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을 보았다. 벌써 한달 전의 일이다.

사실 라쇼몽에 대해서는 책으로 먼저 읽어서 알고 있었다. 


영화는  원작 라쇼몽의 얘기는 아니다. 라쇼몽은 다만 영화의 배경일 뿐이다.

구로자와 아끼라의 라쇼몽인 셈이다.


아무튼, 

생각난 김에, 아쿠타카와의 선집을 손에 들었다. 원작인 덤불속으로를 다시 읽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실은 두려워서였다. 혼자있어서 생각이 많이 드는 밤이.


집중애서 단숨에 읽기에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아쿠타카와의 인생이 짧았고 그가 자살을 하였고 가족력이 있었고...쉬운 성격이 아니었고, ....그리고 나의 정신상태는 뭔가에 집중하게 생겨먹지 못했고..또 그럴 처지도 못되었고..등등


켄카루산보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었다. 아니 인상적이었다기보나, 좀 소설적이라고 해야 하나...글쎄 평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작가가 전격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라 쉽게 읽혔다고나 할까..아니 글쎄 ....


화가였으나 화가로서보다는 고무인특허로 돈을 번 켄카루가 폐결핵으로 죽어간다. 나이도 왠만큼 먹었으니, 인생의 수순이기도 하다.

그가 폐결핵으로 앓아 누워 죽을 때까지의 일상사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죽어가는 그가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나마 행복했던 시기가 어린시절 일순간이었다고 회상하는 장면은, 나에게 약간의 놀라움과 두려움을 주었다.


그러니까 우리 일생, 인간의 일생, 사람의 일생이란 무의미하고 덧없다는 강렬한 메시지, 물론 작가의 메시지였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가!

그가 회한으로 일생을 되돌아보면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목을 매는 그 순간 두려움을 느껴 그만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죽는다.

겨우 일주일을 남겨둔 그가 막상 목숨을 끊으려고 할때 엄습한 두려움이라니!

그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일생의 일주일을 남겨둔 병자가, 거동조차 할 수 없어 속옷조차도 자신의 손으로 갈아입을 수 없고, 이불에 희지해 앉아야 할 정도로 쇠약한 그가,불과 일주일 뒤에는 죽을 그가 느낀, 그 두려움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의 일생과 세월,

나는 과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던가?

내 지금까지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그리고, 

...

그런 저런 밀려드는 생각 속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순간의 실수란,

도무지 어떤 연유로 벌어지는 것인지,

인간이란 얼마나 위태롭고 약한 존재인지..얼마나 소심하고 겁이 많은 존재인지..새삼 나자신이야말로 그 표본이 아닐까 절감하였다.

시간의 비가역성에 대해,

존재의 불가사의함에 대해,

나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자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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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8-0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은 제게도 있다는.
위의 저 책과 같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 중 코, 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것도 읽을 당시만 그랬다는 거고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
이 참에 다시 그를 꺼내볼까 싶기도 하네요. 여름 잘 나시어요.^^*

테레사 2013-08-08 16:20   좋아요 0 | URL
네 팜므느와르님..고맙습니다...대문의 프로필사진과 글이 참,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