는가를 풍부한사례와 함께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현실부정의 단계를 정식화해 보여준다.

이책이 다루는 내용은 짐 콜린스의 책과 그리 다르지 않다. 콜린스의 책처럼 성공한 기업이 어떻게 자기기만 (또는 콜린스 식으로는 오만)의 희생자가 되어 무너져 가는가 그리고 그런 자기기만 때문에 빠져든 위기에서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오는가를 다룬다. 그러나 저자의 스타일은 팩트와 개념이 균형을 이루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위에서 요약한 인텔의 사례와 같이 이책의 장점은 풍부한 디테일과 그 디테일을 드러내는 저자의 깊이 있는 분석력에 있다.

이책이 다루는 사례들은 대개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잇는 사례들이다. 포드가 어떻게 GM에게 무너졌는가, 미쉐린이 어떻게 타이어 시장을 장악하게 되엇는가, A&P와 시어즈의 몰락, 위기관리의 교과서로 불리는 타이레놀 사건 등 경영서적을 꽤 본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케이스는 별로 없다.

그러나 위에서 본 인텔의 케이스처럼 이책은 다른 책에서는 만나기 힘든 디테일과 디테일에 대한 분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경영자의 자기기만이란 주제에 관심이 잇다면 짐 콜린스의 책과 함께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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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경제학 - 정체성이 직업.소득.행복을 결정한다
조지 애커로프 & 레이첼 크렌턴 지음, 안기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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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말했다. ‘고객한테서 이메일을 받았는데요. 우리한테 재고가 있던 신발을 주문했는데 우리가 배송 등급을 올려줘서 원래 일주일 걸릴 배송이 이틀 밖에 안 걸렸대요. 고객이 우리의 고객 서비스에 감동해서 친구들과 가족에게 우리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우리더러 재포스 항공을 차려보면 어떻겠냐고까지 하던데요.”
“그거 꽤 웃기네요.” 프레드가 말했다.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 읽어봤어요?”
“아뇨. 좋은책인가요? 그러니까 대단한 책인가요?”
“네 꼭 읽어보세요. 장기적인 측면에서 위대한 기업이 그저 좋기만 한 기업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들은 돈을 번다거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 이상의 위대한 사명과 큰 비전을 가지고 있대요. 많은 기업들이 돈을 버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우를 범하기 때문에 결코 위대한 기업은 되지 못한다는 거죠.”

점심식사를 마칠 무렵 우리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비전은 재포스 브랜드를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임을 깨달았다.” (토니 셰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재포스닷컴이 태어나는 순간이다. 정체성 경제학을 소개하는 이책은 짐 콜린스가 말했던 ‘위대한 기업’을 경제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려한다.

짐 콜린스는 그가 정의한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한가지를 이렇게 말한다: “경영학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반대로 우리는 대부분의 비전 기업에서 주요 목표나 동기로 ‘이익의 극대화’나 ‘주주의 부의 극대화’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전 기업들은 여러 목표들은 추구하고 있었으,며 돈은 그 중 하나였을 뿐이다. 많은 비전 기업들은 기업 자체를 경제적 활동보다 의미 있게 행각했으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대부분의 비전 기업 역사를 보면 이익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조건이며 더 중요한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이익이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Built yo Last)

짐 콜린스의 정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아마도 메르크 2세의 말일 것이다: “나는 우리 회사가 지지해 온 원칙을 종합적으로 결론짓고자 한다. 우리는 의약품이 환자를 위한 것임을 그리고 인간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의약품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익 자체는 부수적인 것임을 기억하는 한 이익은 따라다닌다. 이러한 점을 명심할수록 이익은 더욱 커졌다.”

짐 콜린스는 이것을 비전 기업의 역설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런 비전이, 그런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 ‘이익실현을 넘어선 핵심 가치’가 비전 기업의 본질이라 말한다. 그 가치에 조직 구성원들이 동의할 때 그 기업은 비전 기업이 된다고 말하며 그런 기업이 그 가치에 동의할 수 잇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채용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재포스의 핵심가치) 10번 ‘겸손한 자세를 가진다’인 것같다. 지원자들 중에는 뛰어난 경력을 지니고 똑똑하고 재능이 있어 회사의 이윤구조나 전략 등에 즉각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다수는 상당히 자기중심적이라 결국 채용하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으ㅢ 채용팀 관리자들이라면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잇지 않은 이유가 아마 그래서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토니 셰이)

그러면 경제학은 짐 콜린스가 말하는 비전 기업을, 핵심 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짐 콜린스의 비전 기업은 경제학의 입장에선 기업보다는 군대에 더 가깝다.

