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평론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들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이인화), <경마장 가는 길>(하일지), <살아남은 자의 슬픔><박이문)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순간, ‘이건 뭐지?’하는 황당한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고나 할까. 하일지의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소개된 두 작품은 학부 때 모두 읽어 보았다.
내가 읽었던 소위 ‘포스트 모던’한 작품들과는 한참 동떨어진 작품들이었기 때문.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거다. 다음 목록들과 비교해 보자.
윌리엄 버로스의 <네이키드런치>, 토마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 도널드 바셀미의 <백설공주> 등.
뭐라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공통된 느낌이 있다. 전통적인 서사 구조 보다는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 속에서 어떤 냉소적인(또는 전복적인) 비판 정신이 보인다랄까.
하일지, 이인화, 박이문 등의 작품을 버로스, 핀천, 바셀미와 같이 묶을 수 있다?! 어떤 관점을 취하면 같이 묶을 수 있을 지 심히 궁금하다.
평론가의 책에는 그냥 무책임하게 우리나라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로 3명의 작품을 꼽은 게 전부다. 근거는 개뿔도 없다. 그래서 정말 알고 싶은 거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회자되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있는 지. 몇 년 전부터 한국 소설과 담을 쌓고 있어 별로 아는 게 없어 정말 궁금하다.
일단 이 포스트모던이라는 개념이 좀 막연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인듯하다. 하버마스와 리오타르 논쟁이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을 촉발시킨 건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지만 문학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 규정하는 범주는 현재까지 매우 모호한 것 같다.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을 '해체주의' 개념에 포섭하는 것 자체도 우습다. ‘해체주의’가 무엇인지는 아직 교통정리도 되지 않은 듯한데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학에서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해체주의를 포괄하는 아주 광범위한 개념이랄까. 여튼 그렇다. 문학이라 느낌이 중요한 듯. 읽으면 느껴지는 뭐 그런 거.
이런 맥락에서 내가 발견한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진정한 기수라 생각하는 작가는 박상륭이다. (물론 느낌만으로!) <죽음의 한 연구>만 보더라도 포스트모던한 포스를 마구 풍기지 않느냐는 말.
또 다른 작가로는 김운하를 꼽을 수 있다. 대표작 <137개의 미로카드>를 보면 위 외국 작가들의 작품과 매우 비슷하다. 김운하의 단편들도 정말 독특하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최근까지 이 두 사람 이외에는 포스트모더니즘에 속할 수 있는 작가를 알 지 못한다. 문학 독서량이 일천해서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포스트모던 계열의 작가는 정말 거의 없는지 알고 싶은 거다.
아시는 분이 있으면 제발 야무의 궁금증을 풀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