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한 죽음>, 알베르 카뮈, 청년사 나의별점: ★★★★★
<이방인>과 비슷한 내용에 동일한 주인공. 뫼르소는 끊임없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현실적 삶은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이 지속된다. 무엇을 하든지 뫼르소는 채워지지 않는 행복에 좌절한다. 여자에게서도 친구에게서도 그는 만족을 찾지 못했다. 살인을 하고도 잘못인지도 모르는 뫼르소. 결국 그는 그 지루한 삶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전히 정지된 삶. 뫼르소는 그 속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순수한 시간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뫼르소. 하지만 그걸 깨닫고 얼마 안 돼 뫼르소는 늑막염에 걸려 죽어간다. 행복한 죽음...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무거운 책.
* <행복한 죽음>은 <이방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창작 의도를 확인 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습니다. 카뮈에 있어 행복한 죽음이 차지하는 작품의 위치는 중요한 것이더군요. 어떻게 해서 <이방인>이 태어났는지 알 수 있었답니다. 여기 포함된 단편 에세이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두대에 대한 단상>이 특히 그렇습니다.
2. <달콤한 인생>, 최인호, 문학동네 소설집 나의별점: ★★★★
최인호가 왜 우리문단을 이끌어가고 있는 두 사람 중 한사람인지, 이 사실을 아주 명징하게 깨닫게 해 준 소설집. 평범하고도 쉬운 소설 속에 그가 담고자 하는 얘기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문단 후배 소설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최인호는 저 멀리 등 번호를 휘날리며 잡히지 않게 멀리 뛰어간다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다작의 작가이자 소재의 끝이 안 보이는 작가. 이제 최인호의 평가는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 문단에서 다작의 작가라서 그런지 좀 저 평가돼 있는 인상이 짙었는데, 소설집을 읽고 보니 그의 내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달콤한 인생>은 작가 최인호를 재평가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쉽고 간결한 단편에 상당한 정도의 의미를 담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최인호의 포스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확인 할 수 있는 귀중한 단편집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갔지만, 그가 남겨준 소설들은 작가가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높은 평가 속에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겁니다~
3. <라벤더 향기>, 서하진, 문학동네 소설집 나의별점: ★★
서하진의 소설은 재미없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소설이 재미없음을 알고 있다. 끝까지 읽는다는 게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이런 작품집을 그녀는 계속 쓰고 내겠다고 한다. 음....서하진은 멀리해야겠다. 이 소설집은 죄다 역전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물론 작가가 의도적으로 썼으니까 그렇겠지만 하나같이 모든 작품들의 구성이 동일하니, 많이 식상했다. 소재의 참신성은 좋았으나 재미가 없는 게 흠이다. 정말 재미가 없다. 정말!
4.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심리코드>, 베아트 샬러, 흐름출판 나의별점: ★★★★
‘은밀하게 상대를 움직이는 101가지 심리효과’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행동의 원인이 되는 심리학적 이론들을 사례에 맞게 재구성한 책이다. 응용심리학을 쉽게 소개한 책으로서 사례별로 ‘OO 효과’라는 소제목(예컨대 에펠탑 효과, 후광효과, 체스판 효과, 바비인형 효과 등)으로 80여개가 소개되어 있다. 경제학과 마케팅 그리고 광고에서 심리학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유익한 책. 깊이는 살짝 없는 게 흠이지만 여러 심리학적 내용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책이다.
5. <디셉션 포인트 1,2>, 댄브라운, 문학수첩 나의별점: ★★★
<천사와 악마>를 해치우고 연속해서 본 댄 브라운의 책. <천사와 악마>가 재미 면에서 다빈치코드를 뛰어넘을 만 하다고 생각하여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집어든 책이다. 한데, <디셉션포인트>는 브라운의 이전 작들과는 달리 팩션 계열이 아닌 과학첩보 계열이다. 읽으면서 많이 이질적이었다.
북극 밀른 빙붕에서 1억5000만년전의 운석이 발견된다. 그 운석에는 고대생물의 화석이 포함되어 있다. 이 밀른 빙붕의 화석을 포함한 운석을 놓고 정치인과 과학자들이 희대의 기묘한 싸움을 시작한다. 나사의 현 체제를 옹호하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 나사를 민영화시켜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차기 대선 주자 섹스턴 상원의원. 그리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우리의 두 주인공들...
