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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의 소설집은 처음이다. 단편은 몇 번 만나보아 소설집을 벼르고 있었다.
역시나 이 작가는 글을 개성 있게 잘도 쓴다. 극과 극을 오가는 8개의 단편들은 개성 강한 글들로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하지만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설이 필요한 그런 소설집이다.
그런 걸 우려해서일까 친절하게도 8편의 단편들을 평한 평론가 김태환의 해설이 부록으로 딸려 있다. 평론가의 글을 읽는 게 별로 내키지 않지만 김영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김영하의 소설집은 가치파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냉소와 열정 사이의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p266)
‘그림자를 판 사나이’, ‘오빠가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캐럴’, ‘너를 사랑하고도’, ‘이사’, ‘너의 의미’, ‘마지막 손님’, ‘보물선’ 등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서 김영하는 가치의 상실 앞에서 절망하는 사람, 실망을 감추고 냉소의 포즈를 취하는 사람, 철저히 적응하는 사람, 광기에 빠진 사람, 그 광기를 이용해 주판알을 튀기는 사람, 철저히 적응하는 사람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김영하의 소설에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허무적 인식이 깔려 있다.” (p267)
부인하고 싶지만 김태환의 지적처럼 김영하의 소설집은 ‘허무’가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평론가는 ‘냉소와 열정의 변증법’이라 명명했지만 나는 ‘허망한 삶의 부조리’라 표현하고 싶다.
결론을 독자에게 유보해서인지 확실한 결론이 없는 8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허망한 삶의 부조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