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 유전자, 세균, 그리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특이한 힘들에 관하여
빌 설리번 지음, 김성훈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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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출근길 전철 안에서, 이 책에 별 다섯개를 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런 마음은 너무나 일시에, 강렬하게, 느닷없이 덮쳐 온 생각이기에, 잠시 어리둥절할 법하다. 어떤 실마리(자극)가 생각(뇌)을 만들었는지 그 짧은 순간의 과정을 나로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유효하다.

내 인생의 선택에 대해 왜 내가 그런 결정을 하였는지, 나는 왜 내 또래가 대부분 가는 길을 가지 않고 이런 곳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는지, 나의 정치적 지향이 왜 이런지, 왜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지, 오롯이 나 자신이 못돼 처먹어서가 아니라는 점, 내가 무능해서 내 또래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여기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그것은, 엄마 아빠에게서 반반 받은 유전자의 영향일수도, 어떤 미세한 환경적 영향으로 유전자의 발현이 조금 달라졌거나, 또는 내 배속 또는 장속의 미생물총의 종류에 의한 것이거나 또는 내가 어린 시절 겪은 어떤 것의 영향의 총합이 곧 나라는 것.

그동안 읽어낸 다향한 진화론 책이나, 뇌과학 책의 연장선에 있지만, 흥미로운 것은, 일종의 종합 진단서 같다는 것.


이 한 줄의 문장이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겠지만.


" 이책에서 나는 유전자가 우리의 행동에 얼만 기여하고 있는지에 관한 탐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결론을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뒤이은 문장은 이렇다.

"유전자는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할지, 얼마나 빨리 화를 낼지, 알코올을 갈망할지, 얼마나 많이 먹을지, 무엇에 마음을 뺏길지, 아무 문제없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를 좋아할지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책은 유전자가 도대체 어떻게, 그리로 정말로 나의 이런 자유행동의 최종 지시자, 숨겨진 지배자였다는 사실을 지난 수백 년 간의 인간의 탐구에 의해 드러났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한탄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 아아, 지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반숙의 달걀과 사과 한쪽을 통밀빵과 먹을 것인지, 쨈을 듬뿍 얹고 그 위에 다시 크림치즈를 양껏 발라 먹을 것인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인가? 나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리어왕은 1막 4장에서 이렇게 부르짖지, "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 책에 따르면 그는, 바로 유전자...인 셈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일지라도 다양한 측면에서 다를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다르다는 연구결과는 무엇을 말해 줄까?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무수한 환경 역시 우리를 현재의 우리로 만든 또 다른 숨겨진 지시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현재의 우리로 만든 것이 여기서 그치면 좀 싱거울 법도 하다. 놀랍게도 우리 속에 우리랑 같이 사는 미생물총...이 우리의 기분, 우리의 성격에 충분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 어찌보면 환경은 그나마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을 가능성이 유전자보다는 더 크다. 따라서 절망은 사절. 임신기간 중에 마약, 술, 담배를 삼가거나, 장차 아버지가 될 남성이 역시 술, 마약 담배 이런 것, 또는 정크푸드보다는 좀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므로 자신의 정자를 좀 더 좋은 조건의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고 이는 태어날 아이에게도 좋은 유전적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점. 


"우리는 누가 자기와 같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도파민 보상을 받는다. 따라서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해 줄 논거를 열심히 찾아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과학적 근거를 알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해 적어도 무조건적인 적의나 비난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행동임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우리 뇌는 자신의 현재 믿음을 강화해주는 증거만 받아들이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이다."

"확증 편향은 애초에 뇌를 가진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고약한 습관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지속되는 이유는 니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먼저 진화했고 새로 진화한 추론 능력보다 훨씬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리보다 감정이 이길 때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지 모른다..."


" 확증편향이 있으면 제아무리 훌륭한 논증도 소귀에 경읽기다"

" 증거만으로는 생각을 굳힌 사람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탈리 샤롯은 사람의 감정, 호기심, 문제해결 능력을 이용하는 접근방식을 지지한다. ..백신을 자폐증과 연관시키는 사기성 연구를 여전히 믿고 있는 백신 접종 거부자들은 둘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입증해 보이는 수백 편의 연구에 눈과 귀를 닫기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들에게 홍역, 볼거리, 풍진의 잠재적 해악을 떠올려주면 세배나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p.333)



특히 우리 정치무대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극단적인 대립에 대해 저쪽의 저런 행동에 적의와 경멸감을 수시로 느끼는 나로서는 다시한번 상기할 대목들이라 여기 적어두기로 한다.


뭐 여튼,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나의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너무 오래 이렇게 살아왔고 이런 모양의 내가 태어나는 그 순간에 어느 정도 세팅된 것이라는 사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내가 맏은 일을 그럭저럭 잘 해내려고 하고 되도록 사람들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고, 세상이 좀더 나은 곳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게다는 생각을 하고 살련다.

그리고 그나마 내가 가능한 범위인 좋은 음식 먹기, 운동 하기에 노력을 기울여 타고난 유전자 외의 나를 구성하고 만드는 인자들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


겠다는 말을 하려니,,,좀 낯간지럽다.ㅋㅋ

이게 나인가?

