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오전 9시 50분, 나는 드디어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탑승할 수 있었다.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와 함께 열차 앞까지 가는 여정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마침내 도달한 제일 첫째칸. 그리고 이곳에서 마주한 윌포드의 전언과 엔진을 돌리는 실상은 전혀 예상 밖이라 꽤 신선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 설.국.열.차. 눈으로 확인한 이 영화는 나에게 무척 만족감을 안겨줬다. 마지막 곰이 눈덮인 산을 오르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지만 나는 음악이 완전히 멈출때까지 앉아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한국영화의 출현에 갈채를 보냈다~

 

영화관 문을 나오면서도 여전히 많은 생각이 교차했지만, 갑자기  '도대체 이 영화에 다량 실망했다는 사람들은 뭐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비록 개연성 있는 설정이 떨어지는 부분이 몇 장면 있었지만, 영화는 매우 훌륭했다. 쉴새 없이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를 달리는 열차는 시원한 볼 거리를 제공했으며, 열차 내에서의 계급 투쟁은 주제 의식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내 주었다.

 

특히 한국영화가 이런 주제의 SF영화를 만들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이었다. 경험상(한국 영화 매니아가 아니라 많은 한국영화를 못봤지만) 이런 정도의 퀄러티를 가진 한국영화를 만나본 적이 없다.

 

물론 아주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전작들과 비교하면 이 영화는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절대 아니다. 무겁고 비판적인 주제의식이 극명한 영화다. 대중 영화보다는 예술영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무거운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뭐, 꽤 성공한 영화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은데, 대실망이라고 호들갑떠는 사람들의 의견들이 아주 틀린 것 같지 않아서.^^;;

 

왜냐하면 밀도 높은 주제의식을 2시간 여의 영화 속에 담으려다보니 곳곳에 아쉬운 점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터널의 암흑 칸 도륙 장면은 매우 작위적이었다. 전개 상 모두 도륙되어 반란자들이 진압되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횃불의 등장은 스토리의 개연성을 확연히 떨어뜨렸다.

 

헌데, 플롯의 개연성 문제보다 훨씬 더 도드라졌던 문제점은 송강호와 고아성의 캐릭터였다. 영화의 흐름에 전혀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캐릭터라서 그렇게 보일 뿐이겠지...라고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역시 많이 아쉬웠던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렇게 단점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영화는 절대 겉돌지 않았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일관되게 나아간다. 난 그점이 좋았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속에서, 꼬리칸부터 맨 앞칸까지 진격하는 커티스 행보는 이 영화의 백미이자 전부. (그러니 재밌을 수밖에. 어떻게 백미이자 전부인지는 영화를 보고 확힌해 보시면 될듯^^;;)

 

심오한 주제의 영화를 내가 너무 재미있게 감상해서인지 몰라도, 이 영화에 다량 실망했다던 서람들은 무엇을 보았는지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이다! 그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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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0억 들였다던데, 흥행에 성공해야 할텐데요.

yamoo 2013-08-09 14:01   좋아요 0 | URL
헛...그랬군요. 400억이라..역대 한국영화 최고액인가욤?? 엔날에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인가...것두 최고 제작비에 흥행 참패로 역대급이라하던데...
지금 400억과 그때는 엄청난 금액 차이가 있겠죠~
400억 회수하려면 천만 정도는 봐줘야 하는데...영화가 좀 대중적이지 않아 수지타산 맞추기 힘들듯 보입니다. 해외에서 선전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뭐, 어쨌건 흥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