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 인간 본성의 역설
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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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꽤 시간이 지났다,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일어 결재를 하고 구매를 해서 손에 책이 당도하고 난 후.

이책은,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비서였던 트라우들 융게는 8백만 명을 학살하고 그에 더해 수백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히틀러가 쾌활하고 친절하며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히틀러는 채식주의자이면서 그의 반려견 블론디를 사랑했고 블론디가 죽었을 때 슬픔에 잠겼던 동물 학대 혐오자였다.



나는 쉬이 낚이는 편이다.결국 이 책의 첫 문장부터 한단락을 할해한 인류 역사에서 너무도 유명한 살인자들의 양립불가한 행동은 쉽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이 구절이 주는 불쾌하기까지 한 사실, 의문, 반신반의에 답하기 위해 비교적 짧지 않은 지구위에서의 우리 조상과 우리와 근연관계에 있는 침팬지와 보노보노의 생태를 제시하고 우리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을 비교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인간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 책은 왜 인간은 보노보처럼 관대하면서 침팬지처럼 폭력적인가하는 질문을 통해 위 첫 문장에 답해 나가고 있다.


우선 공격은 두가지로 나누어 진다는 주장이다. 생물학적인 토대와 진화학적인 의미를 가진 공격성은 일차원적 낮은 수준에서 이차원적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공격 형태는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반응적공격성, 주도적 공격성이 그것이다.

인간은 반응적 공격성은 낮은데 비해 주도적 공격을 더 잘한다. 언어의 영향? 주도적이라는 말은 계획, 지능, 연합 이런 것들과 연관이 없을 수 없다. 야생동물들 사이에서는 관용이라는 미덕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인간은 상대적으로 유순하고 관용적이다. 이것은 인간 종의 가장 극단적 형태의 특징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 리처드 랭엄은 우리 조상들의 자기기들이기 특징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 설명을 시도한다.

자기길들이기란 무엇인가? 


언어 스스로 함축하는 의미에 따르면 스스로 어떤 성질을 터득하고 연습하여 자기 것으로 내재화한다는 정도같다.


길들이기의 특성은 가축들의 습성에서 찾아보는 것은 쉽다. 온순성, 복종, 신체적으로는 얼굴의 소형화 뇌의 용량이 작아지기도 한다는 것. 특히 보노보가 어떻게 길들이기를 하였는지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 길들이기를 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특징은 주도적 공격을 더 잘한다는 것이며 이는 진화적 이점으로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공격적인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은 나머지들에게 안전과 생존이익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공격적인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몇몇이 연합하여 계획하고 처형을 하면, 그 공격적인 누군가는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될 뿐 아니라,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나서 몇 천 세대를 거치는 동안 반응적 공격성이 약화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과정에서 반응적 공격에 대항하는 유전적 선택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반응적 공격성이 낮아져서 관대한 협동이 만연하게 되는 것 못지않게 비난에 대한 두려움 등 도덕적 감수성도 인간의 진화적 성공의 또다른 특징을 발달시킨 주요한 요인이라고 제시한다. 도덕적 감수성(두려움, 수치심, 당황..)은 우리 조상들이 복종하지 않아 (사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연합)에 의해 죽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 

랭엄은 인간이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걸어나온 이래 700만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진화적 변화가 있었기에 유인원과 인간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인간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이전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적확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20만년전 시작된 자기 길들이기에 의해, 3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 반응적 공격성은 줄어들었고 주도적 공격을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언어를 통한 음모, 계획이 가능하여 사형이 가능해지고, 자기보존에 유리한 복종으로 이어질 도덕적 감정을 진화시켰고 이는 집단내 경쟁을 감소시켜 집단전체에도 이익을 주었을 것이란 추론은 네안데르탈인과의 비교를 통해 제시된다.