그런데 요상한 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재미만 있다는 거. 대중소설의 전형. 하지만 댄브라운 소설 가운데 가장 실망스런 작품.
6. <수상한 식모들>, 박진규, 문학동네 나의별점: ★
이런, 빌어먹을! 젠장! 정말 모든 부정적 탄식들을 모두 뱉어내고 싶다. 재미있고 웃긴다고 해서,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추천을 날려줘서 본건데, 재미는 무슨 개뿔! 이건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식모와 호랑아낙의 연계성도 어설퍼 보이고, 호랑아낙의 계보를 찾는 그 역사적 작업도 조잡했다. 황당한 내용에 황당한 사건 전개. 억지스런 설정에 쓴 웃음만 나올 뿐이다. 나중에 뭐가 있겠지....했는데, 끝까지 있는 건 없었다. 여튼, 읽은 책 중 최악의 책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비주류적인 작품이라고 해서 김중혁이나 박민규를 생각한 것이 너무도 크나큰 실수였음을 고백한다.
7. <죽은자들을위한 변호:21세기 친일문제>, 복거일, 북앤피플 나의별점: ★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작가 중 한명이었다. (헌데, 지금은 아니다) <비명을 찾아서>를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고, 몇몇 산문들에서 보여준 그의 비판적이고도 냉철한 시선이 꽤 신선했었다. 그래서 그의 신간이 나왔다하면 바로 구입해서 보곤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에 자신이 가진 모든 기를 집중하는 모양이다. 결국 그는 극단으로 종종 넘어가곤 했다. 그리고는 나와 멀어졌다. 특히 이 책 <죽은자들을위한 변호:21세기 친일문제>가 컸다. 정말 너무한다. 일본의 한국식민통치는...결국 우리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고...친일파 처단은 어려운 것이니...관두자는...논리... 일본 우익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탁석산과 더불어 끊임없이 자충수를 두는 작가. 제발 좀 그만했으면...
8.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예담 나의별점: ★★★
뭐랄까, 이상한 사람들의 모음이랄까. 아주 얇은 책인데 그 내용은 만만치 않았다. 아, 짚고 넘어가야할 한 가지. 최인호님의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맨 마지막 단편 <이상한 사람들>은 이 책을 표절한 게 분명하다는 거다. 의심을 넘어선 확신~! 아주 똑같은 부분도 있었다!! 전체적인 소 단편 내용도 비슷한 느낌. 모티브 자체가 너무 흡사하다. 약간 배신감 같은 것이 들더라. 뭐, 지금 생각하니 작가가 아주 작게 각주처리를 한 것 같기는 한데~ 그치만 똑같이 베끼면 안되는거 아닌가..--;;
9. <내 인생을 바꾼 이 한권의 책 >, 한국사회문화연구소, 정보나라 나의별점: ★★★
명사들이 주옥같은 명작들을 한 권씩 진솔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명작에 대한 나름의 독후감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물론 책은 문학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천가의 자서전’ 그리고 과거의 ‘역사와 교훈’을 담은 책도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명사들이 어떻게 그 책이 자기를 바꾸었는지, 자기들이 읽은 수백 권의 책 가운데 1권씩을 골라 써 낸 독후감은 충분한 의미를 갖고 다가온다. 눈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글 읽기의 자세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본이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10. <카르페디엠!>, 존 블룸버그, 토네이도 나의별점: ★
예전에는 자게서를 참 많이도 읽었더랬다. 쉽게쉽게 한권씩 읽을 수 있어 괜찮았는데, 언제부턴가 딱 끊었다. 아마도 이 책이 내가 골라서 읽은 자게서의 마지막이었을 거다. <카르페디엠>은 제목처럼 첨엔 좀 뭔가 있는 거 같은데, 플롯 구조가 너무 작위적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뭐, 대부분의 자게서들이 대동소이하겠지만, 이 책은 좀 심했다. 미치 앨붐 류의 자기 계발서가 인기를 끄니, 출판사가 기획회의를 통해 여기에 영합하는 책을 펴낸 느낌이다. 천사와의 대화가 최대의 아킬레스 였다. 천사가 편지를 보낸 구절은 그냥 손이 오그라드는 뭐, 그런 거. 읽으면서 애써 진부함의 쓰나미를 맛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