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에 한 번 우리시대 스테디셀러 현황을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며칠 전 이 작업을 다시 하고픈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집 근처 대형서점에서 스테디셀러라고 하는 책들이 몇 쇄나 찍었는지 하나하나 들춰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걸 조사하러 대형 서점을 찾기에는 동기가 약했다. 막간의 시간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 기회인데, 어제 바로 그 시간이 주어졌다. 장소는 사당역 파스텔시티 반디문고.

 

스테디셀러의 기준은 책이 발행 된 후 10년 이상 된 책으로 했고, 내가 소장한 책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몇 부가 팔렸는지는 출판 관계자가 아닌 관계로 정확히 잘 모른다. 그래서 표면적인 방법인 찍은 쇄만을 반영했다. 판을 거듭 찍은 책들은 그만큼 지속적으로 팔렸다는 증거이니 얼추 판매 부수를 어림잡을 수 있을 거다. 소설과 비소설의 1쇄 발행 부수도 출판사마다 다르니, 정확한 판매부수는 정확히 모르겠다. 단지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양서라는 점만 확인하는 것이 이 작업의 의의라 하겠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교양 인문학의 대박 출판물이다. 저자가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왕조실록을 알차게 펴냈다. 조선왕조실록의 성공에 힘입어 삼국왕조실록인 고구려, 백제, 신라의 실록까지 시리즈로 완결했다. 나도 초판이 나왔을 때 읽어 봤는데, 매우 유익했다. 그래서 삼국왕조실록까지 보았다. 왕조 위주의 정치사라서 단점은 분명했지만, 고교 교과서보다 훨씬 자세하고 쉬운 서술은 이 책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돌려놓았다. 학게에서는 이 책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판매부수로 그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 나가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광고로는 300만부라하니, 놀랍기 그지 없다.

 

 

1996. 3. 10       초판 33쇄

2004. 10. 25     초판 175쇄

2004. 11. 18     개정증보판 1쇄

2014. 02. 05     개정증보판 94쇄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깨버린 책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내 뜻에 의한 게 아니었다. 행정학개론 수업을 듣는데, 담당교수가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내라는 숙제를 내 줬기 때문이다. 당시는 정말 황당했다. 행정학 교수가 왜 우리 문화재에 관계된 책을 읽으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숙제를 하기위해 책을 읽었지만 매우 재미있었다. 4장 분량의 독후감도 일사천리로 써 낸 걸로 기억한다. 1권이 재미있어, 2권까지 읽었지만 그 후 관심에서 멀어지다가 <북한유산 답사기>까지 나온 걸 보고 다시 관심이 생겼다. 시리즈로 거듭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방송에서도 이 문화유산 시리즈에 따라 연예인들과 답사 여행을 하는 걸 보고 이 책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1993. 05. 20    초판 1쇄

1994. 06. 10    초판 23쇄

1994. 07. 11    개정판 1쇄

2010. 12. 20    개정판 85쇄

2011. 05. 11    개정2판 1쇄

2013. 11. 30    개정2판 18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오래 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래서 에코, 하면 바로 이 책이다! 헌데, 읽기 쉽냐? 천만의 말씀이다. 에코의 소설들은 매우 고약하다. 처음 100여 페이지가 매우 지루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소설의 대명사라 회자되는 이 책이 한국에서 선전하는 걸 보면 놀랍다. 열린책들이 문학시리즈를 세계문학시리즈로 통합하여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나서도 이 책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2010년부터 시리즈로 계속 간행되고 있는데, 열린책들 세계문학 중 이 책의 인기를 넘는 소설은 없다. (<위대한 개츠비>도 5쇄를 넘지 못하고 있다.)

 

 

 

 

 

1992. 05. 25    초판 12쇄

2000. 03. 15    개역판 42쇄

2006. 02. 25    3판 37쇄

2009. 11. 25    보급판 9쇄

2009. 11. 30    4판 14쇄

2014. 01. 20    세계문학판 10쇄

 

 

<로마인 이야기>로 시오노 나나미의 팬이 됐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사실, 나는 이 시리즈를 3권만 갖고 있다. 1권, 3권, 5권. 읽었냐? 전혀 읽지 않았다. 워낙 베스트셀러여서 읽기가 싫었다. 그리고 10권이 넘는 분량도 읽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읽었던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한 권 잡으면 바람처럼 책장이 넘어간다는데, 난 여전히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언제 이 책을 읽기 시작할 지는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판을 거듭하고 있는 걸 보면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한 거 같다. 몇 년 전 한길사에서 이 책에 대한 독후감 응모 대회도 한 모양이다. 책으로 묶여 나온 걸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보았는데, 수상작의 독후감을 읽는 맛도 솔솔했다. 어쟀든, 이 책 정말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1995. 09. 30   초판 1쇄