“공군의 포글만 장군은 이렇게 회고했다. ‘자신보다 (국가에 대한) 봉사를 앞세우면 어떤 보상이 돌아올까? 우리를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것은 봉급이나 혜택만이 아니다. 32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자신보다 봉사를 앞세운다는 이상을 실천하는 남녀 군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공군에 남아 잇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었다. 예를 들면 살아가면서 의미있는 일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 높은 기준에 맞춰 생활하는 독특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자부심, 조국과 민주주의적 삶의 방식을 수호한다는 성취감 등이 있었다.’”

저자들이 인용하는 다른 사례를 더 보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매트는 5년간 의무 복무를 마친 후 민간 기업에 취직할 생각이엇다. 그러나 곧 그는 생각을 바꾸엇다. 매트는 취직 면접을 보았던 회사를 언급하면서 민간인의 삶을 거부했다. ‘제게 중요한 사항에 대해 진심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제게는 봉사가 중요한데 그들은 온통 돈 얘기뿐이었요.”

저자들은 이것을 정체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하며 ‘정체성은 조직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요소’라 말한다. “기업은 사명을 공유하는 직원을 고용할 때 원활하게 움직인다.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직원에게는 업무 달성을 촉진하기 위한 금전적 인센티브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그러나 전통적인 경제학은 직원이 일하는 이유를, 제대로 일하게 하는 수단을 돈만으로 설명한다. 노동 역시 시장에서 교환되는 상품이므로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이 일을 게을리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임금이 높을수록 태업을 하다 적발돼 일을 그만두게 됐을 때 포기해야 하는 대가가 커진다. 이에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혹시 모를 적발에 대비해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 또 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박유연 외)

경제학의 전형적인 논리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맞는 말도 아니다. 어디나 보편타당한 일반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논리대로만이라면 이런 세상이 된다.

“마이크는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직업에 상당히 불만이 많았고 공장 감독에게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나 실직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는 반발심을 최대한 억제햇다. 마이크는 일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그는 상사에게 ‘알겠습니다 감독님’이란 말조차 하지 않았고 가끔씩은 검사를 통과하는지 시험해볼 심산으로 강철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기도 했다. 직장에서 생긴 분노가 쌓여만 갔던 마이크는 근무가 끝나기가 무섭게 술집으로 향했다.

마이크의 적대적 행동은 정체성 모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마이크는 아웃사이더다. 업무를 회피하지 않고 수행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금전적 보상 때문이다.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리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할 때조차도 정체성이 작용한 결과가 여전히 가시화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정체성 경제학으로는 마이크가 표현하는 분노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잇지만 행동경제학을 포함한 현대의 경제학으로는 마이크의 분노를 설명할 수 없다.”

저자들은 마이크의 문제는 회사의 아웃사이더라고 말한다.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므로 일도 재미없고 불만이 가득하다. 돈을 위해 싸우는 군인을 용병이라 한다. 저자들은 돈만을 위해 일하는 직원 역시 용병일 뿐이며 그런 용병만 있는 기업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다고 말한다.

모든 문제를 돈으로 환산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논리대로라면 “기업은 자신이 지불한 만큼 얻는다. 그러나 급여를 표적으로 삼기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가 많다.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금전적 인센티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저자들은 경제학의 효용함수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20세기에 출발한 경제 모델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개념은 오직 경제적 재화와 서비스에만 관심을 쏟았다. 여기에 개리 베커와 그의 주종자들이 온갖 종류의 취향을 효용함수에 추가했다. 뒤이어 ‘이성’으로부터의 심리적 이탈, 특히 인지적 편향이 추가되었다. 정체성 경제학은 이런 진화의 다음 단계라 할 수 있다.”

경제학을 선택의 학문이라 말한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행동을 할 때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그 효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효용함수의 변수를 확장해야 경제학은 더 현실에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게임이론, 행동경제학의 주장이 그러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아직도 경제학은 위에서 말한 비전 기업이나 군인의 선택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그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개념이 포함되도록 효용함수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정체성은 영어의 identity의 의미 그대로 집단과 자신이 어떤 집단과 동일시하는가를 말한다. 자신이 속한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직원은 인사이더이고 위의 마이크와 같이 동일시 하지 않는 직원은 아웃사이더라고 저자들은 분류한다.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직원의 행동이 바뀐다. 집단에 속한다고 느끼기에 그 집단에 속한 사람으로서 행동하게 된다. 소속감이 행동의 규범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약하게라도 자기가 속한 인종, 민족, 성, 정체성을 상기시켜 주면 행동이 달라졌다. 이렇게 (사회적) 범주를 상기시키는 방식을 점화(priming)라고 한다.

