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십시의 레시피에 따르면, 그건 너무 맛있는 음식이란다.
흐음...풋토마토를 옥수수가루에 뭍여 튀긴다는데..그 맛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는 유독 빅조지와 아티스 그리고 십시가 프랭크 배댓을 엉겁결에 살해하는 장면이 떠올라 몸서리친다.
그리고 아티스가 칼로 죽은 플랭크를 아버지 빅조지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서너번 찌르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건 죽을때까지 가슴 속에 갖고 가는 그들만의 비밀이 될 터였다. 인간적이고 선한 백인이었던 이지와 루스네 가족들과 함께 살았지만 그들은 그들이었고, 역시 저 바깥에 사는 가난하고 불쌍한 그 무엇이었던가?
나에게 그 부분이 유독 이 작품 전체에서 가장 잔인하고 강렬한 그 무엇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애벌린이 마흔 일곱의 나이에 갱년기 증상을 겪으면서 그동안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삭이고 있었던 갖가지 인습에 대한 자각과 그것을 해소하던 요샛말로 부캐의 속시원하고 통쾌한 복수의 장면은, 나조차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그렇다. 1986년의 애벌린과 2020년의 우리 사이에 공통된 그 무엇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아니 1928년 그때조차 지금 2020년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된 그 어떤 것. 그것이 무엇인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나는 다시 우리 어머니 세대를 생각한다.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드러운 연대의식, 동류의식, ..그런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여성스러운 것은 흔히 말하는 남성, 여성의 구도에서 어떤 의미에서 명백히 여성비하적 의미가 아니라 뭔가 자연을 닮은 어떤 포용력 같은 게 있는 게 아닌지...그런 생각도 해 본다.
갑자기 올해에 읽었던 소설 중 '다시 올리브', '프라이드그린토마토' 그리고 '연년세세'를 관통하는 어떤 것이 있다는 자각을 한다.
이들은 공히 여성들이 주인공이고, 여성의 삶과 노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군...노년이라...나의 나이도 애벌린의 표현대로 젊다고 할 수도 없지만, 딱히 노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나이에 접어들었구나...사는 것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나는 서성이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인생은 어딘가에 이르러야 비로소..아아..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이런 것이었구나..하고 말할 수 있으려나...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야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나는 또 미궁 속에 있다.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일까조차 모르는 듯하다. 애벌린은 마침내 자신으로 살기로 하였고, 올리브는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소설을 끝내고 나면, 길을 찾을 줄 알았으나, 아직 잘 모르겠다. 이 모든 소설들이 내 일부가 되어서 어딘가를 가리킬 수 있다면 .....하아..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다......그러나...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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