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최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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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효용을 논한다는 것은 논외이긴 한데, 나는 오늘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최윤은, 저기 한 점 소리없이 꽃잎이 지고라는 소설로 알게 되었고 하나코는 없다라는 작품과 회색 눈사람으로 기억나는 사람이다. 그 뒤에 내가 몇 편의 단편을 읽은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동행이라는 작품집을 냈다는 사실을, 아마도 알다딘 신간알림으로 알게 된 것같다.
나는 최근 다양한 단편집을 읽었다.
올해 목표는 읽은 것들에 대해 한구절이라도 후기를 남기는 것이었고, 약속을 했으므로, 적어도 작심삼일이라 할지라도 지키는 시늉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명령으로 몇 자라도 후기를 남기기로 마음 먹었으니, 그럴 수밖에..
여튼...최윤은 오래부터 알고 오던 작가라는 말을 이토록 길게, 어영부영, 그리고 별 임팩트 없게 하다니...ㅜ
꽃잎이라는 영화가 너무 강렬해서, 그리고 그 시절 우리를 숨죽이게 하던 시대의 분위기를 생각할 때, 그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과감하고도 멋진 반항이었던.장선우 감독의 꽃잎, 문성근, 이정현의 그 신들린 연기...로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데, 어느날 그것의 원작이 곧 최윤의 저기 한점 소리없이 꽃잎이 지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읽게 되었다.
기억은 기억을 불러낸다. 그렇게 시작된 최윤...사회성 있는 작품으로 그 시절의 우리를 조마조마하게 , 눈물짓게 했던 작가.
그래서 기대가 되었다.
이제 기억의 시대가 된 그 시절 이후, 최윤은 어떤 것에 천착하고 있을까...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 소설가는 시대의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감지하고 나름의 해석을 내 놓는 부류가 아니던가
동행은, 그런 소설들의 모음이다. 지금 우리가 숨쉬는 시대의 분위기....를 무엇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지를.....어렴풋이 느끼게 한다고나 할까..
제목이야말로 최윤의 이번 작품집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끝내고 나서..나는 나에게 묻는다.
도대체 이 뜬구름 잡는 듯한 나의 느낌은...무엇인지...그리고 나는 소설을 오랫동안 읽어오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소설읽기는 도대체 나에게 무엇일까...
인간은 왜 소설을 읽는 것일까?
우리 종의 어떤 것이 이와 같은 습성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나란 존재는 왜 소설을 읽고, 이렇게 맥락도 없고, 효용도 없는 끄적이기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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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연히 읽고 있는 책 버튼을 클릭했더니, 세상에,,,내가 현재 14권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인거다.

흐음...내가 14명이나 되는 모양이다.

달리 말하면 최근 구매한 책에다 지난 번에 구매한 것들까지 포함하여 14권을 안읽었다는 뜻이지

여튼...다들 적어도 첫 페이지는 읽고서 흐음..이거 제법 괜찮은 거네..하다가, 일에 밀려, 집안 일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옆으로 제쳐 둔 것들이다.


그 중에 어느 책을 먼저 읽을 지는 순전히 그 책의 운일 터이다. 아니면, 첫문장의 힘, 서문의 감각...아니면 그날의 기분..일 수도 선택을 좌우하는 것들은 제법 다양하다.


그런데 어제 도착한 책이 이런 나의 모든 선택이 사실은 이미 당신의 통제 밖의 일이라고 한다. 어제 잠들기 직전 서문을 읽은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에세이적이다(그런 게 있기나 하다면). 무슨 패션감각에 대한 것도, 자기 치유의 책 또는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책들류와 너무 가깝다고나 할까...제목이. 그런데 어제밤 읽은 서문의 내용은, 이런 제목의 감(?)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것은 유전학, 동물행동학, 분자생물학,진화론.후생유전학 ..뭐 이런 과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꺅..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손가락도 아롱이 다롱이'라는 우리의 아름다운 옛말에 대한 종합과학적 해답이라고나 할까?

서문만 읽었는데도 이렇게 설레는데, 과연 내용은 어떨까? 다 읽고 나면 나는 어떤 기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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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밀란 쿤데라 전집 7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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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그리고 끄적인 메모를 본다.그 속에 엄마가 있고, 서울 와 처음 갖게 된 우리집이 있고, 연민이 있고, 기약이 있다...돌이켜볼 뿐 이제 그 중 무엇이 남았나.아녜스...아녜스...나는 새책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개정판으로...사라진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까? 쿤데라를 처음 만났던 외국문학(세계의 문학이었나)은 사라졌던가? 쿤데라의 책 중 단연 최고의 작품 불멸, 그 제목이 참으로 아프구나. 영원한 것은, 이 우주에 없음을 이제 아는 나이에 이르렀구나...영원한 생...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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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이해하면 이상한 양자역학 - 얽힘에서 순간이동까지 수상한 과학 이야기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타냐 버브.제프리 버브 지음, 김성훈 옮김 / 다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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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해하면 이상하고도 놀라운 책. 만화임에도 한개도 이해가 안되는건, 역시 양자역학이기 때문이겠지? 아니면 내가 무지해서이기도. 그래서 별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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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 인간 본성의 역설
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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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니 꽤 시간이 지났다,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일어 결재를 하고 구매를 해서 손에 책이 당도하고 난 후.

이책은,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비서였던 트라우들 융게는 8백만 명을 학살하고 그에 더해 수백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히틀러가 쾌활하고 친절하며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히틀러는 채식주의자이면서 그의 반려견 블론디를 사랑했고 블론디가 죽었을 때 슬픔에 잠겼던 동물 학대 혐오자였다.