2013. 07. 05   초판 102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젤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더불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랜동안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아 왔는데, 의외로 그리 많이 팔리지 않았다. 오래 전에 출간됐는데도 불구하고 100쇄를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곰곰 생각해보니, 많은 출판사가 다투어서 출간해 왔기에 그럴 것이라 추정해 본다. 세계문학 작품들 대부분이 인기 작품 위주로 살펴보아도 20쇄를 넘는 책은 별로 없었다. 춮판사가 복수이다보니 경쟁이 심해져서 그런 듯. <개츠비>의 경우는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종류만 7종 정도 됐다. 민음사판이 그 중 가장 많은 쇄를 찍었다. 얼마 전 영화 개봉이 판매 부수를 올려주는 계기가 된 듯.

 

 

 

2003. 05. 06 1판 1쇄

2010. 09. 29 1판 47쇄

2013. 12. 20 2판 20쇄

 

 

파스칼의 저서들이 점점 번역되고 있지만, 파스칼 하면 그냥 <팡세>다. 팡세=파스칼이 자연스럽게 성립할 정도. 하도 유명한 작품이라서 <팡세>도 여러 출판사본이 보인다. 읽어 보면 철학적 수상집에 가깝다. 하지만 철학 총서 시리즈에 포함된 <팡세>보다는 문학 총서 시리즈에 포함된 <팡세>가 훨씬 더 많다. 서양 중세 사상의 중요 고전이기에 기독교 계열의 출판사도 많이 출간했다. 그럼에도 오랜 동안 사랑받아온 <팡세>는 문예출판사본이 아닌가 한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문예출판사 문고본 <팡세>는 1978년판인걸 보면.

어쨌든, 확인해 본 바로는 <팡세> 역시 민음사판이 제일 많이 팔린 듯하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10쇄를 넘기지 못했다.) 후발주자인 민음사의 약진이 놀랍기만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팡세 번역본이 아주 많은데, 발췌본부터 완역본까지 정말 천차만별이다~^^)

 

 

2003. 08. 25  1판 1쇄

2013. 12. 09  1판 36쇄

 

 

발타자크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는 판이 약간 변형되고, 하드커버에서 반양장으로 바뀌었음에도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잠언서 계열의 책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내 눈에 이 책이 처음 띄었을 당시 출판사는 쇼펜하워가 극찬한 책이라고 선전하고 있었다. 양장본이던 이 책은 정말 불티나게 팔렸던 기억이 난다. 서로 이 책을 선물로 주고 받았으니. 대단한 베스트셀였기에 궁금해서 서점에서 봤는데, 2시간 정도면 다 읽고도 남을 분량이다. 뭐, 그리 강한 인상이 남은 건 아닌데, 왜 이리도 계속 팔리고 있는지 무척 궁금한 책 중 하나이다. 어쨌든 이 책의 인기는 놀랍다~

 

 

1991. 12   초판 1쇄

2005. 10   5판 2쇄(254쇄)

 

 

 

 

 

<경제학 콘서트>는 교양경제학 책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 책으로 인해 '~콘서트'를 단 책들이 봇물을 이뤘으니. 원제하고는 한참 먼 이 타이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책의 내용 덕분이지 않을까 한다. 경제 이론의 나열이 아니라 경제학적 마인드를 훈련시켜주는 내용이기에 단숨에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스타벅스 커피숍을 데이비드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으로 풀어주는 경제서적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인기를 확신하게 됐다.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괴짜경제학>도 덩달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역시 읽어보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두 책은 이론의 나열이 아니라 나름대로 경제학적 시각이 이런 거라는 걸 사례로 잘 녹여낸 책이기에, 교양 경제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두 책은 정말 꾸준히 팔리고 있다. 아직도 쭉~

 

2006. 02  초판 1쇄

2014. 02  초판 156쇄

 

 

사실 이 책이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정치학자의 주요 이론서라 할 수 있는 책이 이렇게나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게 신기 했다. 읽어 보면 교과서보다야 괜찮지만 꽤 딱딱한 책이데 말이다. 더군다나 헌팅턴은 미국에서도 보수 우익의 대표 학자이자 백인 우월주의 계열의 학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만큼이나 많이 팔렸다는데, 심기가 좀 불편하다. 이 책의 꾸준한 인기를 좀 생각해 보니 답이 금방 나왔다.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 속에 담겨 있는 정서가 아닐까. 우리나라 보수 학자들이 꽤 좋아해서 알아서 석학으로 대접해 주니 언론에서 덩달아 띄워주는 뭐, 그런 경향. 출간 당시 조선 동아 서평을 보고 나도 구매했으니...