스위스군 소대를 대상으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실시햇다. 이 게임에서 피험자는 협조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을 줄 수 있었는데, 이들은 자기 소대의 구성원에게 더 많은 벌을 주었다ㅓ. 실험을 통해 성별의 영향력 또한 밝혀졌다. 공공재 게임에서 그리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남녀 피험자들은 여성만 있는 집단, 남성만 있는 집단, 남녀 혼성 집단에서 각기 다르게 행동했다.”

그러한 소속감과 소속감에 따른 규범에 따라 행동하려는 욕구는 행위자의 효용함수에 변수가 되며 행위자는 정체성 효용을 갖고 정체성 효용 역시 다른 효용과 마찬가지로 극대화의 원칙을 따른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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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링 해피니스 - 재포스 CEO의 행복경영 노하우
토니 셰이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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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

강연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나의 정상적이지 않은 이력으로는 승승장구하기 힘들 것같은데 분야를 잘 선택해서 성공했다고 보는 모양이다. 하긴 골수 운동권 출신에 국사와 국제정치를 전공했으면서도 하고 잇는 일은 이공계열 중에서도 첨단기술이라는 IT 분야이니 그런 질문이 나올 만도 하다.

‘선견지명의 반대말이 있어요. 이것 역시 사자성어인데요. 호구지책이라고…’

그러면 청중들은 으레 웃음이 빵 터진다.
잘 난체 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문용식)

얼마전 트위터 논쟁으로 유명세를 탄 나우콤 문용식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실제로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더라는 말마따나 성공은 뜬금없이 찾아온다. 선견지명이 있어 그렇게 한 것이 아닌데 살아남기 위한 호구지책이어쩌다보니 성공이 되어 있고 남들은 결과만 보고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책의 주인공 역시 그러하다.

요즘 나온 경영서적을 보면 재포스닷컴을 많이 언급한다. 주로 재포스의 무료반품정책이 인용된다. 의류도 그렇지만 구두도 온라인의 사진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사진으로는 멋져 보이더라도 실제 받아보면 아니올시다가 많다. 재포스는 그런 맹점을 무료반품정책으로 커버했다. 5켤레의 주문해서 그중 마음에 드는 한 켤레 외엔 모두 반품해도 아무말 없이 무료로 받아주는 정책이다. 온라인에서 구두를 팔기 위한 뛰어난 정책이라 인용된다.

그러나 재포스의 입장에서 그런 정책이 나온 것은 우연이었다. 경영학서적에 나오는 그런 설명은 결과론적으로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성공이 그렇듯이 지금의 결과만 보이는 남들의 눈엔 원래 그런 이유로 정책을 만들었을 것이라 보이는 것이다.

이책은 창업부터 아마존과 합병되기까지 재포스의 역사를 다룬다. 재포스의 역사에서 재포스의 내부에서 무료반품정책은 단지 고객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나온 정책의 하나일뿐이고 그것이 그들의 성공을 낳은 것이 아니다. 재포스의 입장에서 그들의 경쟁우위는 고객서비스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재포스가 그런 관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재포스가 시작했던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단지 온라인으로 구두를 팔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을 뿐이다. 구두는 신어보고 사는 것이라는 상식에 도전한 것이다. 그 도전의 근거는 통신판매 매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면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증명되었다.

처음의 모델은 온라인상에서 주문을 받고 배송은 생산자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었다. 재고부담을 없앤다는 생각이엇다.

그러나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위기를 겪으면서 바뀐다. 닷컴버블이 터졌을 때 자금줄이 막히면서 살아남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금이 말랐을 때 지상과제는 매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마케팅 예산이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라인업을 늘려야 햇다. 그러나 생산자 직배송이란 정책으로는 메이저 브랜드를 설득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브랜드의 물품을 매입해 자신들이 배송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했다.

재고비용이 늘어났지만 매출은 당장 3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마케팅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답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늘리고 그들을 만족시켜 입소문을 내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고객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고객이 ‘와우’할 수 잇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배송의 속도가 관건이 되었다. 배송의 품질이 중요해지면서 이전 모델처럼 생산자에게 배송을 떠넘기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콜센터를 강화해야 햇다. 재포스는 마케팅을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콜센터는 비용으로 본다. 있어야 할 것이기 만들지만 비용이기에 비용대비 효율성을 따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뉴얼을 만들고 매뉴얼에 따라 어떻게 응대한다는 대본을 만들어둔다.

그러나 재포스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회사로선 고객과 만나는 접점은 콜센터가 된다. 그런 콜센터에서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만들어진다. 마케팅 비용에 쓸 돈을 차라리 콜센터에 돌려 유대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차라리 유리하다.

