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연관성은 없다.

그저 이따금 생각이 난다는 것외엔, 둘 다 단편이고, 마치 한여름 소낙비처럼 그저...


거미줄에 매달린 도둑의 처지,

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다는 자각.


여자는 임무나 대의보다 사랑을 택하지만,

남자는 사랑보다는, 거칠게 말하면 임무가 앞선 사람,

이구나...그리고, 이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은 여자의 몽상에 불과한 것인지,

남자는 '지금'  감당해야 할 것보다는 차라리 여자를 죽이는 게 낫다고 판단할 만큼, 사랑이란 아니 그런 사랑이란, 의미가 없는 것인지.


나는 자꾸 이런 생각에 잠기게 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소설과 현실을 별로 구분하려 들지 않는, 그리고 구분하지 못하는 나의 백치같은 인식의 한계 탓이기도 하려니


그런데..거미줄에 매달린 그 도둑 말인데,

실은 좀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거미줄이라니...그토록 가녈고 그토록 연약하고 그토록 힘없는 줄에라도 매달려 지옥의 피바다와 바늘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 거미줄에 매달린 사람이 자기뿐만 아니라 수천 수만명이라면?


이 시험에 통과하는 인간이란 도무지 어떤 인간일까?

하는 생각도 나는 더러,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나란 존재는 그 거미줄에 매달린 도둑과 아니 같다고 할 수 없는 처지라니...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색과 경계


영화 색,계와는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 색, 계는 보지 아니 하였다.

이안이라는 남자와 장아이링이라는 여자는, 다를 것임에, 번역자후기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기회가 있으면 스크린에서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고, 나는 마침내 생각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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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을 보았다. 벌써 한달 전의 일이다.

사실 라쇼몽에 대해서는 책으로 먼저 읽어서 알고 있었다. 


영화는  원작 라쇼몽의 얘기는 아니다. 라쇼몽은 다만 영화의 배경일 뿐이다.

구로자와 아끼라의 라쇼몽인 셈이다.


아무튼, 

생각난 김에, 아쿠타카와의 선집을 손에 들었다. 원작인 덤불속으로를 다시 읽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실은 두려워서였다. 혼자있어서 생각이 많이 드는 밤이.


집중애서 단숨에 읽기에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아쿠타카와의 인생이 짧았고 그가 자살을 하였고 가족력이 있었고...쉬운 성격이 아니었고, ....그리고 나의 정신상태는 뭔가에 집중하게 생겨먹지 못했고..또 그럴 처지도 못되었고..등등


켄카루산보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었다. 아니 인상적이었다기보나, 좀 소설적이라고 해야 하나...글쎄 평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작가가 전격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라 쉽게 읽혔다고나 할까..아니 글쎄 ....


화가였으나 화가로서보다는 고무인특허로 돈을 번 켄카루가 폐결핵으로 죽어간다. 나이도 왠만큼 먹었으니, 인생의 수순이기도 하다.

그가 폐결핵으로 앓아 누워 죽을 때까지의 일상사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죽어가는 그가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나마 행복했던 시기가 어린시절 일순간이었다고 회상하는 장면은, 나에게 약간의 놀라움과 두려움을 주었다.


그러니까 우리 일생, 인간의 일생, 사람의 일생이란 무의미하고 덧없다는 강렬한 메시지, 물론 작가의 메시지였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가!

그가 회한으로 일생을 되돌아보면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목을 매는 그 순간 두려움을 느껴 그만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죽는다.

겨우 일주일을 남겨둔 그가 막상 목숨을 끊으려고 할때 엄습한 두려움이라니!

그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일생의 일주일을 남겨둔 병자가, 거동조차 할 수 없어 속옷조차도 자신의 손으로 갈아입을 수 없고, 이불에 희지해 앉아야 할 정도로 쇠약한 그가,불과 일주일 뒤에는 죽을 그가 느낀, 그 두려움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의 일생과 세월,

나는 과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던가?

