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경제학 - 정체성이 직업.소득.행복을 결정한다
조지 애커로프 & 레이첼 크렌턴 지음, 안기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말했다. ‘고객한테서 이메일을 받았는데요. 우리한테 재고가 있던 신발을 주문했는데 우리가 배송 등급을 올려줘서 원래 일주일 걸릴 배송이 이틀 밖에 안 걸렸대요. 고객이 우리의 고객 서비스에 감동해서 친구들과 가족에게 우리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우리더러 재포스 항공을 차려보면 어떻겠냐고까지 하던데요.”
“그거 꽤 웃기네요.” 프레드가 말했다.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 읽어봤어요?”
“아뇨. 좋은책인가요? 그러니까 대단한 책인가요?”
“네 꼭 읽어보세요. 장기적인 측면에서 위대한 기업이 그저 좋기만 한 기업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들은 돈을 번다거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 이상의 위대한 사명과 큰 비전을 가지고 있대요. 많은 기업들이 돈을 버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우를 범하기 때문에 결코 위대한 기업은 되지 못한다는 거죠.”

점심식사를 마칠 무렵 우리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비전은 재포스 브랜드를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임을 깨달았다.” (토니 셰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재포스닷컴이 태어나는 순간이다. 정체성 경제학을 소개하는 이책은 짐 콜린스가 말했던 ‘위대한 기업’을 경제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려한다.

짐 콜린스는 그가 정의한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한가지를 이렇게 말한다: “경영학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반대로 우리는 대부분의 비전 기업에서 주요 목표나 동기로 ‘이익의 극대화’나 ‘주주의 부의 극대화’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전 기업들은 여러 목표들은 추구하고 있었으,며 돈은 그 중 하나였을 뿐이다. 많은 비전 기업들은 기업 자체를 경제적 활동보다 의미 있게 행각했으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대부분의 비전 기업 역사를 보면 이익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조건이며 더 중요한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이익이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Built yo Last)

짐 콜린스의 정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아마도 메르크 2세의 말일 것이다: “나는 우리 회사가 지지해 온 원칙을 종합적으로 결론짓고자 한다. 우리는 의약품이 환자를 위한 것임을 그리고 인간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의약품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익 자체는 부수적인 것임을 기억하는 한 이익은 따라다닌다. 이러한 점을 명심할수록 이익은 더욱 커졌다.”

짐 콜린스는 이것을 비전 기업의 역설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런 비전이, 그런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 ‘이익실현을 넘어선 핵심 가치’가 비전 기업의 본질이라 말한다. 그 가치에 조직 구성원들이 동의할 때 그 기업은 비전 기업이 된다고 말하며 그런 기업이 그 가치에 동의할 수 잇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채용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재포스의 핵심가치) 10번 ‘겸손한 자세를 가진다’인 것같다. 지원자들 중에는 뛰어난 경력을 지니고 똑똑하고 재능이 있어 회사의 이윤구조나 전략 등에 즉각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다수는 상당히 자기중심적이라 결국 채용하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으ㅢ 채용팀 관리자들이라면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잇지 않은 이유가 아마 그래서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토니 셰이)

그러면 경제학은 짐 콜린스가 말하는 비전 기업을, 핵심 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짐 콜린스의 비전 기업은 경제학의 입장에선 기업보다는 군대에 더 가깝다.

“공군의 포글만 장군은 이렇게 회고했다. ‘자신보다 (국가에 대한) 봉사를 앞세우면 어떤 보상이 돌아올까? 우리를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것은 봉급이나 혜택만이 아니다. 32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자신보다 봉사를 앞세운다는 이상을 실천하는 남녀 군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공군에 남아 잇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었다. 예를 들면 살아가면서 의미있는 일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 높은 기준에 맞춰 생활하는 독특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자부심, 조국과 민주주의적 삶의 방식을 수호한다는 성취감 등이 있었다.’”

저자들이 인용하는 다른 사례를 더 보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매트는 5년간 의무 복무를 마친 후 민간 기업에 취직할 생각이엇다. 그러나 곧 그는 생각을 바꾸엇다. 매트는 취직 면접을 보았던 회사를 언급하면서 민간인의 삶을 거부했다. ‘제게 중요한 사항에 대해 진심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제게는 봉사가 중요한데 그들은 온통 돈 얘기뿐이었요.”

