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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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을 읽고서, 그리고 대형 서점 가판대의 그 많은 작품들을 구경하면서 그녀가 왜 많이 읽히는지 좀 의아했다. 작품들이 그저 그런데...

한 번 더 보고 판단하기 위해 가장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하는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를 펴들었다.

엇! 소설인줄 알았는데 신변잡기적 에세이다. 그것도 신혼 보고서쯤 되는. 서간체 형식의 글들의 모음. ‘나 지금 결혼 3년차 주부인데 행복하다’는 다소 진부한 에세이.

일하는 여성의 고뇌나 자신감 또는 자기예찬~, 이런 거 전혀 없는, 단지 한 여자로서의 ‘행복감’이란 것을 작가 나름대로 표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녀의 삶은 쿨하다는 느낌. 전형적인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신혼의 삶이다.

뭐랄까...괜히 읽었다는 느낌? 읽다가 중간에 그만둬도 아쉬울 거 없는 그런 글.

아직까지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 <호텔 선인장>을 능가하는 것은 없는 듯. 아직까지는~

뭣에 대한 에세이인지 타이틀만 들여다보자. 공원/ 비/ 외간여자/ 월요일/ 밥/ 색/ 풍경/ 노래/ 벚꽃 드라이브와 설날/ 혼자만의 시간/ 자동판매기의 캔 수프/ 방랑자였던 시절/ 고양이/ 어리광에 대해서/ 킵 레포트

그저 그런 글들인데, 다음의 글을 보는 순간 책값은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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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 전경린 공명 산문집
전경린 글, 이보름 그림 / 늘푸른소나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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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이 누구인가? 나로 하여금 ‘여성과 성’에 대한 생각을 일거에 뒤집어 놓은, 그리고 여성작가의 인식을 불식시킨 바로 그 강력한 포스의 화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나비>는 정말 그 전경린의 맞나 싶을 정도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글이다.

<나비>는 단 한 마디로, 전경린이 본 ‘성애론’쯤 된다. 전경린은 ‘여자의 나이, 여자의 사랑에 관한 감미로운 해석’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혹시나 해서 끝까지 읽어봤지만 역시나 그렇다. 이전 작품들 속에서 보여주었던 암울하고 그 강력한 파괴적 에너지는 어디로 간 것인지...누구나 아는 얘기를 전경린이 보는 방식으로 약간 수정을 가한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 전경린 만의 생각의 아포리즘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뭐,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절실함이 없다고 한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어디서나, 어느 작가의 책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그런 내용.

90여 페이지면 될 것을 200여 페이지 가량 불려 놓은 것도 거슬린다. 책을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속셈으로밖에 안 비친다. 물론  출판사 탓도 있지만 서도.

전경린은 여자의 일생을 나비에 비유하고 있다. 참신한 비유(?)일지는 몰라도 결론이 “…여전히 모른다”는 무책임한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런! 이건 아니잖아~~~)

이 책을 읽느니 차라리 마광수의 <성애론>을 읽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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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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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의 소설집은 처음이다. 단편은 몇 번 만나보아 소설집을 벼르고 있었다.

역시나 이 작가는 글을 개성 있게 잘도 쓴다. 극과 극을 오가는 8개의 단편들은 개성 강한 글들로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하지만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설이 필요한 그런 소설집이다.

그런 걸 우려해서일까 친절하게도 8편의 단편들을 평한 평론가 김태환의 해설이 부록으로 딸려 있다. 평론가의 글을 읽는 게 별로 내키지 않지만 김영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김영하의 소설집은 가치파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냉소와 열정 사이의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p266)

‘그림자를 판 사나이’, ‘오빠가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캐럴’, ‘너를 사랑하고도’, ‘이사’, ‘너의 의미’, ‘마지막 손님’, ‘보물선’ 등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서 김영하는 가치의 상실 앞에서 절망하는 사람, 실망을 감추고 냉소의 포즈를 취하는 사람, 철저히 적응하는 사람, 광기에 빠진 사람, 그 광기를 이용해 주판알을 튀기는 사람, 철저히 적응하는 사람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김영하의 소설에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허무적 인식이 깔려 있다.” (p267)

부인하고 싶지만 김태환의 지적처럼 김영하의 소설집은 ‘허무’가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평론가는 ‘냉소와 열정의 변증법’이라 명명했지만 나는 ‘허망한 삶의 부조리’라 표현하고 싶다.