다시, 

내가 누구인지 말 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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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최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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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효용을 논한다는 것은 논외이긴 한데, 나는 오늘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최윤은, 저기 한 점 소리없이 꽃잎이 지고라는 소설로 알게 되었고 하나코는 없다라는 작품과 회색 눈사람으로 기억나는 사람이다. 그 뒤에 내가 몇 편의 단편을 읽은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동행이라는 작품집을 냈다는 사실을, 아마도 알다딘 신간알림으로 알게 된 것같다.
나는 최근 다양한 단편집을 읽었다.
올해 목표는 읽은 것들에 대해 한구절이라도 후기를 남기는 것이었고, 약속을 했으므로, 적어도 작심삼일이라 할지라도 지키는 시늉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명령으로 몇 자라도 후기를 남기기로 마음 먹었으니, 그럴 수밖에..
여튼...최윤은 오래부터 알고 오던 작가라는 말을 이토록 길게, 어영부영, 그리고 별 임팩트 없게 하다니...ㅜ
꽃잎이라는 영화가 너무 강렬해서, 그리고 그 시절 우리를 숨죽이게 하던 시대의 분위기를 생각할 때, 그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과감하고도 멋진 반항이었던.장선우 감독의 꽃잎, 문성근, 이정현의 그 신들린 연기...로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데, 어느날 그것의 원작이 곧 최윤의 저기 한점 소리없이 꽃잎이 지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읽게 되었다.
기억은 기억을 불러낸다. 그렇게 시작된 최윤...사회성 있는 작품으로 그 시절의 우리를 조마조마하게 , 눈물짓게 했던 작가.
그래서 기대가 되었다.
이제 기억의 시대가 된 그 시절 이후, 최윤은 어떤 것에 천착하고 있을까...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 소설가는 시대의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감지하고 나름의 해석을 내 놓는 부류가 아니던가
동행은, 그런 소설들의 모음이다. 지금 우리가 숨쉬는 시대의 분위기....를 무엇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지를.....어렴풋이 느끼게 한다고나 할까..
제목이야말로 최윤의 이번 작품집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끝내고 나서..나는 나에게 묻는다.
도대체 이 뜬구름 잡는 듯한 나의 느낌은...무엇인지...그리고 나는 소설을 오랫동안 읽어오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소설읽기는 도대체 나에게 무엇일까...
인간은 왜 소설을 읽는 것일까?
우리 종의 어떤 것이 이와 같은 습성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나란 존재는 왜 소설을 읽고, 이렇게 맥락도 없고, 효용도 없는 끄적이기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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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연히 읽고 있는 책 버튼을 클릭했더니, 세상에,,,내가 현재 14권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인거다.

흐음...내가 14명이나 되는 모양이다.

달리 말하면 최근 구매한 책에다 지난 번에 구매한 것들까지 포함하여 14권을 안읽었다는 뜻이지

여튼...다들 적어도 첫 페이지는 읽고서 흐음..이거 제법 괜찮은 거네..하다가, 일에 밀려, 집안 일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옆으로 제쳐 둔 것들이다.


그 중에 어느 책을 먼저 읽을 지는 순전히 그 책의 운일 터이다. 아니면, 첫문장의 힘, 서문의 감각...아니면 그날의 기분..일 수도 선택을 좌우하는 것들은 제법 다양하다.


그런데 어제 도착한 책이 이런 나의 모든 선택이 사실은 이미 당신의 통제 밖의 일이라고 한다. 어제 잠들기 직전 서문을 읽은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에세이적이다(그런 게 있기나 하다면). 무슨 패션감각에 대한 것도, 자기 치유의 책 또는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책들류와 너무 가깝다고나 할까...제목이. 그런데 어제밤 읽은 서문의 내용은, 이런 제목의 감(?)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것은 유전학, 동물행동학, 분자생물학,진화론.후생유전학 ..뭐 이런 과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꺅..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손가락도 아롱이 다롱이'라는 우리의 아름다운 옛말에 대한 종합과학적 해답이라고나 할까?

서문만 읽었는데도 이렇게 설레는데, 과연 내용은 어떨까? 다 읽고 나면 나는 어떤 기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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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밀란 쿤데라 전집 7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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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그리고 끄적인 메모를 본다.그 속에 엄마가 있고, 서울 와 처음 갖게 된 우리집이 있고, 연민이 있고, 기약이 있다...돌이켜볼 뿐 이제 그 중 무엇이 남았나.아녜스...아녜스...나는 새책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개정판으로...사라진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까? 쿤데라를 처음 만났던 외국문학(세계의 문학이었나)은 사라졌던가? 쿤데라의 책 중 단연 최고의 작품 불멸, 그 제목이 참으로 아프구나. 영원한 것은, 이 우주에 없음을 이제 아는 나이에 이르렀구나...영원한 생...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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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이해하면 이상한 양자역학 - 얽힘에서 순간이동까지 수상한 과학 이야기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타냐 버브.제프리 버브 지음, 김성훈 옮김 / 다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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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해하면 이상하고도 놀라운 책. 만화임에도 한개도 이해가 안되는건, 역시 양자역학이기 때문이겠지? 아니면 내가 무지해서이기도. 그래서 별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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