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행복
달라이 라마.하워드 C. 커틀러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 어느 누구도 행복한 삶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행복이 곧 우리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향해 오늘의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낸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 이런 행복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뭐라고 말할까? 이 책, 『달라이 라마의 행복』를 통해,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행복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 지를 한번 정리해본다(물론,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하여 정리할 수 있음을 고백한다).

 

먼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부, 세속적인 만족, 영성, 깨우침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앞의 두 가지 조건을 외적인 환경이나 외적 조건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우리 삶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외적 환경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마음의 평화가 없다면, 외적 조건들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반대로 마음에 평화가 주어진다면 행복의 외적 조건들이 비록 없다할지라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렇기에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럼 마음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마음의 평화를 갖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긍정적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깨달음의 과정이고 이것이 영성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참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연민, 자비의 마음의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민은 공감의 능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감의 능력인 연민은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큰 역할을 할 뿐더러, 타인의 고통에 대해 함께 공감하게 함으로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게끔 한다. 그렇기에 연민의 마음이 중요하다.

 

아울러 행복의 반대적 개념인 고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고통은 우리가 모두 원치 않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고통에 유익이 있음도 말한다. 내가 고통을 누릴 때, 타인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줌으로 궁극적으로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한다. 또한 고통은 행복과 즐거움에 대한 열망을 키워줌으로 행복한 삶을 향한 열정을 도리어 뜨겁게 달궈주기도 한다.

 

이 책이 말하는 내용들은 기승전결을 갖춘 형태는 아니다. 마치 경구처럼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도 있고, 길어야 서너 문단을 넘기지 않는 짧은 글들로 책은 이루어져 있다. 때론 반복되는 내용들도 있으며, 때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가는 가운데, 종교를 떠나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연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며,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외형적 조건의 행복도 갖추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이 외형적 행복의 조건이 나를 향해서만 사용되어진다면 그 행복은 결국 썩게 마련이다. 나에게 주어진 외형적 행복의 조건들을 밖으로 향하여 사용되어질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연민을 강조하는 것일 테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질 수 있길 소망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눈물 나게 좋은 순간
김지원 지음, 강지훈 사진 / 프롬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스낵컬쳐가 대세죠. 길지 않은 짧은 문구를 그저 클릭 한 번에 읽어볼 수 있는 그런 글 내지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우려의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짧은 글귀를 통해, 독자가 뭔가 느끼는 바가 있고, 공감하는 바가 있으며, 글을 통해 사색하고, 또한 그 글에서 더 발전시켜 삶 속에 투영할 수 있다면, 비록 그 글귀는 독자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살아 움직이는 언어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여기 또 하나의 스낵컬쳐북이라 말할 수 있는 책이 있네요. 『오늘, 눈물 나게 좋은 순간』이란 제목의 책의 저자는 자신은 ‘문장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고, 문장을 나눔으로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쓰는 글의 단어 하나로도 향이 담뿍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며, 자신의 손으로 지은 한 토막글이 누군가의 어깨에, 팔에, 옆구리에 스며들어 일부가 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답니다. 이러한 바람이 있어서일까요? 저자가 자신의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느꼈던 바를 담아내는 짧은 글귀들은 때론 독자에게 위로가 되고, 때론 독자에게 자극도 되기도 하네요. 물론 공감이 되는 글귀들도 많고요.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이런 글이 있네요.

 

책을 읽고 있어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책이 좋은 정도가 책을 읽는 속도를 위반한다. 읽는 것으로는 다 읽지 못하여 결국 끌어안는다.(60쪽)

 

맞아요.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읽고 싶은 열망이 일 때가 있죠. 또한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이 물밀듯 밀려와 책을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쩌면 이게 책이 주는 마력인가 봐요.

 

또 이런 글귀가 마음을 울컥하게 했답니다. 엄마의 문자라는 글에서 “엄마는 도와주는 사람이야.”라는 그 문장이 말입니다. 엄마는 여태 이렇게 날 낳고, 키우고, 지금도 여전히 날 위해 기도하고 계시죠. 이런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니, 울컥하네요. 뿐 아니라, 나 역시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임도 생각해보고요.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다짐도 해보았답니다.

 

또한 자극을 주던 글들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 「누구에게나 창문이 있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예전엔 나 자신을 스펀지라고 여겼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흡수하자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보니 제법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나름 사고의 틀도 정해졌답니다. 그런데, 이게 올무가 되었다는 생각을 요즘은 간혹 하곤 합니다. 한 마디로 햇살이 들어올 창문이 좁아진 거죠. 더 많은 책을 보고 있음에도 오히려 점점 더 창문은 작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많은 책을 통해 더 사고의 폭이 넓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더 좁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짧은 이 글을 읽으며, 나의 창문을 다시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눈물 나게 좋은 순간』 이 책은 분명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내 마음을 울리는 글귀가 담겨 있는 한 결코 가볍지마는 않은 그런 책이라 여겨지네요. 앞으로도 더 많은 향을 내는 글귀들을 적어내는 저자가 되길 응원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놀란 박사의 무인도 대탈출 저학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과학 1
게리 베일리 지음, 레이턴 노이스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 『놀란 박사의 무인도 대탈출』은 놀란 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놀란 박사 시리즈는 <저학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과학>이란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네요.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로 하여금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랍니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적 지식을 가득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딱딱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치 동화책을 읽듯 재미나게 접근하며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지식을 배우게 되는 좋은 책입니다.

