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링 해피니스 - 재포스 CEO의 행복경영 노하우
토니 셰이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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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

강연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나의 정상적이지 않은 이력으로는 승승장구하기 힘들 것같은데 분야를 잘 선택해서 성공했다고 보는 모양이다. 하긴 골수 운동권 출신에 국사와 국제정치를 전공했으면서도 하고 잇는 일은 이공계열 중에서도 첨단기술이라는 IT 분야이니 그런 질문이 나올 만도 하다.

‘선견지명의 반대말이 있어요. 이것 역시 사자성어인데요. 호구지책이라고…’

그러면 청중들은 으레 웃음이 빵 터진다.
잘 난체 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문용식)

얼마전 트위터 논쟁으로 유명세를 탄 나우콤 문용식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실제로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더라는 말마따나 성공은 뜬금없이 찾아온다. 선견지명이 있어 그렇게 한 것이 아닌데 살아남기 위한 호구지책이어쩌다보니 성공이 되어 있고 남들은 결과만 보고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책의 주인공 역시 그러하다.

요즘 나온 경영서적을 보면 재포스닷컴을 많이 언급한다. 주로 재포스의 무료반품정책이 인용된다. 의류도 그렇지만 구두도 온라인의 사진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사진으로는 멋져 보이더라도 실제 받아보면 아니올시다가 많다. 재포스는 그런 맹점을 무료반품정책으로 커버했다. 5켤레의 주문해서 그중 마음에 드는 한 켤레 외엔 모두 반품해도 아무말 없이 무료로 받아주는 정책이다. 온라인에서 구두를 팔기 위한 뛰어난 정책이라 인용된다.

그러나 재포스의 입장에서 그런 정책이 나온 것은 우연이었다. 경영학서적에 나오는 그런 설명은 결과론적으로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성공이 그렇듯이 지금의 결과만 보이는 남들의 눈엔 원래 그런 이유로 정책을 만들었을 것이라 보이는 것이다.

이책은 창업부터 아마존과 합병되기까지 재포스의 역사를 다룬다. 재포스의 역사에서 재포스의 내부에서 무료반품정책은 단지 고객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나온 정책의 하나일뿐이고 그것이 그들의 성공을 낳은 것이 아니다. 재포스의 입장에서 그들의 경쟁우위는 고객서비스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재포스가 그런 관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재포스가 시작했던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단지 온라인으로 구두를 팔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을 뿐이다. 구두는 신어보고 사는 것이라는 상식에 도전한 것이다. 그 도전의 근거는 통신판매 매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면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증명되었다.

처음의 모델은 온라인상에서 주문을 받고 배송은 생산자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었다. 재고부담을 없앤다는 생각이엇다.

그러나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위기를 겪으면서 바뀐다. 닷컴버블이 터졌을 때 자금줄이 막히면서 살아남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금이 말랐을 때 지상과제는 매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마케팅 예산이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라인업을 늘려야 햇다. 그러나 생산자 직배송이란 정책으로는 메이저 브랜드를 설득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브랜드의 물품을 매입해 자신들이 배송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했다.

재고비용이 늘어났지만 매출은 당장 3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마케팅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답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늘리고 그들을 만족시켜 입소문을 내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고객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고객이 ‘와우’할 수 잇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배송의 속도가 관건이 되었다. 배송의 품질이 중요해지면서 이전 모델처럼 생산자에게 배송을 떠넘기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콜센터를 강화해야 햇다. 재포스는 마케팅을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콜센터는 비용으로 본다. 있어야 할 것이기 만들지만 비용이기에 비용대비 효율성을 따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뉴얼을 만들고 매뉴얼에 따라 어떻게 응대한다는 대본을 만들어둔다.

그러나 재포스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회사로선 고객과 만나는 접점은 콜센터가 된다. 그런 콜센터에서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만들어진다. 마케팅 비용에 쓸 돈을 차라리 콜센터에 돌려 유대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차라리 유리하다.

이런 전략이 나온 것은 돈이 없어 마케팅 예산을 할당할 수 없었던 시절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마케터들이 주로 빠지는 또 다른 함정은 어떻게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는데 집중해야 할 때인데 말이다. 우리 엄마는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분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엄마의 말 한마디에 나는 반드시 귀를 기울인다.”

관건은 고객과의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기업의 문화에서 나온다는 것이 재포스의 전략이 되었다.

이책은 어떻게 그런 전략이 자리잡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런 전략이 구체화되기 위해 어떻게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갔는가를 보여준다.

사실 새로울 것은 없다. 저자는 그런 전략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리고 그 전략을 정식화한 것도 저자 스스로 말하듯이 Good to Great를 읽고 기업문화의 의미를 발견한 것에서 시작된다.

문화, 핵심가치, 비전, 모두 새로울 것이 없는 말들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애매하다. 수많은 경영서적이 그 말들을 하고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우리가 읽는 것은 단지 결과일 뿐이다. 이미 그런 문화가 만들어져 있는 기업의 사례를 보면서 부러워하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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