철저히 서구 중심 시각으로 세계질서를 바라보고 있는 저자의 논지가 매우 거슬린다. 공격받을 헛점이 꽤 산재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출간 이후 이 책에 대한 비판서들이 줄줄이 나왔다. 헌팅턴이 무리수를 둬 가며 애써 주장하는 바의 논지를 따라가면 의외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997.05  1판 1쇄

2013.07  1판 63쇄

 

 

<제3의 침팬지>로 널리 알려진 문화인류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저이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황금의 마이다스 손. 매우 무거운 주제의 책들을, 그것도 상당한 페이지를 자랑하며 펴내는 저자이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다. 어려운 주제를 흥미 진진하게 펼쳐내는 노 석학의 공력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듯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책.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는 문명사에 대한 이론서이지만 전혀 이론서같지가 않다. 목차만 봐도 알겠지만 주제들이 매우 굵직굵직하고 범위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책을 펼쳐 읽어 가면 그 두꺼운 페이지가 바람처럼 넘어간다. 러들럼의 <마타레즈 서클>만큼 두껍지만 흥미진진한 면에서는 얼추 경쟁이 될 듯하다. 문명과 문화를 다룬 책이 말이다! 이 책은 내 개인적인 예상으로 100쇄를 넘었을 거라 짐작했지만 그에 좀 못 미쳐 아쉬웠다. 그래도 꾸준히 팔리는 교양 과학 스테디셀러임은 증명되고 있다.

 

1998.08  초판 1쇄

2005.09.  초판 15쇄

2014.03    2판 58쇄

 

뭐, 스테디 셀러 현황은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자. 이 외에도 여러 스테디 셀러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대부분 30쇄 미만이다. 물론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에 한에서. 더 조사한 책들 가운데 70-80쇄 찍은 책들이 있긴 한데, 내가 소장하지 않고 있는 책이다. 소장 도서 이외에 100쇄가 넘는 책이 있나 봤는데,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대형 서점을 몇 곳 돌면 몇몇 책이 나오겠지만 더이상은 무리인듯하다.

 

와중에 놀라운 속도로 단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로 경제 경영 분야의 자기계발서들이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깨버리는 책들이 있었다. 조사하는 와중에 새롭게 안 정보라서 덧붙여 본다. 이들 책 모두는 100쇄 이상을 찍었고,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300쇄에 다가가고 있다.

 

헌데, 샌덜의 책보다 더 압도적인 행보를 보이는 책은 쑹훙빙의 <화폐 전쟁>이다. 경제학 교양 도서로 분류되는 이 책은 정말 '압도적'이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을 정도이다. 1권의 인기에 힘입어 4권까지 출간되고 있는데, 4권 공히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없을 정도. 대학생 교양도서 대출 순위 꼭대기에서 거의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헛, 그런데 <아웃라이어>와 <넛지>가 100쇄를 훌쩍 넘고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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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씁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알라딘 글이라고나 할까요. 줄거리 요약하는 글에 질려버렸는데... ㅎㅎㅎㅎㅎㅎㅎ 이런 스타일로 틈새 시장을 노리시다니요.... ㅎㅎㅎㅎㅎㅎㅎ 좋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지혜를... 이 책이 이리 많이 팔린 줄은 정말 몰랐군요.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베스트셀러보다 스터디셀로가 더 알차지 않을까 싶습니다.


yamoo 2014-07-27 14:45   좋아요 1 | URL
흥미 진진하게 읽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글....뭐,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글을 쓰려면 사실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게 노가다거든요~ㅋㅋ
흠...줄거리 요약하는 글에 질려버셨다는데, 요새 알라딘에 그런 글이 많은 가 보죠? 주로 리뷰아닌 페이퍼를 읽으심이..^^;;

저도 조선왕조실록과 그라시안의 책의 인기를 보면서 깜놀했습니다..ㅎ

루쉰P 2014-07-27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야무님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왔어요 ㅋ 대단하시네요
집념이 느껴지는 글이에요
저 이제 자주 서재에 올 거에요 ㅋ

yamoo 2014-08-01 00:12   좋아요 1 | URL
와~~~루쉰님 올만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그간 어찌 지내셨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자주 뵙게 되길 바랍니다. 서재 복귀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