 

평소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좋아하던 놀란 박사가 어느 날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되었답니다. 이제부터 놀란 박사의 무인도에서의 생존이 시작되는 거죠. 과연 놀란 박사는 무인도에서 무사히 생존할까요? 그리고 이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이 책은 <스토리텔링 과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적 정보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답니다. 특별히 이 책은 섬에 연관된 과학적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섬이란 무엇인지, 과연 섬과 대륙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산호섬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기게 되는지(놀란 박사가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된 이유가 놀란 박사의 배가 산호섬에 부딪쳤거든요). 그리고 섬에 사는 동식물들은 무엇이 있으며, 그 특징들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하나하나 잘 설명해 주고 있네요.

 

그리고 놀란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혹시 만에 하나 홀로 섬에 표류하게 되었을 경우, 생존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답니다. 책의 뒤편에서는 여태 앞에서 설명한 과학적 지식에 대해 복습해보도록 풀이문제를 내주고 있어, 문제를 풀어봄으로 책을 제대로 잘 읽고 이해했는지를 평가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네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섬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참 좋은 책입니다.

 

책 내용 가운데 인상적인 내용은 씨앗은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농업유전자원센터라고 하여 한 곳이 있다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약 1,750개 장소에 씨앗은행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540여만 종에 이르는 씨앗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고요. 이 씨앗은 1,000년이 넘게 보관할 수 있데요. 그러니, 혹시라도 어떤 식물이 멸종하게 된다고 해도, 그 씨앗을 1,000년 넘게 보관함으로 다시 그 종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좋은 은행이네요. 조금은 우리의 마음을 놓게 해주는 좋은 대안, 좋은 노력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잘 관리하고 보존함으로 씨앗은행에 보관 중인 씨앗들을 사용할 일이 없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학대사와 빠가사리 똥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1
유명은 지음, 김희남 그림 / 파란하늘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무학대사와 빠가사리 똥』이라는 재미난 제목의 이 책은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신륵사와 그 주변 문화유산에 얽힌 전설들을 소개하는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여주에는 여주팔경이라 하여 여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내지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첫 번째가 바로 신륵사에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입니다. 그만큼 신륵사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의미겠죠.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서는 드물게 강변에 세워진 사찰이라는 희소성도 신륵사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런 신륵사가 세워지게 된 배경에 얽힌 전설, 그리고 쇠락해 가던 사찰을 다시 중창하게 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네 번째, 다섯 번째 이야기). 이 외에도 여주에 있는 또 하나의 여주팔경에 속하는 영릉, 즉 세종대왕릉이 어떻게 여주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소개하네요(첫 번째 이야기). 고려시대 원나라에 처녀들을 보내야만 했던 슬픈 이야기에 얽힌 이곡(목은 이색의 부친)의 이야기도 전해줍니다(세 번째 이야기).

 

책 제목이기도 한 「무학대사와 빠가사리 똥」은 이포리에 있는 삼신당에 얽힌 전설이랍니다(두 번째 이야기). 제목이 대단히 재미나서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유발하게 되는 이야기죠. 궁금증을 풀어 드릴게요. 무학대사가 여주까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가는데, 점심 때가 되어 사공 최씨는 배 위에서 빠가사리로 생선국을 끓여 점심을 대접하게 됩니다. 스님은 고기를 먹지 않지만, 대접할 것이 그것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무학대사는 생선국을 너무 맛나게 드시는 거예요. 그 모습에 최씨의 아들이 어찌 살생을 금하는 스님이 생선죽을 그토록 잘 먹느냐고 따집니다. 이에 무학대사는 배 위에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싸는데, 엉덩이에서 살아 움직이는 빠가사리들이 나왔다네요. 진짜 전설답죠? 물론, 이때의 인연으로 무학대사는 최씨 부자에게 번영의 축복을 내려주었고, 장차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줬다고 하네요.

 

참, 재미난 이야기죠? 이게 전설이 갖는 매력인 것 같아요. 전설에는 초자연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죠. 한 마디로 판타지죠. 하지만, 전설이 갖는 진짜 매력은 재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에 실린 5가지 이야기들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은 이야기의 끝이 충만함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힘겹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죠. 위기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과정들에 때론 신비한 힘이 개입하게 되고, 결국에는 충만함을 누리게 되죠. 번영하게 되기도 하고, 위기가 사라지기도 하고, 잘되는 모습들을 보이는 겁니다. 이것이 전설이 오늘 우리에게 부여하는 선물이 아닐까 여겨지네요. 따라서 전설 이야기를 읽고 듣는 독자들에게 그러한 충만함의 축복이 임하길 소망해 봅니다.