결론을 독자에게 유보해서인지 확실한 결론이 없는 8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허망한 삶의 부조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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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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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정상과 미침을 가르는 기준은 무얼까? 그리고 그 의미는 어떤 것일까?

이런 물음들을 던지게 하는 무거우면서도 산뜻한 코엘료식 삶의 방식.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와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

자살 미수에 그친 베로니카. 그래서 류블랴나의 정신병원에 수감된 그녀. 그곳에서 그녀와 같이 미쳐있는 마리아, 에두아르, 제드카를 통해 코엘료는 생의 의미를 말한다.

미쳐있음을 통해 미치지 않았던 정상 생활의 권태로움을 반성케하고, 죽음의 선고로써 의미 있는 현재를 발견케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또한 누구나 죽을 수 있다. 후자가 더 인간적이다. 인간은 죽을 수 있어 행복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각기 이유는 다르겠지만 생의 한 복판에서 우리는 죽음을 꿈꾼다. 하지만 공신력을 갖는 기관(예컨대 병원)에서 ‘죽는다’고 언도하면 죽고 싶다고 불쑥불쑥 느끼던 사람도 살려고 아등바등 한다.

소설은 바로 이 사실을 재미있는 플롯 구조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반성적으로 되짚어 보게 한다.

코엘료는 이고르 박사를 대리해서 말한다. 베로니카의 ‘죽음의 자각’실험처럼 “생을 살아라!” “생은 살 가치가 있다!” “오늘 이 시각의 의미가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이 소설의 주제를 “인간은 죽음의 자각을 통해 더욱 치열한 삶을 살수있다”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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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절차 1
스탠리 포틴저 지음, 정경호 옮김 / 서적포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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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계속 읽으려구 벼르던 책중의 하나가 <제4의 절차>라는 책이었습니다. 3권으로 이루어져 있어 손이 안가다가 마침내 읽었는데, 정말 횡재한 느낌이랄까요..  

겉표지의 타이틀 광고를 보니, 주제가 무거워서 미뤄뒀던 건데, 상상외로 재미있어서 3권을 이틀에 해치워버렸습니다.

내용은 낙태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로 vs 웨이드 판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법정, 의학 스릴러 라고 불릴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 이상입니다. 

무엇보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보다 흥미진진 합니다. 재미에다가 법률지식 그리고 낙태를 둘러싼 치열한 논리정연한 논쟁을 볼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본다고 할까요..  

'인간을 어디서부터 정의해야하는가?' '생명의 소중함이 우선인가 여자의 행복이 우선인가?'라는 물음들에 대한 찬반 논쟁들...

낙태반대론자인 미대법원장 티투스, 낙태반대 이익단체장을 이끄는 <붉은 장미회>의 엘리 그레이브스, 낙태 찬성론자인 세계적인 여성생체이식권위자 레이첼박사,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하원의장 잭 맥클라우드 의원과 그의 아내 빅토리아 등 개성 강한 중요 인물들이 얽히고 설히면서, 정치적 법적 의학적 음모들이 펼쳐집니다.  

낙태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법적 싸움을 벌이는 티투스와 낙태찬성론자들...마침내 대법원장의 주치의인 레이첼 박사는 대법원장의 복강에 잭 맥클라우드 의원의 아들을 착상시키는 수술을 하고 사건은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낙태반대론자들은 낙태찬성을, 낙태찬성론자들은 낙태 반대를 주장하게 됩니다. 

수 많은 음모와 권모술수. 보이지 않는 손이 사람들을 조종하여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다가 결국에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기를 죽이는 절묘한 반전이 돋보입니다.

너무도 흥미진진하여, 매우무거운 주제가 한편의 영화처럼 스크린에 뿌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재미가 있습니다.  

낙태주제를 적어도 한번이라도 생각했던 분이나 페미니즘이론에 관심이 있는분, 또는 의학스릴러나 법정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 읽으시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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