내 지금까지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그리고, 

...

그런 저런 밀려드는 생각 속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순간의 실수란,

도무지 어떤 연유로 벌어지는 것인지,

인간이란 얼마나 위태롭고 약한 존재인지..얼마나 소심하고 겁이 많은 존재인지..새삼 나자신이야말로 그 표본이 아닐까 절감하였다.

시간의 비가역성에 대해,

존재의 불가사의함에 대해,

나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자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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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8-0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은 제게도 있다는.
위의 저 책과 같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 중 코, 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것도 읽을 당시만 그랬다는 거고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
이 참에 다시 그를 꺼내볼까 싶기도 하네요. 여름 잘 나시어요.^^*

테레사 2013-08-08 16:20   좋아요 0 | URL
네 팜므느와르님..고맙습니다...대문의 프로필사진과 글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심장이 많이 아프다.

너무 뜨거운 음식을 삼켰을때, 심장이 마치 익는 듯한 느낌의 통증을 동반한다면, 이 종류의 통증은 도무지 무어라 해야 할까..칼로 베이는 듯한? 표면이 거친 사포로 보드라운 피부를 문지르는?

그런 것과는 다른 어떤 아픔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하는 자책에서부터, 불확실한 결말과 두려움이 내 앞에 놓여있다. 나를 가로막고 있다.

시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프다.


인간은 낙관편향을 보인다고 했다. 그것이 우리 종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란다.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은 궁극에는 죽음과 소멸에 닿을 테고, 미래가 그러하다면 인간은 도무지 현재를 견딜 용기가 없을 터이다. 그래서 낙관편향이 배선되었다. 설계된 망각.


하지만, 지금 이 편향이 나에겐 부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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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자있으면, 수만 년 전의 본능이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제어가 안되는 모양이다. 

토스트 다섯 조각, 잡곡밥 반공기, 생선찌개. 딸기, 사과, 치즈...

를 허겁지겁 먹었다.

결코 숙녀답지 않는 모습!

 

내가 수만 년 전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할 때마다,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가 떠오른다. 그리곤 위안을 받는다. 나만 이러는 건 아니지 않는가?

 

 

사라가 마을을 떠나 잠시 머물던 호텔에서 허겁지겁 고기 만두로 허기를 채우던 모습을 존 파울즈는 그렇게 묘사했다.

 

쳇 그렇다면 숙녀들은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

 

(그런데 내가 읽은 책은 한권짜리였는데, 새로 두권으로 찍어 낸 모양이군. 돈을 버는 방법으로 책을 파는 것은, 상대적으로 왠지 덜 자본주의적으로 느껴지지만(아, 아닌가?) 이렇게 한권을 두권으로 쪼개 팔면, 장사꾼같은 상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듯해 마음이, 상한다.흥) 아무튼 갑자기 존 파울즈가 너무 좋다는 생각, 아니 아니 이 작품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 의외의 결말,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작가 자신,....하지만 파울즈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 읽진 않았다. 솔직히 두려웠다. 이보다 나쁘면, 너무 실망스러울 것 같아서, 그건 어떤 심리일까? 한 작가의 어떤 작품이 너무 좋아서 다른 작품을 찾아읽어보고 싶은데, 의외로 재미없었을  때, 그때는 전에 읽은 작품들마저, 갑자기 사소해지기 때문일까. 뭐지...좀 찬찬히 생각해 봐야 겠어..참을 수 없어서? 전작의 갇동까지 타락시키는 어떤 기운 , 분노일까? 소심함 때문일까...역시 난 겁이 많아, 난 겁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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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었다.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고 맑고, 아름다운이란 형용사가 제격인 그런, 계절이었지.

