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 지인들은 40대가 됐는데도 결혼에 생각이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50 넘으신 지인(물론 여자)은 아직도 여러 문화적 관람에 재미를 느끼며 저축 없이 아낌없이 삽니다. 저축을 왜 안하냐고 물으면, 저축 따위는 나와 상관없다 말합니다.

 

보통 비슷한 부류가 모인다고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위 지인과 비슷한 행태를 보입니다. 능력도 있고 주관도 뚜렷하죠. 그래서 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결혼 생각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통계에서도 미혼 인구가 아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니, 대다수가 결혼을 안하는 줄 알았습니다.

 

헌데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안하고 싶은 사람보다 그 비율이 많은 듯합니다. 결혼을 못해 미혼인 인구가 상당하다는 건데, 이 상황은 개인적으로 참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결혼은 안하고 싶어 미혼인 건 상당히 건전한데, 결혼을 하고 싶은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못한다는 건 충실한 삶이 아닌 듯해서입니다.

 

건너 건너 아는 분(아버지 친구의 자녀)이 결혼을 하려나 봅니다. 여자 분인데 38살입니다. 능력이 출중하여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신변이 안정되자 결혼을 하고 싶어 합니다.

 

헌데 나이가 많다고 소개팅이나 선이 없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결정사에 가입하여 거금을 내고 남자를 만나고 왔는데 그냥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답니다. 이 분은 키도 크고(171) 날씬하며 메이크업을 하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도 볼 수 있는 동안의 외모를 가졌다네요.

 

젊었을 때 미모가 출중하여 인기가 좋았다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어 연애 보다는 학업에 가치를 두는 뭐 그런 여자였던 듯합니다. 욕심도 많은 일종의 알파걸 부류였는데, 미모가 폭발할 때는 결혼에 뜻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38살에 결혼을 하려고 보니 결혼시장이란 곳은 자기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어서 충격을 심하게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 자기는 결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네요. 그래서 제가 아버지에게 여쭈어 봤습니다. 나온 남자의 스펙.

 

그랬더니 결정사에서 매칭해준 남자가 43살의 잘나가는 대기업 직장인이랍니다. 머리가 벗겨진 168인 일반적인 40대 남성.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첨엔 6살 차이가 많다고 느끼는 건 내가 남자라서 그런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벗겨졌다는 사실에서 왜 여자분이 충격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냥 그 나이 때의 평범한 아저씨 스타일로 여자분을 만났던듯합니다. 자기보다 6살 많은 남자가 키도 작고 스타일도 없으니 자기가 매우 평가절하됐다고 느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비슷한 조건으로 검색을 해 보니 이러한 결정사 사례는 차고도 넘쳤습니다. 검색하다가 보니 결혼시장의 아포리즘과 같은 말이 보이더군요.

 

결정사에서 나오는 상대가 대략적으로 자신의 레벨이다. 결정사는 바보가 아니다.”

 

검색된 모든 글을 읽으며 내린 결론이 결혼시장이란 곳은 매우 냉정한 곳이고, 여기의 갑은 결정사란 곳임을 알게 됐습니다.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 결정사의 잣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개인적으로 결혼을 결정사를 통해 하는 걸 매우 바보같은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결혼이 하고 싶으면 노력을 통해 자기가 쟁취해야지 외부적인 조건을 보고 결혼을 하면 사람을 알 수 없기에(포장된 인격만을 만나기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떠나 한국의 결혼시장에서 한 가지 매우 의아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왜 모든 여자들은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조건의 남자를 찾지?’라는 의문. 남녀평등,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시장은 전근대적인 모습을 완벽히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여자의 능력이 더 출중하고, 모든 면에서 더 나으면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겁니다. 바보 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출세하는 그림이 왜 작금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21세기 인데 말입니다.