이런 전략이 나온 것은 돈이 없어 마케팅 예산을 할당할 수 없었던 시절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마케터들이 주로 빠지는 또 다른 함정은 어떻게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는데 집중해야 할 때인데 말이다. 우리 엄마는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분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엄마의 말 한마디에 나는 반드시 귀를 기울인다.”

관건은 고객과의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기업의 문화에서 나온다는 것이 재포스의 전략이 되었다.

이책은 어떻게 그런 전략이 자리잡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런 전략이 구체화되기 위해 어떻게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갔는가를 보여준다.

사실 새로울 것은 없다. 저자는 그런 전략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리고 그 전략을 정식화한 것도 저자 스스로 말하듯이 Good to Great를 읽고 기업문화의 의미를 발견한 것에서 시작된다.

문화, 핵심가치, 비전, 모두 새로울 것이 없는 말들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애매하다. 수많은 경영서적이 그 말들을 하고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우리가 읽는 것은 단지 결과일 뿐이다. 이미 그런 문화가 만들어져 있는 기업의 사례를 보면서 부러워하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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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걷기여행 시리즈
프랭크 쿠즈니크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위키의 프라하 항목을 찾아보면 프라하의 인구는 130만, 교외지역까지 포함하면 230만이다. 서울과 맞먹는 런던 같은 도시에 비하면 별 감흥이 없는 수이다. 그러나 정치, 경제, 문화가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큰 도시이다. 그러나 위키 아티클을 더 읽어가다보면 그보다 더 놀라운 아니 감흥이 있을 만한 수치가 보인다. 2009년 기준으로 프라하를 거쳐간 관광객의 수가 410만이라는 것이다.

최대로 잡은 인구로 봐도 2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왜 그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로 오는 것일까?

1100년전 처음 세워졌을 때부터 몰다우강을 끼고 있는 프라하는 중부유럽의 교통요지였고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의 성으로 정치, 경제, 문화의 센터였다.

그러나 1차대전의 패전으로 합스부르크 제국이 해체된 이후 프라하는 역사에서 잊혀진 도시일 뿐이었다. 프라하의 봄 같은 이벤트가 있었지만 세계사의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사건일 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프라하의 매력을 만들었다.

이책은 프라하 여행가이드북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다른 가이드북들과 달리 두발로 여행지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이책의 구성은 걷는다는 것을 전제로 프라하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면서 그 코스를 걸으면서 눈여겨 보아야 할 사이트들을 나열하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책을 읽다보면 왜 프라하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도시 전체가 골동품이기 때문이다. 중세 초기 고딕 양식이 나오기 전의 로마네스크 양식부터,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그리고 19세기의 아르누보를 거쳐 20세기 초의 국제주의 양식까지 건축의 골동품이 모여있는, 역사가 동결되어 있는 공간이 프라하이기 때문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다른 유럽도시들과 달리 프라하는 중세부터 근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게 되었고 20세기의 대부분을 역사의 주류에서 비껴있었던 덕에 전쟁으로부터 파괴되지 않은 유적들이 개발의 흐름에서도 비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겨진 과거의 유산이 프라하를 다른 도시와는 다른 곳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프라하의 매력이다.

책의 저자는 불친절함, 바가지, 소매치기 등을 경고한다. 더군다나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고 영어안내판 조차 드문 곳이다. 여행자에게 그리 호의적인 곳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이책을 보다보면 그런 프라하라도 찾도록 만드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잇다.

자동차를 기준으로 재설계된 다른 도시들과 달리 프라하는 사람이 걷는 것을 기껏해야 마차 정도가 대체수단이었던 시절의 설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라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걷는 것이다. 사람의 걸음을 기준으로 설계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프라하를 즐기는 방법으로 걷는 코스를 소개한다.

그러면 이책은 볼만한 책인가? 프라하를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이책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단지 이런 책도 없이 프라하로 무작정 가는 것보다는 분명히 좋은 시작점을 제공할 것이라는 것 이상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이책은 읽을만한 책인가? 여행가이드가 단지 여행자를 위한 책으로만 나오지는 않는다. 여행을 갈 생각이 없더라도 그 장소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도 가이드북을 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책은 어떤가?

그런 목적이라면 쓸만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책은 걷기 코스를 소개한다는 목적에 충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소개에 충실하고 도시 전체에 대한 소개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읽고 나서도 프라하에 대해 그리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읽다보면 걸으면서 얻게 되는 프라하에 대한 느낌을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이책의 장점이다. 걷는 사람의 기준으로 프라하가 어떻게 보일지를 이책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가이드북과는 상당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정보보다는 그 장소에서 걷는 경험이 어떤 것일지 그 공간의 느낌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색다른 장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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