 

(생각해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나는 계절 중에 5월을 제일로 치겠다. 6월의 신부라는 관용어가 있을 정도로 6월이 뭐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의 의미로 대접받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최근의 날씨를 감안할 때, 이제 6월은 여름 축에 넣어야 맞을 듯하다. 허니 계절의 여왕은 단연 5월!

이런 5월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좀이 쑤실 만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섬에 와 있다.꺄오! 그리고 오래 전 5월에 떠난 여행을 반추하고 있다.)

무작정 떠나 온 여행이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다. 아직 너무 좋아 할 만큼 뭐 새롤 것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득시글대는 관광단지 쪽이 아니라 한적한 조그만 마을이라 마음에 든다.

비엔나에서 외곽으로 우리로 치자면, 분당 신도시 정도되는 동네로 차를 타고 한 3,40분 정도 가면 언니네 집이 나왔다. 수베르트가세였나..이름이 영, 기억에 없지만, 암튼 한적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그런 유럽의 주택가였다.

그때 가져간 책들이 스탕달의 이탈리아 미술편력. 유럽음악산책,소설로는 오페라의 유령과 개선문이었던 것 같다....그 책들은 언니네 두고 왔다.

5월의 여행은 어쩐지 항상, 비엔나가 떠오르고, 아주 꼬마였던 조카와 깔깔거리며 웃던 내 모습하며, 늘 핸디폰을 주시하며 누군가로부터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곤 하던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나와, 뭔가 낌새를 눈치챘지만 묻지 않았던 언니와 형부,의 어떤 배려로 이어진다.

 비엔나의 느리고 한가하던 오후와 트람바이, 언니가 싸주던 머핀과 바나나를 담은 런치박스.

기억은 구체적인 어떤 사물들과 닿을 때에라야 제 몫을 하는 걸까?

 

 

 

 

 

 

 

 

사소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간격이 세월과 침묵과 해명을 허용하지 않는 완고함과 결합하여 너무 큰 벽을 만든다.

다시 그 도시에 가서, 언니와 하얀 카페에서 비엔나의 명물 커피와 케익을 나눠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하얗고 길쭉한 유럽인들 사이에 움푹 들어간 서로를 사진찍어주며 깔깔거릴 수 있는 때가 오기를,,,,언니가 사랑했던 이야기와 내가 사랑했던 이야기, 그리고 남아있는 나날들에 대한 희망을 주억거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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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잉 글이 너무 좋아요~ㅠㅜ (대문 글도...^^)

다락방 2013-05-2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님 말씀대로 글이 너무 좋아요. 지금은 어디, 그러니까 어느 섬에 가계신 걸까요?

테레사 2013-05-24 20:2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처럼 저도 근사한 호텔에 묵고 싶었으나, 마음을 달리하여 조그만 읍에 머물고 있어요. 제가 아는 분의 별장....에, 여기는? 여기는 바로...제..주...도. 하지만, 조그만 마을, 감귤은 눈에 안띄는데 향이 땅속에 섞여 있는 듯, 어디가든 향이 나는 곳이에요...이건 감귤향이 아닌가? 음....아무도 없으니, 아무단어나 갖다 붙여도. 용서가 될 듯....

프레이야 2013-05-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오월에 따뜻한 기억과 함께 섬에 계신 테레사님, 기냥 마구 부럽네요^^ 한적한 섬 풍경 보고 싶어요.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떠오르는 말ᆢ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날짜는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고 하더군요. 시간 너머 언제나 순간, 결정적 순간만이 우리에겐 있는 것. 어쩐지 동감되면서 마음이 좋아져요^^

테레사 2013-05-24 20:26   좋아요 0 | URL
너무 한적해서 약간 쓸쓸하기도 해요. 꿩들이 너무 이상한 소리로 울어서 놀랐어요..쿼엉쿼엉인가? 캬욱 캬욱인가..암튼 격음의 뭔가를 시도때도 없이 발산하고 있는 곳...저거 꿩아닌가? 암튼....제주도에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헌데 전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그만 존재에요 여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