주도적 연합 공격이 낯선 사람들을 상대로 시작된 시기에 관계없이, 집단 내에서의 그런 살인이 주는 영향은 인간의 언어가 발달할 때까지 제한적이었다. 개인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계획디고 공동으로 승인한 사형이 집행되기 시작하면서 알파 남성에 의한 괴롭힘은 이전의 약자에 의한 미묘한 폭정으로 바뀌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남성 연합은 사회를 집해하는 장로들의 집합이 되었다. 비록 법, 위협, 투옥이 처형보다 맣은데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이 체제는 계속된다. 따라서 우리의 천사같은 그리고 악마같은 경향은 언어에 의해 가능해진 정교한 형태의 의도의 공유에 대한 진화에 달려있다.이 언어 능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친사회적인 행동에도 기여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살인을 했던 조상의 후손이다. 먼 조상들은 소규모 집단의 일원이고 만약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쉽게 자신의 네트워크 내의 일원인지 아닌지 파악이 가능했을 것이며, 상대가 낯선이일때 죽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힘에 기대어야 한다면 이웃의 힘을 줄이는 것은 이득이기 때문이다. 

살인을 하는 것이 진화적 이득이 있었다는 말은 왠지 섬뜩하다. 그러나 인간은 점점 더 넓게 연결되어 연결되지 않은 적은 드물어 지고 있으니까 살인과 무관해 질 수 있다는 기대는 희망적이다. 


랭엄의 결론은, 인간은 사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다면 20만년 전 홍적세 중기에서 현재를 아우르는 이 먼 여정의 목적지 치고 너무 처량하다. 


인간의 궤도를 이해함으로써 얻을을 수 있는 일반적인 진화론의 굥훈은 집단과 개인이 항상 권력을 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전재을 할 필요가 없다. 가부장제,학교 폭력, 성희롱, 거리에서의 볌죄,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위력을 쓰는 일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평등하고 폭력이 없는 사회를 준비하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다, 아마도 현재 아이슬란드의 평등주의적이고 평화로운 국가보다 더 평등하고 폭력이 없는 국가가 미래에 생길 것이다. 



그는 이렇게 희망으로 앞을 비춘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역시 우리의 여정은 기약없는 낙관으로 자칫 결정론적인 자기 오만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진화론적인 분석이 한 가지 보장하는 것은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는 일하고 계획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동하는 수렵 재집인은 일탈자와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사회는 자신을 보호할 도구를 찾아야 한다.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회가 얼마나 부패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기억해야 한다. 


2017년 7월 어느 여름날, 아우슈비츠 주변을 걸으며 그가 목도한 키메라적 광경이야말로 궁극적 결론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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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 좀 꼬장꼬장하고 약간은 꼰대 같은 느낌을 주는 외모(죄송 얼평이라니..ㅜㅜ인권감수성이 낮은 저를..용서하세요)

의 소유자, 문체가 간결하고 적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는 정도, 그리고 언젠가 내가 일하는 회사가 재정사업으로 운영하는 카페, 어둑신한 구석자리 어딘가에서 연필로 글인지 기사인지를 써서 살짝 보러 갔던 기억이 나는 사람.

그리고 칼의 노래를 읽고, 남한산성을 읽었으나 그보다 먼저 이상문학수상집 화장으로 먼저 알게 된 사람이다.

화장의 주제의식이 뭔지는 한개도 기억이 안나지만, 주인공 중년사내가 광고회사에 다녔고, 다니던 중 외모에서나 실력에서나 별로 드러나지도 않은 어떤 후배 여성을 흠모했던...것만 남아있다.

그리고 뒤이어 읽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은 읽으면서 너무도 간결한 문체에 놀랐던 기억만 난다.

그리고 지금 연필로 쓰기를 읽고 있다. 솔직히 읽으면서, 내가 아프다. 힘들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감수성, 이런 태도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남는다.

생의 매장면을 관찰하고, 밥벌이의 무서움, 삶 앞에 경건함을 느끼는 사람....이런 사람이 맨정신으로 세상을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동생은 그래서 이 사람은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대체로 수긍하는 몸짓을 한다.