나는 쉬이 낚이는 편이다.결국 이 책의 첫 문장부터 한단락을 할해한 인류 역사에서 너무도 유명한 살인자들의 양립불가한 행동은 쉽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이 구절이 주는 불쾌하기까지 한 사실, 의문, 반신반의에 답하기 위해 비교적 짧지 않은 지구위에서의 우리 조상과 우리와 근연관계에 있는 침팬지와 보노보노의 생태를 제시하고 우리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을 비교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인간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 책은 왜 인간은 보노보처럼 관대하면서 침팬지처럼 폭력적인가하는 질문을 통해 위 첫 문장에 답해 나가고 있다.


우선 공격은 두가지로 나누어 진다는 주장이다. 생물학적인 토대와 진화학적인 의미를 가진 공격성은 일차원적 낮은 수준에서 이차원적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공격 형태는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반응적공격성, 주도적 공격성이 그것이다.

인간은 반응적 공격성은 낮은데 비해 주도적 공격을 더 잘한다. 언어의 영향? 주도적이라는 말은 계획, 지능, 연합 이런 것들과 연관이 없을 수 없다. 야생동물들 사이에서는 관용이라는 미덕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인간은 상대적으로 유순하고 관용적이다. 이것은 인간 종의 가장 극단적 형태의 특징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 리처드 랭엄은 우리 조상들의 자기기들이기 특징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 설명을 시도한다.

자기길들이기란 무엇인가? 


언어 스스로 함축하는 의미에 따르면 스스로 어떤 성질을 터득하고 연습하여 자기 것으로 내재화한다는 정도같다.


길들이기의 특성은 가축들의 습성에서 찾아보는 것은 쉽다. 온순성, 복종, 신체적으로는 얼굴의 소형화 뇌의 용량이 작아지기도 한다는 것. 특히 보노보가 어떻게 길들이기를 하였는지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 길들이기를 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특징은 주도적 공격을 더 잘한다는 것이며 이는 진화적 이점으로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공격적인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은 나머지들에게 안전과 생존이익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공격적인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몇몇이 연합하여 계획하고 처형을 하면, 그 공격적인 누군가는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될 뿐 아니라,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나서 몇 천 세대를 거치는 동안 반응적 공격성이 약화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과정에서 반응적 공격에 대항하는 유전적 선택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반응적 공격성이 낮아져서 관대한 협동이 만연하게 되는 것 못지않게 비난에 대한 두려움 등 도덕적 감수성도 인간의 진화적 성공의 또다른 특징을 발달시킨 주요한 요인이라고 제시한다. 도덕적 감수성(두려움, 수치심, 당황..)은 우리 조상들이 복종하지 않아 (사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연합)에 의해 죽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 

랭엄은 인간이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걸어나온 이래 700만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진화적 변화가 있었기에 유인원과 인간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인간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이전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적확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20만년전 시작된 자기 길들이기에 의해, 3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 반응적 공격성은 줄어들었고 주도적 공격을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언어를 통한 음모, 계획이 가능하여 사형이 가능해지고, 자기보존에 유리한 복종으로 이어질 도덕적 감정을 진화시켰고 이는 집단내 경쟁을 감소시켜 집단전체에도 이익을 주었을 것이란 추론은 네안데르탈인과의 비교를 통해 제시된다.


주도적 연합 공격이 낯선 사람들을 상대로 시작된 시기에 관계없이, 집단 내에서의 그런 살인이 주는 영향은 인간의 언어가 발달할 때까지 제한적이었다. 개인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계획디고 공동으로 승인한 사형이 집행되기 시작하면서 알파 남성에 의한 괴롭힘은 이전의 약자에 의한 미묘한 폭정으로 바뀌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남성 연합은 사회를 집해하는 장로들의 집합이 되었다. 비록 법, 위협, 투옥이 처형보다 맣은데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이 체제는 계속된다. 따라서 우리의 천사같은 그리고 악마같은 경향은 언어에 의해 가능해진 정교한 형태의 의도의 공유에 대한 진화에 달려있다.이 언어 능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친사회적인 행동에도 기여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살인을 했던 조상의 후손이다. 먼 조상들은 소규모 집단의 일원이고 만약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쉽게 자신의 네트워크 내의 일원인지 아닌지 파악이 가능했을 것이며, 상대가 낯선이일때 죽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힘에 기대어야 한다면 이웃의 힘을 줄이는 것은 이득이기 때문이다. 

살인을 하는 것이 진화적 이득이 있었다는 말은 왠지 섬뜩하다. 그러나 인간은 점점 더 넓게 연결되어 연결되지 않은 적은 드물어 지고 있으니까 살인과 무관해 질 수 있다는 기대는 희망적이다. 


랭엄의 결론은, 인간은 사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다면 20만년 전 홍적세 중기에서 현재를 아우르는 이 먼 여정의 목적지 치고 너무 처량하다. 


인간의 궤도를 이해함으로써 얻을을 수 있는 일반적인 진화론의 굥훈은 집단과 개인이 항상 권력을 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전재을 할 필요가 없다. 가부장제,학교 폭력, 성희롱, 거리에서의 볌죄,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위력을 쓰는 일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평등하고 폭력이 없는 사회를 준비하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다, 아마도 현재 아이슬란드의 평등주의적이고 평화로운 국가보다 더 평등하고 폭력이 없는 국가가 미래에 생길 것이다. 



그는 이렇게 희망으로 앞을 비춘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역시 우리의 여정은 기약없는 낙관으로 자칫 결정론적인 자기 오만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진화론적인 분석이 한 가지 보장하는 것은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는 일하고 계획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동하는 수렵 재집인은 일탈자와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사회는 자신을 보호할 도구를 찾아야 한다.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회가 얼마나 부패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기억해야 한다. 


2017년 7월 어느 여름날, 아우슈비츠 주변을 걸으며 그가 목도한 키메라적 광경이야말로 궁극적 결론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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