 

또 하나 이 책이 주는 선물은 이제 경기도 여주 지역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앞으로 경기도 여주 지역을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리라 여겨지네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책 뒤편에서는 <신륵사 주변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여주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고,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는 부분이기에 그곳 사진들을 함께 실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리 시집보내기 문학동네 동시집 37
류선열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자리 시집보내기』란 재미난 제목의 동시집을 만났습니다. 저자인 류선열 시인의 소개를 살펴보니, 1980년대에 활동하시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70여 편의 동시와 1편의 동화를 그 흔적으로 남겨 놓고 떠나셨기에 더욱 안타깝고 아쉬움이 가득하게 남게 되네요.

 

먼저, 시인의 동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 전, <시인의 말> 가운데 동심을 잃은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글귀가 있네요.

 

장난감 수갑을 보란 듯이 내걸고 파는 문방구 주인아줌마와 희한한 비디오를 보여 주는 만화 가게 아저씨를 위해 동심을 일으키자.

그리고 이 세상에 아이들의 마음 밭을 가꾸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믿는 어른들과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자.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동시들을 적어나갔을지 알게 해주는 구절이네요. 아이들의 마음 밭을 가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시인, 그 마음 밭을 가꿈에 동시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는데, 시인의 활동 기간이 너무 짧음이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남게 되네요.

 

시인의 동시들을 살펴보며, 무엇보다 두드러진 시의 형식면에 있어서의 특징이 있네요. 그건 많은 동시들이 운문시와 산문시가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랍니다. 또한 그 내용들은 목가적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동시들도 많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들, 특히 자연을 벗 삼아 뛰놀던 동심을 느끼게 하는 시들이 많답니다. 참새 집에 손을 넣어 참새를 살며시 만져보고 놓아주던 일, 잠자리 꽁무니에 짚을 꽂아 날려 보내며 놀던 일, 개구리 엉덩이에 바람을 넣고 놀던 일, 개울에서 멱을 감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따뜻한 조약돌을 귀에 대 물을 빼던 일 등을 시인은 잘 묘사하고 있답니다. 이런 동시들을 읽으며, ‘그래, 나도 이렇게 놀던 때가 있었는데.’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게 되네요. 그러니, 동시를 통해, 자연스레 동심의 시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부모님 세대들이 어떻게 놀았는지를 살며시 엿볼 수도 있겠고요.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에 잠을 잘 못 이루었지요. 설레는 마음에 뒤척이다 늦게 잠들었는데도, 어느 날보다 일찍 눈이 떠지던 소풍날. 소풍날에 빠질 수 없는 게 보물찾기였죠. 그런데, 시인도 저처럼 보물찾기에 재능이 없었나 봐요. 저도 보물찾기를 하면 잘 찾지 못했거든요. 친구들은 그토록 잘 찾던 보물을 난 왜 그리 못 찾았던지. 시인은 그런 보물찾기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네요.

 

내게 보물은 그저 ‘찾기 전의 설렘’ 그것뿐인가 봐요.

< 보물찾기 > 일부

 

맞아요. 보물을 찾지 못해도 즐거웠던 건, 언제나 이 설렘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이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에는 바로 이런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옛 추억에 대한 설렘 말입니다. 또한 풋풋하던 이성을 향한 설렘도 엿보이고요. 꿈속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는데, 자기 옆에 있는 신부의 얼굴을 보니, 이빨 빠진 짝꿍이네요. 또한 갓 전학 온 여자아이에게 남자답게 보여야 하는데, 진눈깨비 내리는 고갯길을 걸어 하교하는데, 갑자기 날아오른 새 때문에 깜짝 놀라는 귀여운 모습, 그리고 콩닥거리는 사내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동시도 있네요. 이런 내용이에요.

 

둘이서 막 내리막길로 내려설 때여요. 발밑에서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갑자기 “푸드덕”하고 우리를 놀래 주지 않겠어요. 얼마나 간이 오그라들던지, 우리는 그만 와락 안고 말아요. 왜 이렇게 맞닿은 가슴은 콩닥거릴까요? 구부러진 길 저쪽으로 마중 나오는 형의 호롱불빛이 아른거려요.

< 진눈깨비 > 일부

 

공부보다는 동심의 세계를 동경하는 시인의 노래들도 있는데, 그 가운데 이렇게 예쁘고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고 재미난 동시가 있네요.

 

시작이 나쁘면 끝까지 나쁜가 봐요.

어제는 선생님이 늦으셨고

오늘은 내가 늦었는데

말은 안 했지만 길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다가 늦었는데

회초리는 선생님 것이고

매 맞은 빨간 자국은 내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생각이란 건 안 하는 쪽이 편해요.

< 꼴찌 만세 > 일부

 

선생님, 나빠요~^^. 길에서 우는 아이 달래다가 지각한 이 아이의 마음, 그 온도만은 단연코 일등이네요.

 

시인이 선물하는 동심의 세상, 동시를 읽고 묵상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순수한 동시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