 

물론 외국 결혼시장에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대체로 스펙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 비율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은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외국인들만 보아도 여자가 남자를 벌어 먹이는 사례가 상당히 있으니까요.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서 훨씬 더 남자의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럽 여자들의 상당수는 자기가 능력이 더 나으면 자기가 남자를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수수께끼처럼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 결혼시장의 구조가요. 저는 뭐 결혼에 일말의 관심도 없기에 이런 세상이 참 신기합니다. 남녀평등과 성인지가 제도화된 시점에서 아직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여성들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 <82년생 김지영>이 공전의 히트를 쳤겠지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직도 압박과 설움 속에서 사는 듯합니다. 이건 뭐 제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자들 중 능력이 출중하고 경제력이 높은 분들 역시 자기보다 더 나은 조건의 남자를 원하는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


 

<>

사실 이 글을 쓴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아버지 친구 분 사례에서 여자38세 맞선 남이 43세였다는 걸 직장에서 밥먹으며 얘기 했는데, 여자 동료들이 모두 남자 나이가 많다고 타박을 하기에 이상해서 써봤습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얘기를 꺼낸 건데, 역린을 건드린 꼴이 되었습니다. 하하~

그래서 평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좀 논의를 확대해 봤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도 저는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는데, 이게 내가 생물학적인 남자라서 어쩔 수 없는 인식의 한계를 갖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인식이 아직도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지를 명확히 갈음할 수 없었기에 그렇습니다. 21세기, 결혼시장의 전근대적 인식은 무엇을 반영하는지 도무지 모르겠기에.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덧글로 깨우쳐 주실 분을 찾는 게 이 페이퍼의 궁극의 목적이겠습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11-08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남자가 가장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사고가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얼마 전 김창욱 리부트 보니까 남자가 여자 보다 수입이 적은 것에
자존심 상해하더라구요. 대부분의 여자들도 자신 보다 수입이 적은 배우자를
신경 쓰이거나 싫어하죠. 데이트 비용도 지금은 반반씩 부담하기도 한다지만
대체로 아직도 남자가 부담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더 많이 좋아하면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38의 나이에 43이면 많은 것도 아닌데 많다고 생각한다니
아무래도 상대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 봅니다.
마음에 들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죠.

얼마 전, 결정사에서 딸과 함께 온 어느 엄마에게 매칭을 위해
원하는 사윗감을 대라고 했더니 무조건 가수 김호중 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충격 먹었습니다.
뭐 일부러 컨셉은 그렇게 잡았을 거 같긴한데 딸이 원하는 건 안중에도 없고.


yamoo 2023-11-09 09:51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자38에 남자43이면 수용가능한 연령대인데...
이게 그렇게나 말도 안되는 매칭인지 좀 거시기 합니다..^^;;

우리나라 결혼시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전근대적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한데..결혼 당사자들 역시 이런 문화에 아주 잘 적응이 된 듯합니다..ㅎㅎ

2023-11-11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3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11-15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19세기의 사고를 접하는 경우가 저는 많습니다. 여성이라서일까요?
2) 여성 나이가 많으면 왜 점수가 많이 깎여야 하는지도 의문. 동갑끼리 결혼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3) 저의 개인적인 의견 : 남성의 스펙이 여성보다 월등해야 한다는 사고도 깰 깨가 됐죠.
저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합니다. 시집을 잘 가면(신랑의 스펙이나 집안이 좋은 경우를 말함) 신부가 고달퍼요. 좀 어려운 데로 시집 가면 신부가 대우 받으며 살 수 있음.
반대로 남성이 장가를 잘 가면 처가집에 기죽어 살아야 하고, 어려운 집안으로 장가 가면 대우를 받아요. 그래서 저는 딸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좋은 집안의 아들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해요. 고달퍼서요. 차라리 대우 받는 집안과 사돈 맺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봐요.

yamoo 2023-11-15 16:36   좋아요 2 | URL
1) 결혼시장에서 당사자가 되면 확실히 보수적이 되는 듯합니다. 뭐 저는 당사자가 될 일이 없기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아마도 출산 때문에 그런듯합니다.
3) 물론 결혼에서 무게 추가 기울어지는 쪽..그니까 가벼운 쪽이 을이 되어 대우받지 못하는 건 있긴 합니다만...그게 조건을 우선 보는 결혼이 그럴 확률이 매우 높고 그런 경우가 아니면 고달픈 삶은 별로 없을 듯해요..^^;;

2023-11-17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3-11-17 17:4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외국인 만나는 편이 훨씬 낫지요..
독신남이 능력 외모 키가 출중한데 나이가 많으면 또 탈락..
3-4가지 조건이 and로 연결되어 있어 찾기가 정말 어려운데, 우리나라 결혼시장은 그런 조건 매칭이 전제되는지라...답이 없는듯한데...결정사를 통한 결혼이 있긴 있어 신기하긴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