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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한참 책 욕심이 많았을 때엔 이것저것 눈에 띄는 책들을 마구 구입하곤 했다. 제법 책을 읽고 있지만, 그럼에도 구입한 책들 가운데 많은 책은 여전히 주인의 눈에 들지 못해 책꽂이 한쪽에 꽂힌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이렇게 구입한 책들 가운데는 과연 내가 그런 책을 구입했었던가 싶은 책들도 없지 않다. 전공분야나 인문과학서적처럼 별로 재미없는 책 뿐 아니라, 재미있는 소설책 역시 이렇게 구입한 후 손을 대지 않은 책 역시 적지 않다. 사실, 전공서적이나 인문과학서적들은 정독하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은 책의 존재를 알게 마련이다. 오히려 소설책의 경우 구입한지도 모르고 있는 책이 제법 된다. 그런 책 가운데 한 권이 우연히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구입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런 책을 말이다.
바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사라진 이틀』이란 제목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니, 이미 내가 가진 책은 절판이고, 2013년에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와~ 이렇게 좋은 책을 사놓고 읽지 않았다니 싶다. 추리소설인 이 소설은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사건은 현직 경찰 가지 소이치로 경감이란 자가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하면서 시작된다. 이 소식에 작은 도시 W현 경찰본부는 발칵 뒤집히고 만다. 현직 경찰관이, 그것도 평소 평이 너무나도 좋던 경감이 아내를 죽였다는 것. 다름 아닌 ‘촉탁살인’이었다. 하나밖에 없던 아들을 7년 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잃었던 경감, 아내는 2년 전부터 알츠하이머 병을 앓아왔다. 점점 병이 심각해지다 아내는 결국 자신을 죽여줄 것을 간청하고, 남편은 이에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만다. 이렇게 ‘촉탁살인’이 벌어진 것.
현직 경찰간부의 아내 살인, 여기까지는 물론 충격이긴 해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내를 죽인 후 이틀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수를 했다는 점이다. 살인 후 바로 자수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틀 가운데 하루는 도쿄 환락가 가부키쵸에 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경찰은 ‘이틀의 공백’을 감추기 위해 애를 쓰고, 열혈 검사는 이를 파헤치기 위해 경찰과 전쟁을 불사한다. 여기에 신문기자, 변호사, 판사, 그리고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소설은 이들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접근한다.
경찰, 검찰, 기자, 변호사, 판사, 교도관. 이들 각자가 접근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과연 사라진 이틀 동안 가지 경감은 무슨 일을 벌였던 걸까? 소설은 이 진실을 향해 접근해 나가다, 결국 엄청난 진실을 조우하게 된다.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물론 사라진 이틀이 무엇일지 그 궁금증 해소를 향해 나아간다. 아울러 마침내 조우하게 되는 진실은 소름 돋을 만큼 감동을 품고 있다. 하지만, 소설이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조직이 갖고 있는 생태를 꼬집으며, 조직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경찰은 자신들 조직의 보신을 위해 진실을 조작하려 한다. 검찰은 자신들 조직의 약점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과 거래를 한다. 기자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는 자신의 유익, 즉 특종에 목을 매며 ‘예상기사’조차 서슴지 않는다. 뿐 아니라 알 권리를 내세우며 특종을 좇으며 그러한 기사가 누군가의 생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판사는 사건의 진실을 판단하려하기보다는 빠른 사건 종결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아울러 공의로운 심판을 한다 할지라도, 차가운 이성만 있을 뿐 따스한 가슴은 이미 식어버린 판결을 내릴 뿐이다. 변호사 역시 수임료를 위해 사건을 맡고 달려들 뿐, 인간을 향한 연민이나 배려도 없다. 교도관 역시 무사히 정년퇴직하기만을 바라며 자기보신에 관심한다.
이처럼 소설은 각 기관에 속한 이들의 어두운 부분들, 부정적 부분들을 끄집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어둠만 드러내며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조직 속에서도 여전히 진실을 붙잡으려는 자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향한 연민의 마음, 뜨거운 가슴이 살아 있는 이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라진 이틀 동안 가지 경감이 실제 행한 그 일이 결국 드러남으로 세상엔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소설은 외친다.
아무리 세상이 어두워도, 가지 경감과 같은 올곧은 마음과 따스한 가슴을 가진 이가 존재하는 한 세상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말이다.
책을 구입한지 정확히 7년 만에 펼쳐 읽은 책이다. ‘사라진 7년’의 시간은 부끄럽지만, ‘사라진 이틀’을 발견한 기쁨이 큰 소설이다.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분명 사랑할 소설이다.