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보면 소비자잉여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어떤 물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금액과 실제 지불액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즉, 교환을 통해서 소비자가 얻는 이득의 크기를 화폐액으로 나타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 근데 써 놓고 보니 너무 경제학적 티가 팍팍나는 서술이네요. ‘책’을 갖고 얘기하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그 책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이 이론이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예컨대 책의 정가가 10,000원 이라면 그 책 값을 10,000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구입하지 않고, 적어도 그 책 값이 10001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10000원 짜리 책을 구입하겠죠. 1원이라는 이익이 있으니까요.

오늘, 알라딘에서 주문한 한 무더기의 책이 도착했습니다. 알라딘이 타 인터넷 서점과 확연히 다른 것은, 읽을 만한 반값도서가 아주~ 많다는 점입니다. 제가 알라딘에서 구매한 총 도서의 약 70퍼센트는 이 반값도서들입니다.

반값은 헌책방에서 새 책을 구입할 때의 가격입니다. 이 반 값 행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쭉~~~이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왜, 이런 바람을 하고 소비자잉여 운운 했냐하면, 요즘 책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서입니다. 비싸서 효용이 그만큼 높아졌냐?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심화시킵니다.

책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들은, 책 가격이 계속 오르면 은행 잔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하~ 책에 대한 저의 수요는 정말 비탄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싸고 좋은 책만 찾게 됩니다. 합리적인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찾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항상 저렴하고,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책은 없나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오늘 도착한 알라딘 도서는 살림지식총서 3권에 이제이북스 3권 그리고 <20배 경제학>과 <존재와 무>입니다. 이중 반값도서가 아닌 것은 사르트르의 책과 살림문고 3권입니다. 반값도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는 새 책을 과감하게 구입했습니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는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의 한 권으로써 정가가 16,000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에 대해서 2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이 한길사의 그레이트북스 시리즈로 출간됐다면 가뿐히 35,000원을 뛰어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길 그레이트북스는 비싸서 절대 안 삽니다)

하지만 알라딘에서 파는 가격은 정가에서 할인이 되어, 낙찰가는 무려 13,600원입니다. 저는 6,400원의 소비자 이득을 봤습니다.^^ 정말 정말 착한 가격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한길 그레이트북스에 비교하면 전 완전 반값 이하에 구입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같이 구입한 살림지식총서 시리즈 3권. 이 책들은 제가 아주 아주~ 사랑해 마지않는 문고본 시리즈입니다.

개인적으로 계속 컬렉션 하는 몇 개의 문고본 시리즈가 있습니다. 책세상 문고 시리즈,  미스터노 세계문학 시리즈, 범우문고 시리즈,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등입니다. 살림문고 시리즈는 언제나 이들보다 제일 앞서 있습니다.

왜냐구요? 살림문고 시리즈는 품질이 들쭉날쭉하지만 한 70% 정도는 퀄러티를 믿을 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살림문고를 지속적으로 읽어오면서 느끼는 주관적인 체험입니다. (주관적인 체험이라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네요)

예컨대 이 문고본 시리즈가 열심히 펴내고 있는 철학자들이 있습니다. 제가 본 게 칸트, 라캉, 푸코, 사르트르 정도입니다. 모두 좋았지만 특히 미셀 푸코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푸코에 대한 이렇게 쉽고도 알찬 입문서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살림문고의 <미셀 푸코>를 헌책방에서 1000원에 샀는데요, 제가 이 책으로부터 얻은 만족은 이광래 교수의 15,000원 짜리 <미셀 푸코>보다 높았습니다. 물론 이광래 교수의 <미셀 푸코>가 좀더 광범위하게 푸코를 다루고 있지만, 논지의 평이함과 명확성에는 살림문고를 따라올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정가 3,300원짜리인 이 <미셀 푸코>로부터 15,000원 이상의 만족을 얻었습니다. 무려 5배 가까이 되네요(실제 구입액으로 따지면 15배).

그래서 그런지 살림문고의 다른 철학자를 다룬 책들, 예컨대 아도르노, 그람시, 네그리, 마르쿠제 등도 모두 컬렉션의 대상 품목들입니다.
 

 


 

 

 

물론 살림지식문고는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개인이 얻는 만족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관심분야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대상으로 출간하고 있는 총서이기 때문에 관심분야에 맞는 책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컨대 살림지식문고 171번인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저는 읽고는 별로였지만 여행을 많이 다니는 어떤 분은 너무 좋다고 합니다. 알찬 정보에 비해서 가격이 너무 착하다는 군요.

 

 

 

그렇습니다. 책값이 나날이 오르고 있지만 우리에게 책값의 2배, 3배의 만족을 주는 책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누릴 수 있는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살림지식총서를 본받아 출판사들이 다투어 이런 좋은 책을 기획하고 출간해 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
뭐, 어떻게 하다 보니 살림문고 광고 글처럼 돼 버렸는데요...그만큼 현재 살림문고보다 소비자의 효용을 높여주는 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효용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살림지식총서를 읽으면 그보다 더한 가치, 다시 말해서 ‘내가 무식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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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야무님,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제 수준에서 야무님이 올려주신 책들은 책장만 빛내주고 언제 읽을지 모르나
읽겠다는 일념으로 구매하는 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힛.

언젠가는 읽어봐야할건데, 아후, 언제가 될른지? ^^

yamoo 2011-08-25 14:08   좋아요 0 | URL
자꾸 수준 운운하시는데...그럼 안되는 겁니다. 마고님~~^^
제가 위에 주구장창 선전한 살림문고 시리즈 있지요? 저 시리즈가 출간한 철학자들은 정말 쉽습니다. 하루에 4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한 권 뚝딱 해치웁니다. 그리고 좀더 전문적인 이론서에 접근할 수 있는 자신감도 심어줍니다. 여튼 빠른 시간안에 어려운 철학자들의 이론들을 쉽게 정리해 주니...문외한 들에게 너무도 좋은 책입니다.

제가 장담컨대 마고님이 살림지식 총서의 철학자들을 모두 읽으시면 더상 '수준'운운하지 않으실 겁니다!ㅎㅎ

마녀고양이 2011-08-25 14: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역시 말이죠, 그 말씀을 들으니 더욱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말이죠,
현재 심리학 책만 해도 천지빼깔에, 그득그득이라, 아휴휴.

사실 철학이 어렵다는 수준 운운은 농담이예요. 그리고
살면서 어느 정도 철학을 알아야, 삶의 방향을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