저자들은 이것을 정체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하며 ‘정체성은 조직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요소’라 말한다. “기업은 사명을 공유하는 직원을 고용할 때 원활하게 움직인다.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직원에게는 업무 달성을 촉진하기 위한 금전적 인센티브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그러나 전통적인 경제학은 직원이 일하는 이유를, 제대로 일하게 하는 수단을 돈만으로 설명한다. 노동 역시 시장에서 교환되는 상품이므로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이 일을 게을리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임금이 높을수록 태업을 하다 적발돼 일을 그만두게 됐을 때 포기해야 하는 대가가 커진다. 이에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혹시 모를 적발에 대비해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 또 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박유연 외)

경제학의 전형적인 논리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맞는 말도 아니다. 어디나 보편타당한 일반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논리대로만이라면 이런 세상이 된다.

“마이크는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직업에 상당히 불만이 많았고 공장 감독에게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나 실직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는 반발심을 최대한 억제햇다. 마이크는 일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그는 상사에게 ‘알겠습니다 감독님’이란 말조차 하지 않았고 가끔씩은 검사를 통과하는지 시험해볼 심산으로 강철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기도 했다. 직장에서 생긴 분노가 쌓여만 갔던 마이크는 근무가 끝나기가 무섭게 술집으로 향했다.

마이크의 적대적 행동은 정체성 모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마이크는 아웃사이더다. 업무를 회피하지 않고 수행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금전적 보상 때문이다.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리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할 때조차도 정체성이 작용한 결과가 여전히 가시화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정체성 경제학으로는 마이크가 표현하는 분노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잇지만 행동경제학을 포함한 현대의 경제학으로는 마이크의 분노를 설명할 수 없다.”

저자들은 마이크의 문제는 회사의 아웃사이더라고 말한다.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므로 일도 재미없고 불만이 가득하다. 돈을 위해 싸우는 군인을 용병이라 한다. 저자들은 돈만을 위해 일하는 직원 역시 용병일 뿐이며 그런 용병만 있는 기업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다고 말한다.

모든 문제를 돈으로 환산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논리대로라면 “기업은 자신이 지불한 만큼 얻는다. 그러나 급여를 표적으로 삼기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가 많다.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금전적 인센티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저자들은 경제학의 효용함수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20세기에 출발한 경제 모델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개념은 오직 경제적 재화와 서비스에만 관심을 쏟았다. 여기에 개리 베커와 그의 주종자들이 온갖 종류의 취향을 효용함수에 추가했다. 뒤이어 ‘이성’으로부터의 심리적 이탈, 특히 인지적 편향이 추가되었다. 정체성 경제학은 이런 진화의 다음 단계라 할 수 있다.”

경제학을 선택의 학문이라 말한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행동을 할 때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그 효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효용함수의 변수를 확장해야 경제학은 더 현실에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게임이론, 행동경제학의 주장이 그러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아직도 경제학은 위에서 말한 비전 기업이나 군인의 선택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그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개념이 포함되도록 효용함수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정체성은 영어의 identity의 의미 그대로 집단과 자신이 어떤 집단과 동일시하는가를 말한다. 자신이 속한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직원은 인사이더이고 위의 마이크와 같이 동일시 하지 않는 직원은 아웃사이더라고 저자들은 분류한다.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직원의 행동이 바뀐다. 집단에 속한다고 느끼기에 그 집단에 속한 사람으로서 행동하게 된다. 소속감이 행동의 규범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약하게라도 자기가 속한 인종, 민족, 성, 정체성을 상기시켜 주면 행동이 달라졌다. 이렇게 (사회적) 범주를 상기시키는 방식을 점화(priming)라고 한다.

스위스군 소대를 대상으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실시햇다. 이 게임에서 피험자는 협조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을 줄 수 있었는데, 이들은 자기 소대의 구성원에게 더 많은 벌을 주었다ㅓ. 실험을 통해 성별의 영향력 또한 밝혀졌다. 공공재 게임에서 그리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남녀 피험자들은 여성만 있는 집단, 남성만 있는 집단, 남녀 혼성 집단에서 각기 다르게 행동했다.”

그러한 소속감과 소속감에 따른 규범에 따라 행동하려는 욕구는 행위자의 효용함수에 변수가 되며 행위자는 정체성 효용을 갖고 정체성 효용 역시 다른 효용과 마찬가지로 극대화의 원칙을 따른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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