글로서 사람을 괴롭히다니...김훈...당신은 참 나쁜 사람이다.

무릇 책을 읽는 것은,적어도 나에게는, 도파민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읽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건 뭐 편도체의 어딘가를 건드리는 결과라니...

그러나 고맙기도하다. 삶에 경건해야 함을 상기시켜 준 김훈, 당신이라는 작가가 있어서,

동생의 말마따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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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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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앞으로도 심윤경의 책은 안읽을 작정을 한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반가운 마음에 친구요청을 하였는데, 계속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친구신청한 그 즈음. 모 유명 변호사도 친구신청을 하였던 모양, 친구수락 감사 어쩌고 하는 말을 한 것을 발견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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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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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의 레시피에 따르면, 그건 너무 맛있는 음식이란다.
흐음...풋토마토를 옥수수가루에 뭍여 튀긴다는데..그 맛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는 유독 빅조지와 아티스 그리고 십시가 프랭크 배댓을 엉겁결에 살해하는 장면이 떠올라 몸서리친다.
그리고 아티스가 칼로 죽은 플랭크를 아버지 빅조지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서너번 찌르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건 죽을때까지 가슴 속에 갖고 가는 그들만의 비밀이 될 터였다. 인간적이고 선한 백인이었던 이지와 루스네 가족들과 함께 살았지만 그들은 그들이었고, 역시 저 바깥에 사는 가난하고 불쌍한 그 무엇이었던가?
나에게 그 부분이 유독 이 작품 전체에서 가장 잔인하고 강렬한 그 무엇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애벌린이 마흔 일곱의 나이에 갱년기 증상을 겪으면서 그동안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삭이고 있었던 갖가지 인습에 대한 자각과 그것을 해소하던 요샛말로 부캐의 속시원하고 통쾌한 복수의 장면은, 나조차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그렇다. 1986년의 애벌린과 2020년의 우리 사이에 공통된 그 무엇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아니 1928년 그때조차 지금 2020년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된 그 어떤 것. 그것이 무엇인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나는 다시 우리 어머니 세대를 생각한다.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드러운 연대의식, 동류의식, ..그런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여성스러운 것은 흔히 말하는 남성, 여성의 구도에서 어떤 의미에서 명백히 여성비하적 의미가 아니라 뭔가 자연을 닮은 어떤 포용력 같은 게 있는 게 아닌지...그런 생각도 해 본다.
갑자기 올해에 읽었던 소설 중 '다시 올리브', '프라이드그린토마토' 그리고 '연년세세'를 관통하는 어떤 것이 있다는 자각을 한다.
이들은 공히 여성들이 주인공이고, 여성의 삶과 노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군...노년이라...나의 나이도 애벌린의 표현대로 젊다고 할 수도 없지만, 딱히 노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나이에 접어들었구나...사는 것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나는 서성이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인생은 어딘가에 이르러야 비로소..아아..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이런 것이었구나..하고 말할 수 있으려나...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야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나는 또 미궁 속에 있다.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일까조차 모르는 듯하다. 애벌린은 마침내 자신으로 살기로 하였고, 올리브는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소설을 끝내고 나면, 길을 찾을 줄 알았으나, 아직 잘 모르겠다. 이 모든 소설들이 내 일부가 되어서 어딘가를 가리킬 수 있다면 .....하아..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다......그러나...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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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테레사 > 1998년판으로 읽은 책

12년 전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던가.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했던 것 같다.아니 훨씬 행복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완전체로 존재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행복한 시절이지 않았나? 물론 결과론적인 평가다.뒤늦은 깨달음이다. 지혜는 늘 뒤늦게 오는구나. 조금씩 외로워진다.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가는 징후인지.인간 본연의 조건.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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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10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빠른데, 지혜는 늦게 오고....찬바람이 불기는 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