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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ㅣ 걷기여행 시리즈
프랭크 쿠즈니크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위키의 프라하 항목을 찾아보면 프라하의 인구는 130만, 교외지역까지 포함하면 230만이다. 서울과 맞먹는 런던 같은 도시에 비하면 별 감흥이 없는 수이다. 그러나 정치, 경제, 문화가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큰 도시이다. 그러나 위키 아티클을 더 읽어가다보면 그보다 더 놀라운 아니 감흥이 있을 만한 수치가 보인다. 2009년 기준으로 프라하를 거쳐간 관광객의 수가 410만이라는 것이다.
최대로 잡은 인구로 봐도 2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왜 그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로 오는 것일까?
1100년전 처음 세워졌을 때부터 몰다우강을 끼고 있는 프라하는 중부유럽의 교통요지였고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의 성으로 정치, 경제, 문화의 센터였다.
그러나 1차대전의 패전으로 합스부르크 제국이 해체된 이후 프라하는 역사에서 잊혀진 도시일 뿐이었다. 프라하의 봄 같은 이벤트가 있었지만 세계사의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사건일 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프라하의 매력을 만들었다.
이책은 프라하 여행가이드북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다른 가이드북들과 달리 두발로 여행지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이책의 구성은 걷는다는 것을 전제로 프라하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면서 그 코스를 걸으면서 눈여겨 보아야 할 사이트들을 나열하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책을 읽다보면 왜 프라하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도시 전체가 골동품이기 때문이다. 중세 초기 고딕 양식이 나오기 전의 로마네스크 양식부터,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그리고 19세기의 아르누보를 거쳐 20세기 초의 국제주의 양식까지 건축의 골동품이 모여있는, 역사가 동결되어 있는 공간이 프라하이기 때문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다른 유럽도시들과 달리 프라하는 중세부터 근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게 되었고 20세기의 대부분을 역사의 주류에서 비껴있었던 덕에 전쟁으로부터 파괴되지 않은 유적들이 개발의 흐름에서도 비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겨진 과거의 유산이 프라하를 다른 도시와는 다른 곳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프라하의 매력이다.
책의 저자는 불친절함, 바가지, 소매치기 등을 경고한다. 더군다나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고 영어안내판 조차 드문 곳이다. 여행자에게 그리 호의적인 곳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이책을 보다보면 그런 프라하라도 찾도록 만드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잇다.
자동차를 기준으로 재설계된 다른 도시들과 달리 프라하는 사람이 걷는 것을 기껏해야 마차 정도가 대체수단이었던 시절의 설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라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걷는 것이다. 사람의 걸음을 기준으로 설계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프라하를 즐기는 방법으로 걷는 코스를 소개한다.
그러면 이책은 볼만한 책인가? 프라하를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이책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단지 이런 책도 없이 프라하로 무작정 가는 것보다는 분명히 좋은 시작점을 제공할 것이라는 것 이상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이책은 읽을만한 책인가? 여행가이드가 단지 여행자를 위한 책으로만 나오지는 않는다. 여행을 갈 생각이 없더라도 그 장소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도 가이드북을 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책은 어떤가?
그런 목적이라면 쓸만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책은 걷기 코스를 소개한다는 목적에 충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소개에 충실하고 도시 전체에 대한 소개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읽고 나서도 프라하에 대해 그리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읽다보면 걸으면서 얻게 되는 프라하에 대한 느낌을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이책의 장점이다. 걷는 사람의 기준으로 프라하가 어떻게 보일지를 이책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가이드북과는 상당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정보보다는 그 장소에서 걷는 경험이 어떤 것일지 그 공간의 느낌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색다른 장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